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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이 혼담의 장단점 (17/159)


18화. 이 혼담의 장단점
202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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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겁해서 평소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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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이세요!”

그래 말도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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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씨 가문 적장녀 신분이라면 몰라요. 전 대외적으론 적장자입니다, 아버지. 그런데 13황자 전하와 혼인하라니요!”

그때 옆에서 침울하게 지켜보던 어머니가 내 손을 꼭 잡으면서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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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화야. 넌 전하를 사모하고 있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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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니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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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13황자 전하 때문에 내내 시름에 잠겨 있던 걸 안다. 원래 넌 13황자 전하의 스승이 되고 싶어 하지 않았지. 그래도 반년간 열심히 다니면서도 우리 앞에서 전하에 대한 사감을 드러낸 적이 없어.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13황자 일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게 눈에 보였단다.”

아 괴롭기야 했지요. 사모해서가 아니라 무서워서!

시름에도 잠겼지요. 맺어질 수 없어서가 아니라 도망갈 방도를 찾는 게 쉽지 않아서!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는지라 나는 그저 입만 열고서 금붕어처럼 뻐끔거렸다.

아무래도 어머니의 저 강력한 오해가 태감을 통해 황제에게 전해졌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하지만 13황자와 내가 혼인이라니! 역시 말도 안 된다.

그러나 흥분하면 멀쩡한 말도 잘 안 나오기 마련이기에 나는 애써 침착하게 아버지에게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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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야 그렇다 쳐도. 폐하께선 왜 그런 혼담을 제게 넣으신 건가요? 폐하는 제가 여인이란 걸 아시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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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니 넣으신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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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게 무슨…….”

어머니는 말을 하고는 있지만 역시 난감하긴 한지, 식은 듯한 찻물을 마시고서 아버지를 대신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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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태감을 보내셨지만 이걸 제안한 건 황후마마시란다.”

아니, 또요?

나를 13황자 스승으로 붙인 것도 그 사람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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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황자 전하는 모친과 외가 인척이 없어 의지할 데가 없으니 아내를 잘 맞이해야 하잖니. 한데 권세가들이 딸과 맺어주고 싶어 하지 않아 늘 이를 염려하고 계셨대. 그러다 네가 전하를 사모한단 이야기를 듣고 잘 됐다 싶으셨나 봐. 너도 제대로 된 권세가의 청년과 혼인하지 못하는 처지니까.”

착실하게 이야기를 들으려 해보았으나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끼어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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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황자 전하를 염려해서가 아니라, 13황자가 절대 보위에 오르지 못하도록 절 이용하시려는 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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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화!”

그러나 내 말이 끝나자마자 아버지가 매섭게 호통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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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그런 이야기를 꺼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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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나는 마지못해 사과했다. 하지만 사방에 눈과 귀가 있고 황위에 관한 이야기는 쉽게 입에 담아서는 안 된다. 아버지가 저렇게 버럭 외치는 것도 이해는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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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전 그렇게 생각해요.”

어머니는 다급히 문가로 가더니 문을 열고 밖을 둘러보다가 주위에 있는 하인에게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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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다 식었으니 새로 가져오너라. 함께 먹을 깨찰떡도.”

깨찰떡 만들어 올쯤이면 하루가 다가 있을 거 같은데.

어머니는 하인들이 물러나자 문을 닫고서 다시 곁으로 다가오셨고, 아버지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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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황자 전하는 원래도 황위와 관련이 없는데, 황후마마께서 굳이 그러실 필요가 있느냐?”

지금은 그렇게 보이겠지요. 하지만 미래에 황제 자리에 오르는 건 그 사람이에요 아버지.

그러나 회귀 전, 이 시절의 나 역시 아버지처럼 생각했기에 그냥 뚱한 표정만 지을 뿐 반발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런 우리를 지켜보다가 아버지의 팔을 잡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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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도라 하더라도 뭐 어떠하냐. 황후마마께는 황자가 없으니, 필시 나중에는 황자들 간에 황위 싸움이 치열해지겠지. 거기에 수많은 이들이 얽힐 거다. 하지만 13황자 전하와 네가 혼인한다면 둘 다 그 칼바람에서 비켜 갈 수 있을 게 아니냐.”

이걸…… 이걸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우리 부모님은 긍정적이시네.

어이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가 나는 가까스로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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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는 제가 여인인 걸 알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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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모르실걸.”

아이구야. 나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 의자에 앉았다.

그 상태로 멍하게 있자니 잠시 뒤 하인이 차를 가지고 들어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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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마님, 나리, 소가주님. 떡은 지금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는 하인이 찻잔을 내려놓고 나가는 걸 지켜보다가, 그가 나간 뒤에 목소리를 죽여 다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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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전하를 사모한단 이야기는 대체 어디서 나온 거랍니까?”

아버지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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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사람에게 들으셨다던데.”

진원지가 있는 헛소문이라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느 눈 삔 자식들이 범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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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13황자를 사모한 적이 없는데 왜 그런 말이 돌아? 경계한다고 너무 뚫어지게 쳐다봤나? 하지만 내가 뚫어지게 쳐다봐도 우리 둘뿐일 땐데 아는 사람이 있을 턱이 없잖아?

그러다 나는 고 상궁을 떠올렸다. 내가 13황자에게 달라붙은 걸 보고 놀라던 그녀의 표정이.

이어서 2황자와 6황자가 떠오르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범인들이 누군지 알 것 같네.

물론 보통은 그런 말을 듣고 그런 행동을 보더라도 그냥 친근하다고만 생각하지, 사내끼리 그런 식으로 엮어 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내가 여인인 걸 아는 황제와 황후에게 들어갔으니 문제가 된 거였다.

나는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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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은 할 수 있습니까?”

아버지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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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13황자 전하를 사모하는 게 헛소문이라면 거절해도 좋다 하셨다. 하지만…….”

아버지가 말끝을 흐리자 어머니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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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을 잡혔는데 혼담까지 거절했으니, 평생 폐하의 눈치를 살펴야겠지. 13황자 전하와 네가 혼인하면 네 비밀이 황가의 비밀이 되니 자연히 비밀을 함구해주시겠지만, 거절하고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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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보였다간 비밀을 흘려버리실 수도 있겠네요. 이 일을 약점으로 쥐고 우리 가문을 쥐락펴락하실 수도 있고요.”

족보는 가주만이 볼 수 있는데, 나는 평생 남장하고 살긴 했으나 족보에는 여자로 되어 있다. 호적의 성별 부분에는 황제가 ‘실수’로 먹물을 떨어뜨려 그 부분을 가려두었다.

후계자 문제로 남장을 시키긴 하지만 만일을 대비해서였다. 부모님이 그냥 말없이 남장을 시켜도 되는데, 굳이 폐하께 내 남장을 허락까지 받은 것도 이 부분 때문이었고.

폐하와 황후가 나와 13황자의 혼인을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족보와 호적이 그렇게 처리된 걸 알아서겠지.

대체 일이 어쩌다 이렇게 꼬인 건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지난 삶처럼 허무하게 죽고 싶지 않아 노력했을 뿐인데, 난데없이 남장한 채 황제의 며느리가 되게 생기다니!

적당한 핑계 없이 황가의 혼담을 감히 누가 거절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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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잡을 시간을 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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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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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하기 어렵단 걸 압니다. 다른 가문이라면 태중 혼약이나 구두로 약속한 정혼자를 핑계 삼아 거절하겠지만 저는 그럴 수도 없으니까요. 어쨌든 홀로 생각을 좀 하고 싶습니다.”

 

* * *

내가 평범한 다른 아이들과 다르단 걸 안 뒤.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남장을 했을 때의 장점을 헤아려보았다.

그중 내가 찾아낸 장점 하나가 가문끼리의 혼사에 얽힐 일은 없단 거였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꼬여서 황실에서 혼담을 받다니.

나는 그 길로 곧장 선안을 찾아가서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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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도망칠 곳이 필요한데. 찾아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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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나?”

선안은 황당하기 짝이 없단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냥 묻는 게 아니라, 진짜로 내가 미쳤나 궁금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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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은신처를 챙기려 하더니, 이번엔 도망갈 곳이 필요해? 자네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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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혹시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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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 전하와 사랑의 도피라도 하려는 건 아니겠지.”

비슷하다 아주 비슷해. 황녀가 아니라 황자이고 사랑의 도피가 아니라 생존의 도피이긴 하지만.

내가 어깨를 아래로 떨어뜨리자 선안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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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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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그보다 술상 좀 차려줘. 한 잔만 마시고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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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집에서 마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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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게 있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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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더욱 자네 집에서 마시게.”

선안은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하인들에게 술상을 차려오게 하고 나를 자기 방으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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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마시고 싶나? 아니면 같이 마셔줄까? 사실 난 공부해야 하거든? 혼자 마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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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물어본 거야?’

선안은 내 어깨를 두드려주고서 밖으로 나갔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마음 편하라고 둘러 대주는 게 틀림없었다.

나는 문이 닫히는 걸 보고서 술병을 기울여 천천히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온 힘을 다해 이 혼사의 장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 일에서건 장점을 찾아내는 부모님의 긍정적인 능력이 내게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찾자. 13황자와 혼인하면 내게 뭐가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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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혼인하면 미래에 국사는 못 되겠지만 죽을 가능성이 낮아지려나?

그럴듯하네. 그와 혼인하게 된다면 그가 황제가 되면서 내게 할 수 있는 복수는 기껏해야 이연장(이혼 증서)을 주는 게 전부 아닐까?

오…… 진짜 그럴듯하네. 시간과 공을 들여서 내가 13황자에게 푹 빠진 흉내를 내면 언젠가는 그도 이걸 믿을지도 몰라.

그러면 자기가 내게 이연장을 써주는 게 큰 복수라고 착각할지도 모르지.

술기운 때문일까. 마음을 다잡기 위해 한 생각이 진짜 괜찮게 여겨지기 시작한다.

13황자에게 ‘전 죽는 것보다 전하와 헤어지는 게 더 싫어요’ 하고 끝도 없이 말해대면, 나중에 시일이 지나 그가 내게 복수하고 싶어졌을 때 이연장을 써주고 의기양양해 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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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잠자리는? 잠자리는 어쩌지?’

나는 다시 고민하다가 길을 찾아냈다.

13황자는 남색가가 아닌 데다 억지로 한 결혼이니 내가 여인인 걸 모를 때는 알아서 각방 쓰기와 거리 두기를 해줄 것이다.

훗날 그가 내가 여인이라는 걸 알게 되더라도…… 그는 나를 증오하잖아. 나와 잠자리는커녕 껴안기도 싫어할걸.

어차피 나는 기회를 틈타 달아날 거고.

맑은 술이 내 근심을 다 가져가 주는 기분이다.

나는 반쯤 비운 술병을 내려놓고서 두 팔을 번쩍 들어 홀로 만세를 불렀다. 참으로 괜찮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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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신처를 아직 못 구했으니, 만일을 대비해 정혼해 두면 도망에 실패했을 때 도움이 될 게 틀림없다.

설령 도망가더라도 사내와 혼인하기 싫어서 도망갔다 생각하지, 자신과 몇 생을 거듭한 악연이라 달아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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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안, 고마웠네! 술 잘 마셨어!”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자마자, 나는 조금 붕 뜬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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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 술을 마셨느냐?”

어머니는 날 보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지만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을 정도로 술기운은 충분히 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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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좀 하느라요.”

내 말에 어머니는 안색이 대번에 어두워지더니 귀를 끌어다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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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와 혼인하기 싫어서 그러니? 혹시 어미가 오해를 한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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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오해하셨어요. 하지만 이 일에 어머니 오해는 중요치 않아요. 황후마마와 폐하의 오해가 중요한 거지요. 어머니는 13황자 전하께 혼담을 넣지 못하잖아요.”

나는 얼른 어머니를 모시고 방 안에 들어가며, 하인에게는 아버지를 모셔오라 청했다.

그리고 아버지까지 오자 문을 잘 닫고서 부모님께 엄숙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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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담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부모님은 먼저 말을 꺼내 놓고서 막상 내 대답을 듣자 심란한 표정이 되었다.

몇 시진 전에 보여주셨던 긍정의 힘이 다 어디로 갔나 모르겠다. 내가 술을 마시고 와서 그러나?

나는 두 분을 위해 애써 밝은 미소를 띠려다가, 귀찮아서 때려치우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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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청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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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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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혼담을 잘 주고받아도 혼례식에 들어가기 전까지 사람 일은 어찌 될지 모르는 법 아닙니까. 혹여 혼담이 진행되다가 깨지기라도 하면 제 비밀이 새어 나가 위태로울 겁니다. 그러니 제가 여인이라는 이야기는 혼인이 완전히 확정되면, 제가 적당한 시기를 보아 전하께 알려드리겠습니다. 황제 폐하와 황후마마께도 그렇게 부탁드려 주세요.”

 

* * *

혼담은 부모들이 나서서 치를 행사이니 이제부터는 내가 나설 게 없다.

그날 밤. 술기운이 다 가시는 바람에 나는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가까스로 눈을 붙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일어나 오늘의 강의를 위해 다시 입궐할 채비를 해야 했다.

그러나 술기운이 빠지고 나자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고, 월무궁으로 가는 걸음도 덩달아 무거워졌다.

내내 마음이 불편해서 13황자의 얼굴을 볼 생각만 해도 막막할 지경이었다.

그래도 결국 월무궁 앞에 도착해서 일단 들어가기 전에 심호흡부터 하고 있을 때였다.

마음을 정리하기도 전에 문 옆에서 13황자가 귀신처럼 쓱 나오더니, 무시무시한 눈으로 날 쳐다보며 서늘하게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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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제자와 얘기 좀 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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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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