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이놈의 황족들, 하나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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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이놈의 황족들, 하나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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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이놈의 황족들, 하나같이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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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저거 저 제자 말하는 꼴 좀 보게나. 제자의 노골적인 비아냥에 얼굴에 열기가 올라왔다.
하지만 제자는 충분히 화날 만도 했다. 경위야 어쨌든 나와 그는 혼담이 오가는 사이 아닌가.
그런데 난데없이 자기 누나가 찾아와 배 속에 정혼자의 아이가 있단 말을 하고 갔으니…….
내가 여인이란 걸 아는 황제도 나한테 화풀이를 하는데, 제자는 내가 여인인 줄도 모르니 더 화나겠지.
나는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하면서 분노를 누르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 성과가 좀 보이자마자 최대한 자상해 보이도록 웃으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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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9황녀 전하와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전하. 9황녀께서 전하께 농담하신 모양입니다.”
나는 영혼까지 동원해서 최대한 온화해 보이려 애썼다.
하지만 제자는 무서울 만큼 감정 없는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보았고 입가에는 겉치레 같은 미소만 달고 있었다.
정말로 화가 많이 난 모양새에 조금 억울해졌다. 아니, 황제는 제 딸 간수를 나한테 시키지 않나, 이 자식은 제 친부랑 적모가 떠민 혼담으로 나한테 화내질 않나.
황후는 13황자를 견제하려고 나랑 혼인시키려 하고, 9황녀는 나랑 두 번 본 사이에 애가 생겼다고 하다니. 이 황족들. 하나같이 제멋대로구나!
속이 다시 부글부글 끓기 시작할 무렵. 13황자가 드디어 무거우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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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승님께선 몸도 가볍고 마음도 가볍고. 조금이라도 유용하다 싶은 사람은 모두 손에 쥐고 싶으신가 봅니다.”
억지로 관리하던 표정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래도 나는 애써 목소리를 평이하게 한 채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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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서 9황녀 전하와 이리 사이가 좋으신 줄 미처 몰랐습니다. 9황녀 전하께서 하는 말씀은 모조리 믿으시다니요.”
아아 큰일이다. 목소리가 평이하면 뭐 해. 말이 이리 꼬였으면 그냥 비꼬는 말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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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행히 13황자는 표정에 별 변화가 없었으나, 나는 혼자 덜컥 겁이 나서 얼른 농담하듯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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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투기하십니까?”
말을 꺼내자마자 바로 후회가 되었다. 농담도 통할 사람한테 해야지.
말을 하기 전에 미리 후회가 되면 헛소리할 일은 아예 없을 텐데. 왜 사람은 꼭 말을 뱉고 나서 후회하는 걸까.
눈치가 보여서 13황자의 배 위로는 쳐다보질 못하겠다. 그와 얼굴을 마주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계속 그의 배만 보는 것도 이상한지라 한참 머뭇거리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자, 알 수 없는 눈길로 나를 내려다보는 눈길과 바로 마주쳤다.
기가 죽어서 가만히 그 시선을 마주하고 있자니 13황자는 따라오라는 듯 턱짓하고 돌아섰다.
……구박은 끝났나? 안도해도 되나?
의심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따라 걷자, 끝나기는 무슨. 13황자가 더 무서운 말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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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한 뒤에도 이런 식으로 온갖 사람과 염문을 뿌리고 다니면 곤란합니다. 제자와 부부싸움을 하고 싶지 않으시거든 앞으로는 행동을 조심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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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나는 결국 월무궁으로 가서 밀린 시간까지 강의해주었다.
하지만 수업을 하면서도 불만을 누르기가 힘들었다. 13황자가 어디에서 화가 났는진 알겠지만 그게 내 탓이 아니다 보니 나 역시 억울했다.
게다가 이놈의 13황자. 나보다 훨씬 머리도 좋으면서. 내가 가르쳐주는 거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눈치 주면서까지 꼬박꼬박 수업시키는 것도 속이 좁고 간사하다.
그래도 꾹꾹 참고서 열심히 강의를 끝냈을 즈음. 나는 13황자의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레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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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전하. 이 부분은 따로 생각해 보시고 다음에 신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고 신은 이만 일어나보겠습니다.”
나는 말을 마치고서도 13황자의 눈치를 살핀 다음, 일부러 흩어진 서책을 천천히 모아 책상 서랍에 집어넣었다.
그러고서 일어나 괜히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시늉을 하고 있자니, 다행히 13황자도 날 붙잡지 않았다. 좋아. 안 잡는구나. 얼른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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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그러나 13황자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는 순간. 내내 조용하던 13황자가 책상 앞으로 걸어 나오면서 신경 쓰이는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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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전하.”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13황자는 굳이 내 바로 앞으로 와서는 키 차이를 한번 과시한 다음 다정한 척 아까 한 경고를 한 번 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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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가 아까 말을 너무 미진하게 한 듯해 한 번 더 말씀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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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충분히 다 이해했습니다. 더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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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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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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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승님을 연모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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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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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의 용모가 마음에 들지도 않습니다.”
뭐 어쩌란 거야.
13황자가 내 외모를 마음에 들어 하길 바라진 않는다. 하지만 굳이 그걸 내 앞에서 꼼꼼하게 짚어줄 필요는 없지 않나?
뚱한 마음이 솟지만 나는 그걸 누르고서 13황자를 빤히 보다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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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를 왜 갑자기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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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는 스승님과 혼인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승님이 여기저기 염문 뿌리고 다니는 꼴을 보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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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황자의 뼈 있는 말에 두들겨 맞고서 내가 아무 말도 못 하는 사이. 13황자는 나를 유심히 내려다보며 뼈에 새겨주듯 무겁고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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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하게 된다면 훨씬 무겁게 하셔야 할 겁니다. 몸도. 마음도. 이 머리까지도요.”
마지막에 머리 이야기를 할 때, 제자는 내 옆통수에 닿을 듯 말 듯 손을 가져갔다가 내렸다.
제자의 분위기에 완전히 짓눌려서 나는 그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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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머리도요.”
* * *
집에 도착하자, 어머니는 괜히 내 거처 앞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우연히 마주친 적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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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니?”
13황자도 슬슬 이번 혼담에 대해 들었을 테니, 그가 거기에 어떻게 반응하나 궁금한 눈치셨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어떻게 ‘9황녀가 제 아이를 가졌다고 해서 지금 폐하는 화나 죽으려 하고 13황자는 짜증 나 죽으려 해요.’라고 말하겠는가.
어머니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 머리를 싸매고 드러누우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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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녀왔습니다.”
결국, 나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웃고서 몇 마디를 하다가 방 안에 들어왔다.
하지만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더 참지 못하고 침상 안으로 들어가 이불에 파묻힌 다음 물고기가 된 것처럼 그 안을 헤집고 다녔다.
한참을 그러고서야 침상 밖으로 나와서 마음을 다잡고 심호흡할 수 있었다.
그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이러고 있다간 가문 전체가 황제의 화풀이 대상이 돼. 13황자에게서는 훗날 도망가면 되고, 우선은 9황녀 건부터 해결하자.
요요화. 머리를 굴리자. 생각해 봐. 난 똑똑하잖아!
9황녀가 보자마자 호감을 느낄 만큼 훤칠하고 잘생긴 친구를 나 대신 밀어 넣으면 돼. 그러면 되는데…… 그런 친구가 내 친구 중에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제일 잘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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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주님. 마님께서 간식을 보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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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들어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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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찰떡과 청정차입니다.”
고민하다가 나는 어머니의 측근인 수길 어멈과 눈이 마주쳤다.
수길 어멈은 어머니의 명을 받고 내가 어쩌고 있는지 살짝 보러왔던 건지. 음식을 탁자에 내려놓으면서도 계속 내 쪽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괜히 씩 웃으면서 얼른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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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쇤네는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소가주님.”
그러고서 얼른 나가려는데 문득 수길 어멈의 안목이 예리하단 게 떠올랐다.
수길 어멈은 딸만 셋 있고 모두 혼인했는데, 소문으로 듣기로는 사위 셋 모두 그렇게 외모가 출중하다지.
수길 어멈은 심미안이 뛰어난 게 틀림없으니 도움이 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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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길댁. 내가 뭐 하나만 물어도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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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수길 어멈은 기다렸단 듯이 바로 내게 와서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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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 미흡하지만 소인이 연애 문제라면 아주 빠삭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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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사는 아니고.”
수길 어멈은 잠시 실망하는 듯했으나 곧 반 정도 반짝임을 회복하고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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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물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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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 수길댁도 내 친우들을 몇 번 보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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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보았지요. 자주 데리고 놀러 오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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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길댁이 보기에 내 친구 중에 누가 가장 잘생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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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우리 도련님이지요! 도련님이야말로 군계일학이신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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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그렇지. 나도 알아. 나 빼고 말이네.”
수길 어멈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대번에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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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안 도련님이시지요. 우리 도련님보다는 쪼끔 부족하지만 그분도 어디 내놓아도 안 빠질 미장부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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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안이가 잘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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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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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몰랐네. 매일같이 보는 게 거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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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도련님을 기준으로 삼으시면 안 되지요.”
수길 어멈이 나간 뒤. 나는 선안의 얼굴을 조목조목 따져 보았다. 생각해 보니 친우 중 가장 단정한 얼굴 같긴 했다.
하긴. 그러니 린화가 보자마자 반해서 졸졸 쫓아다니는 거겠지.
좋아. 그러면 선안에게 부탁해볼까?
그 생각을 하자마자, 갑자기 선안에 대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린화가 떠오른다.
내가 선안을 9황녀와 맺어주려 한다면, 그게 실제로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시도만으로도 린화는 무척이나 싫어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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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나?’
생각하니 좀 찝찝해져서, 나는 떡을 입에 넣고 씹으면서 린화가 이 일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고심해보았다.
난리가 나겠지? 음…… 린화한텐 이 일이 안 들어가도록 최대한 조심해야겠어.
하지만 회귀 전 내가 알기로 린화는 결국 선안과 맺어지지 않았다.
부모님이 엄선해 고른 다른 사내와 혼인했고, 혼인 뒤에도 금실 좋게 잘 살았지. 회임했단 이야기도 들었는데. 조카가 태어나기 전에 내가 죽었다.
어쨌든 린화는 다른 사내와 좋은 미래를 가지고 있으니 선안과 9황녀를 이으려 시도해도 괜찮지 않을까?
다른 사내와 혼인해서 불행하다면 몰라도, 금실 좋기로 소문날 정도로 잘살게 되는데. 굳이 이 미래를 바꿀 필요는 없잖아.
좋아. 그러면 선안에게 부탁해보자.
* * *
한시가 급한 일이기에, 나는 결정을 내리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바로 선안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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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오늘 자주 보는군?”
선안은 내가 연이어 찾아오자 떨떠름한 기색이었으나, 오늘은 그와 투덕거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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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와보게. 얼른.”
나는 선안을 그의 방으로 끌고 들어간 다음 조심히 내 계획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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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자네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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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렇게 되는군. 자네가 은신처를 찾고 도망갈 방도를 찾기에 계속 불안했지. 그래, 무슨 일인가. 누구와 사고를 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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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황녀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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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게.”
선안은 내가 말을 제대로 꺼내기도 전에 얼른 일어서며 밖을 향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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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가신다!”
나는 선안의 입을 틀어막은 다음 고개를 빠르게 젓고 간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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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선안은 징그럽단 듯 치를 떨면서도 결국 다시 밖을 향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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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술상을 가져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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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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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우면 손 좀 치우게.”
나는 얼른 손을 치운 다음 선안에게 조금 조작된, 하지만 진실이 가미된 사정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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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말이야. 9황녀 전하가 내 아이를 회임했다 주장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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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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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좀! 끝까지 들어봐! 있지, 그런데 난 황녀 전하와 그렇고 그런 일을 한 적이 없거든. 내 생각엔 황녀 전하가 날 연모해서 일부러 거짓말하시는 거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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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쓰레기. 황녀 전하를 가지고 논 건가? 그래놓고 후환이 두려우니 황녀 전하를 탓하는 거야? 자네 그 정도로 저열한 인간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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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자식. 나에 대한 신뢰가 아예 없잖아? 내가 입을 벌리고 멍하게 쳐다보자, 선안은 그제야 눈썹을 치켜올리고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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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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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선안은 고개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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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뭔가 문제인데. 자네는 다행히 미혼이잖아. 9황녀 전하가 그렇게 나오면 혼인하면 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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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내가…… 황실의 다른 분과 혼담이 이미 오가고 있단 거네. 아직 비밀리에 오가는 수준이지만. 9황녀 전하는 그걸 알고서 내 혼담을 깨고 싶어서 그리 거짓말하시는 거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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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정말인가? 아니, 이걸 축하해야 하는 거야 걱정해야 하는 거야? 누구와? 어느 황녀님과 혼담이 오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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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녀님이 아니고…… 황자님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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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