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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목련 머리 장식 (66/159)


66화. 목련 머리 장식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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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뭐 그리 엄청난 요구를 했다고? 13황자는 나를 미묘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만 보면, 내가 뭐 옥좌라도 뜯어다 달라고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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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럴게요.”

나는 문진을 손안에서 굴리다가 슬그머니 덧붙였다.

생각해보니 내게도 제자가 원수지만 제자에게 나도 원수이긴 하니까. 서로 친절해 보자. 서로.

그러나 제자는 말없이 자기 책상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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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쪽이라 하였습니까?”

건성으로도 대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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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하게 대해주기 싫은가 보네. 빈말로도 하기 싫을 만큼…….’

 

* * *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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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대인.”

반쯤 멍한 기분으로 걸어가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돌아보자 역시나. 송 태감이 갈림길 안쪽에 서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총총걸음으로 다가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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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요 대인을 부르십니다. 가시지요.”

폐하가 요 대인을 너무 많이 부르시네요.

선택권이 없는 권유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송 태감을 따라갔다.

여러 번 왔다고 조금 익숙해진 황제의 서재로 들어가자 책장 앞에 선 황제가 보였다. 책 한 권을 들고서 서서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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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의자를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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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폐하께 인사 올립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일단 인사를 올리고서 나는 두 손을 모으고 황제가 나를 아는 척해주길 공손히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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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뭐 중요한 부분이라도 읽나. 황제는 책장 한 장을 다 읽을 때까지도 대답하지 않았다. 자기가 불러 놓고서.

그는 다음 장까지 넘긴 다음에야 책 귀퉁이를 접으며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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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군.”

황제는 귀퉁이가 접힌 책을 책상 변두리에 놓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멀뚱멀뚱 그 시선을 받다가 바닥을 보다가 다시 황제를 보기를 반복했다.

그러기를 몇 호흡. 황제가 내 쪽으로 다가오는가 싶더니 내 머리통을 빤히 내려다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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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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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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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 준 머리 장식을 왜 안 하고 다니지? 너는 치장하는 걸 좋아하는 거로 아는데.”

내가 치장하는 걸 좋아하는 건 어찌 아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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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주신 물품이니 소중히 간직해야지요.”

심히 의심스럽긴 하지만 일단 아부를 섞어 대답했다.

사실은 제자가 그 머리 장식을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데다가, 평소에 하고 다니기에는 장식이 너무 화려하며, 황제가 왜 그걸 준 건지 알 수 없으니 부담스러워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쪽이 진실이지만, 굳이 이런 걸 조목조목 고할 필요는 없으니까.

이후 나는 두 손을 모으고서 황제가 다음 말을 하길 기다렸다. 머리 장식은 그냥 본 김에 질문한 거고, 날 부른 이유는 다른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황제는 말을 더 잇지 않았다.

그게 이상해서 쳐다보니, 황제가 노골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단 표정을 하고 있었다.

뭐야. 설마 내가 머리 장식하고 다니는지 보려고 여기까지 불렀어?

당황해서 표정 관리가 잠시 흐트러졌나 보다.

황제의 입꼬리가 올라가는가 싶더니 그가 책상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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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황녀가 문안 인사를 왔다가 네 이야기를 꺼냈지. 그래서 네가 머리 장식을 하고 오지 않은 걸 알게 되었다.”

아니, 9황녀가 내 머리 장식 이야기를 어찌 알고 폐하께 고했는데요?

나는 치솟는 의문을 억지로 누르고서 그냥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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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하지만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다. 황제는 내 이름 앞으로 신년일 선물을 보냈고, 내게 아름다운 머리 장식을 주었다. 심지어 그걸 하고 왔는지 확인까지 한다.

보통 황제가 자기 신하의 차림새에 이렇게 관심을 두나? 게다가 우리가 얼마나 가까운 주종관계라고……?

하지만 이런 의문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그러다 발치에 그림자가 생겨서 보니, 책상에 가는가 싶던 황제가 또 내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는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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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한 걸 보고 싶군. 내일도 수업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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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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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수업을 가는 도중이든 끝내고 돌아가는 도중이든, 장식을 하고 와서 짐에게 보이도록 하라.”

황제가 그만 물러가라고 지시했다.

나는 얼른 인사를 올리고 여러 개의 문을 지나 낮은 계단을 내려갔다.

심장이 술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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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가 내 머리에 너무 관심을 많이 보이는 거 같은데? 괜찮은 건가?’

 

* * *

황후는 입을 뻐끔거리는 커다란 잉어들에게 밥을 뿌렸다.

고 상궁은 잉어 밥이 담긴 자루를 들고서 황후의 눈치를 살피다가 황후가 한숨을 내쉬자 조심스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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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비마마 때문에 그러신지요?”

1황자와 4황녀의 생모인 교비는 황궁 내에서 아주 안정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황제는 뜨거운 불처럼 그녀를 사랑하진 않았으나 꾸준하게 그녀를 총애했다.

더 젊고 아름다운 후궁들이 많은데도 호색한 황제는 주기적으로 꽃다발을 들고 그녀를 찾아갔다. 사람들은 그녀가 황제의 첫사랑이라고들 했다.

최근 보름 동안에도 황제는 그중 나흘을 그녀에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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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황후는 남은 잉어 밥을 다 뿌린 뒤 손을 털고 돌아섰다.

고 상궁 옆에 서 있던 궁녀가 들고 있던 깨끗한 천으로 황후의 손을 빠르게 닦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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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린화 때문이다.”

황후의 말에 고 상궁과 궁녀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고 상궁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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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새 후궁들 중 요 귀인에게 가장 먼저 가시긴 했지요. 하지만 황후마마께서 신경 쓰실 정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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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후가 신경 쓰는 건 요린화 한 사람만이 아니야. 요린화의 뒤에 서 있는 요요화와 13황자까지 합쳐서다.”

황후가 자신의 딸을 황위에 올리기 위해서 경계해야 할 건 가장 뛰어난 황자가 아니었다. ‘모든’ 황자들이었다.

3황자는 병약해서 곧 죽을 테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13황자에게는 혼인으로 흠을 만들었기에 그를 떨칠 수 있었다.

황후는 자신의 침전으로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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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는 아직 연치가 많지 않으시지. 요린화가 황자를 낳아 다 기른다 해도 정정하실 나이이다. 요린화가 황자를 낳는다면 13황자와 요씨 가문이 그 황자에게 힘이 되어 주겠지. 기껏 13황자를 쳐내 둔 게 소용없어.”

침전에 돌아간 황후에게 고 상궁이 따뜻한 차를 가져다주었다.

황후는 차가워진 손을 찻잔에 녹이면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 태감이 안으로 들어오더니 황후에게 야릇한 표정으로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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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월에서 폐하께 보내셨다는 그 목련 머리 장식 말입니다. 백귀옥으로 만들어서 여러 마마께서 탐내신 그 장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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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폐하께서 후궁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으시고 따로 챙겨두셨지. 그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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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요 이국사에게 그걸 주셨나 보더군요. 요 이국사가 그걸 하고 폐하를 뵈러 왔다 합니다.”

고 상궁이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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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는 정말로 얼굴을 많이 보시네요.”

예전에도 황제는 장난삼아 이런저런 장신구를 고운 대신들에게 주고서 하고 다니라며 놀려댄 적이 있었다.

태감과 궁녀들도 따라 웃었다.

그러나 요요화가 사실 여인임을 아는 황후는 웃지 않았다. 황후는 황제가 요요화를 13황자와 혼인시키지 않고 요린화와 맺어주려 했던 일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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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

고 상궁이 황후의 표정을 알아차리고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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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십니까?”

황후는 찻잔을 옆의 탁자에 내려두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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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화와 요린화 사이를 갈라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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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황후는 입꼬리를 올리고서 고 상궁에게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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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보물을 두 개 가지고 요린화를 찾아가거라. 하나는 요린화에게 주고서 본후가 주는 선물이라 해. 다른 하나는 요요화에게 보내는 선물이니 대신 전해달라 하고. 말을 전하면서 자연스럽게 폐하의 목련 장신구 이야기를 흘리거라.”

 

* * *

황제는 내가 목련 머리 장식을 하고서 그를 찾아오자 입꼬리 양쪽을 삐뚜름하게 올려 웃었다. 어깨에 비스듬하게 걸쳐둔 그의 용포가 위태롭게 흔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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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어울리는구나.”

황제는 내 앞으로 저벅저벅 다가와서는 두 걸음 정도 떨어져 서서 나를 이리저리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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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잘 어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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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송합니다.”

어색하게 인사했으나 그는 내 말을 듣는 것 같지도 않았다.

황제는 내 주위를 둥글고 느릿하게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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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아름답구나. 요 이국사. 짐은 너처럼 동글동글한 머리를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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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송? 합니다?”

……내 두상이 마음에 드시나?

어리둥절해 하고 있자니 황제가 마구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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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이다.”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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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장식이 생긴다면 또 네게 주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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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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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쪽은 진담이고.”

황제는 즐거워 보였다. 어째서인진 모르겠지만.

하지만 나는 즐겁기는커녕 외줄을 걸어가는 기분이었기에, 머리를 조아리고서 최대한 황제가 기분 나쁘지 않도록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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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은 괜찮습니다, 폐하. 이미 장식이 많은걸요. 부모님께서는 늘 제게 머리치장 좀 그만하라고 말릴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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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더욱 주어야겠구나. 짐이 준 물건까지 요 가주가 간섭하진 못하겠지.”

이후로도 황제는 몇 번 더 내게 이 장신구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찬사를 늘어놓은 뒤 바쁘다며 가라 했다. 얼마나 깔끔하게 축객령을 내리던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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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거 보려고 오라 한 건가?’

나는 꾸벅 인사를 올리고서 황제의 서재를 빠져나왔다.

* * *

걸어갈 때마다 내 머리 장식에 달린 줄이 제멋대로 찰랑대는 게 느껴진다. 지나치게 화려한 머리 장식 때문인지, 지나다니던 사람들 몇몇이 내 머리를 쳐다보았다.

나는 당장 머리 장식을 떼어 주머니에 집어넣고 싶은 충동을 꾹꾹 눌렀다.

궁 안 전체에 황제의 눈과 귀가 있었다. 적어도 구석진 월무궁 부근에 갈 때까지는 이 빌어먹을 장식을 머리에 달고 있어야 했다.

황제는 이걸 달고서 자신을 보러 오라고 했다. 황제와 헤어지자마자 장식을 떼어 버린다면 그가 불쾌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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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걸 달고서 월무궁에 간다면 제자가 불쾌해하겠지. 제자는 내가 이걸 황제에게 받은 것만으로도 싫어했으니까.’

월무궁 안에 들어가기 전에 떼고 들어가자.

나는 좀 더 걸음을 빠르게 해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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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이라 그런가. 안 그래도 월무궁으로 가는 길은 제대로 조경이 안 되어 있는데. 유달리 삭막하네.’

그런데 빠른 걸음으로 열심히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월무궁 앞길을 반절 정도 지나갔는데 “스승님.” 하고 부르는 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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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놀라서 돌아보자 담벼락 아래쪽 그늘에 제자가 우두커니 서 있는 게 보였다. 피지도 않는 길쭉한 곰방대를 손에 든 채 눈을 커다랗게 뜨고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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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왜 거기 계세요?”

의아해서 불렀는데도 제자는 대답이 없었다.

대신 그는 천천히 내게로 다가와서는 이상한 눈길로 머리 장식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원래도 제자는 가끔 이상하긴 했지만, 지금은 더욱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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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그걸 보자 덜컥 겁이 나서 나는 제자의 팔을 슬쩍 잡았다.

제자는 불에 데기라도 한 듯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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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운 바람이 불면서 장식에 달린 끈이 제멋대로 흔들렸다. 장식을 다느라 반 묶음으로 묶은 머리카락까지 제멋대로 시야를 가렸다.

제자의 표정조차 잘 보이지 않을 지경이라 나는 손을 올려 잔머리를 전부 뒤로 넘겼다. 그러고서 쳐다보니 제자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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