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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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동료 모집
2022.02.05.


(이 작품은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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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은 학원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여기저기서 이유 모를 실종과 살인이 벌어지는데도, 고삼의 일상은 변치 않았다.

캄캄한 거리에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가로등이 적은 이 거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다녔는데, 요새는 너무 무섭다.

‘아빠한테 데리러 나와달라고 할까?‘

미영이 막 휴대폰을 꺼냈을 때였다.

바람이.

휘오오오-

울었다.

고개를 번쩍 드는 미영의 눈에 거대한 그림자가 비쳤다.

눈을 깜빡하기도 전에 그림자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으…….”

비명을 지를 새도 없었다.

그림자의 날카로운 발톱이 미영의 목을 갈랐다.

미영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깨닫지 못했다.

“안 돼!”

낯선 남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눈꺼풀을 깜빡 움직이자 시야가 빙글 돌았다.

그렇게 미영은 죽었다.

탕-!

제하가 쏜 총알은 놈의 근처에 닿지도 않았다. 놈은 이미 머리가 분리된 소녀의 몸통을 들고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놈이 고개를 들어 제하 쪽을 쳐다봤다. 검게 빛나는 잔혹한 눈빛에, 오싹 소름이 돋았다.

놈이 콧등을 찡그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금방이라도 제하를 꿰뚫을 듯 빛났다.

제하는 공포심을 떨쳐내고 다시 총을 겨눴다.

‘다들…… 어디에 있는 거지?‘

그들은 제하가 범의 시선을 끌어주면, 곧바로 범의 뒤를 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들이 기다리라는 곳에 어린 소녀가 지나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왜 아무도 안 오는 거야?‘

주위는 고요했다.

크르르르르-

범의 목에서 음산한 소리가 울렸다.

타앙-!

제하는 한 번 더 총을 쐈지만, 소용없었다.

범이 거슬리는 듯 인상을 찌푸리더니, 들고 있던 소녀의 몸통을 휙 던져버렸다.

범의 속도를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었다.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범은 이미 눈앞에 와 있었다.

“크윽!”

범의 커다란 손이 제하의 목을 움켜쥐었다. 제하는 범보다 덩치가 큰 편인데도, 범의 힘을 이길 수가 없었다.

범이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제하를 들어 올렸다. 날카롭고 긴 손톱이 제하의 옆구리를 파고들었을 때였다.

푸욱-!

날카로운 화살이 범의 목을 꿰뚫고 들어왔다.

범의 손아귀에서 힘이 빠지는 순간을, 제하는 놓치지 않았다. 몸을 틀어 빠져나오며, 총을 장전해서 범의 명치에 찔러넣고 그대로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범의 목에 밧줄이 걸리고, 여기저기에 단도가 박혔다.

제아무리 강한 범이라도,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공격을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풀썩-

검은색 연기가 걷히며 결국 범은 형체를 드러내고 쓰러졌다.

제하는 숨을 몰아쉬며 범을 내려다봤다.

공포와 흥분 때문에 잊고 있던 통증이 옆구리에 찾아왔다. 범의 손톱에 당한 상처가 꽤나 깊은 것 같다.

제하와 약속한 것보다 늦게 나타난 그들은, 제하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범을 끌고 가려 했다.

“이봐……!”

제하의 부름에, 범의 목에 건 밧줄을 잡고 있던 남자가 흘긋 돌아봤다.

이름이 성진이라고 했던가?

그들은 그 유명한 범 사냥꾼 ‘호랑나비 팀’의 팀원이었다.

“여자애가 죽었어…….”

“아아, 너한테는 다행이지. 그 애 덕분에 살았잖아.”

“뭐?”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

그제야 제하는 그들이 자신을 미끼로 사용했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약속된 보상은 받아야만 했다.

피가 흐르는 옆구리를 움켜쥐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내 몫은 내놔.”

“하!”

성진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야, 야. 이 새끼가 하는 소리 들었어?”

“푸하하하하. X신. 놀고 자빠졌네.”

“몫은 쥐뿔. 뭐, 한 게 있어야 몫을 주든가 하지.”

“대충 만든 총 하나 가지고 범 사냥에 끼어들려고 하다니…… 나 참.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놈들이 킬킬거리며 제하를 비웃었다.

수치심으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제하는 성진의 멱살을 잡았다.

“내놔, 약속한 몫.”

성진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떠올랐다.

성진이 제하의 옆구리에 난 상처에 손가락을 박아넣었다.

“으아아아악!”

참을 수 없는 격통에 제하가 비명을 질렀다. 무릎이 꺾였다.

퍼억-!

퍽-!

성진이 제하의 얼굴과 복부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숨을 쉬기 힘들었다. 제하는 몸을 둥글게 말았다.

“약한 새끼가 어디서 나대? 퉷!”

성진이 뱉은 침이 제하의 얼굴 바로 옆에 떨어졌다.

“멍청한 새끼.”

“하여간 돈이라면 눈이 뒤집혀서 저러는 것들이 있다니까.”

놈들이 킬킬거리며 멀어졌다.

어리석었다. 제대로 된 장비조차 갖추지 못한 제하를 팀에 끼워주겠다고 할 때부터 의심했어야 했다.

“이제 내게 훈련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알겠느냐?”

흐릿한 시야에 검은색 운동화가 들어왔다.

하루였다.

“훈련만 받으면…… 범을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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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맞선 범은 정말이지 강했다.

그 속도를 눈으로 따라잡을 수도 없는데,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호랑나비 팀이 벌써 여러 마리의 범을 잡을 수 있었던 건, 오늘처럼 미끼를 사용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제하는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미끼로 쓰고 싶지 않았다.

“훈련도 훈련인데…….”

하루가 제하에게 손을 뻗었다.

힘없는 손을 뻗자, 하루가 단단히 잡아 번쩍 일으켜 세웠다.

엉망으로 다친 제하의 얼굴을 살펴보며, “에잉, 쯧쯧.” 하고 혀를 찬 하루가 말했다.

“같이 싸울 동료부터 구해야겠구나.”

+++

“혀, 형님…… 사, 살려…… 줘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도건은 알 수 없었다.

동생들은 매번 자신들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도건에게 미안했는지, 약속 시간 전에 그에게 연락해 늦더라도 천천히 오라고 당부했다.

그래서 오늘따라 천천히 달려간 건데…….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동생들과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을 때, 참혹한 현장이 펼쳐져 있었다.

습격하려고 했던 트럭은 커다란 것에 부딪친 것처럼 부서져서 쓰러져 있었고,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트럭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숨이 붙어 있었지만, 트럭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은 폭발에 휘말리기라도 한 것처럼 원래의 형체를 유지하지 못했다.

‘아니, 폭발이 아니야.’

강한 힘이 팔다리를 잡아서 뜯어냈다. 짐승의 이빨이 몸통을 물어뜯었다.

요새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범’이라는 놈들인 게 분명했다.

시신들 사이에 동생들도 있었다.

그나마 경수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숨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몸의 반이 뜯겨나갔다. 이 숨도 오래 가지 않으리라는 걸, 도건은 알았다.

“경수야…… 정신 차려봐. 살 수 있어. 날 봐.”

경수의 눈동자가 끄르륵, 뒤로 넘어갔다.

“안 돼, 경수야. 정신 차려. 나를 봐. 눈 똑바로 뜨고.”

뺨을 살짝 두드리며 울부짖듯 외치자, 경수의 눈동자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형님…….”

경수가 웃었다. 피를 토했는지 입술 주위가 피투성이였다.

“울지 마요.”

어느새 울고 있었나 보다.

경수의 볼 위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이 빗물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이번엔 우리가…… 먼저 도착했어요, 형…… 괜찮아요…….”

도리어 위로를 받고 말았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우리가 먼저 갈게…… 형은…… 천천히 와. 정말…… 괜찮…….”

거기까지였다.

이번에는 눈동자가 뒤로 넘어가지도 않았다.

빙그레 웃고 있는 경수는 금방이라도 일어나서 “짜잔! 놀랐죠? 깜짝 카메라였습니다.”라는 말을 할 것만 같았다.

경수를 내려두고 쓰러진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녔다.

누군가, 누군가는 제발 살아 있기를.

그 어떤 모습이라도 괜찮으니, 살아 있기를.

“오빠…… 건이 오빠…….”

꿈결처럼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도건은 발을 서둘렀다.

“가현아!”

놀랍게도 트럭 바로 옆에 있던 가현이 살아 있었다.

하지만 가현의 상태도 좋지 않았다. 트럭이 가현의 하반신을 완전히 뭉개버렸다.

“이상해, 오빠. 몸이 안 움직여…….”

“기, 기다려봐. 내가 치워줄게.”

도건은 허둥지둥 일어나 버스 아래를 잡고 힘을 줬다. 금괴를 잔뜩 실은 무거운 트럭이 들썩, 움직였다.

“오빠…… 오빠아…….”

가현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오빠아……. 나…… 싫어…… 흐응……. 죽기…… 싫어……. 오빠…….”

.
.

“허억!”

도건은 눈을 번쩍 떴다.

“허억.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날 이후로 매일 밤 그날의 꿈을 꾼다.

공기 중에 자욱한 피비린내, 고통스러운 신음과 여기저기 흩어진 살점, 그리고 동생들.

피를 나누지는 않았어도 그보다 진한 무언가로 연결된, 소중한 동생들이었다.

동생들은 도건을 원망하지 않았다.

차라리 원망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죽기 싫어.

가현의 마지막 음성이 귓가에서 떠나질 않았다.

도건은 몸을 일으켰다.

폐건물에 있던 작은 소파에 누워 잠을 잤더니 온몸이 뻐근했지만, 시간 낭비를 할 수는 없었다.

도건은 자는 중에도 허리에 차고 있던 총을 꺼내서 점검했다.

총을 도로 집어넣은 도건은,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손가락 사이로 충혈된 눈이 붉게 빛났다.

“두고 봐, 범 새끼들. 다 죽여버릴 테니까.”

+++

후포의 오른팔인 마로는 후포의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 애도 건드리지 마. 여자도 건드리지 마. 성실하게 사는 놈도 건드리지 마. 그럼 대체 뭘 건드리라는 거야?”

마로는 인간이 싫어서 견딜 수 없었다.

오래전, 범의 뒤통수를 친 배신자의 혈통.

놈들이 이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범을 배신하는 바람에, 범은 그 지긋지긋한 곳에서 고통받으며 아득한 세월을 살아야만 했다.

“바퀴벌레 같은 새끼들…….”

마로는 폐건물의 창가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바글거리는 인간들을 모조리 죽이고 싶었다.

평범하게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고통받은 만큼, 저놈들도 고통을 받아야만 한다.

자신의 조상이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르는 채, 행복하게 살아온 저놈들은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자박-

마로의 예민한 귀에 기척이 느껴졌다. 어둠 속이지만, 검은 옷을 입고 다가오는 형체를 분명하게 잡아냈다.

마로는 검은 안개를 불러내 자신의 모습을 가리고, 빠르게 놈을 향해 달려갔다.

놈은 곧장 목이 떨어져야 마땅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이런, 이런…… 대화 좀 하려고 온 건데, 갑자기 달려들면 너무 무례하지요?”

순식간에 바닥에 눕혀진 마로는 눈을 꿈뻑거리며, 자신을 드러눕게 만든 사내를 올려다봤다.

범인 마로를 큰 힘도 들이지 않고 단숨에 눕혀버리다니.

‘평범한 인간이 아니군.’

어디선가 본 얼굴이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마로가 손톱을 세워 팔을 들어 올렸지만, 그조차 쉽게 제압당했다.

숨 쉬는 것보다 쉽게 마로의 팔을 밟아 누른 사내가 싱긋 웃으며 검은 부채로 입가를 가렸다.

“우리, 얘기 좀 해볼까요? 당신에게 아주 좋은 제안이 하나 있는데.”

-원작: HYBE
-공동기획: HYBE / NAVER WEB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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