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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재정비 (13/85)


13. 재정비
2022.04.09.


(이 작품은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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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주안에게 말한 후, 제하와 도건을 돌아봤다.

“놈들의 본거지로 가는 길을 발견했다.”

“어디야?”

주안과 도건이 달려들 듯 물었다.

“말해주지 않을 거다.”

하루의 말에 도건의 콧등에 주름이 생겼다.

“말해!”

“아니, 말하지 않을 거다.”

도건이 하루의 멱살을 잡았다.

“너, 날 놀리는 거냐? 말하라니까!”

“그래, 말해줘. 부탁할게.”

주안이 간절하게 말했지만, 하루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제하는 당혹스러웠다.

하루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야, 너 왜 이래? 지금 우리 장난치는 거 아냐.”

“나도 장난치는 거 아니다. 생각해봐라. 내가 지금 놈들의 본거지를 말해주면, 이 녀석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 같으냐?”

“그거야…….”

“당장 쳐들어가겠지. 그럴 만한 힘도, 능력도 없으면서. 불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뛰어들 게야. 안 그러냐?”

하루의 멱살을 쥐고 있던 도건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난 강해. 너도 봤잖아.”

주안이 부드럽게 말했지만, 하루는 고개를 저었다.

“그 정도로는 안 된다. 내가 보고 온 곳은 놈들의 본거지였다. 그곳을 지키는 범이 한두 마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적당한 무기도 없는 네놈이 그 범들을 전부 상대할 수 있겠느냐?”

하루의 말이 옳았다.

주안도 하루의 뜻을 이해했지만,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불티를 잡고 싶었다. 그놈이 그녀에게 한 짓을 고스란히 되돌려주고 싶었다. 그녀가 준 이 힘으로, 그녀의 복수를 해주고 싶었다.

“우리는 그곳에 가기 전에 재정비를 해야 한다. 복수심도 좋지만.”

하루가 손바닥으로 주안과 도건의 가슴을 한 번씩 쳤다.

주안은 하루가 자신의 복수심을 어떻게 아는 건지 의아했다.

“복수하러 갔다가 죽어 나자빠지면 아무 소용없지.”

+++

호랑나비 팀의 경태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저, 저게 뭐야……?’

총대장 동철은 경태에게 팀원들을 붙여주며, 어떻게든 제하를 죽이라고 했다.

-“그놈은 사사건건 우리를 방해하고 있다. 너, 성진이네 팀 얘기는 들었냐?”

-“모, 못 들었습니다.”

-“성진이가 먼저 범을 발견했는데, 그놈이 중간에 가로채면서 성진이네 팀을 아주 짓밟았다더군.”

-“어, 어떻게 그런 짓을……!”

-“그래, 아주 죽어 마땅한 놈이라니까? 우리 인간들이 힘을 합쳐야 할 때, 그런 놈은 인간들을 위험에 빠뜨릴 뿐이지. 그러니까 죽여라.”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좀 다치더라도 수습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했다.

“너무 대놓고는 말고, 범을 잡는 척하면서 사건으로 위장해서 죽여…… 우리는 살인자는 아니니까.”

경태는 자신 있었다. 소싯적 유도를 했고, 지금도 팀 내에서 꽤 강한 축에 속했다.

저번에 본 제하는 경태보다 키도, 덩치도 더 컸지만, 어차피 싸움은 기술이다. 힘이 좀 더 세다고 해도, 이길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저번에 제하의 엎어치기가 먹힌 건 갑작스러운 공격이라 미처 대비하지 못해서 그랬을 뿐.

게다가 그쪽은 두 명이고, 이쪽은 일곱 명이다. 하루라고 하는 비실비실한 놈은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아니, 신경 쓸 필요가 없어야 했는데…….

‘어,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는 거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경태가 제하와 하루의 뒤를 쫓고 있는데, 제하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속도라서 경태는 따라갈 수도 없었다.

“꺄아아아악!”

그 후에 들려오는 비명 소리.

제하가 그쪽으로 갔을 거라고 생각해 달려가며 의문을 품었다.

‘대체 저쪽에서 뭔가 벌어진다는 걸 어떻게 안 거지?’

경태가 품은 의문은, 전투 현장을 보는 순간 깨끗이 지워지고, 그 자리를 경악이 채웠다.

범 2마리를 상대하는 제하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범과 비등할 정도로 빠른데.

퍼억-!

쿵-!

힘까지 셌다.

딱히 새까만 검을 들지 않아도, 주먹이 무기였다.

거기에 하루는 또 어떤가.

쌔액-!

차르르-

하루의 붉은 오랏줄은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늘었다가 줄었다가 하며, 제하의 싸움을 서포트했다.

오랏줄에 발목이 묶인 범은 크읏, 소리와 함께 하루가 원하는 곳으로 딸려갔다.

‘무슨 힘이 저렇게……?’

경태는 범을 상대한 적이 자주 있기에, 범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었다.

범이란 존재는 주먹질 한 방에 나가떨어지지도, 밧줄에 묶였다고 질질 끌려가지도 않는 존재였다.

범 사냥꾼들이 평범한 인간보다 뛰어난 신체적 능력이 발화하기 시작했다 해도, 어느 정도 인간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제하와 하루는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

‘저거…… 정말로 인간 맞아? 범이 인간인 척하는 거 아냐?’

그런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게, 제하도 제하지만 하루의 움직임이 남달랐다.

하루는 땅을 박차고 올라 마치 공기를 밟고 달리는 듯 움직여,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그 기술은 범이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써걱-!

한 마리의 범의 목이 떨어지고.

“크허어어어엉!”

남은 한 마리가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범이 자신의 동료를 부르는 것이리라.

그곳에 있으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경태는 꼼짝할 수가 없었다.

원래 인간은 자신의 예상 범주를 벗어난 경이로운 존재를 보게 되면 굳어버리기 마련이다.

경태 또한 그랬다.

제하와 하루의 전투는 정말이지 경이로웠다.

서걱-!

울부짖던 범의 머리도 떨어졌다.

“허억! 허억!”

제하가 허리를 반쯤 굽히고 헐떡거렸다. 하루는 그렇게 돌아다녔으면서 고른 호흡을 유지하고 있었다.

“가자. 범들이 몰려오겠구나.”

“응, 가야지.”

검을 집어넣고 걸어오던 제하와 경태의 눈이 마주쳤다.

경태를 알아본 제하가 미간을 좁혔다.

“뭐야? 할 말 있어?”

경태는 입을 꾹 다물고 열심히 고개를 저었다.

제하가 경태의 어깨를 툭 쳤다.

“도망쳐. 곧 범이 온다.”

그 말을 남기고 걸어가는 제하의 뒷모습을, 경태 일행은 그저 멍하니 지켜봤다.

하마터면 “형님!” 하고 튀어나올 뻔한 말을 꿀꺽 삼키면서.

+++

“12억이야.”

제하가 통장 총액을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봐봐, 형. 이거 정말 12억 맞지?”

“그래, 그래. 12억 맞다, 맞아.”

도건이 아이를 달래는 듯 말했다.

“우와, 내 인생에 12억을 보는 날이 오다니…… 이거, 그냥 현금으로 찾으면 안 돼? 지폐로 찾아서 방 안에 뿌려두고 한 번만 굴러보자. 응?”

“관둬, 인마.”

도건이 키득키득 웃으며 제하의 뒤통수를 가볍게 때렸다.

“하지만…… 12억이잖아. 형은 해보고 싶지 않아? 주안이 형은 어때? 해보고 싶지?”

주안은 호들갑을 떠는 제하를 보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녀를 잃은 후, 주안은 진득한 어둠 속을 걷는 것 같았다. 농도 짙은 어둠에 질식해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하 일행과 함께 있으면, 아주 잠깐이나마 빛 속으로 나온 기분이 들었다.

언제나 뚱한 표정으로 다니는 제하는, 돈 앞에서만 저토록 밝아졌는데 그게 귀여웠다.

문신이 가득해서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던 도건은 의외로 리더십이 있는, 성실한 형이었다.

‘이곳이 내 있을 자리인 것 같아.’

가족과 함께 있을 때보다 편안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하지만 안 돼. 내가 할 일을 잊어서는 안 돼.’

주안을 지키다가 죽어간 그녀를 떠올렸다. 그녀의 마지막 숨이 넘어가던 순간이, 바로 어제의 일처럼 생생했다.

주안은 아무도 모르게 주먹을 굳게 쥐었다.

‘불티. 반드시…… 내 목숨이 다하는 한이 있더라도, 네놈만은 내가 죽인다.’

주안이 남몰래 다짐하고 있는데, 하루가 제하에게 말했다.

“금 보기를 개 보듯이 하라는 말도 모르느냐, 제하.”

“돌 보듯이겠지. 너, 그거 잘 모르면 그냥 쓰지 마.”

“12억에 홀려서 늑장 부릴 때가 아니다. 무기를 사러 가자.”

요 이틀간,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미친 듯이 범을 찾아다녔다.

제하와 하루가 한 팀, 도건과 주안이 한 팀을 이뤄서, 위험하다 싶은 곳은 샅샅이 훑고 다녔다.

그렇게 해서 모은 돈이 12억이었다.

“12억 가지고는 제대로 된 무기 하나 사기도 힘들 거야.”

도건의 말에 제하가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무기가 왜 그렇게 비싸지는 거야? 예전에는 더 싸게 구할 수 있었잖아.”

“내가 좀 알아봤는데, 누가 무기를 전부 사들이는 모양이야. 그래서 시중에 나오는 무기가 거의 없대. 손재주 있는 놈들이 직접 재료를 조달해서 만든 것만 풀리니, 무기가 비싸질 수밖에 없나 봐.”

“대체 지금 같은 때 누가 그런 짓을 해? 어떤 부자 놈이 자기 혼자 살겠다고 무기를 전부 사들이는 건가?”

“그럴지도 모르지. 며칠 전에 거래소에 갔을 때, 내 것 같은 총 한 자루가 3억이었어. 알다시피 내 총, 그렇게까지 끝내주는 총은 아니거든.”

도건이 자신의 총을 휘리릭 돌리며 덧붙였다.

“어쨌든 우리는 전부 무기가 있긴 하니까, 주안이가 쓸 만한 걸 최우선으로 고르고, 남는 돈이 있으면 우리 걸 사든가 하자.”

+++

거래소는 여전히 북적거렸다.

거래소는 무기와 방어구를 판매,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망가진 무기를 수리할 수 있는 코너도 있었기 때문이다.

거래소라고는 하지만, 여러 상인이 좌판에 무기를 늘어놓고 판매하는 시장 같은 곳이었다.

좀 잘되는 집은 트레일러로 가게를 내서 운영 중인, 난잡한 곳이었다.

“사냥꾼이란 사냥꾼은 다 모이는데, 그래서 제일 위험한 곳이기도 해. 경계를 늦추지 마.”

도건이 말했다.

거래소에 사냥꾼이 많이 모이는 만큼, 싸움도 자주 벌어지고, 서로의 것을 탐내다가 죽이는 일도 생겼다.

그렇게 사람이 죽어나가도 경찰은 오지 않았다.

그야말로 치외법권, 무법지대였다.

“주안이 형, 이거다 싶은 무기가 있으면 말해줘. 알겠지?”

“다 같이 모은 돈인데 내 걸 사는 데에 써도 될까?”

“그러려고 모은 돈인데, 뭐. 돈보다는 목숨이 중요하니까,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이거다 싶을 때 말해줘야 해.”

“그래, 알겠어.”

제하 일행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좋은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며 돌아다녔다.

그런 그들의 뒤를 밟는, 낯선 그림자가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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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HYBE
-공동기획: HYBE / NAVER WEB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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