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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척살검 (30/85)


30. 척살검
2022.08.06.


(이 작품은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

어딘가로 나갔던 하루가 돌아왔을 때, 그의 손에는 그와 어울리지 않는 총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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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총을 도건에게 건넸다.

“표리가 주더구나.”

“표리가……? 그 자식, 그 지랄을 떨고 나가더니, 이제 와서 이걸 준다고?”

“오해가 있었던 듯하다.”

“무슨 오해?”

“하아.”

하루가 답지 않게 한숨을 내쉬고 의자에 앉았다.

“표리는 두두리다.”

“두두리? 그건 또 뭔데?”

“신시에는 범과 곰만 사는 게 아니었지. 다른 일족도 함께 살고 있었다. 그중, 범과 곰이 유독 강했을 뿐.”

하루의 말에, 그들은 세인이 전생에서 보았다는 많은 종족을 떠올렸다.

“두두리는 그 종족 중 하나다.”

“하루, 너…… 기억이 돌아온 거야?”

하루가 오래전의 기억을 잃었다는 걸 아는 제하가 물었다.

하루가 고개를 저었다.

“표리를 보았을 때, 그가 두두리라는 건 알 수 있었지만…… 이 이야기는 표리가 해준 거다. 그 일족은 그 이야기가 전해져 왔더구나.”

“너한테 다 얘기해줬어?”

“전부는 아니고……. 하아.”

하루가 또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에게 전해진 이야기 속에서, 타배는 배신자더구나.”

두두리 일족은 타배를 믿었다.

두두리뿐 아니라 다른 일족도 전부 타배를 믿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범들이 다른 종족을 죽이고 다니는 상황에서 믿을 건 타배밖에 없었다.

범은 신시의 종족 중 가장 강했는데, 타배에게는 범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전쟁에서 타배를 도와 승리로 이끌었는데, 타배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곰 이외의 다른 종족들을 전부 신시에서 쫓아냈다고 하더구나.”

대부분의 종족은 신시 밖에서 제대로 살아남지 못했다.

두두리 일족은 구멍을 파고 신시 지하 깊은 곳으로 숨어 들어가, 지금껏 명맥을 유지해왔다.

“그럴 리가 없어. 내가 본 타배는…… 그런 비열한 느낌이 아니었다고.”

세인의 주장에 하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희미한 기억뿐이지만, 타배가 그런 짓을 할 녀석이 아닌 것 같기는 한데……. 그래서, 도건아. 이 총을 쓸 게냐, 안 쓸 게냐?”

“안 써. 제하한테 잡종이라고 부른 거 사과하기 전까지는 안 써.”

“형, 난 정말 괜찮아.”

“안 괜찮다고! 잡종이라니. 그런 건 개한테도 안 쓰는 말이야.”

도건의 태도가 완고하기에, 하루는 어쩔 수 없이 총을 서랍 안에 집어넣었다.

제하는 자신이 잡종이라고 불린 것보다, 하루가 너무 지쳐 보이는 게 신경 쓰였다.

“하루야, 너…… 괜찮은 거야?”

하루가 쓰게 웃었다.

“좀 자야겠다. 왜인지 너무 피곤하구나.”

바위인 탓에 누구보다도 잠이 없었던 하루는 그날 이후 하루의 대부분을 자면서 지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또 한 달이 지나가, 더운 여름이 되었다.

그동안 착호는 착실하게 범 사냥을 하느라, 신시에서 자신들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지 못했다.

+++

소영과 정미, 성준은 1구 사건 이후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학교에 가면 ‘착호’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성준은 입만 열면 “우리 위대하고 개쩌는 착호 형님들.”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그날도 열심히 ‘우리 착호님들’에 대해 얘기하는데, 한 친구가 휴대폰을 내밀었다.

“네가 말하는 그 착호님들이 이 사람들이야?”

휴대폰 화면에는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동영상 제목은 [떠오르는 범 사냥꾼, 착호를 만나다.]였다.

마치 착호를 만나서 인터뷰를 한 것 같은 제목이지만, 착호가 싸우는 걸 멀리서 찍은 동영상에 불과했다.

동영상에 나온 건 제하와 주안이었는데, 둘 다 움직임이 어찌나 빠른지 중간중간 멈출 때가 아니면 그들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저기요.”

싸움이 끝난 후, 제하가 범 머리를 들고 가려는데, 동영상을 찍은 사람이 그를 불러 세웠다.

제하가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그를 돌아보는 모습이 똑똑히 찍혔다.

옹기종기 모여서 화면을 보던 성준이 “크흐! 역시 멋지시다, 우리 개쩌는 형님!” 하고 외쳤다.

-“착호세요?”

동영상 주인의 질문에, 제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주안과 함께 달려가는 모습을 보며, “연예인 감별기”라고 불리는 학생 한 명이 예언했다.

“저 사람들은, 뜰 거야.”

+++

A 백화점 사건이 벌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철은 기자회견을 열었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제가 동료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에 벌어진 일입니다.”

사건을 일으킨 팀원들은 쫓아내고, 아직 남은 팀원들은 다들 성실하게 범 사냥을 하는 사람들뿐이다.

앞으로 관리를 잘해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

신시의 안전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호랑나비가 되겠다.

그렇게 열심히 사죄하고, 팀원들을 풀어 범에게 피해를 받은 사람들과 그 유족들에게 일일이 찾아가 생활에 도움을 주는 봉사활동을 하라고 시켰다.

[생각해보면 호랑나비 총대장이 잘못한 건 아니지.]

[맞아. 미꾸라지가 물 흐린다는데, 미꾸라지는 쫓아냈다잖아.]

[일부가 한 짓으로 전체를 욕하지 맙시다.]

댓글 알바를 써서, 분위기도 바꿔보려고 노력한 결과, 요새는 호랑나비를 두둔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한 번 놓친 영광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고, 한 달 넘게 지난 지금 그 영광이 다른 놈들에게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착호…….”

[떠오르는 범 사냥꾼, 착호를 만나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린 BJ는 침을 튀겨가며 착호가 얼마나 멋진지 떠들어댔다. 댓글도 대부분 착호를 추앙하는 분위기였다.

호랑나비가 막 떠오르고 있을 때보다도 과열된 분위기는, 아마 착호의 외모도 한몫할 터였다.

“하나같이 계집애처럼 생긴 놈들이 뭐가 좋다고…….”

제하에 대해 처음 알게 됐을 때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딱 들어맞았다.

그때 직접 손을 써서라도 그놈을 죽였다면,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괜히 부하들에게 맡겼다가 모든 걸 그르쳤다.

이제 제하도, 착호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그들의 얼굴은 너무 많이 알려졌고, 너무 많은 사람이 착호에게 열광했다.

하지만 동철은 이대로 범 사냥 1위 자리를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아직 호랑나비는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동철은 부하를 불러서 명령했다.

“거래소에 가서, 나온 무기를 싹 사들여. 얼마가 들든 상관없으니까.”

+++

후포는 빈집에 들어가 빈둥거리는 중이었다.

어제 어린애들을 데리고 위험한 사업을 하는 놈들의 소굴에 들어가, 다섯 명이 넘게 잡아먹고 왔더니 배가 불러서 나른했다.

“이렇게 느긋하게 쉬는 것도 좋네요, 주군.”

후포 옆에 앉아 있던 허서가 말했다.

“요새 마로랑 불티가 안 보이는군.”

마로와 불티, 그리고 허서는 후포와 가장 가까운 부하들이었다.

“그러게요. 뭐, 원래 인간들을 유독 증오하던 녀석들이니 살판나서 돌아다니겠죠.”

“너무 나대지 말라고 해둬라.”

“네. 아, TV 좀 봐도 될까요?”

허서는 요새 TV에 푹 빠져 있었다.

후포가 고개를 끄덕이자, 허서가 TV를 틀었다.

마침 뉴스에서 인터넷 방송 BJ가 올린 동영상에 대한 정보가 나오고 있었다.

뉴스를 싫어하는 허서가 채널을 변경하려는데, 후포가 손을 들었다.

“기다려.”

화면 안에는 BJ가 찍은 동영상이 자료화면으로 재생되는 중이었다.

범과 싸우는 두 명의 범 사냥꾼.

“주군, 이게 뭐 좋은 거라고 보고 그러십니…….”

허서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화면을 노려보는 후포의 눈동자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둡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포는 화면 속의 남자가 휘두르는 검은색 검을 알아보았다.

후포의 동족을 수없이 베어 죽인 검.

“척살검…….”

허서도 그 검을 알았다.

그제야 화면 속 인간이 가진 검이 척살검이라는 걸 알아본 허서의 얼굴이 차게 굳었다.

후포의 콧등에 깊은 주름이 새겨졌다.

“타배…….”

후포가 벌떡 일어났다.

“타배애애애애애!”

+++

불티 또한 빈집에 숨어 들어가서 상처를 회복하는 중이었다.

제하 일행에게 입은 상처는, 쉬이 낫지 않았다.

마치 오래전의 전쟁에서 입은 상처처럼.

“야, 불티.”

불티를 위해 인간을 잡아 온 마로가, 낑낑거리는 여자를 불티의 앞에 던져주며 말했다.

“널 그렇게 만든 게, 혹시 이 인간이냐?”

마로는 여자의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었다.

불티가 손을 내밀자, 마로가 휴대폰을 건넸다.

그 안의 영상을 본 불티의 송곳니가 길어지는 걸 보며, 잡혀 온 여자가 비명을 질러댔다.

퍼억-!

여자를 발로 차서 기절시킨 마로가 동영상을 멈추고, 제하가 든 검을 가리켰다.

“너, 이 검 기억 안 나냐?”

“이 검이 왜? 내가 기억하는 건, 이 새끼 얼굴이야!”

“인마.”

마로가 불티의 뒤통수를 가볍게 쳤다.

“이 검도 기억해야지. 우리 아버지를 죽인 검인데.”

그제야 불티는 제하가 든 검은색 검에 집중했다.

불티의 눈에 광채가 돌았다.

불티가 마로를 올려다보자, 마로가 차갑게 웃었다.

“그래. 이 자식을 죽일 이유가 또 하나 생겼네?”

+++

그는 커다란 TV에 나오는 화면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가 부채를 펼쳐 입을 가리고 중얼거렸다.

“저런.”

그는 TV에 나오는 영상을 멈추고, 천천히 걸어가서 TV 앞에 섰다.

TV의 가장자리에 [YISAL]이라는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 TV, 에어컨, 휴대폰과 온갖 가전제품, 화장품, 생필품…….

신시에 존재하는 것 중 ‘이살’의 로고가 찍히지 않은 것이 드물었다.

그리고 그는 그 ‘이살’의 주인 환웅이었다.

환웅은 가늘게 뜬 눈으로 제하가 들고 있는 검을 응시하다가, 검지를 화면에 가져다 댔다.

그의 검지로 검의 모양을 따라서 길게 내리그었다.

“저런. 저런. 저런.”

환웅은 넓은 사무실 안을 천천히 걷다가, 다시 소파에 돌아와서 앉았다.

“저런……. 어디서 많이 본 검이라고 생각했는데…….”

환웅이 팔을 들자, 사무실 구석의 어둠에 몸을 숨기고 있던 생물이 날아와 환웅의 팔에 앉았다.

그것은 독수리처럼 생겼지만, 뱀의 꼬리와 원숭이의 귀를 가지고 있는 기묘한 생명체였다.

“아무래도 저 사내가 저 검을 참 잘 다루는 것 같지요?”

“끼이이.”

“그냥 놔둬도 알아서들 자멸할 줄 알았는데, 저 검이 등장한 이상 구경만 할 수는 없겠네요.”

환웅은 기묘한 독수리의 머리를 긁어주며, 재미있는 놀이라도 하듯 흥겹게 덧붙였다.

“슬슬 판을 하나 더 깔아줘야겠어요.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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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HYBE
-공동기획: HYBE / NAVER WEB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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