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 대체 왜? (43/85)


43. 대체 왜?
2022.11.05.


(이 작품은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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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알람을 확인하고 달려온 호수와 세인, 환, 그리고 도건은 울적한 표정으로 서 있는 남자를 보았다.

뿔테 안경을 쓴 남자는 호수가 다가가자 어깨를 움찔 떨었다.

“포수를 사용한 분입니까?”

“아, 네에…….”

“범들은……?”

“저기…… 제 친구를…….”

남자가 골목을 가리켰다.

호수는 남자의 태도가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친구가 범한테 잡혀서 죽어가는데, 왜 이렇게 침착하지?’

하지만 쓸데없는 고민을 할 틈이 없었다.

괜한 생각으로 머뭇거리다가, 살릴 수 있는 생명을 놓칠지도 모른다.

어쩌면 납치당해서 자신이 당했던 것과 같은 짓을 당할지도 모른다.

환과 세인은 이미 골목 안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호수도 도건과 함께 그들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아무리 달려도 범이 인간을 습격하는 소리 같은 건 들리지 않았다.

습격 후에 공기 중에 퍼지는 피비린내 또한 없었다.

이윽고 골목길 끝에 도착했을 때, 세인이 인상을 찡그렸다.

“뭐야? 아무도 없는데?”

“습격 흔적도…….”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타앙-!

총성과 함께.

“도망쳐!”

누군가가 외쳤고.

“헉!”

세인의 눈이 커졌고.

“세인아!”

도건과 환이 동시에 외쳤고.

“어…….”

세인이 자신의 배를 움켜쥐었고.

풀썩-

그대로 허물어졌다.

+++

얼룩 범이 불러들인 범들이 도착하기 전에, 제하는 얼룩 범의 목을 베었다.

“도망쳐요.”

제하는 아직도 주저앉아서 바들바들 떠는 연인에게 말했다.

제하와 하루, 주안 셋이서 여러 마리의 범들을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어서 도망쳐요!”

주안이 남자의 팔을 잡아서 억지로 일으키며 말했다.

하지만 늦었다.

휘익-!

주안의 목 뒤로 선뜩한 기운이 다가왔다.

주안은 피하려다가, 자신이 피하면 연인이 다친다는 걸 깨닫고는 그대로 팔을 들어서 손톱을 막아냈다.

서걱-

범의 힘이 담긴 주안의 팔은 완전히 잘리진 않았지만 깊게 베였다.

뒤늦게 날아온 오랏줄이 범의 오른팔을 묶었다.

하루는 두 다리로 단단히 버티고 서서, 범을 끌어당겨 주안에게서 떨어뜨렸다.

갈색 범은 하루에게 끌려가며, 이미 죽은 제 동족을 확인하더니 울부짖었다.

“크허어어…….”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기 전, 제하가 팔꿈치로 갈색 범의 명치를 찍었다.

“커헉!”

갈색 범이 쿨럭, 쿨럭, 잔기침을 내뱉었다.

갈색 범은 타격에 고통스러워하는 척하면서 왼손에 힘을 실어, 제하를 향해 뻗었다.

더 길어진 손톱이 제하의 복부를 향해 날아들었지만, 제하는 훌쩍 공중제비를 돌아서 그 손톱을 피했다.

하루가 오랏줄을 늘려, 갈색 범의 왼팔도 꽁꽁 묶어버렸다.

자세를 수습한 제하가 갈색 범의 목을 벨 의도로 척살검을 끌면서 다가가는데, 주안이 그 앞을 막았다.

“잠깐, 제하야. 우리, 범을 사로잡으면 묻기로 한 게 있었잖아.”

“아…….”

제하는 그제야 갈색 범이 전투 불능에 빠졌다는 걸 깨달았다.

얼룩 범보다 약한 범인지, 갈색 범은 끙끙거리며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쳤지만, 하루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갈색 범이 생각을 바꾸고 하루를 향해 달려들었으나, 하루가 갈색 범의 복부를 발로 찬 후, 오랏줄의 방향을 바꿔 범을 뒤로 돌려세우고 나서 놈의 무릎 뒤를 가격해 쓰러뜨렸다.

하루가 범의 등을 세게 밟았다.

몸부림치던 범이 다시 울부짖으려 했지만, 제하가 쭈그리고 앉아서 그 입을 막았다.

갈색 범이 증오에 찬 눈으로 제하를 노려봤다.

“동족을 부를 생각하지 마. 묻고 싶은 게 있어.”

“…….”

“너, 불티랑 같이 다니는 놈이냐?”

갈색 범의 눈이 가늘어졌다.

제하가 손을 떼주자 갈색 범이 제하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인간 중에 잡종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그게 네놈이었군. 너, 풍래와 무녀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지?”

“…….”

“풍래의 힘을 받았나 보군. 평범한 인간과 다른 힘을 가졌더니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냐? 우리를 전부 몰살할 수 있을 것 같아?”

“먼저 시작한 건 너희야.”

“아니, 너희야. 너희가…… 아니지, 너랑 똑같은 잡종 새끼가 시작한 싸움이지. 타배, 그 미친 배신자 새끼.”

타배.

세인이 본 전생의 이름이 범의 입에서 나왔다.

그런데 미친 배신자 새끼라니.

세인이 들려준 얘기 중에는 그런 부분이 없었다.

하지만 타배를 두둔하기에는, 타배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제하 일행이 아는 것은, 타배가 신시의 평화를 위해 앞장서서 싸웠다는 것뿐.

“타배는 신시를 위해…….”

“아, 너도 타배를 아느냐? 풍래가 얘기해줬나?”

“아니. 아버지는 그런 얘기를 해준 적 없어. 그런 얘기를 해주기도 전에, 네놈들 손에 죽었으니까.”

제하의 말에 갈색 범의 눈동자가 일렁, 흔들렸다.

하지만 그건 아주 짧은 순간이라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배신자는 죽어야지. 풍래, 그 새끼는 타배가 곰들이랑 한 짓을 알면서도…… 타배, 그 자식 손에 제 동생을 잃었으면서도 곰이랑 붙어먹었으니…….”

갈색 범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흐…… 흐아아아아. 아아아아.”

“으아…… 으아으아…….”

갈색 범을 신경 쓰느라 잊고 있던 연인이 갑자기 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돌아봤더니, 연인은 제하의 뒤쪽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으헉! 저게 뭐야?”

갈색 범이 경악한 듯 외쳤다.

제하의 등을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뭔가 있어.’

등 뒤에 무언가 있다.

아주 불길하고 어두운 무언가가.

제하의 기민한 감은, 돌아서 확인하기도 전에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저번에 본 그 괴물.’

제하는 검을 움켜쥐고 돌아섰다.

동시에, 악취를 풍기는 독액이 제하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

덥석-

환이 쓰러지는 세인을 받쳐 들었다.

호수가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범의 힘을 받아 예민해진 감을 더욱 날카롭게 벼렸다.

‘범이 아니야.’

범 특유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른쪽 옥상에 둘.”

호수가 말하는 도중에, 또다시 총성이 울렸다.

탕- 타앙- 탕-!

난무하는 총알이 호수 일행을 향해 날아왔다.

그중에는 범 사냥꾼의 힘이 실려, 목표를 따라다니는 총알도 있었다.

‘이대로는 안 돼.’

호수는 범의 힘을 끌어올렸다.

뱃속에 웅크리고 있던 범의 힘이 눈을 떴다.

새벽녘 태양이 고개를 드는 것처럼 붉게 움튼 힘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호수는 팔을 휘둘러 도건을 밀어내고, 세인을 안고 있는 환의 허리를 다른 한 팔로 감은 채 몸을 날렸다.

그러면서도 도건의 상태를 확인했다.

호수에게 밀쳐진 도건은 재빨리 몸을 굴려, 전봇대 뒤로 몸을 숨기며 총을 발사했다.

총알이 날아가, 표적을 따라다니는 총알을 관통했다.

나머지 총알들은, 방금 호수 일행이 서 있던 자리에 폭우처럼 쏟아졌다.

파바바밧-!

떨어지는 총알의 개수를, 호수는 순식간에 확인했다.

‘얼추 서른 명 정도 되겠군.’

타앙-! 탕-!

또다시 총성이 울렸다.

몇 개의 총알은 도건이 몸을 감추고 있는 전봇대에, 또 몇 개의 총알은 호수 쪽으로 날아왔다.

환의 허리를 감아서 안고 도약해서 총알을 피하며, 호수는 다시 한번 힘을 끌어올렸다.

호수의 팔과 다리에서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흘러나오다가 사방으로 분무했다.

짙게 퍼지는 검은 안개에, 여기저기서 소란이 일었다.

“이, 이거 뭐야?”

“범이다, 범이 나타났어!”

“아니야, 이거 저 새끼가 한 거야.”

“미친, 사람이 어떻게 이걸 해? 범이라고! 정신들 차려!”

안개를 일으키는 호수의 눈에 핏발이 섰다.

‘대체 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같은 범 사냥꾼이 우리를 죽이려 하는 거지?’

분노가 들끓었다. 용암처럼 흘러나온 분노가 검은 안개를 더욱 검게 물들였다.

마치 손에 잡힐 듯한 물질감을 가지고 번진 검은색 안개가 주택가 일대를 집어삼켰다.

도건은 눈을 감고 들리는 기척에 집중했다.

호수의 육체에서 검은 안개가 흘러나올 때부터,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는 걸 예상했다.

시야가 막혀 허둥거리는 사람들, 우왕좌왕하는 움직임.

‘호수가 이 안개를 유지하는 시간은 길지 않을 거야.’

평소보다 짙은 만큼, 힘의 소모도 빠를 것이다.

안개가 걷히기 전, 몇 명이라도 처리해둬야 했다.

‘대체 왜?’

울분을 담은 의문을, 도건은 빠르게 지웠다.

지금은 의문보다 전투에 집중해야 할 때다.

머리가 차게 식고 심장은 뜨거워졌다. 도건도 알지 못했던 힘이 고요히 싹터 올랐다.

눈을 감고 있음에도, 기민해진 감각이 적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잡아냈다.

빠르게 움직이는 총구가 표적을 정확히 겨냥했다.

쌕- 쌔액-

총을 떠난 총알이.

“헉!”

“크헉!”

“으아아아아!”

표적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다섯 명은 처리했어.’

죽지는 않았어도 싸울 수는 없는 상황일 것이다.

안개가 퍼진 후, 도건이 총을 쏘기까지 걸린 시간이 10초.

또 다음 몇 초가 지나는 동안, 도건은 7명을 더 쓰러뜨렸다.

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나마 안전해 보이는 좁은 골목에 세인을 눕혀두고, 그 골목 옆의 주택 옥상으로 훌쩍 뛰어 올라갔다.

인간이라고는 할 수 없는 도약을 하면서도, 환은 자신이 그런 힘을 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옥상에서 느껴지는 기척이 둘.

앞이 보이지 않아서 우왕좌왕하며 도망치려는 그들을, 활로 후려쳐서 기절시키고 한 놈씩 들어서 밖으로 내던졌다.

높은 건물이 아니니 죽지는 않을 거다.

환은 옥상 난간에 한 다리를 올리고 서서, 적이 있음 직한 곳으로 활을 쐈다.

“크아아악!”

시위를 떠난 화살은 정확하게 표적을 관통했다.

비명과 신음으로 화살의 적중 여부를 확인하며, 환은 쉴 새 없이 등에 멘 활통에서 화살을 뽑아 활시위를 당겼다.

호수는 건물에서 허둥지둥 도망쳐 나오는 적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호수가 움직일 때마다 그를 둘러싼 검은 안개가 파도처럼 물결쳤다.

환은 아직 건물 위에 남은 놈들을 신경 쓰며 호수를 엄호하느라, 뒤에서 조용히 다가오는 적을 눈치채지 못했다.

착호가 강하다고는 해도, 호랑나비의 사냥꾼들 역시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던 고대의 힘이 깨어난 자들이었다.

작정하고 은신한 놈의 기척을, 싸우느라 정신없는 환이 간파하는 건 무리였다.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온 사냥꾼이 사냥용 칼을 들어 올렸다.

놈은 무방비한 환의 목 뒤를 향해, 칼을 세워 내리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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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HYBE
-공동기획: HYBE / NAVER WEB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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