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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이살 타워 (1) (81/85)


81. 이살 타워 (1)
2023.07.29.


(이 작품은 12세 이상 감상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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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무자비했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이 무엇에게 죽는지도 알지 못한 채 죽어갔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자만이 괴물을 눈에 담았으나, 그 존재가 무엇인지 깨닫기도 전에 그 또한 괴물의 발톱에 찢겼다.

“아아아악! 살려줘! 살려줘요!”

어떤 이는 헛된 도움을 청했고.

“으, 으히히히히. 으히히히히.”

어떤 이는 정신을 놓았다.

“여, 여기로…… 여기로 와요!”

어떤 이는 타인을 구하려고 노력했고.

“저리 가!”

어떤 이는 옆에 있던 사람을 제물 삼아서 괴물에게 던져버리고 목숨을 구했다.

퍼어엉-!

반파된 자동차가 터지며 불길이 치솟았고, 건물 여기저기에도 불이 붙어 메케한 연기가 하늘을 덮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시리도록 청명했던 봄 하늘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태양조차 지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피하고 싶다는 듯, 검은 연기 뒤로 모습을 감췄다.

단 몇 시간 만에 신시에는 지옥도가 펼쳐졌다.

유치원 교사인 해영은 부모님과 함께 괴물을 피해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1년 전, 범이 유치원을 습격했을 때 제하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남았다.

범에게 습격당한 유치원은 문을 닫았고, 해영은 일자리를 구하지 않은 채 집에만 있었다.

그날 목도한 범의 위압감에 트라우마가 생겨서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매일 밤 꿈속에서 그날의 일이 되풀이되었다.

더는 범이 나타나지 않게 된 지금에 와서야 조금씩 공포에서 벗어나던 중이었는데, 더 끔찍한 것이 나타났다.

‘저게 대체 뭐야?’

1년 전 사건 이후 처음으로 부모님과 함께 밖에 나왔다.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딸을 걱정하던 부모님은 딸과 함께 외출하게 되어 기분이 좋아 보였다.

자동차를 타고 달린 지 몇 분 지나지도 않아서 소동이 벌어졌다.

닫힌 창문을 뚫고 들려오는 비명과 굉음, 그리고 저 앞에서부터 자동차 위로 폴짝폴짝 뛰어서 다가오는 괴물.

그것은 마치 염소 같았지만 인간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괴기하게 일그러진 얼굴. 이마에는 염소 뿔이 자라고 앞다리가 있어야 할 곳에는 인간의 팔 네 개가 붙어 있었다.

인간이 되다가 만 것처럼 생긴 그것은 네 개의 손을 이용해서 어렵지 않게 자동차의 지붕을 떼어내고 그 안에 있는 인간을 꺼내 들었다.

괴물은 아주 자연스럽게 두 손으로 인간의 머리를 똑 떼어냈다.

우적우적-

괴물이 인간의 살을 뜯어내서 씹는 동안, 해영과 부모님은 멍하게 앉아 그 광경을 눈에 담았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상황에 뇌가 생각하기를 멈춰버린 것이다.

“으…… 으아아아악!”

앞차의 문이 열리고 정장 차림의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친 후에야, 해영도 정신을 차렸다.

“어, 엄마…… 아빠…… 도, 도망…… 도망쳐야 해. 도망…… 도망쳐야 해.”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부모님을 차에서 끌어내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염소 괴물은 따돌렸지만 또 다른 괴물이 따라오고 있었다.

부모님의 손을 꼭 잡고 달리던 해영은 어느 순간 제 손에 아무것도 쥐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 아빠!”

걸음을 멈추고 휙 돌아봤지만, 어머니도 아버지도 보이지 않았다. 공포에 일그러져 달려오는 사람들의 얼굴만 보였을 뿐.

“비켜!”

한 여자가 거세게 밀치는 바람에 해영은 비틀거리다가 넘어졌다.

일어나려 했지만 계속 밀려드는 사람들에게 밟히고 채여 바닥을 뒹굴었다.

이제야 비로소 악몽보다 더 끔찍한 이곳이 현실이라는 걸 자각했다.

울음이 터져 나왔다.

“엄마…… 아빠…….”

사람들의 발길에 채이지 않으려고 몸을 웅크리고 흐느낄 때였다.

타앙-! 탕-!

총성이 공기를 찢었다.

사정없이 달리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췄다.

해영도 고개를 들었다.

부웅- 부웅-

커다란 도끼 하나가 빙글빙글 돌면서 사람들의 머리 위를 날아갔다.

퍼억-!

“키에에엑!”

도끼는 둥근 궤적을 그리며 괴물의 어깨를 찍어내고 다시 제 주인에게 돌아갔다.

희망을 발견한 사람들의 눈동자가 도끼를 따라갔다.

해영이 쓰러진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그들이 있었다.

멈춘 버스 위에 서 있는 여러 명의 인간.

눈빛이 매서운 여자가 날아오는 도끼를 한 손으로 덥석 잡고 도끼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좋은걸.”

여자가 붉은 머리를 흩날리며 다시 도끼를 던졌다.

“뭣들 해! 저게 다가오잖아!”

여러 개의 다리를 꿈틀꿈틀 움직이며 달려오는 괴물을 향해, 또다시 도끼가 날아갔다.

붉은 머리 여자의 동료들도 제각각 움직였다.

그제야 사람들은 그들이 범 사냥꾼이라는 걸 깨달았다.

“버, 범 사냥꾼이다!”

“사냥꾼이 왔다!”

“이제 우리는 살았어!”

정말 그럴까?

해영은 의문이 들었다.

붉은 머리 여자가 사용하는 도끼는 기세가 대단했지만, 괴물에게 큰 상처를 입히지는 못했다.

괴물은 그저 자신을 방해하는 것에 분노해서 괴성을 내질렀을 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아마 범 사냥꾼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괴물을 향해 달려갔다. 총성이 난무하고 도끼나 갈고리 같은 날카로운 무기가 번쩍거렸다.

범 사냥꾼들은 평범한 인간의 눈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그들의 무기는 매서웠으나, 괴물의 육체에는 약간의 상처만 생겼을 뿐이었다.

“뭘 구경하고 있어!”

눈썹이 진한 남자 범 사냥꾼이 외쳤다.

“도망쳐!”

입을 벌리고 서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범 사냥꾼들이 와서 이제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범 사냥꾼들은 점점 지쳐가는 게 보이는데, 괴물은 약간의 상처가 생겼을 뿐 멀쩡했다.

“으, 으아아악!”

“도망쳐!”

도망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털썩 주저앉는 사람도 있었다.

특별한 능력을 가진 범 사냥꾼들조차 어찌하지 못하는 괴물의 발톱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직감한 것이다.

해영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부모님도 잃어버렸고, 범 사냥꾼들이 괴물을 잡을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희망 따위는…… 없어…….’

1년 전 유치원 사건 때는 그래도 희망이 보였다.

범은 무서웠지만 불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 괴물들은 불길하다. 몹시도 섬뜩하다.

신시는 저 괴물들의 발아래에 멸망하게 될 것이다.

“안 돼, 문호!”

빨간 머리 여자, 성희가 동료를 돌아보며 외쳤다.

문어 같은 괴물의 촉수가 정확하게 문호의 목을 향해 뻗어 나가고 있었다.

문호는 총을 쏘았지만, 총알은 미끈거리는 괴물의 촉수를 스치고 지나갔다.

문호의 눈에 날카로운 가시가 돋친 촉수 끝이 다가오는 게 느릿하게 보였다.

‘죽는구나.’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푸욱-!

호리호리한 인영이 나타나 긴 발톱을 촉수에 박아넣었다.

“끼에에엑! 끼엑!”

처음으로 강한 타격을 받은 괴물이 여러 개의 촉수를 휘두르며 비명을 질렀다.

문호의 앞을 막아선 남자가 문호의 멱살을 잡아채서 함께 몸을 뒤로 빼냈다.

문호가 서 있던 자리를 촉수가 매섭게 치고 지나갔다. 계속 거기에 서 있었다면 몸이 반으로 잘렸을 것이다.

“고, 고마…….”

문호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자신을 구한 사람이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범……?”

갈색 범이 콧등을 찡그렸다.

왜인지 문호는 그게 위협하는 게 아니라 웃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랑 싸울 거냐?”

갈색 범이 그르렁거리듯 물었다.

문호는 아직 쥐고 있는 총을 꽉 잡았다.

“아니.”

문호의 눈이 점점 다가오는 괴물에게로 향했다.

괴물의 촉수에 근처에 있던 자동차가 엉망으로 부서졌다.

자동차 한 대가 터져서 불길이 치솟았지만, 괴물은 아무렇지도 않게 불길을 넘어왔다.

“저게 먼저지.”

해영은, 그리고 사람들은 보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신시를 공포에 떨게 했던 범들이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을. 그 범들을 잡기 위해 무기를 들었던 범 사냥꾼들이 범들과 협력하는 것을.

믿기 어려운 광경이지만, 받아들였다.

그들의 적은 범이 아니었다.

괴물이었다.

범 사냥꾼들과 범들은 협력하여 문어 괴물을 간신히 쓰러뜨렸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다른 곳으로 갔던 염소 괴물이 접근하고 있었다. 염소 괴물의 뒤쪽으로 또 다른 괴물도 보였다.

괴물들은 보이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찢고 입에 넣어 씹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전부 상대할 수는 없어!”

범들도, 범 사냥꾼들도 괴물 한 마리를 죽이느라 많은 힘을 소진한 터였다.

방법이 생길 때까지 목숨을 부지하는 게 우선이었다.

범 사냥꾼들과 범들은 주저앉아서 움직이지 못하는 인간들의 목덜미를 잡아 일으켜 세우고, 괴물이 보이지 않는 곳을 향해 달렸다.

그들은 뒤에서 따라오는 괴물들만 신경 쓰느라, 자신들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 깨닫지 못했다.

그들의 앞에는 거대한 이살 타워가 흔들림 없는 위용을 뿜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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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HYBE
-공동기획: HYBE / NAVER WEBT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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