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환관이 남성을 되찾음-1화 (1/171)

1화 서(序)

북경.

중원을 다스리는 제국의 수도.

천명을 받은 황제가 기거하는 천하의 중심.

거기에는 자금성이 있었다.

자색의 금지된 성.

하늘의 궁궐보다 1칸 모자라는 9999칸의 대궁궐.

아홉 겹의 문으로 둘러싸였다고 해서 구중궁궐이라 불리는 자금성.

그곳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설치된 제단에서 지금 비밀스러운 의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높이 쌓인 제단과 바닥에 설치된 기물과 진법, 팔방에 놓인 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그 가운데 제단을 둘러싸고 있는 술사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제단 위에 누워 있는 환관 복장의 노인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제단 위의 환관.

그가 바로 현 대명제국의 실질적인 지배자이자 황제를 꼭두각시로 만든 비선실세, 동창과 서창의 지배자이자 환관 조직 24아문을 총괄하는 사례감의 태감이며 조정의 권력을 독점하는 붕당인 엄당(奄黨)의 수장인 사례태감(司禮太監) 양국공(讓國公) 이철수였다.

“양국공(讓國公) 합하 구천구백구십구세! 환생 대법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합하.”

술사의 우두머리가 이철수에게 고한다.

“그럼 즉시 실행하도록 하세요.”

내시 특유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꿈틀.

술사의 수염이 파르르 떨린다.

사례태감 양국공 이철수.

황궁제일고수이자, 현 황제가 황녀였을 때부터 바로 옆에서 보필해온 황제의 최측근이며 동시에 대명제국 역대 최악의 간신배.

황제의 눈을 흐리고, 동림당(東林黨) 소속 조정 대신들을 모조리 숙청해서 황제보다 더 강력한 권력을 쥐고 기어코 대명제국을 사유화한 권신 중의 권신.

대명제국의 실질적인 지배자가 그의 눈앞에 있었다.

황제만 들을 수 있는 만세보다 고작 일세가 적은 구천구백구십구세 삼창을 들으며 황제에게 양국공(讓國公)의 작위에 봉해지고, 구석(九錫)의 아홉 물품 하사와 함께 황제의 어전에서 칼을 찰 수 있는 검리상전(劍履上殿), 황제 앞에서 종종걸음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입조불추(入朝不趨), 입조할 때 환관의 관등성명 연호를 생략할 수 있는 알찬불명(謁讚不名), 조회할 때 절을 안 해도 되는 조회불배(朝會不拜), 조회할 때 서 있지 않고 의자에 앉아 지팡이를 짚을 수 있는 궤장(几杖), 반역을 제외한 모든 죄를 면죄하는 단서철권(丹書鐵券)의 특권을 허락받은 노괴물.

조조와 왕망 같은 찬탈자들이 받았던, 신하로서의 최고 대우를 얻어낸 권력자.

그의 권력은 황제가 기거하는 이곳 자금성에서 개인을 위한 사사로운 의식을 치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술사는 환관인 그가 아니꼬왔지만, 그의 권력과 그가 안겨주는 재화와 황제 위에 군림하는 막강한 권력에는 도리가 없이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합하.”

술사가 속내를 숨기면서 공손하게 고개를 조아린다.

이 고자 노괴의 심기를 거슬렀다가 목이 달아난 선비, 대신만 해도 몇 명이던가.

그는 결코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술사가 의식을 준비하고 있던 그때.

“이 노야!”

저 멀리서 황색 비단옷을 입은 미녀가 사뿐사뿐한 발걸음으로 들어왔다.

대명제국의 지존.

황제였다.

울면서 달려온 그가 제단 위에 누운 환관의 손을 붙잡았다.

“어째서 가시려고 합니까?”

“황상······.”

이철수의 입에서 가느다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깟 운우지락(雲雨之樂)이 뭐라고! 어찌하여 짐을 버리고 벌써 세상을 떠나려고 합니까! 정체불명의 의식을 치러가면서까지! 흑흑끄윽.”

황제가 눈물을 흘린다.

그녀에게 있어 이철수는 단순한 환관이 아니었다.

후궁 태생의 3황녀.

서출에다 여인의 몸이라 옥좌와는 거리가 한참은 멀었던 그녀에게 선황인 아버지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고, 어머니 역시 그러했다.

오직 그.

자신의 보좌를 담당했던 환관인 이철수만이 그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길러냈다.

저 멀리 조선 땅에서 온 오랑캐에 노비 출신인 그였지만, 황제에게는 부모이자 스승이며 가족이자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사랑이라는 두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녀의 전부였다.

그를 위해서라면 황제는 무엇이건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황제는 쓸데없이 이 노야를 내치라는 대신들을 죽이고, 그를 멀리하라 상소하는 선비들을 귀양 보냈다.

그의 자리를 위협하던 자들을 전부 그가 알지 못하게 은밀히 제거하고 숙청했다.

그녀는 혼인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 가족은 그분 하나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황제보다 더한 부귀영화와 구석의 영광, 칼을 차고 대전에 올라도 되는 특권을 하사했다.

전부나 다름없는 그였다.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그분께서는 모든 걸 버리고 환생 대법이라는, 전생의 기억을 간직한 채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다는 정체불명의 미신에 혹해서 지금 목숨을 스스로 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황제는 그 꼴을 볼 수 없었다.

자신의 전부인 그가, 이 세상 모든 부귀영화와 권력을 쥔 그가, 황제에게 노야라고 불리는 그가 고작 운우지락 따위를 위해서, 저급한 쾌락을 위해서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고 하다니.

인정할 수 없었다.

아버지나 다름없는 그를 먼저 보낼 수 없었다.

“그렇게 음양의 교합이 좋은 겁니까! 대체 짐이 뭐가 부족했던 겁니까? 재물이라면, 권력이라면 얼마든지 더 드리겠습니다. 노야. 제발, 의식을 거두세요. 흑흑흑.”

황제가 이철수의 손을 잡고 통곡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

귓가에 황제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머릿속에 그가 했던 말이 들린다.

운우지락.

섹스를 뜻하는 사자성어다.

한마디로 황제는 나에게 섹스가 목숨을 버릴 정도로 그렇게 간절하냐고 외친 것이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분노가 치민다.

‘운우지락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그래.

중요하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길을 건너던 나는 빌어먹을 환생 트럭에 치였다.

보통 트럭에 치이면 판타지 이세계로 가던데, 내가 떨어진 곳은 하필 무협 소설에서나 나오던 중원 무림.

거기에 원래 내 나이였던 28살에서 16살이나 어려진 신체나이 12살로 회춘한 건 덤이었다.

하지만 중원 무림은 현대 한국인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험한 세상이었고, 결국 나는 빌어먹을 노비 상인에게 납치당해서 거세당한 뒤 환관으로 황궁에 팔렸다.

그렇다.

무림에 떨어진 나는 고자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아직 해보지도 못한 동정인데 고자라니!

‘씨발.’

말로만 듣던, 사극에나 나오던 내시가 된 나는 억울해 미칠 것 같았지만 이미 내 고환과 물건은 잘린 뒤였다.

게다가 팔려 간 곳인 황궁은 온갖 권모술수와 권력 암투가 난무하는 복마전.

현대 한국인인 나 이철수가 살아남기 쉽지 않은 곳이었다.

그래도 나는 살아야만 했다.

여기는 현실 역사의 명나라가 아닌, 무공이 실존하는 이세계 중원 무림의 명나라.

어쩌면 어딘가에는 신묘한 의술로 내 잘린 양물을 복원할 수 있는 명의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양물을 복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명의를 초빙하기 위해서는 권력이 필요했다.

떨거지 3황녀의 보육 담당 환관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3황녀를 황제로 만들고, 동창의 장인태감 자리에 올라 마침내 비선실세가 되어 제국의 권력을 쥐었다.

오로지 양물의 복원과 음양의 교합을 위한 일념으로.

그렇게 권력을 쥔 나는 강호 무림에서 유명한 신의를 비밀리에 초빙했다.

그러나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아직도 신의가 그날 내게 한 말이 머릿속에 생생하다.

‘양국공 합하.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나이다.’

그렇다.

부서진 단전도 복구하고, 구음절맥도 치료가 가능한 신의도 이미 빠진 머리카락과 잘린 생식기는 복구할 수 없던 것이다.

신의가 혹시 거짓말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의와 강호에서 유명한 의원들을 초빙해 같은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그들의 답도 신의와 같았다. 무공이 실존하는 이 세상에서도 신의의 말처럼 없는 양물을 만들 수는 없었다.

고자의 신세를 벗어나려면 죽고 새로운 몸으로 다시 환생하는 편이 더 빨랐다.

그래서 나는 그러기로 했다.

결국 나는 최후의 수단으로 권력을 통해 좌도방문의 술사와 옛 혈교의 주술사를 끌어모아 전설에나 나오는 금기 술법인 환생 대법을 준비한 것이다.

환생 대법.

대상자의 혼을 타인의 몸에 전이시켜 새로운 육체를 입고 환생을 통해 부활하는 역천의 술법.

역천의 술법인 만큼 대법의 성공 확률은 1% 미만, 99%의 경우는 그냥 죽었지만 난 그걸로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운우지정을 위해서 쥔 권력이고 부귀영화다.

황제가 안겨준 산더미 같은 금은보화도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강력한 권력도 양물이 없다면 아무 소용 없었다.

한때 환골탈태를 하면 양물이 다시 자라나지 않을까 싶어서 무공에 미친 듯 파고들었다. 양물 복원을 위한 수련 끝에 환골탈태에 성공해서 금의위 도독을 제치고 황궁제일고수라는 무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환골탈태해도 없어진 양물이 다시 자라나지는 않았기에 나는 절망했다.

‘돈 많고, 권력 세고, 무공 강하면 뭐 해.’

고자인데.

운우지락! 삼처사첩!

그냥 운우지락이 아닌 절세미인과의 교합!

그게 아니라면 만족할 수 없다!

운우지락이 아니면 죽음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환생 대법을 준비했고,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이 빌어먹을 황제 놈이 운우지락이 그렇게 좋냐고?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황상······. 소신은 이미 결심했습니다. 마지막까지 황상을 보필하지 못하고 먼저 떠나는 불충을 용서해주시옵소서.”

이 정도 했으면 알아먹었겠지.

내 말을 들은 황제가 손을 잡고 꺼이꺼이 울어댄다.

“이 노야. 어흑흑흑······.”

그녀가 대성통곡을 하다 그만 혼절한다.

나는 즉시 주변에 있던 궁녀에게 손짓했다.

“폐하를 모셔라.”

“알겠습니다. 양국공 합하.”

내 명령을 받은 궁녀 두 명이 기절한 황제를 데리고 퇴장했다.

그래도 약간 시원섭섭하다.

운우지락과 양물 복원을 위해 황제로 만들어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40년이 넘게 동고동락해서 그런지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

이제 진짜 자식, 여동생 같기도 하고 그렇다.

무공을 익혀서 그런 건지 아직 20대 초반처럼 보이는 미녀기도 하고.

솔직히 아까 울때는 살짝 흔들렸는데.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다른 여자라면 몰라도 황제는 여자가 아니라 가족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나는 여전히 아무 감각이 없는, 거세돼서 휑한 아랫도리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솔직히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다.

“대법을 실행하세요.”

입에서 나도 듣기 싫은 내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알겠습니다. 합하.”

술사들이 고개를 숙인 뒤에 진언을 읊는다.

번쩍.

바닥에 새겨진 진과 기물들에서 기운이 솟아오른 순간.

번쩍.

눈앞에 섬광이 터지면서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머리가 아프다.

“······마야.”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성공한 건가?

두통이 치민다.

관자놀이를 문지르면서 눈을 뜬다.

“꼬마야. 정신이 드느냐?”

가물가물했던 시야가 점차 선명해진다.

시야에 보이는 것은 울창한 숲 한가운데 난 관도.

그리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등에 봇짐을 진 배불뚝이 중년 상인.

잠깐, 중년 상인?

“관도 변에 쓰러진 널 구해왔단다. 괜찮으냐?”

중년 상인이 인심 좋게 웃는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내 손이 부르르 떨린다.

대법이 성공한지 실패한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저 빌어먹을 중년 상인의 얼굴만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아주 잘 기억하고 있었다.

놈이 짓던 가식적인 미소와 저 빌어먹을 대사도 아직도 또렷히 기억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놈이 나를 주워서 거세해서 고자로 만든 뒤에 황궁에 환관으로 팔아먹은 장본인이니까!

내가 권력을 쥔 뒤에 가장 먼저 죽일 거라고 결심했던 놈이었다. 실제로 훗날 놈을 찾았을 때는 이미 산적에게 칼침 맞아서 먼저 지옥으로 가버려서 안타깝게도 내 손으로 복수를 못 했지만.

그런데 살아있다고?

그렇다는 건, 내가 지금 소설에나 나오던 회귀를 한 건가?

“꼬마야?”

툭툭.

놈이 뺨을 두드렸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슬며시 손을 아랫도리로 넣어서 만졌다.

“······!”

있었다.

50년 동안 없었던 양물이 지금은 멀쩡히 달려 있었다.

나도 이제 있다고! 더 이상 고자가 아니야!

하지만 나는 남자로 돌아온 기쁨을 온전히 누릴 수 없었다.

머리가 차갑게 식는다.

환생 대법이라 해서 다른 사람의 몸으로 부활할 줄 알았더니, 지금 이 꼴은 내가 무림에 떨어진 초반으로 다시 회귀한 것 같은 상황이다.

이 빌어먹을 중년 상인, 왕삼(王三) 이 새끼가 살아 있는 모습이 그 증거다.

환생이 아니라 어째서 회귀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제 다시는 고자로 살지 않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날 황궁에 팔아넘기려는 저 간악한 원수를 처리해야 한다.

내공 한 줌 없는 어린아이의 몸.

하지만 일반인인 건 저놈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아이라고 방심하고 있는 놈을 제압해서 죽이는 건 간단한 일이다.

“아저씨······.”

나는 능숙하게 황궁에서 수십년 간 단련된 정치질을 통해 익힌 표정 연기를 선보였다.

진짜 어린아이처럼 애처로운 목소리와 표정으로 놈을 불렀다.

“응 왜 그러니?”

“저 손이······. 저릿저릿해요······.”

“손이? 어디 보자.”

놈이 착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 손목을 덥석 잡았다.

남자, 그것도 원수 새끼가 내 손목을 잡는다니.

하지만 이것조차 내가 의도한 것.

나는 그대로 금나수의 묘리를 응용해 왕삼 놈의 손목을 비틀어 꺾었다.

“컥?!”

놈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이미 늦었다.

내공은 없지만, 황궁제일고수라는 무명을 쌓아올린 몸놀림은 어디 가지 않는다.

나는 놈을 잠깐 제압한 그 즉시 놈의 등 뒤로 올라타 놈의 목을 조였다.

“컥! 왜, 왜 이러는 것······.”

“죽어! 죽어 이 새끼야! 이 좆같은 노비 상인 새끼! 멀쩡한 사람을 고자로 만들고 평생 남자구실도 못 하게 만든 애미애비도 없는 씨발 새끼야! 죽어!!”

나는 놈에게 욕설을 토해내면서 목을 계속해서 졸랐다.

“꺽, 끄윽!”

놈의 눈동자가 뒤집힌다.

놈이 양팔로 목을 휘감은 내 팔을 뜯어내려 시도했지만 나는 악착같이 붙어서 목을 조였다.

“끄르륵······.”

놈의 몸에서 힘이 추욱 빠진다.

고개가 떨어진다.

죽은 것이다.

“후우.”

놈의 사망을 확인한 나는 그제야 목을 풀어주었다.

털썩.

놈의 시체가 바닥에 쓰러진다.

“퉤.”

나는 놈의 시체에 침을 뱉었다.

선량한 어린이의 거기를 잘라 황궁에 팔아넘긴 쓰레기 같은 놈.

지옥이나 떨어지라지.

탁탁.

나는 손을 털어낸 뒤에, 숨을 고르고 자리에서 일어서서 다시 한번 바지춤을 확인했다.

시야에 전생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사타구니 사이의 우람한 양물이 보였다.

나는 무림에 떨어지기 전 봤던 성인물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여인의 헐벗은 몸이 머릿속에 떠오른 순간.

어린아이의 혈기 넘치는 몸이 그대로 상상에 반응한다.

우뚝!

남자의 자존심이 바지를 뚫을 듯 꼿꼿하게 솟구쳤다.

“섰다!!!”

나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관도 한복판에서 비명을 내질렀다.

사나이 이철수.

고자가 된 지 50년 만에, 회귀해서 남자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주륵.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50년 동안 받았던 멸시와 핍박이 머릿속에서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고자라서, 환관이라서, 내시라서.

황제보다 더 강력한 권력과 재물을 갖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서러움, 조정의 문무백관들이 내 뒤에서 나를 내시라고 고자라고 비웃던 모습들이 머릿속에 아련하게 스쳐 지나간다.

전생의 난 고자라서 관계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제······. 섹스를 위해 살겠다!!”

나는 주먹을 하늘 위로 쥐고 흔들면서 소리쳤다.

내 인생은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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