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100% 흑의복면인
공동객잔에서 전영이 작성한 비무첩은 거세당한 흑도 세 명 편에 들려 사영회로 보내졌다.
화정현 암흑가.
유불선(儒佛仙) 삼교의 명산인 공동산에 순례하려는 참배객들이 모이는 마을 화정현의 어둠이 모이는 장소.
공동파가 건재할 때는 머리카락 하나 찾아볼 수 없었던 흑도와 파락호들이었다. 하지만 공동파 몰락 이후 파리떼처럼 모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50년이 지난 지금은 사영회라는 어엿한 흑도 방파의 간판을 달고 화정현 전체를 휘어잡는 세력으로 성장한 것이다.
사영회라는 간판이 달린 장원.
장원 심처에서는 회주가 흑도 셋과 대면하고 있었다.
“공동파에서 비무첩을 보내왔다고?”
상석에 앉은 회주의 시선이 흑도 셋을 향했다.
“예, 예 그렇습니다.”
“공동파 따위가 비무첩이라니······.”
회주가 공동파 장문인 복마검객 전영의 이름이 친필로 쓰인 비무첩을 손에 들고 흔들었다.
공동파.
확실히 50년 전까지만 해도 범접할 수 없는 명성을 지녔던 명백한 감숙제일문파였던 곳이다.
회주 역시 어릴 때는 공동파의 영광을 이야기꾼들에게 전해 들은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옛 영광만이 남은 몰락한 문파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회주의 얼굴에는 불쾌함이 떠올랐다.
다 몰락한 문파 주제에 흑룡방을 등에 업고 기세가 날로 솟아오르는 사영회에 비무첩 신청이라니.
불쾌했다.
문제는 그들이 보내는 비무첩을 무시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50년이 지났지만, 감숙성에는 아직 공동파의 영광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공동파는 오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감숙제일문파로 군림했다. 그 사실이 고작 50년 만에 쉽게 잊혀질 리가 없었다.
그런 공동파의 장문인이 직접 쓴 비무첩이었다.
아무리 흑도 방파라 한들 쉽게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단 일검에 낭심만 정확히 도려냈다고 했었나? 공동파의 이철수라는 애송이.’
회주의 싸늘한 눈빛이 흑도 셋을 훑었다.
비무첩을 가져온 흑도 셋의 실력은 고작해야 삼류 턱걸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일 대 삼의 대결에서 일검에 상대의 공격을 모두 튕겨내고, 두 번째 내지른 일검에 세 명의 낭심만 정확히 도려내는 기교는 평범하다고는 빈말로도 할 수 없었다.
단순히 세 명을 죽이는 것쯤이야 일류 초입에 불과한 회주 본인도 숨쉬듯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난전에서 낭심만 정확히 도려내는 건 어렵다.
‘말라죽은 낙타라도 말보다 크다고 했던가? 몰락한 문파라 그 세도 변변치 않다고 생각했건만, 이 정도 저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공동파의 장문인 복마검객 전영의 무위는 완숙한 일류의 경지.
그의 제자인 유진휘의 무위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지만, 저잣거리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일대기재라고 했다.
그리고 유진휘의 사제 이철수.
흑도 셋의 낭심을 도려내고, 그들에게 공포를 심어준 장본인.
고작 열네 살에 불과한, 유진휘의 사제. 그의 무위가 그 정도라면 유진휘의 무위는 더 강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 셋의 전력만으로 사영회 정예 전체와 맞먹었다.
‘백중세로군.’
회주가 판단한 공동파의 전력은 사영회와 양패구상이 가능한 백중세의 전력.
병력의 수는 사영회가 월등히 많지만, 고수 전력은 공동파가 근소 우위였다.
뒷골목 삼류 흑도 방파의 한계였다.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회주가 의자 팔걸이를 톡톡 두드리던 그때.
“흐, 흑룡방 대인들께 보내는 비무첩이라고 했습니다!”
흑도 하나가 회주에게 고했다.
사영회가 아닌 흑룡방에게 보내는 비무첩이라고?
회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공동파 놈들의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흑룡방은 사천에 자리하고 있는 거대 흑도 방파.
사도련을 지탱하는 사도팔문의 일좌를 차지하는 대문파이자 정파의 구파일방 육대세가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는 세력을 지닌 방파였다.
그런 흑룡방을 상대로 비무첩이라니?
몰락한 공동파가 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회주가 비무첩을 뜯어 내용물을 살펴봤다.
“이 대 삼의 후기지수 연전, 공동파의 대가는 오십 년 봉문, 흑룡방의 대가는 사영회와 흑룡방의 완전한 철수······.”
조건은 황당할 정도로 흑룡방에게 유리한 조건.
유진휘와 이철수와 같은 나이대의 후기지수를 내세울 것이라는 조건만이 유일하게 공동파에게 유리한 점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사파의 신룡으로 이름을 날리는 흑사룡 위소련이 나선다면 무용지물이 되는 조건이었다.
유진휘의 성취가 화정현에 도는 소문대로 대단하다고 한들, 천하 무림에 이름을 날리는 위소련에 비할 바는 아닐 테니까.
회주의 머리가 돌아갔다.
공동파와 사영회가 전력으로 붙는다면 그 결과는 양패구상.
그러니 비무첩에 적힌 대로 이번 일을 흑룡방에 떠넘기는 쪽이 이득이기는 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사영회와 흑룡방은 아무 관계도 아니고, 결정적으로 이런 식으로 책임을 미뤘다가 흑룡방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몰랐다.
그러니 뭔가 행동을 취한 뒤에 떠넘겨도 넘겨야 했다.
일단 피해를 안 보는 선에서 공동파를 견제해보자고 결심한 회주가 입술을 떼었다.
“이런 사소한 일로 흑룡방 대인들께 폐를 끼칠 수는 없지. 본 회에서 해결······.”
“그럴 필요 없다.”
회주의 말을 차가운 여인의 말소리가 끊어냈다.
스윽.
이윽고 회주가 앉은 의자 뒤에 드리운 그림자에서 한 명의 인영이 솟아올랐다.
삿갓을 쓰고 얼굴에는 면사를 두른 흑의 무복의 여고수.
화면호검(禍面狐劍) 여예령.
흑룡방의 식객으로 방에서 사영회에 감시 겸 연락책 겸 전력 용도로 파견된 일류 여고수였다.
얼굴 반쪽이 화상으로 일그러져 있어, 평소에는 면사로 가리고 다니는 그녀는 별호처럼 가는 곳마다 화(禍)를 불러온다는 악명이 강호에 자자했다.
당연히 회주보다 훨씬 윗줄의 고수인데다 흑룡방의 뜻을 대행하는 고수였기에, 회주는 여인인데도 그녀를 상전처럼 모실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가도록 하지.”
“여 대인까지 나설 일은 아닌 듯합니다. 본 회에서······.”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회주의 말을 들은 여예령이 찬바람과 함께 방을 나섰다.
면사 너머 그녀의 입술이 뒤틀렸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여흥이 생겼군.’
아무리 취미라지만 삼류 흑도 방파 감시 임무는 한직 중의 한직. 지루해져서 화정현을 뜰까 생각했던 참이다.
그런 차에 공동파에서 이렇게 재미있는 수작을 걸어오다니.
사영회의 장원을 나선 여예령이 바닥을 박차며 경공을 펼쳤다.
흑의 무복을 입은 그녀의 표홀한 움직임이 화정현의 달빛을 갈랐다.
*
그날 저녁.
비무첩을 보낸 제법 중요한 날이었지만, 나는 평소와 같은 일과를 보냈다.
오후에는 수련, 밤에는 사형과 함께하는 구보 운동 말이다.
모래주머니 차고 달리기도 어느새 1년.
본산을 몇 바퀴씩 내력 없이 육체의 힘만으로 돌아도 이제 숨이 안 차오를 정도의 심폐 지구력을 보유하게 된 나였다.
‘아직 정력왕의 경지까지는 멀었군.’
운동을 끝내고, 산문에 걸터앉아 달아오른 몸을 식히면서 나는 눈을 감고 체내를 관조했다.
심폐 지구력이 나아지면 나아질수록, 정력도 증진된다.
나는 달리기의 효험을 매일 하는 젤크 운동과 행잉 운동, 그리고 아침 텐트에서 직접 느끼고 있었다.
심폐 지구력이 상승하자 자연스럽게 음경 해면체에 공급하는 혈액의 양과 지속력도 상승, 더 오랜 시간 동안 불기둥의 꼿꼿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현대 의학의 승리였다. 이러니까 이세계물에서 다들 현대 지식 현대 지식 하는 거다.
이대로 계속 수행을 거듭한다면 성인이 되어서 내가 바라던 노애의 오동나무 수레바퀴 돌리기의 경지에 이르는 것도 꿈은 아닐 것이다.
‘흐흐흐.’
머릿속에 오동나무 수레바퀴를 거기에 끼워 돌리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 정도 정력이라면 칠주야가 뭐냐 1년 365일 매일매일 운우지락을 나눠도 지치지 않을 것이다.
한 방에 극락으로 보낼 수 있는 압도적인 정력을 보유한 미래를 그리면서 나는 산문에 앉은 채로 케겔 운동을 행했다
움찔.
치골미골근이 움직이며 양물을 자극했다.
양물이 반쯤 묵직해지던 그때.
예민한 기감에 기척이 감지됐다.
“······사제.”
불쑥.
반달이 떠오른 달빛 아래 사형의 모습이 드러났다.
열다섯. 이제 한창 사춘기가 진행될 시즌이지만 미타성수의 과한 음기를 취한 탓인지 사형의 모습은 예상대로 여자보다 예쁜 남자로 변하는 중이었다.
저 모습을 보니 전생이 생각났다.
내 왼팔이었던 서창 장인태감 조필준. 놈은 변태 중의 변태 남색가 내시였다. 원래 내시라는 직종이 글래머 미녀라는 정상성욕을 가진 나를 빼면 죄다 이상성욕자기는 했다.
하지만 조필준은 좀 심했다. 놈은 여인보다 예쁜 미남과 남색을 즐기는 빌어먹을 취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놈의 저택에는 미소년 시동이 많았고, 본인과 같은 취향의 내시들을 모아 입에 담기도 끔찍한 파티를 열기도 했다.
그가 다스리는 서창은 죄다 게이들뿐이었는데, 내게 남색을 권하면서 여자보다 남자가 더 좋다고 지껄이다 귀양간 놈도 서창 출신이었다.
조필준 본인은 유능한데다 내 앞에서는 공석이건 사석이건 남색의 ㄴ도 안 꺼내서 다행이었지 아니었더라면, 어휴 끔찍했다.
아무튼 서창 병필태감 조필준은 유진휘를 꽤 마음에 들어했었다. 최고의 미남이라고 했었나?
그때는 개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조필준 놈이 거느린 남자 시동 중에서도 저만한 미모는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왜 이런 끔찍한 생각을 하고 있지?’
문득 깨달은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조필준과 빌어먹을 전생의 기억을 지웠다.
어쨌거나 아무리 예뻐도 사형은 남자. 내 공략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견제 대상이지.
요즘 머리가 굵어져서 그런지 예전만큼 안 달라붙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뭐지?
사형이랑 같이 야간 구보는 계속 하고 있었지만, 요즘은 구보가 끝나면 인사만 하고 먼저 들어가서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아까 인사도 서로 분명 했는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형에게 반문했다.
“소제는 무슨 일로 찾으셨습니까?”
“······그게······.”
사형이 살짝 상기된 얼굴로 시선을 내리 깔면서 애꿎은 돌부리를 툭툭 차대며 말했다.
“······미안해.”
사형이 내게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귓불이 빨개진 모습이 보였다.
미안하다니? 뜬금없이?
설마 아까 객잔에서 울먹거린게 그래서였나?
“나, 분명 옛날에 사제를 지켜주기로 결심했는데······. 객잔에서 그러지 못했어. 사형인데······.”
사형이 모기 만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착한, 아니 호구인 사형답게 객잔에서 날 못 도운 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었다.
뭐 이 정도야 예상 범주 내였다.
“괜찮습니다. 사형. 저도 이제 당당한 공동파의 제자이자 한 명의 강호인입니다. 제 일은 제가 해결하는 것이 맞습니다. 저야말로 이번 일에 사형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제 마음대로 사형을 끼워 넣은 것 같아 죄송합니다.”
급해서 유진휘의 이름을 팔아먹기는 했지만, 원래 사전에 양해를 구해야 마땅한 일이었다.
어차피 허락해줄 일이었지만, 나는 예의 바른 사제를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말에 사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으응, 아니야. 괘, 괜찮아. 오히려 사제가 그렇게 말해줘서 좋았어. 나도 본 파의 제자고······. 사제의 사형이니까 당연히 비무에 참여할 생각이었어. 사제가 말하지 않아도······. 그랬을 거야······. 약속했으니까······.”
사형이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그의 미소는 여전히 찬란했다.
“우제의 무례를 용서해주신 점, 감사합니다. 사형.”
“아니야. 으응. 난 괜찮아. 사제? 안 졸려? 밤이 깊었는데······.”
사형이 다시 시선을 피하면서 나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말대로 지금은 내가 원래 자는 시간.
키가 크려면 지금 자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러면 안 된다.
‘흑의복면인 각이 섰거든.’
비무첩을 사영회로 보내기는 했지만, 놈들은 흑도.
정파처럼 정정당당하게 비무첩에 응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중세 무림의 영원한 밤친구, 흑의복면인을 고용해서 본산을 기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러니 조금 더 깨어서 흑의복면인이 오는지 확인한 이후 기감을 열고 취침할 생각이었다.
어쨌거나 공동파는 영웅호색 십년대계의 핵심이 되는 곳. 공동파가 타격을 받으면 곤란해진다.
자고로 여인에게 작업을 걸 때는 사파인보다는 정파인이 좀 더 내세울 만하고 매력도 있어 보이니까 말이다.
“우제는 오늘따라 달이 밝아 그런지 잠이 오질 않아 조금만 더 밤공기를 쐬다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주무십시오. 사형.”
실제로 반달이 꽤나 밝았다.
달빛이 비추는 공동파의 절경은 제법 아름다웠다.
소동파가 노래했다는 적벽부의 달밤이 이 정도였을까.
‘이럴 때 미녀와 함께 술잔을 나누며 달을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운우지락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운우지락은 침대 위보단 침대 위로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절세미녀를 침대 위까지 데려갈 수 있는 분위기와 토크 역시 색도의 핵심인 것이다.
좋은 토크에 좋은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미녀와 하룻밤을 불태울 가능성이 올라가는 것이다.
이른바 운우지락 각이라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찬란한 달밤이 비추는 공동산의 절경은 운우지락으로 이어지기 좋은 분위기였다.
내 옆에 미녀가 있었더라면!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술잔을 나누다 조운모우(朝雲暮雨)를 밤새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내 곁에 있는 건 아쉽게도 남자인 사형뿐이었다.
내 말에 잠깐 침묵을 지키던 사형.
나와 그의 눈동자가 마주치자, 사형이 고개를 홱 돌린다.
대체 왜 저러는 거지?
“그래? 잠이 안 오면······. 나라도 같이 있어 줄까?”
사형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같이 있다니?
여자도 아니고 남자랑 같이 달을 보자고?
그럴 수는 없다.
내 순정과 처음을 그렇게 빼앗아놓고, 달놀이까지 뺏어가려 하다니.
안 된다. 나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가라앉히면서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사형. 오늘은 혼자 있고 싶은 밤입니다. 사형도 오늘 일로 피곤하셨을 텐데 이만 먼저 들어가 쉬십시오. 우제는 조금 더 있다 자러 갈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정도 했으면 알아먹었겠지.
내 말을 들은 사형의 눈동자가 떨렸다.
그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면서, 고개를 떨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으, 응. 알았어.”
대답을 끝낸 그가 빠르게 산문 안으로 몸을 날린다.
그래, 이제야 좀 조용해졌군.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산문에 앉아 기감을 일깨우며 케겔 운동을 병행하던 그때.
저 멀리 기척이 감지되었다.
전영, 유진휘의 기척과는 다른 이질적인 기척이.
100% 흑의복면인이었다.
나는 케겔 운동과 함께 몸을 벌떡 일으키며 진기를 운용했다.
케겔 운동과 진기 운용으로 PC근육이 자극받자 자연스럽게 불기둥이 솟았다.
하반신은 생리 현상으로 뜨거워졌지만, 두뇌는 차가운 이성이 지배하고 있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하여간 사파 놈들은 흑의복면인을 안 보내면 죽는 병이라도 걸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