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환관이 남성을 되찾음-55화 (55/171)

55화 협객이라고 생각했는데

돼지고기, 장어, 부추를 포함한 오신채로 배를 든든하게 채운 나는 후원에 있는 공동 연무장에서 스쿼트를 케겔 운동과 함께 시작했다.

사형은 방에 있었고, 다른 손님들은 연무장을 사용하지 않는 지금 이 수련장은 오로지 나의 독무대였다.

그렇기에 나는 마음껏 색도의 수행을 펼칠 수 있었다.

흙먼지가 휘날리던 공동파 대연무장과는 달리, 바닥이 깔끔하게 돌로 포장되어 있으며 목검, 목도 같은 수련용구까지 배치된 고급 연무장이었다.

이게 고작 손님 접대용이라니.

서문세가의 재력은 대단했다.

기다리는 동안 아낌없이 뽕을 뽑아야 했다.

“후우.”

토납법과 함께 케겔 운동을 행하자 불기둥이 서서히 바지를 뚫을 듯 솟구쳤다.

나는 그 자세로 스쿼트를 이어갔다.

스쿼트야말로 하체 트레이닝의 제왕.

강철 같은 허리를 만들기 위한 기초공이었다. 자고로 허리가 튼튼해야 운우지락도 잘하는 법.

우뚝 솟은 불기둥은 그대로 놔뒀다. 계속 발기를 유지해야 양물이 튼튼해지는 법이니까.

미래의 운우지락을 위해 계속해서 하체 수행을 이어가던 그때.

“꺄, 꺄아아아악!”

귓가에 뾰족한 비명이 들려왔다.

잠깐, 비명?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전혀 예상 못 한 인물이 있었다.

흑단처럼 고운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새하얀 피부의 사형 또래 미소녀.

‘검봉 서문청하?’

검봉 서문청하.

서하린이 등장하기 전까지 감숙제일미로 꼽혔던 서문세가의 막내 아가씨.

후일 패천검녀라는 별호로 더 유명해지는 초절정의 여고수. 어려서부터 남몰래 공동파를 동경했었으며 장성한 이후에는 사형에게 반해 그를 쫓아다니며 집착했던 여인.

그 과정에서 사형을 향한 짝사랑이 애증으로 변질되어 원래도 안 좋던 서문세가와 공동파의 사이가 더 나빠졌던 걸로 기억한다.

심지어 무공도, 외모도 서하린보다 반 수 아래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생각해보니 서하린과 사형이 전생에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사이라는 루머가 사실이라면, 전생의 서문청하가 흑화한 것도 이해가 간다.

미래에는 평생 독신으로 중년 미부였던 그녀가 지금 앳된 미소녀인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뭐, 뭐뭔가요?! 지금 그 남사스러운 행각은?! 이 음적 같으니!”

양손으로 붉어진 얼굴을 가리면서 나를 향해 소리치는 서문청하.

설마 이 아가씨, 기척을 숨긴 채로 여기까지 온 건가?

지금의 서문청하는 일류의 경지에 오른, 강호 무림에서 검봉으로 꼽히는 유망주.

당연히 그녀가 작정하고 기척을 숨기면 이류에 불과한 내 기감으로는 찾아낼 수 없다.

빌어먹을.

기척을 미리 감지했다면, 양물을 내보이는 실수는 하지 않았을 텐데. 설마 서문세가 한복판에서 일부러 기척을 숨기고 접근하는 미친놈, 아니 년이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게다가 나는 지금 진천검왕과 물밑에서 보이지 않은 수 싸움을 하는 중이다.

당연히 여기서 서문청하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진천검왕에게 약점 하나를 내주는 셈이니까.

그러니 오히려 뻔뻔하게 나가야 했다.

나는 솟아오른 불기둥을 서서히 가라앉히면서, 당당한 태도와 말투로 서문청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쪽 소저야말로 타인의 수행을 기척을 숨기고 접근하여 훔쳐보다니 무례하기 짝이 없구려. 수행을 훔쳐보는 건 강호 무림의 금기임을 모르시오? 양기가 강한 남자가 외공과 양강기공을 동시에 수행하면 자연스럽게 양기가 일어나 하초가 자극되어 발(發)하기도 하는 법. 이는 불가피한 생리현상이자 부작용이오.”

사실 소양심법으로 그런 효과를 보기는 힘들지만, 어쨌거나 나는 공동파의 제자.

공동파 제자가 직접 수행법이 그렇다는데 외인에 불과한 그녀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

무공과 수행법의 연원을 묻는 건 강호 무림의 금기니까.

“그,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그, 그건 좀 아니잖아요! 어떻게 백주대낮에 그렇게 남사스러운 짓을······. 그, 그러고도 당신이 협의를 숭상하는 명문 공동파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나요!”

“물론이오.”

내 뻔뻔한 대답에 서문청하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공동파 출신인 건 내가 공동파의 문양인 역태극이 수놓아진 흑의 무복을 입은 모습을 보고 알아낸 모양.

그녀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더니, 내게 포권을 취하면서 말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서문세가의 서문청하예요. 강호의 동도들한테는 검봉이라는 과분한 별호로 불리고 있죠.”

본인의 이름과 별호를 밝혔다는 건 통성명을 하자는 의미.

나는 그녀에게 마주 인사하면서 말했다.

“정파 무림에서 손꼽히는 후기지수인 사룡오봉의 일원이자 감숙제일미로 이름 높은 검봉 서문 소저셨구려. 만나서 영광이오. 공동파의 이철수라 하오.”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할게요. 소협은 아무리 봐도 이류에 불과한 수준밖에는 안 되어 보여요. 수련으로 절차탁마(切磋琢磨)해도 모자랄 판에 본가에서 그런 음란 행위를 하다니······. 그런 상태로 흑룡방과의 비무에서 어떻게 승리하겠다는 거죠? 공동파와 흑룡방의 비무가 단순히 두 문파간의 일이 아니라 감숙과 사천의 운명을 결정짓는 일이라는 사실은 알고 계시는 건가요? 충고할게요. 비무는 장난이 아니에요. 이런 식으로 할 거라면 차라리 지금이라도 그만두세요.”

서문청하가 실망과 약간의 경멸이 섞인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어린 시절의 서문청하는 공동파의 협의를 동경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동경하던 공동파의 제자가 나 같은 모습이니 실망한 모양.

내 어디가 어때서?

갑자기 화가 난다.

내 튼튼하고 우람한 근육과 이상적인 육체미, 들끓는 의협심을 보고 반하는 게 아니라 실망이라니.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나는 나를 노려보는 서문청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건 아까 수행이라 말하지 않았소. 무릇 진정한 고수는 내공과 외공이 조화로워야 하는 법. 내공과 외공의 조화를 추구하는 수련법이 뭐가 잘못이란 말이오? 그리고 나는 그만둘 생각이 없소. 비무가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소. 그리고 나는 반드시 이길 자신이 있소.”

“유 소협이 아닌, 당신이요?”

이 자리에서도 사형을 언급하는 서문청하.

나는 그녀의 말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답했다.

“그렇소. 최소한 흑룡방의 후기지수 둘은 내가 상대할 생각이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군요. 믿을 수 없어요.”

“남아일언중천금. 나는 사내대장부로서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오.”

“아녀자한테 음탕한 모습을 보인 것도 사내대장부로서 책임질 건가요? 여인에게 그런 음탕하고 망측한 모습을 노출하고도 뻔뻔하게 수련법이라 우기다니! 저는 당장이라도 이 소협한테 그 책임을 물게 하고 싶은데요.”

내 말에 서문청하가 붉어진 얼굴로 내게 쏘아붙였다.

이번에는 제법 강한 카드였다.

유교 논리로도 완벽했고, 검봉이자 서문세가의 아가씨인 그녀에게는 내게 책임을 지울 실질적인 권력도 있었다.

진천검왕이 딸바보라는 건 유명한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정도 위기는 내게는 위기 축에도 못 끼었다.

나는 태연한 말투로 말했다.

“지금은 흑룡방과의 비무라는 중차대한 일을 앞에 두고 있소. 그 책임을 묻는 일은 지금 당장 할 일은 아닌 것 같소. 게다가 서문 소저도 내 수행을 몰래 훔쳐보지 않았소? 그래도 정 책임을 원하신다면······. 강호의 방식으로 시비를 가리도록 하겠소. 단, 흑룡방과의 비무가 끝난 뒤에 말이오. 내가 소저와의 비무에서 진다면 책임을 지도록 하겠소. 대신 그쪽이 진다면 수행을 몰래 훔쳐본······.”

“흥. 질 일도 없겠지만, 만약 제가 진다면 수행을 몰래 훔쳐본 책임을 지고 그쪽의 시비라도 되어드리죠. 대신 그쪽이 지면 책임을 지고 본가의 종이 되세요!”

서문청하의 말을 들은 나는 속으로 웃었다. 가문의 종이라. 위소련도 그렇고 왜 이렇게 머슴살이로 내기를 걸어대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시비라니.

현대식으로 번역하면 비무 한 판 만에 서문청하가 내 메이드가 된다는 소리가 아닌가?

미소녀 메이드라니.

이거 보다 수지 맞는 장사는 없다.

전화위복(轉禍爲福),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다.

게다가 서문청하와 나의 대결은 단순한 은원을 해소하는 대결이 아니었다.

서문세가.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없다 했던가? 서문세가와 공동파는 지역 라이벌 문파로 감숙성의 패권을 두고 영원히 다툴 운명이었다.

따라서 앞으로 사사건건 공동파의 앞길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게 분명한 놈들의 마수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마스터키가 될 수 있었다.

강호에 이름 높은 검봉 서문청하가 공동파의 무명소졸에게 공개 비무를 패배하다니.

서문세가 놈들은 당분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고, 제일 아끼는 막내딸을 시비로 내준 진천검왕은 고혈압이 도져서 양물도 못 붙이는 돌팔이 신의 놈에게 실려갈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서문청하와의 대결에서 질 생각도 없었다.

“좋소. 내 이름을 걸고 약조하겠소. 그쪽도 가문의 이름을 걸고 약조하시오.”

“좋아요. 저 검봉 서문청하의 이름과 서문세가의 이름을 걸고 약조하죠. 흥! 이 음탕한 색마 같으니!”

내 말을 들은 서문청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경공을 펼쳐 연무장을 나갔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웃었다.

전화위복을 겪기는 했지만, 이제 열린 공간에서 색도 수행은 자제해야겠다.

내가 배정받은 개인실 안에 틀어박혀서 해야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등을 돌려 호빈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믿을 수 없어요! 어떻게 공동파에 그런······.’

공동파에 관심이 많은 서문청하였다.

당연히 그녀는 공동파에 대해서 세간에 떠도는 소문보다 조금 더 많은 정보를 가문의 힘을 빌려 알고 있었다.

가령 공동파 장문제자 유진휘가 척과영거(擲果盈車)의 고사를 재현할 정도로 절세미남이며 일대기재라는 소문이 무성하다던가.

새로 들어온 제자인 이철수가 객잔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나 흑도들의 고환을 도려내고 흑룡방에 도전장을 던졌다던가 하는 이야기 말이다.

‘협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철수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서문청하는 그가 협객이라 생각했었다.

솔직히 조금은 동경하는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유진휘가 미남으로 유명하다지만, 그녀가 동경하는 건 단순한 미남이 아닌 협객이었으니까.

그는 어떤 사람일까, 가슴이 조금 두근거리기도 했었다.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설레 잠 못 이루던 밤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협객이 아닌 음적이었다.

백주대낮에 그 커다란 물건을 세워놓고 수행이라며 뻔뻔하게 변명하는 꼴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흑룡방의 후기지수 둘을 처리한다는 호언장담도 허언으로만 들렸다.

그에게 품었던 기대와 호감은 그대로 실망으로 변했다.

그래서 주제넘은 일인 걸 알면서도 비무를 신청했다.

천년 공동파에 이철수 같은 수치가 있는 건, 공동파를 동경했던 그녀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를 가문의 종으로 삼아 공동파의 문도첩에서 사실상 제거하여 치욕을 주리라.

‘일단 흑룡방과의 비무까지는 두고 보도록 하죠. 이철수.’

서문청하가 앵두처럼 붉은 분홍빛 입술을 앙다물면서 몸을 날렸다.

*

그렇게 서문청하를 보내고 사흘이 지난 정오.

서문청하는 나와의 비무 약속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은 모양인지, 진천검왕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딸바보 팔불출인 진천검왕의 특성상 비무 약속을 들었다면 노발대발했을 텐데, 안 찾은 걸 보면 서문청하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분명했다.

뭐 서문청하 딴에는 흑룡방과의 비무까지 일단은 두고 보자는 거겠지. 안 봐도 뻔하다.

그렇게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오늘의 정력 식단을 먹고 색도 수행을 개인실에서 마친 뒤 사형과 함께 목검으로 연무장에서 가벼운 대련을 하고 있었다.

그때.

“이 소협, 유 소협!”

연무장 저 멀리서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여유가 사라진 얼굴을 한 군자검이 우리를 바라보면서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가주님께서 두 분 소협을 뵙고자 하십니다.”

예상했던 대로 단 사흘 만에 내가 사주한 하오문의 언론 플레이 때문에 똥줄에 불이 붙은 진천검왕이 군자검을 보내 만남을 청해왔다.

쯧쯧.

그러길래 왜 개기고 난리야.

정치 좆밥 허접 주제에.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