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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 환관이 남성을 되찾음-156화 (156/171)

156화 메슥메슥

올해로 62세 사파제일인이 부캐로 후기지수 대회에 낀다.

이거 맞는 일인가?

인지부조화가 온다.

“쩝쩝. 자네 왜 그러는가?”

과자를 주워 먹던 홍취개가 나를 보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뭐 적사월이 오면 장점도 있다. 지금의 마교는 그야말로 미지의 공간. 전생의 나도 마교만큼은 단 한 번도 가본 적 없었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마교는 본인들을 중원에서 새외로 내쫓은 황실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어서 더더욱 그랬다.

황실도 마교를 잠재적 적 중 하나로 여기고 있어서 정보 수집은 열심히 했지만, 마교 자체가 폐쇄적인 조직이라서 얻는 정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신승의 말에 따르면 혈교의 영향력이 아직 마교에 남아있다고 했으니.

일단 적사월은 같은 천지회 아군이고 현경의 절대고수니까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는 쉽겠지.

그런 의미에서 보험으로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아닙니다. 그나저나 사파 후기지수들은 왜 하필 감숙으로 오는 겁니까?”

감숙성이 마교가 있는 신강 지역, 천산과 접경 지역이기는 했다.

감숙성 돈황에서 출발하는 실크로드 무역길은 신강과 천산을 거쳐 중앙아시아와 페르시아로 나가기 때문이었다.

괜히 공동산이 서융(西戎)을 상대하는 군사 요충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보다는 청해성이 좀 더 마교와 가까웠다. 괜히 마교가 중원 침공할 때 곤륜파부터 두들겨 팬 것이 아니다.

50년 전 곤륜파로 간다고 위장 기동해놓고 공동파를 급습한 정마대전이 특이 케이스였을 뿐이다.

그런데 청해성이 아닌 감숙성으로 오다니.

“백도 무림을 대표하여 마교로 향하는 이 소협과 유 소협과 합류하기 위해서 온다는군. 이 정보를 받은 지도 좀 되었으니, 지금쯤 도착했을 걸세.”

“사파 놈들과 함께하는 건 평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마교행은 특수한 사례니······. 그들을 본 파의 본산에서 한 번 만나 봐야겠습니다.”

정파와 사파는 당연히 사이가 좋지 않다. 하지만 마교가 상대라면 다르다. 마교 상대로는 일시적으로 협력한 전력이 몇 번 있는 만큼, 내가 한 말이 특별히 이상한 제안은 아니었다.

“알겠소. 그럼 소협의 말을 사파 후기지수들한테 전하겠소이다.”

내 말을 들은 홍취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게 홍취개를 보낸 나는 사부에게 사파 후기지수들을 초청했노라 말했고, 사부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공동파에 그녀들이 도착했다.

*

공동파에 그녀들이 도착하던 날.

그날도 나는 산문 앞에서 열심히 스쿼트와 마보를 연습하고 있었다.

이미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나지만, 외공 수행은 일과에서 빼먹은 적이 없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력이 깃든다! 내공은 운우지락에서 그저 거들뿐, 진정한 육체의 힘이야말로 운우지락의 기반인 것이다.

그러니 굳건한 하체 트레이닝인 절대 빼먹을 수 없었다. 그렇게 계속 스쿼트를 반복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낯선 기척이 기감에 걸려들었다. 흑사룡 위소련인가?

나는 오늘치 트레이닝을 전부 채우기 위해서 스쿼트를 계속 반복했고, 곧이어 산 아래에서 인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 단발이 인상적인, 2년 지났다고 제법 자라서 보이시한 미소녀에서 미녀로 탈바꿈 중인 흑색 무복의 미소녀, 흑사룡 위소련.

그리고.

위소련보다 더 작은 키에, 언뜻 보면 15세 정도의 아이처럼만 보이는, 긴 트윈테일이 인상적인, 화려한 궁장을 입은 미소녀가 보였다.

에이.

설마.

아니지?

나는 속으로 설마를 외치면서, 스쿼트 마지막 세트를 시작했다. 스윽. 무림인답게 보신경을 밟아 순식간에 산문에 도착한 위소련이 나와 눈을 마주쳤다.

오랜만인데.

보람찬 트레이닝으로 구슬땀을 흘리는 내 모습을 본 위소련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발기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외공 수행 처음 보냐?”

“그 외공 수행은 여전하군. 이철수.”

나와 눈이 마주친 위소련이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다.

나는 마지막 스쿼트를 마치고, 목에 걸고 있는 수건으로 땀을 닦으면서 말했다.

“오라버니라고 부르기로 약속하지 않았나?”

“윽!?”

내 말을 들은 위소련이 몸을 움찔했다.

그녀의 귀가 빨개졌다.

“이 년 안 봤다고 벌써 약속을 잊은 건 아니겠지? 아니면 내가 그냥 넘어가 주리라 생각했나?”

강호 무림은 은원(恩怨)의 맺고 끊음이 철저해야 하는 장소.

대협이 되기 위해서는 사소한 은혜라도 배로 갚고 원한은 배로 복수해야 했다.

그리고 이 년 전 정사지쟁에서 위소련은 패배했다. 그 대가로 내게 오라버니라고 부르기로 했으니, 그녀가 정사를 떠나 강호인이라면 약조를 잊지 않고 날 오라버니라고 불러야 마땅한 것이다.

“그, 그그그건······.”

당황한 모양인지 말을 심하게 더듬는 위소련. 그녀의 몸이 떨렸다.

흑룡방을 상징하는, 은색 실로 꿈틀거리는 용 자수가 수놓아진 흑색 무복을 입은 위소련이 주먹을 꽉 말아쥔 그때.

“소련 언니! 뭐가 그렇게 부끄러운 거예요?!”

검은 머리끝만 붉게 물든, 검정-빨강 투톤헤어를 트윈테일로 묶은 미소녀가 위소련을 바라보면서 볼을 부풀렸다.

키는 160cm 미만인 정체불명의 미소녀가 내가 무림에서 본 여인중에 키가 제일 큰, 175cm를 넘는, 모델 같은 체구의 위소련에게 고목나무의 매미처럼 달라붙는다.

“부, 부끄럽다니. 그, 그런 감정을 느낀 건 아니다!”

얼굴을 붉히면서 강하게 부정하는 위소련.

“흐응. 위 언니. 정말이어요? 그럼 소녀가 이 소협을 오라버니라고 불러도 괜찮겠지요?”

미소녀의 적안이 내게 향한다.

적사월의 키는 위소련만큼은 아니지만, 170cm에 가까운 늘씬한 미녀다.

반면에 눈앞의 미소녀는 160cm도 안 되는 키에, 결정적으로 가슴 크기가 차이가 났다. 적사월은 폭유에 가까운 거유인데 반해, 미소녀의 가슴은 거유의 커트라인에 아슬아슬하게 들어갈 정도.

체구에 비해서는 컸지만, 원본 적사월의 크기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위소련과 동행하는 후기지수는 분명 휘봉 연소월뿐이다. 개방에서 직접 확인한 정보니 틀릴 리 없다.

그렇다면 적사월이 축골공까지 써서 스스로 체구를 작게 만들었다는 말인가?게다가 말투도 그렇다. 능월향, 여예령은 그나마 적사월 본인과 말투가 비슷비슷했다.

하지만 연소월은 달랐다. 연소월은 전형적인 양갓집 규수 컨셉 말투를 쓰고 있었다.

정말 적사월이라고?

저게 정말 인간 62세가 할 짓인가? 물론 첩보 요원의 기본이 변장과 연기긴 했다. 하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닌가?

“그, 그건······.”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위소련은 갈팡질팡하다가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오, 오라버니······. 돼, 됐나?!”

오라버니라고 부른 뒤에 팔뚝을 걷어올리면서 씩씩대는 위소련.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면서 웃었다.

“어, 그래. 잘 하네. 앞으로 계속 그렇게 하도록. 억울하면 그때 정사지쟁에서 이겼어야지.”“으윽······.”

내 말을 들은 위소련이 붉어진 얼굴을 떨궜다.

그녀로서도 할 말이 없기 때문이리라. 나는 시선을 돌려서 적사월로 의심되는 후기지수 소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나와 눈이 마주친 후기지수 소녀가 얼굴을 붉히면서 위소련 뒤로 숨었다.

왜 저래, 진짜.

“내 이번 마교행에 위 소저와 동행하는 사파의 후기지수 한 명이 있다고 들었소. 하오문주 백면암군 매지량의 이제자, 강남(江南)에서 그 이름이 드높은 휘봉 연 소저가 이번 마교행에 함께한다는데, 소저가 혹 휘봉 연 소저가 아니시오?”

나는 강호의 도리에 따라 적사월을 바라보면서 그녀에게 통성명을 시도했다.

내 말을 들은 후기지수 소녀가 얼굴을 살짝 붉히더니, 위소련에게서 떨어져 한 발짝 앞으로 나와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이 소협의 말이 맞아요. 소녀가 사파 무림의 동도들한테 휘봉이라는 허명으로 불리는 백면암군 사부님의 이제자 연소월이어요.”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공손하게 인사하는 연소월.

그러니까.

연소월이라는 말은, 눈앞의 저 미소녀가 적사월이라는 말이지?

너무 어이가 없으니 할 말도 없어진다.

“공동파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후후후. 소녀, 사실 이 소협을 정사지쟁 때부터 동경하고 있었사와요!”

덥석.

적사월이 내 양손을 잡으면서 눈을 반짝였다.

동경이라니?

게다가 저 욕 나오는 말투는 대체 뭐지? 진갑(進甲)이나 나이를 먹고 저러고 싶나? 점점 더 속이 메슥메슥 끓어올랐다.

“아, 예. 감사합니다.”

“후후후. 쌍발색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격하고 과감한 검법에 소녀는 반하고 말았답니다.”

입을 가리면서 요염하게 웃는 적사월.

대체 어디가 반할 포인트인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이쯤 되면 아무 말이나 막 내뱉는 것이 아닐까?

합리적 의심을 품으면서 나는 그녀들을 데리고 공동파 산문을 열었다.

“본 파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접객당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서문청하!”

내가 내력을 담은 목소리로 외치자, 저 멀리서 경공으로 빠르게 달려온 서문청하가 사뿐하게 내 앞에 멈춰섰다.

“흥! 무슨 일로 또 부른 거죠?”

전속 시비라는 말에 걸맞지 않게 화려한 무복을 입은 서문청하가 언제나처럼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손님 왔잖아. 접객당으로 안내해.”

“······흥! 뭔가 했더니, 공자님이 그럼 그렇죠!”

내 말에 구시렁대며 고개를 돌리는 서문청하.

아니 대체 뭘 기대한 거야.

서문청하의 시선과 흑사룡의 시선이 잠깐 허공에서 부딪혔다.

그러고 보니 둘은 의외로 구면이었다.

정사지쟁 당시에 서문청하도 참관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둘 다 나랑 내기에 패배해서 한명은 전속 시녀, 한명은 평생 나를 오라버니라고 불러야 하는 굴욕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가 되기도 했고 말이다.

“다들 따라와요! 접객당까지 안내할 테니까.”

서문청하가 종종걸음으로 앞섰다.

나는 연소월, 아니 적사월과 흑사룡 위소련을 데리고 그녀의 뒤를 쫓았다. 곧이어 접객당이 나왔다.

“여기가 접객당이라고?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군.”

재건축 수준의 수리 보수를 끝내 멀쩡해진 접객당 건물을 본 위소련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긴, 위소련은 정사지쟁 이후 이 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파를 방문한 상태. 그녀가 기억하던 접객당은 폐가였을 테니 저런 반응도 당연할 터이다.

“흥. 그쪽이 생각하던 공동파랑 지금의 공동파는 다르다고요.”

그 모습을 본 서문청하가 반박했다. 아니 쟤 서문세가 소속 아니었나? 왜 저렇게 공동파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지?

“들어가지.”

서문청하의 말을 무시한 위소련이 내게 말했다. 자신의 말이 무시당했다는 사실에 서문청하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렇게 접객당 내부 접객실에 도착한 나는 서문청하가 끓인 다과상을 두고 두 사람과 마주 앉았다.

“본 파에 온 걸 환영하오.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들어가자면, 마교행의 날짜와 참여 인원이 정해졌······.”

내가 막 말을 꺼내려던 그때.

“이 소협!”

적사월이 내 말허리를 잘랐다.

아니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내가 의아한 마음을 품은 그때.

덥석.

적사월이 내 손을 잡으면서, 얼굴을 수줍게 붉히며 말했다.

“······소녀, 사실······. 이 소협을 연모하고 있사와요. 이 소협의 여인이 되고 싶사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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