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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 환관이 남성을 되찾음-170화 (170/171)

170화 뻔뻔하게

천마가 나타나자마자 나와 사형, 적사월과 흑사룡을 제외한 모든 마교인들이 그 자리에서 엎드려 오체투지하며 외쳤다.

물론 백천화도 예외는 아니었다.

“천마강림! 만마앙복! 신교천하! 천세 천세 천천세! 천마지존을 뵙습니다!”

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같은 타이밍에 같은 목소리가 연회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그 모습을 본 천마가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사는 됐다. 하던 거 해라.”

천마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일어나서 움직이는 마교도들.

“휘봉 연소월.”

천마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정사마가 서로 교류하는 연회 날이다. 시답잖은 시비로 연회를 망치지 않도록 하라.”

천마의 시선이 적사월을 향했다.

적사월의 뺨이 살짝 떨렸다.

그녀가 한발 물러섰다.

“천마 선배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알겠사와요.”

호호호호.

입을 손으로 가리면서 웃는 적사월.

그녀의 시선이 천마를 똑바로 응시했다.

*

[흥. 천마. 갑자기 왜 본녀의 앞길을 막는 것이냐. 너희 마교는 강자존의 철혈율 아래 싸움을 권장하지 않았느냐?]

불만 섞인 적사월의 전음이 천마의 귓가에 날아들었다.

그런 적사월을 보는 천마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연회장에 오기 전부터 일찌감치 기감을 통해서 백천화와 적사월이 한 판 붙기 직전이라는 걸 알았던 천마다.

그가 발걸음을 서두른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염왕. 우리 신교가 교도들에게 서로의 무(武)를 겨루는 걸 권장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신교에서도 너무 서로 무위가 지나치게 차이 나는 대결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상식적으로 가르침을 내리는 게 아니라면, 현경과 초절정의 대결에 괴롭힘 말고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게다가 너보다 한참 어린 과년한 처녀를 보고 아줌마라니? 염왕. 사파제일인이라면 체통을 지켜라. 어린아이를 괴롭히지 말고.]

천마의 시선이 적사월을 향했다.

만일 적사월이 아닌 이철수와의 대결이었다면 천마도 용인했을 것이다.

이철수의 심득은 초절정의 단계를 초월했지만, 그의 육신은 아직 초절정에 머물러 있으니.

백천화의 패배는 자명하겠지만, 그녀에게는 상당한 공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천마 본인은 지금까지 패배를 겪은 적 없이 독존했지만, 평범한 무인은 패배를 통해 성장한다는 사실 정도는 상식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적사월이라면 다르다.

현경의 고수다. 그녀가 현경의 전력을 드러내서 가르침을 내린다면 모를까, 저렇게 누가 봐도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며 시비를 거는데, 저런 비무에서 백천화의 공부를 쌓는 건 불가능하다.

게다가 현경의 고수 주제에 반 백년 가까이 어린 백천화를 상대로 진심으로 시비를 거는 것도 모자라서 뻔뻔하게 아줌마라고 부르다니.

백천화에게 아직 별다른 대단한 감정이 없는, 약간의 흥미만 가진 상태인 천마였었다. 하지만 염왕이 말도 안 되는 시비를 백천화에게 거는 걸 보니 마음속에서 무언가 동요하는 게 느껴졌다.

‘이게 괴룡이 말하던 감정인가?’

천마의 미간이 좁혀졌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알 수 없는 감정. 기분이 나쁘면서도, 동시에 좋았다.

아무리 감정이 희박한 천마라도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에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천마의 말을 들은 적사월이 웃었다.

[천마야. 본녀는 지금 사파제일인 적사월이 아닌 휘봉 연소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니라. 네가 뭘 걱정하는지는 알겠으나, 연소월의 전력만 사용해서 백천화를 상대할 테니 안심하거라.]

[불허한다. 염왕. 또 그런 말을 본좌한테 한다면 한바탕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

천마의 말에 적사월의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백천화를 상대하는 것으로 가가의 관심을 끌려던 적사월이었다. 그런데 지금 천마가 난입해서 가로막힌 것도 모자라, 체통을 지키라는 말까지 들었다.

어차피 천마 외에 그녀의 정체를 아는 자도 없으며, 지금의 그녀는 적사월이 아닌 연소월인데 왜 체통을 차려야 한다는 말인가?

연심을 인정했을 때부터, 적사월은 철면피를 깔기로 했다. 그편이 이철수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더 편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흥. 천마. 너답지 않구나. 가족에게는 일절 관심 없다고 들었거늘. 갑자기 가가를 위한 본녀의 행사를 가로막다니. 딸을 방치한 주제에 이제 와서 백천화의 아비 노릇이라도 하려는 것이냐?]

적사월은 사파제일인이기 이전에 하오문의 태상문주.

정보 수집에는 개방과 함께 중원에서 쌍벽을 이룬다는 하오문을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만큼, 천마에 대한 정보쯤은 그녀의 머릿속에 전부 들어 있었다.

적사월은 알고 있었다.

천마는 본인의 가족들에게조차 흥미가 없다는 사실을. 일곱 부인과 십 수명의 자식들을 전부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릴 적 제대로 된 부모도, 스승도 가져본 적 없던 적사월이었다. 그런 그녀였기에 천마의 행위는 이해할 수 없었다.

버려두고 이제 와서?

적사월의 질문을 들은 천마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아비 노릇이라니?’

물론 객관적인 시점에서 봤을 때, 천마 본인이 제대로 된 부모 노릇을 못 한 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그 사실을 직접 지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괴룡 이철수조차 간접적으로 말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위장 신분으로 추태를 부리던 적사월이 아비 노릇이라는 말을 언급한 것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적사월에게는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얼마 전 백천화에게 건네준, 투마 시절 그가 만든 성명절학인 파천마황공(破天魔荒功)을 백천화가 빠르게 익혀가는 모습에 조금씩 흥미를 느끼는 참이라 더욱 그랬다.

이철수의 말대로, 백천화의 잠재성이 빠르게 개화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말을.

천마가 드물게 감정을 드러내자 그의 몸에서 기파가 피어올라 연소월에게 쏘아졌다.

[난 원래부터 그 아이의 아비였다. 염왕. 더 이상 본좌를 도발하지 말라. 본교와 사파 사이의 혈풍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적사월은 천마의 기도를 받아넘기면서 말했다.

[조금은 달라졌군. 천마. 좋다. 그렇게까지 한다면 본녀는 네 사정을 봐줘서 이만 물러나기로 하지.]

적사월의 전음을 들은 천마는 기도를 거뒀다. 그의 시야에 백천화의 모습이 보였다.

천마가 백천화에게 다가갔다.

“아, 아버님······.”

백천화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결투를 중단한 건 그녀를 위해서임을. 그날. 파천마황공의 비급서를 받은 이후부터 아버지는 묘하게 그녀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백천화는 아직도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괴룡은 백도의 위선자들은 물론, 색마도 인정한 강자다. 그한테 쓸데없이 말로 시비를 걸지 말라. 신교도라면 마땅히 혀가 아닌 무(武)로 스스로를 증명할지니, 신교의 소천마라면, 신교의 규율에 따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정파를 상대로 너 자신을 증명하라.”

천마의 말을 들은 백천화의 자색 눈동자가 떨렸다.

소천마.

대외적으로 그리 불리고 있기는 하지만, 오마(五魔)처럼 신교에서 공인된 별호는 아니었다. 그녀의 재능과 무력을 경외한 신교도들이 천마의 딸이라는 점에서 착안하여 그녀를 부르는 별칭일 뿐이었다.

천마인 아버지는 단 한 번도 그렇게 그녀를 불러주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천마 본인이 스스로 그녀를 소천마라 불러준 것이다. 백천화의 몸이 전율이 일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오체투지하면서 말했다.

“조, 존명!”

백천화의 반응에 천마는 아까 적사월의 도발과는 달리, 마음속에서 뭔가 채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천마의 시선이 이철수를 향했다.

‘이게 괴룡, 네가 말한 마음의 쾌락이더냐.’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러리라.

천마는 그리 생각하면서 연회장의 상석에 앉았다.

백천화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연회장의 군중이 웅성대며 뒤로 물러났다. 자연스럽게 비무장이 만들어졌다. 연회에서 술잔을 나누다가 싸우는 건 강자존의 규율로 지배되는 마교에서는 자연스러운 일.

그 누구도 당황하지 않았다.

“소천마와 괴룡의 대결이라니.”

“당연히 소천마께서 이기겠지? 지존께서도 공인하지 않으셨나?”

“하지만 괴룡도 만만치 않아. 색마 님께서 그를 직접 인정하셨고, 지존께서도 언급하셨으니.”

“듣기로는 용봉지회에서 검룡 진패선과 알몸으로 서로 겨뤘을 때, 불완전하지만 검강을 썼다는 소문도 있다네.”

“그게 사실이라면 막상막하겠군.”

오히려 벌써 소천마와 괴룡의 대결을 놓고 분석에 들어가고 있었다. 일부에서는 즉석에서 도박판을 벌일 정도.

마교에서는 일상 같은 일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백천화가 어느새 비무대의 중앙에 서게 된 이철수를 눈에 담았다.

용봉지회의 우승자. 정파제일 후기지수. 공동신협의 사제.

그리고 그의 아버지가 직접 강자라고 공인한 상대다. 단순한 주색잡기나 즐기는 한량이라는 건 그녀의 착각이었다. 백천화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면 꺾지 않으면 안 된다.

소천마의 호승심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녀가 말했다.

“괴룡 이철수. 검을 뽑아라. 신교의 방식으로 너를 상대하겠다.”

백천화의 말을 들은 이철수가 웃었다.

*

“흐흐흐흐흐흐흐, 훗, 후후후후후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상남자의 웃음소리를 내뱉었다.

도황의 호탕한 웃음을 본딴 웃음을 멋지게 내뱉으면서, 한껏 멋낸 포즈로 동백기름을 바른 머리를 쓸어올렸다.

드디어.

마침내.

이 날이 왔다. 소천마 백천화. 그녀와 대결하는 날이. 후후후후후.

천마의 시선이 느껴졌다.

적사월, 흑사룡, 사형의 시선도 느껴졌다.

모든 군중의 시선이 느껴졌다. 관심을 받는 중인 지금, 나는 살아있음을 느꼈다.

스르릉.

마교로 가기 전 새로 뽑은, 이제는 중등품 정도 되는 철검을 뽑았다. 신강의 햇빛을 받아 칼날이 반짝였다.

“좋다. 나 백도제일 후기지수 검룡 이철수, 너희 마교의 야만적인 법칙에 어울려주지. 선공을 양보해주마.”

이제 나도 고수.

선공 양보 정도는 해줘야 폼이 살아난다. 나는 검룡과 백도제일을 강조하면서 백천화를 향해 손을 까딱했다.

“선공 양보라, 괴룡. 네놈의 그 광오한 발언을 후회하게 해주지!”

정파와는 달리 사양하지 않고 곧바로 백천화가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녀의 묵빛 검이 검게 번뜩였다.

파츠츠츠츠츠츠츠츠!

흑색 마기가 백천화의 칼날을 타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다 이내 유형화되어 실처럼 늘어졌다.

초절정고수의 상징인 검사(劍絲)였다. 검사로 휘감긴 백천화의 묵빛 검이 그대로 나를 향해 쏘아졌다.

시야에 흑선이 수없이 그려졌다. 나는 미간을 살짝 좁혔다.

‘이건, 나도 접한 적 없는 무공인데.’

마교의 유명한 절학 정도는 황궁에서도 당연히 기록되어 있었다.

내가 알기로는 소천마 백천화의 어머니는 마검종 출신. 마검종의 최상승 절학은 천잔마검(天殘魔劍)이다. 마가 깃든 검으로 하늘을 베어버리는 걸 목표로 하는 검답게 초식 하나하나에 하늘을 베어버릴 듯한 압도적인 경력이 깃든 검을 빠르게 휘두르는 패검(覇劍)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소천화가 휘두른 일검은 천잔마검 특유의 패도적인 마기가 없었다. 마기가 풍기는 건 같았지만, 궤도를 예측하기 힘든 불규칙하면서 현란한데다 시야를 어지럽히면서도 실전적인 검초는 천잔마검과는 한참은 멀었다.

‘설마.’

나는 미간을 좁혔다.

불규칙하고 현란하면서도 실전적인 마공. 이런 마공은 기록에 있었다. 당대 천마가 천마의 위에 오르기 전에 사용했던, 그가 그의 인생에서 재능으로 스스로 정립한 상승마공.

그에게 투마라는 별호를 안겨준 마공인 파천마황공, 그중에서 파천마황무와 유사했다.

전생의 천마는 그의 독문절학을 그 누구에게도 전수하지 않았다. 자식에게도.

백무량 본인이 천마의 위에 올라 천마신공을 얻은 이후에는 역대 천마들이 그랬던 것처럼, 천마신공에 파천마황공의 묘리를 더해 개량하여 천마신공만 사용했다. 그래서 전생에 파천마황공은 버려진 무공이 되었다.

하지만 전생과는 달리 지금 뜬금없이 백천화가 파천마황무를 들고나온 것이다. 파천마황무는 검법이 아닌, 온몸을 사용하는 투술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설마 그 누구에게도 전수하지 않았던 절학인 파천마황공을 이번 생에는 백천화에게 전수했다고?

거기에 백천화는 파천마황무의 투로를 검법으로 재해석한 건가? 백천화의 재능 잠재력이 뛰어난 건 알았고 천마가 내 말에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안 되겠군. 적당히 겨룰 수가 없어.’

원래는 적당히 주고받다가 적당히 이길 생각이었지만, 파천마황무라는 새로운 무공을 상대로 적당히 상대해서 이기는 건 어려웠다.

나는 사형처럼 천재가 아니라서, 처음 보는 무공의 원리를 곧바로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렇다고 질 수도 없었다. 그러니까 계획 변경이다.

혼원일기공을 끌어올렸다. 음양이기가 치솟으며 수승화강을 이루며 폭발적인 내력이 솟구쳤다.

공동파 무학의 기본 원리는 역태극. 공동파가 지향하는 협의는 마로서 마를 제압하는 것. 역혈공으로 연성한 공동파의 내공은 정순한 정종무공보다는 사마외도의 사이한 속성을 닮아 있었다.

쿵! 쿵! 쿵! 쿵!

폭발적으로 일어난 흑색 기파가 주변을 진동시켰다. 철검에 타오르던 흑색 내공이 아지랑이처럼 일어나더니, 곧이어 실처럼 늘어졌다

검기에서 검사로 변한 순간, 나는 소천마의 검을 받아쳤다.

콰-광!

기파가 폭발하며 폭음을 일으켰다.

“큭!”

소천마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예측불허한 검초를 완전히 봉인하고 깔끔하게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 다음 일검에 그녀를 완전히 제압해야 했다. 우웅. 철검이 울었다. 의념을 강제로 끌어올렸다. 중단전이 있는 심장이 아프다. 나는 이를 악물며 검사가 피어오르는 철검에 의념을 덧씌웠다.

파츠츠츠츠츠츠츠츠츳!

흑색 별빛이 칼에 내려앉았다. 검강이 일시적으로 완전히 구현된 순간, 나는 그대로 복마검법의 최후절초를 그녀를 향해 쏘아냈다.

콰-아-아-앙!!

위타복마의 절초에 실린 검강이 소천마를 향해 섬뜩한 귀기를 날리며 날아가 폭발했다.

“크흑?!”

바닥에 깔린 청석이 깨지면서 흙먼지가 피어올라 시야를 가렸다. 소천마의 비명이 울렸다. 안력을 돋우자 흙먼지 속에서 하늘을 향해 치솟은 소천마의 신형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쿠웅!

소천마의 몸이 땅바닥으로 처박혔다. 나는 저벅저벅 걸어서 그녀의 목에 철검을 겨눴다.

“내가 이겼어. 소천마.”

내가 승리를 선언한 순간.

연회장이 쥐 죽은 듯 조용히 변하며 섬뜩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니.

왜 분위기가 싸하지?

내가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끼고 있던 그때. 백천화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가 나를 노려봤다.

대충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된다. 나는 그녀가 할 말을 선수치기로 했다.

“소천마. 그 눈빛은 뭐지? 여색에 미친 정파 위선자 한량 따위한테 일검에 패배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겠다는 거냐?”

분명 그런 심정이겠지. 어때? 찔렸지?

내가 속으로 웃고 있던 그때.

“아니. 그런 게 아니다. 괴룡. 너는 비무할 때마다 상대의 의복을 찢는다고 들었다. 그런데······.”

소천마가 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확실히 그런 말도 안 되는 오해가 있기는 하지. 그래. 이번에는 깔끔하게 이겼으니, 일검탈의의 오명도 벗을 때가 왔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그때.

소천마의 충격적인 폭탄 발언이 내 귓가에 꽂혔다.

“그런데 어째서 내 의복은 벗기지 않은 거지? 이, 이 나와 진심으로 겨루지 않은 건가?!”

아니.

이 미친년이 뭐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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