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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선교女
17. 사이비 선교女 (1)
방학이라 그런지 지왕은 최근 늦잠을 자게 되는 일이 부쩍 늘어났다.
그러던 어느 늦은 오전 누군가 자취방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실례합니다! 계세요?”
그 소리에 불쑥 잠에서 깬 지왕은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꼼지락거렸다.
“하아암~. 누구지? 택배 시킨 것도 없는데…….”
물론 택배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문밖에서 들린 소리는 젊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앳되어 보이는 여자의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안 계세요?”
여자의 거듭된 노크에 살짝 짜증이 나버린 지왕은 마침내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네! 나가요!”
유리의 목소리였다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분명 유리의 목소리와는 달랐기에 지왕은 퉁명스럽게 말하며 현관문을 열었다.
“누구시죠?”
그런데 문이 열린 순간 지왕은 마치 물벼락을 맞은 것처럼 눈이 번쩍 떠지고 말았다.
따사로운 여름 햇살을 등에 업은 채 지왕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여자는 유리보다도 2배는 더 귀여운 외모를 한 정말 깜찍한 스타일의 여자애였던 것이다.
지왕은 허둥지둥 손으로 눈꼽도 떼고 까치집을 지은 뒷머리도 쓸어내리기도 하면서 말했다.
“무, 무슨 일로 오셨 …… 는지 …….”
여자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혹시 하나님 믿으세요? 아직 안 믿으시면 제가 좋은 말씀 좀 전해드리려고요. 들어가도 될까요?”
지왕은 잠이 확 깼다.
‘설마 얘가 그 소문의 서큐버스?!’
지왕이 학교에 입학할 무렵 학교 인근엔 ‘자이나 교회’라는 신흥 교회가 하나 생겼었다. 그런데 그 교회의 교세 확장 속도는 가히 폭발적어서, 근처의 기존 교회들을 단번에 압도했었다.
그리고 그 ‘기적’의 배경엔 바로 지금 지왕의 눈앞에 서 있는 이 ‘선교女의 활약’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선교녀의 활약’이라고는 하지만, 뭐 그녀가 아주 대단한 신앙심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여 종교에 귀의토록 하는 건 절대 아니었다.
그녀의 주 선교 타깃은 학교 주변 하숙·자취촌에 사는 남학생들, 특히 ‘모태 솔로’나 그에 준하는 남학생들이었다. 널리 퍼진 소문에 따르면 선교녀의 선교 방식은 이랬다.
1. 먼저 동네나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연애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남학생을 물색한다.
2. 타깃이 확정되면 슬그머니 다가가 말을 걸거나, 남학생의 집을 방문한다.
3. 그런 다음 타고난 미모와 화술로 남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뒤 슬며시 선교 이야기를 하거나 교회로 이끈다. (간혹 상대 남자가 아주 쉬운 찌질이로 보일 때는 방금 전 지왕에게도 그랬던 것처럼 처음부터 까놓고 자신의 방문 목적을 말해버리기도 한다.)
4. 남학생으로 하여금 교회를 다니게 만드는 데에 성공하면, 한동안은 같이 교회를 다니면서 곧 ‘교회 커플’이 될 지도 모른다는 헛된 환상을 심어 준다.
5. 결정적인 순간에 그 환상을 이용해 남자로 하여금 거액의 헌금을 하도록 유혹한다.
선교녀에게 홀려 헌금을 한 남자들은 보통은 얼마 안 가 자신이 속았음을 깨닫고 선교녀와 교회와의 관계를 단절하지만, 간혹 그 이후에도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계속 선교녀에게 빨대를 꼽힌 채 착취당하는 애들도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알려진 피해자가 지왕의 학교에만 해도 최소 2~300명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었다. 하지만 선교녀의 마성은 이른바 ‘찌질이’들로 하여금 ‘알면서도 당하게 만드는 마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피해자는 계속 늘어가는 추세였다.
이 문제가 왜 심각한 것이었냐면,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와 돈이 넉넉치않았던 피해자들이 자취집이나 하숙집의 월세와 보증금, 등록금, 심지어는 학자금 지원 대출로 받은 돈이나 대부업체 등에서 받은 대출금까지 여기다 꼴아박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자이나 교회’가 여자를 포교에 이용한다고 해서 ‘버자이나 교회’로 부르기도 하고, 남자에게 빨대를 꽂아 착취한다는 뜻에서 선교녀를 ‘서큐버스’에 빗대어 부르기도 했다.
지왕도 ‘이 사이비 선교녀’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어느 새 그녀의 마성에 정신을 홀랑 뺏겨버린 채, 저도 모르게 선교녀를 집 안으로 들이고 있었다.
“예? 예 …… 드, 들어오세요 …….”
지왕의 자취방은 한 이틀을 설거지도 안한데다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벗어던져 놓은 옷가지와 속옷들로 그야말로 지저분했다. 전형적인 방학 중인 남학생 자취방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선교녀는 눈살 한번 찌푸리지 않고 밝게 웃으며 칭찬의 말을 했다.
“와아, 남자 혼자 사는 방 치곤 깔끔한 편이네요.”
그러더니 대뜸 싱크대로 가서 두 팔을 걷어 부치며 말했다.
“이런, 설거지 거리가 많이 있네? 하긴 혼자 사는 남자에겐 좀 귀찮은 일이긴 하죠. 제가 해드릴게요.”
지왕은 화들짝 놀라 여자에게 다가가 정색을 하며 팔을 붙들었다.
“아, 아니에요. 좀 있다 제가 하려고 했어요. 그냥 두세요.”
그러나 선교녀는 괜찮다는 듯이 방긋 웃으며 대꾸했다.
“저한텐 이런 건 별거 아니에요. 대신 제가 설거지 하면서 좋은 이야기를 해드릴 테니까, 저기 식탁에 앉아서 들어주실래요?”
그 순간 지왕과 선교녀 사이의 거리는 불과 한 뼘 밖에 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지왕은 코로 선교녀의 정수리로부터 풍겨 올라온 샴푸 향이 은은하게 느껴졌다.
‘하아~ 좋다~! …….’
그렇게 선교녀의 향기에 굴복한 지왕은 결국 테이블에 앉아 설거지를 하고 있는 선교녀의 뒤태를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감상하기 시작했다.
선교녀는 설거지와 동시에 곧바로 설교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닥치는 걸까?’라는 불만이 생길 때가 있죠? 하지만 그건 모두 하나님께서 …… 어쩌고저쩌고 …….”
그러나 지왕은 선교녀의 말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왕의 눈과 뇌는 선교녀의 뒤태를 통해 그녀의 옷 속 모습을 연상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세제 거품으로 인해 선교녀의 손에서 미끄러진 숟가락이 바닥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지왕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핫! …… 저, 정신 차리자, 정신! 저 여잔 그 마성의 서큐버스라고!’
선교녀는 바닥에 떨어진 숟가락을 줍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그 바람에 하얀 반바지 속의 사타구니 틈으로 팬티 끝이 살짝 드러나 보였다.
지왕은 정신을 차린 다음에 보니, 왠지 그 팬티 노출마저도 선교녀가 미리 계획한 연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선교녀는 세제 거품이 잔뜩 묻어 있는 고무장갑을 끼고 있었기 때문인지, 바닥에 떨어진 숟가락을 한 번에 줍질 못하고 자꾸만 놓치고 있었다.
그때 문득 식탁 위에 놓여 있던 ‘갤럭시 Sex 노트’가 지왕의 눈에 들어왔다. 지왕은 얼른 그것을 집어 들어, 허리를 숙인 채 이쪽을 향해 보란 듯이 실룩거리고 있던 선교녀의 엉덩이를 사진으로 찍었다.
그리고 곧바로 화면에 사진을 띄워 선교녀에 대한 작업을 시작하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지왕의 머릿속으로 한가지 ‘실용적인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응? 잠깐만. 설거지는 끝내고 할까? 큭큭 …….’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방금 전까지 선교녀에게 홀려 멍하니 있었던 자신의 모습이 약간 우습게 느껴졌다.
마침내 설거지를 다 마친 선교녀는 고무장갑을 벗고 식탁에 지왕과 마주 앉아,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설교 얘기를 계속 늘어놓았다.
그러나 지왕은 그 이야기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며 선교녀를 빤히 쳐다봤다.
‘내가 처음엔 혹해서 당황했지만, 이젠 안 넘어간다. 그리고 지금까지 너한테 당한 애들의 복수까지 다 해 버릴 테니까 각오해. …… 우선 저 시끄러운 주둥이부터 막아볼까?’
지왕은 테이블 밑으로 감춘 폰 화면에 조금 전 찍어 두었던 선교녀 엉덩이 사진을 띄운 다음, 손끝으로 조개 부위를 한번 슬쩍 스치듯 터치했다.
그러자 조잘대던 선교녀는 마치 전기가 통한 것처럼 엉덩이를 움찔했다.
“하읏!”
선교녀는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이상한 신음 소리가 튀어나온 것에 당황해 얼굴이 대번에 빨개졌다.
지왕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고 물었다.
“왜 그러세요? 어디 불편 하세요?”
“아, 아니에요. 잠깐 몸에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서 ……. 기분…… 탓인가봐요.”
선교녀는 그러더니 바로 마음을 진정시키며 잠시 중단됐던 설교를 다시 이어가려 했다.
“…… 그건 그렇고 하나님께서는 말이죠 …….”
이에 지왕은 다시 폰 사진 속 선교녀의 조개 부위를 슥 터치했다. 그러자 선교녀는 이번엔 깜짝 놀란 것처럼 눈까지 질끈 감으며 엉덩이를 움찔했다.
“…… 으흣! …….”
지왕은 속으로 웃음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으며 말했다.
“저, 혹시 급하신 거라면 화장실은 저쪽이니까 개의치 말고 쓰세요.”
선교녀는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단지 …….”
지왕은 능글능글한 눈초리로 선교녀에게 반문했다.
“단지…… 뭐요? 어디가 찌릿찌릿하기라도 한 건 가요?”
지왕의 말에 선교녀는 흠칫 하며 얼굴이 홍당무처럼 달아올랐다.
“네? 아, 아니 그게 그러니까 …… 미, 밑에서 자꾸 이상한 기운이 올라오는 거 같은 게 …….”
그러자 지왕은 선교녀 옆으로 다가가 의자와 엉덩이 쪽으로 얼굴을 가져가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밑이요? 식탁의자가 뭔가 이상한가요? 잠깐만 엉덩이 좀 들어봐 보세요.”
지왕의 말에 선교녀는 엉겁결에 엉덩이를 슬쩍 옆으로 비스듬히 들었다. 그런데 정작 그러고 나니, 선교녀는 남자의 얼굴 바로 앞에다 엉덩이를 엉거주춤하게 들이대고 있는 것 같아 불쑥 부끄러운 마음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 이제 괜찮은 것 같아요. 그냥 앉을게요.”
선교녀는 그러면서 다시 의자 위에 엉덩이를 털썩 내려놓았다. 그런데 그때 지왕이 눈빛을 예리하게 반짝이더니, 타이밍 좋게 선교녀의 엉덩이와 의자 사이로 손을 쑥 집어넣으며 말했다.
“여기 뭐가 있나?”
순간 선교녀의 도톰한 조개 부위가 지왕의 손아귀 안으로 쏙 들어왔다. 지왕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손을 슬쩍 움켜쥐어 조개의 도톰한 느낌을 즐겼다.
기겁한 선교녀는 마치 달궈진 불판에 엉덩이를 데인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며 비명을 내질렀다.
“꺅!”
지왕은 속으로 낄낄 거리면서도, 짐짓 당황스러운 척 연기를 하며 선교녀에게 사과를 했다.
“어이쿠, 이런! 죄송해요. 의자 위를 살펴본다는 게 그만 …….”
순간 선교녀가 인상을 팍 쓰며 지왕을 째려봤다. 이를 본 지왕은 내심 놀라워했다.
‘응? 이제 본성이 드러나는 건가?’
그러나 선교녀는 고단수였다. 이내 표정을 다시 원래의 ‘영업용’으로 싹 바꾸더니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지왕은 그런 가증스런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오히려 속에서 살짝 부아가 치밀었다.
‘흥, 요것 봐라? 어떻게든 날 살살 구슬려서 털어 먹어 보시겠다? 좋아, 누가 누굴 먹나 해보자고!
그러고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 앉아, 테이블 밑에 감춰둔 폰 사진 속 선교녀의 조개를 마구 문지르기 시작했다.
선교녀는 마치 220볼트의 전기 코드가 갑자기 조개에 콱 박혀버린 것처럼 허리를 탁 튕겨내며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
“아흣! …… 으으으, 으하앙~! ……”
지왕은 그런 선교녀를 바라보며 입가에 씨익 싸늘한 미소를 날렸다.
‘흥, 날 선교하겠다고? 그전에 나한테 조교 당할 각오나 하시지!’
----☆《알립니다.》☆----
일전에, 이번 주에 뜻밖에도 여러 독자님들께서 원고료 쿠폰들을 투척해주신 것에 힘입어 금주 주말 부족하나마 감사의 뜻으로 양일 간 매일 2편 이상 씩 업데이트 하겠다고 약속드렸었는데요.
그 약속을 지키고자 이렇게 한번 더 업 하였습니다.
계속 분발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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