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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女
22. 겨자女 (2)
그때 방 한편에 밧줄 하나가 한쪽 끝이 벽에 허리 높이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오옷! 저것은?’
지왕은 곧바로 그 밧줄의 용도를 알아챌 수가 있었다.
‘좋았어! 시작은 저거다!’
마음을 정한 지왕은 그쪽으로 성큼 성큼 걸어갔다. 그러자 여자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똘똘이를 따라 네발로 허겁지겁 기어서 따라왔다.
지왕은 우선 여자의 눈과 손에 안대와 수갑을 채웠다. 그리고 손을 이끌어 밧줄을 다리 사이에 두고 서게 했다.
오로지 자신의 달아오른 몸뚱이의 불을 끄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던 여자는 지왕이 왜 그러는지 전혀 짐작을 하지 못한 채, 그냥 지왕이 이끄는 대로 따를 뿐이었다.
지왕은 벽에 고정되어 있지 않은 밧줄의 반대 쪽 끝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속으로 셋을 센 뒤 줄을 위로 번쩍 잡아 올렸다.
“하나, 둘, 셋! …… 흡!”
밧줄은 곧바로 여자의 벌어진 조개 틈에 끼이며 위로 잡아 당겨졌다. 여자는 화들짝 놀라며 발뒤꿈치를 번쩍 들어올렸다.
“꺅!”
여자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마치 발레를 하듯 까치발을 동동 굴러댔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수갑이 채워진 손으로 밧줄을 아래로 잡아 누르며, 조개 틈에 끼인 줄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써댔다.
하지만 발끝에 온 체중을 싣고 있어 중심을 잡기에도 버거웠던 탓에, 조개 틈에서 줄을 빼내기는커녕 오히려 조개 틈에 박힌 줄을 마구 휘젓는 꼴이 되어버렸다.
“아흣! 아흐앙~, 흐응~, 하앙~, 꺄흑! …….”
그 꼴을 본 지왕은 마치 여자가 더 큰 자극을 얻기 위해 자가발전을 하는 것처럼 보여 실소가 터져 나왔다.
“큭, 뭐야? 내가 줄을 잡아당길 필요도 없잖아? 혼자서도 잘 노네?”
조개로 전해져오는 찌릿찌릿한 자극을 주체하지 못해 조개 틈에 끼인 밧줄을 빼내려 줄을 마구 흔들면 오히려 조개가 더욱 자극이 되는, 그야말로 ‘선순환 같은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여자는 까치발을 더욱 뾰족이 세우며, 양 무릎을 서로 맞댄 채 허벅지를 마구 비벼대면서 마치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신음 소리를 토해냈다.
“아흣! 꺄흑! 히끅! 아항~ …….”
하지만 그럴수록 밧줄이 조개 틈에 더욱 꽉 맞물리면서 여자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잠시 후 여자의 고개가 점점 뒤로 젖혀지며 마치 곧 숨이 넘어가버릴 것처럼 몸이 뻣뻣하게 굳어져갔다.
“히익! 힉! 히끅! 끅! 끄극! …….”
그러다 어느 순간 허리를 탁 튕겨내며 움찔하더니, 마치 오한이 든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며 입 밖으로 신음소리를 정신없이 내뱉어댔다.
“으흐흑! 꺄흑! 으허엉~, 아흐앙~, 흐으으~ …….”
그런데 갑자기 여자가 중심을 잃고 몸을 옆으로 갸우뚱거렸다. 극치감에 허우적대다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것이었다.
지왕은 화들짝 놀라며 위로 한껏 잡아당기고 있던 밧줄을 황급히 다시 아래로 내렸다. 그러나 그렇게 한 보람도 없이, 여자는 조개 틈에 줄이 끼어 있던 그대로 옆으로 팽그르르 돌며 바닥에 콰당 넘어지고 말았다.
“꺅!”
바닥에 엎어진 여자는 고통스러운 듯 신음하며 몸을 꿈틀거렸다.
“으음…… 으으으 …….”
지왕은 깜짝 놀라 여자에게로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야, 괜찮아? 머리 박은 거야?”
그런데 여자는 지왕의 말엔 대꾸하지 않은 채, 곧바로 손을 뻗어 발기차 있던 지왕의 똘똘이를 덥석 붙잡더니 절절하게 말했다.
“보, 보지가 불이 난 것 같아요…….”
지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 참 누가 변녀 아니랄까봐 ……. 괜히 사람 놀라게 하고 있어, 쯧.”
지왕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손으로는 여자의 조개를 벌리고 속살을 이리저리 살폈다. 밧줄을 조개로 꽉 문채 거의 매달려 있다시피 한 상태에서 180도 빠르게 회전을 해버렸으니, 마찰열에 상처를 입지는 않았을까 염려가 되어서였다.
그러나 여자의 조개는 미끈한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던 덕분인지, 다행히 상처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뭐, 딱 좋을 정도로만 자극이 됐나 보네. 그럼 내친김에 하나 더 해볼까?”
지왕은 그러더니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줄을 가랑이 사이에 오도록 하여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다시 줄을 위로 번쩍 잡아 당겼다.
당연히 이번에도 밧줄은 여자의 조개 틈 사이로 정확히 박혀 들어갔고, 여자는 까치발을 세우며 파르르 떨었다.
“히익!”
그런데 지왕은 이번엔 밧줄을 다시 살짝 아래로 내리더니, 여자가 발꿈치를 들면 조개가 줄에 아슬아슬하게 걸릴 정도의 높이로 맞췄다. 그리고 여자에게 흥정하듯 말했다.
“자, 그 상태로 걸어서 여기까지 와봐. 그럼 상을 주지.”
‘상’이라는 말에 여자는 곧장 귀가 쫑긋 세워졌다. 그리고 지왕을 향해 천천히 발을 떼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개 틈에 밧줄이 끼어져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까치발을 총총거리며 앞으로 한발 씩 내딛을 때마다 조개의 속살이 밧줄의 까칠한 표면에 쓸렸다.
여자는 조개에서부터 등골을 타고 머리끝까지 치고 올라오는 화끈거림과 찌릿찌릿한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계속 몸서리를 쳐댔다.
“아흣! 으으으, 흐아항~ …….”
그러고 나면 다리에 힘이 풀려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 도로 뒷걸음질을 치는 바람에, 여자는 이후로도 몇 번을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를 반복하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지왕이 서 있는 지점에 겨울 도달할 수가 있었다.
지왕은 밧줄을 놓은 뒤 여자의 뺨과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잘하는 걸? 자 그럼 상을 …….”
그러면서 여자의 머리를 눌러 강제로 꿇어앉혔다. 그러자 여자는 바로 ‘상’의 정체를 눈치를 채고 지왕의 똘똘이를 허겁지겁 빨기 시작했다.
똘똘이를 여자에게 상으로 내준 지왕은 그 상태에서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음 놀잇감을 찾았다.
“흐음, 이번엔 뭘 해볼까나?”
그때 침대 옆 탁자에 바이브레이터가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옆 벽면에 ‘X’자 모양으로 된 틀이 있는 것도 보였다. 틀의 네 귀퉁이에는 가죽으로 된 고정끈이 있어서 손목과 발목을 묶어서 고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저거다!’
마음을 정한 지왕은 여자의 눈과 손목에서 안대와 수갑을 벗겼다. 그런 다음 벽면의 ‘X자’ 틀로 여자를 데려가 손과 발을 가죽끈으로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바이브레이터를 작동시켜 여자의 클리토리스 부분에다 살짝 갖다 대었다.
그런데 이게 다루기가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어라?’
손으로 애무할 땐 손끝으로 느껴지는 감촉과 압력으로 강약과 움직임을 조절할 수가 있었는데, 바이브레이터는 그런 감각들을 느낄 수가 없어 감에만 의존해야 하니 영 까다로웠다.
하지만 계속 노력한 끝에 곧 최적의 자극을 줄 수 있는 압력과 움직임을 찾아낼 수가 있었다.
그 덕택인지 여자는 처음 잠깐 동안은 자극을 잘 견뎌내는가 싶더니, 곧 마치 엉덩이에 불이 붙은 것처럼 사타구니를 앞으로 쭉 쭉 당겨 빼며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으으으, 으꺅! 아으으, 하읏! …… 아하앙~ …….”
손으로 애무를 할 때와는 달리, 바이브레이터는 한번 익숙해지니까 이것저것 신경 안 쓰고 상대방의 반응을 느긋하게 즐길 수가 있어 나름 가지고 노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손을 이용해 상대방을 ‘손쉽게’ 오르가즘에 도달시키고 나면 저도 모르게 손놀림이 느려지게 마련인데, 바이브레이터는 그런 게 없이 여자가 오르가즘을 느낀 이후에도 계속 집요하게 공략을 하게끔 사용자의 심리를 유도하는 경향이 있었다.
덕분에 지왕은 ‘거듭된 오르가즘으로 인해 고통과 쾌락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몸서리 쳐대는 여자의 모습’을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원할 때까지 즐길 수가 있었다.
‘이게 바로 바이브레이터의 손맛이구나? …… 그럼 어디 이번엔 여기다가 …….’
지왕은 클리토리스를 자극하고 있던 바이브레이터 끝을 애액으로 미끈거리는 조개의 틈을 따라 미끄러트리며 서서히 질 입구로 가져갔다.
그리고 막 그것을 조개 구멍 안에다 쑥 집어넣으려던 찰나, 지왕의 머릿속으로 아주 기발한 생각 하나가 번쩍 하고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하여 곧장 냉장고 쪽으로 달려간 지왕이 그 안에서 주섬주섬 찾아 꺼내든 것은 바로 ‘겨자’, 냉면 세트 속에 들어 있던 ‘물냉면 용 겨자소스’였다.
지왕은 마치 대단한 아이템이라도 얻은 것 마냥 입을 히죽거리더니, 곧바로 ‘X’자 틀에 결박돼 있는 여자를 향해 다시 엉덩이까지 씰룩 씰룩 거리며 걸어갔다.
“흐흐, 불난 보지에 더 불이 나게 해볼까?”
지왕은 겨자봉지를 뜯어 검지 끝에다 살짝 짜냈다. 살짝 냄새를 맡아보니 순간적으로 매운 향이 코를 확 찔렀다.
“아우, 매워!”
한편, 맵다고 하면서 얼굴을 찡그리는 지왕을 본 여자는 오히려 자신이 흠칫 놀라며 움찔하였다.
여자는 지왕이 그것을 어디에다 쓰려고 하는 것인지 바로 짐작이 갔다.
하지만 긴장과 설렘이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뒤섞인 나머지,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떨고 있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속내가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