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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女
28. 강아지女 (2)
다음 날 오전 지왕은 복도에서 연이어 들려온 현관문 열리는 소리와 여자의 목소리, 그리고 개가 짖는 소리에 잠이 깼다.
띠릭. (전자락 소리)
“우리 핑키 산책 가자.”
- 멍! 멍!
눈이 번쩍 떠진 지왕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옆집 여잔가?’
그러고서 곧장 창문 쪽으로 달려가 복도를 살폈다.
방충망 때문에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 수가 없어 정확하게 스캔하긴 힘들었지만, 분홍색 조깅용 핫팬츠 차림을 하고 있던 여자는 일단은 맛있는 뒤태의 소유자였다.
‘오오! 몸매는 끝내주는데? 설마 저 정도의 몸매면 얼굴이 최소 평타 이상은 되겠지?’
똘똘이도 신이 났는지, 아침이라고 이미 빨딱 서 있었던 주제에 또 좋다고 팬츠 속에서 펄떡펄떡 춤을 쳐댔다.
“야 똘똘아, 진정해. 아직 얼굴은 안 봤잖아?”
지왕은 설렌 마음에 똘똘이한테 그렇게 장난 아닌 장난을 친 다음, 티를 대충 걸치고 나가 여자의 뒤를 밟았다.
근처의 공원으로 간 여자는 강아지와 산책을 하기도 하고 공 던지기 놀이도 하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선크림을 쳐발쳐발해서 그런 건지 어쨌든 동양인 같지 않은 하얀 얼굴에 오뚝한 콧날, 그리고 동글동글하기보단 약간 각진 느낌이 드는 얼굴선은 그야말로 이목구비 선명한 서구 미인형의 얼굴이었다.
특히 ‘꺄르륵’ 거리면서 공을 던지며 놀 때 뒤로 질끈 묶은 생머리가 휘날리는 모습은 정말 나이가 30대 중반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색기발랄했다.
‘와우, 저 정도 비쥬얼이면 어디 가서 20대 중반이라고 해도 믿겠네. 저렇게 보면 성격도 좋아 보이는데, 실제는 그런 무개념녀라니.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는 알 수가 없는 건가?’
그런데 그때 지왕의 눈을 확 사로잡는 광경이 있었다.
여자가 쭈그려 앉아서 공을 물고 돌아오는 강아지를 향해 ‘어서 이리 오라’며 팔을 쭉 뻗은 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지왕의 시선이 순간 여자의 사타구니 쪽으로 가서 꽂혔다.
‘오옷! 핫팬츠를 입고 저런 바람직한 자세를?! …… 그래, 바로 저거다!’
지왕은 주머니 속의 폰을 만지작거리며 사진을 찍기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다. 여자가 공놀이를 끝내기 전에 작업을 끝내야 했기에 살짝 조바심도 났다.
‘아 빨리빨리, 어디가 좋을까?’
그때 저 앞에 빈 벤치가 보였다.
‘저거다!’
지왕은 서두르는 티라도 나면 눈치 채일까 싶어, 최대한 평상 속도를 유지하며 벤치 쪽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벤치는 여자의 정면에서 약간 옆으로 비껴나 있었기 때문에, 여자의 시선을 피할 수 있으면서도 정면 사진을 거의 그대로 찍을 수 있는 그야말로 최적의 각도를 갖고 있었다.
지왕은 짐짓 딴청을 피우며 주머니 속에서 폰을 꺼냈다. 그리고 폰질을 하는 척하며 기회를 노렸다.
그때 여자가 다시 공을 멀리 던졌다.
‘좋았어, 지금이다!’
지왕은 여자를 향해 카메라의 줌을 주욱 잡아 당겼다.
‘좋아, 좋아. 딱 좋아. 이제 앉아라, 앉아. …… 그렇지!’
여자는 강아지가 공을 물고 돌아오자, 역시나 지금껏 그랬던 대로 쭈그려 앉아서 강아지를 향해 팔을 활짝 뻗고 기다렸다.
지왕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셔터를 연달아 눌렀다.
‘오오!’
줌을 당겨서 보니, 조갯살인지 핫팬츠의 천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여자의 조개 부위가 도톰하게 살이 오른 것 같은 윤곽을 드러내 지왕으로 하여금 군침을 흘리게 만들었다.
‘저기다 손을 탁 얹으면 …… 캬~!’
지왕은 상상만으로도 이미 여자의 조개를 손바닥 안에 담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게다가 쭈그려 앉은 탓에 가슴이 무릎에 눌려 가슴골이 나시티 위로 봉긋하게 밀려 올라오는 것이 화면 속에 보였다.
‘오~! 가슴도 저 정도면 최소 B, 아니 C는 되겠다. 으~…….’
한시라도 빨리 여자를 먹었으면 하는 조바심에 발까지 절로 동동 굴러지는 지왕이었다.
여자는 공원에서 한 시간 넘게 강아지와 놀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갔다.
지왕도 시간차를 두고 자기 집으로 돌아간 뒤, 옆집을 향해 귀를 쫑긋 세운 채 강아지가 짖어대기를 기다렸다. 마침 지왕의 부모도 마트에 간 터라 딱 좋은 기회였다.
드디어 옆집 강아지가 정신없이 짖어대기 시작했다.
- 멍! 멍!
뭐 먹을 거라도 꺼내 준 모양이었다.
지왕은 옳다구나 하며 튀어나가 옆집 벨을 눌렀다.
“여보세요, 잠깐 나와 보세요.”
그러면서 폰을 든 손을 뒷짐 짚듯이 뒤로 감춘 다음, 화면에 여자의 사진을 띄워놓고 작업을 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에선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뭐야? 이거 일부러 못들은 척 하는 거야? 얘도 이런 거에 아주 이골이 났나 보네, 그래.’
살짝 짜증이 난 지왕은 이번엔 여자가 대꾸할 때까지 벨을 연거푸 눌러댔다.
“이거 보세요! 안에 있는 거 다 알아요! 없는 척 한다고 능사는 아니잖아요! 나와 보세요!”
그 상태가 거의 1분이 지속되자, 마침내 여자도 더는 견디지 못하고 버럭 신경질을 부렸다.
“나가요! 나가면 될 거 아녜요!”
쿵쾅 거리는 여자의 발소리가 현관문 밖까지 들렸다. 지왕은 살짝 긴장이 됐다.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하는데 …….’
드디어 현관문 안쪽에서 ‘띠리리링’하고 전자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이다!’
지왕은 등뒤로 감춘 폰 화면에 띄워둔 여자 사진의 조개 부위를 엄지손가락으로 슬슬 문지르기 시작했다.
여자는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버럭 앙칼지게 소리쳤다.
“누구세……!”
그러나 곧 조개에서 찌릿한 기운이 느껴지는 바람에 목소리 끝이 야릇하게 꺾여 버렸다.
“…… 요~, 아흣~ …….”
그러다 얼떨결에 지왕과 눈이 마주쳐버린 여자는 대번에 얼굴이 빨개져서는 고개를 푹 숙였다.
지왕은 폰 사진 속 여자의 조개 부위를 계속 문지르며 말했다.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시면 관리를 잘 하셔야죠. 하루종일 짖는데도 그냥 방치하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니에요?”
그러나 여자는 이미 지왕의 말 따윈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상태였다. 그저 문을 꼭 붙든 채 조개에서 느껴지는 자극을 참아내느라 몸을 비비꼬고만 있을 뿐이었다.
“하으~ …… 그, 그게 …… 아흣! …… 그러니까 …… 아흐응~ …….”
지왕은 속으로 웃음이 나왔지만, 애써 모른 척 능청을 떨며 여자에게 물었다.
“네? 뭐라고요? 왜 자꾸 얘기를 하려다 말아요? 말을 똑바로 해야 제가 알아들을 거 아니에요?”
그러나 전율하듯 몸을 파르르 떨던 여자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휘청거리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중심을 잃고 지왕의 품을 향해 풀썩 쓰러져 버렸다.
“어맛!”
지왕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자다운 강한 팔힘으로 여자를 와락 끌어안았다.
‘옳거니!’
물론 그러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는 폰 사진 족 여자의 조개 부위를 문지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여자는 지왕의 품에 안긴 상태에서도 계속 신음하며 몸을 파르르 떨어댔다.
“흐읏! 아항~ …….”
방금 전까지 앙칼지게 굴던 여자가 품속에서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떠는 걸 보니, 지왕은 뜬금없이 그 여자가 급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역시 여자는 품에 안아야 제 맛!’
지왕은 시치미를 뚝 뗀 채 예정된 계획대로 말했다.
“이봐요? 괜찮으세요? …… 이대론 안 되겠어요. 일단 안으로 들어가요.”
지왕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으면서, 여자를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간 뒤 현관문을 닫아걸었다.
집은 여자 혼자 사는 집답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었다. 그것도 30대의 감성이라기보다는 20대, 아니 정확히 말하면 10대 후반 ~ 20대 초반 여자의 취향에 가깝게 꾸며져 있었다.
‘웬만한 건 다 핑크색이 섞여 있잖아? 이런 걸 보면 아까 공원에서 본 색기발랄한 이미지하고 똑같은데 말이야. 그런데 왜 사람들한텐 그렇게 앙칼지지? …… 아, 설마 노처녀 히스테리? 그렇다는 건 …… 한창 굶주린 상태일 수도 있겠네? 오~! 큭큭 …….’
그렇게 생각하니 지왕은 여자를 어서 먹어버리고 싶은 마음에 조급함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짤짤 흔들며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혔다.
‘아, 아니지. 이럴수록 천천히 잘 즐기면서 먹어야지. 난 맛있는 건 나중에 남겨뒀다 천천히 먹는 스타일이잖아? 크크…….’
그때 작은 방에서 여자의 애완견, 하얀 말티즈가 나왔다. 강아지는 지왕을 경계하면서도 잔뜩 겁먹은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몇 살인지는 모르겠지만 기껏해야 두 뼘도 될까 말까한 크기의 그 강아지는, 너무 겁이 많았던 나머지 낯선 사람을 보고도 짖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왕은 자기가 여자와 즐기는 동안 강아지가 시끄럽게 굴거나 훼방을 놓으면 귀찮은 일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여자에게 물었다.
“저 강아지 입마개 같은 거 없어요? 조용히 시켜야 될 것 같은데…….”
지왕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여자는 강아지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주의를 줬다.
“…… 아항~ …… 핑키! …… 아흣! …… 바, 방에 조용히 있어야 해! 알았지? 하으흥~ …….”
그러자 강아지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여자와 지왕을 쳐다보는 듯하더니, 정말로 말귀를 알아들은 건지 순순히 방으로 도로 들어가 버렸다.
지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저렇게 훈련을 잘 시켜놨으면서 지금까지 왜 그렇게 시끄럽게 굴도록 놔둔 거야? 이 여자 정말 괜히 노처녀 히스테리 부려왔던 거 아냐?’
지왕은 일단 강아지가 돌아들어간 작은 방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소파 위에 건방진 자세로 드러눕듯이 다리를 좍 벌리고 앉아 여자에게 말했다.
“아파트에서 개 키우시면 이웃에 피해 안 가게 잘 키우셨어야죠. 그럼 제가 이렇게까지 안해도 됐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지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자가 마치 엎드려 빌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바닥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지왕이 폰으로 주는 자극을 견디지 못해 주저앉은 것이었다.
“하으흥~, 하앙~ …….”
신음하던 여자는 지왕의 사타구니를 응시하며 네발로 마룻바닥을 기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왕은 가까이 다가온 여자의 이마를 발로 막으며 말했다.
“잠깐. 나한테 먹히고 싶으면 한 가지 약속을 해요. 앞으로 개를 조용히 시키겠다고.”
그러자 여자는 망설임없이 ‘그러마’ 하고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지왕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그럼, 우리 귀여운 펫(pet)한테 상을 줘볼까? 자, 이리 올라와봐.”
지왕이 그렇게 말하면서 소파 옆자리를 손으로 톡톡 거리자, 여자는 마치 주인의 허락을 받은 강아지처럼 좋아라 하며 소파 위로 냉큼 올라왔다.
지왕은 잘했다는 듯이 여자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자 이제 날 잘 핥아봐. 단 똘똘이는 안 돼. 그건 말 잘 들으면 상으로 줄 거니까 말이야. 알았지?”
그러고는 이제는 필요 없어진 폰은 옆에다 던져놓은 뒤, 소파에 늘어지게 등을 기대고 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여자의 서비스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