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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女
34. 마트女 (1)
신촌에 도착한 지왕은 집으로 가기 전 먼저 마트로 향했다.
‘더운데 또 나오기 귀찮으니까 아예 지금 돼지고기를 사갖고 들어가자. 엄마가 싸준 양념에 재워넣고 방학 내내 두고두고 제육볶음을 해 먹어야징~.’
엄마가 싸준 것들을 담은 커다란 쇼핑백 때문에 좀 거추장스럽긴 했지만, 당분간은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러나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으아악! 휴가철에 돼지고기가 떨어지다니! 말이 돼?’
정말 무슨 전쟁이라도 나서 사재기의 광풍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삽결살, 목살, 앞다리 살, 뒷다리 살 등 부위를 막론하고 돼지고기 코너가 죄다 휑했다.
눈에 보이는 상황이 믿기지 않았던 지왕은 점원에게 물었다.
“돼지고기 다 팔린 거예요?”
“아, 오늘 휴가철이라고 돼지고기 특별 할인 행사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점심도 되기 전에 다 동이나 버렸지 뭐예요.”
“예? 아니 그래도 그렇지……. 그럼 또 언제 들어와요?”
“할인 행사가 내일까지니까, 내일 오전에 일찍 오시면 1인당 2킬로까지 사실 수 있어요.”
“에휴, 놀러 안가는 사람은 고기도 먹기 힘드는구나……. 할 수 없지. 다음에 널럴할 때 오던가 근처 정육점이라도 찾아봐야겠다.”
그렇게 빈손으로 매장 출입구를 나서려는 데 갑자기 도난 경보음이 울렸다.
삑-! 삑-!
지왕을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응? 뭐, 뭐야?’
그런데 주위의 시선이 죄다 지왕에게로 쏠려 있는 것이었다. 지왕은 당황한 나머지 멍하니 서서 입만 뻐끔댔다.
‘어? 어?’
그리고 곧바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님, 잠시 확인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와주십시오.”
출입구를 지키고 있던 마트 보안 직원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얼굴을 확인한 지왕의 표정이 되레 살짜기 피어났다.
‘오, 이 여자가 내 몸을 더듬어 주는 건가?’
그녀는 일찍이 지왕이 얼굴을 익혀둔 직원이었다.
덩치는 살짝 아담한 사이즈지만 눈도 크고 땡글땡글한 인상에 이목구비가 또렷하여 쌩얼 화장이 잘 어울리는 큐트한 이미지라, 마트에 올 때마다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던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여자에게 검색을 받다니.
지왕의 머릿속엔 ‘사랑의 보안 검색’을 주제로 한 야동의 한 장면이 므흣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현실은 지왕의 기대와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여자는 휴대용 검색기로 지왕의 신체 여기저기와 들고 있던 쇼핑백을 훑어도 아무런 반응이 나오지 않자, 난데없이 쇼핑백을 낚아챘다.
당황한 지왕은 쇼핑백을 들고 있던 손을 뒤로 빼며 따졌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검색기에 이상 없다고 나왔잖아요?”
그러나 여자는 단호했다.
“바코드나 보안 스티커를 훼손해서 숨겨 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직접 확인해봐야 합니다. 규정이니 따라주세요.”
지왕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뭐 이런 (싸가지 없는 년이 다 있어?) …….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사전에 말은 하고 뒤져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면 장소를 옮겨서 하거나. 양해도 구하지 않고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그러나 여자의 싸가지는 하늘을 찔렀다.
“손님, 뭐 찔리는 데 있으세요?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세요?”
지왕은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 이 여자가 그간 생글생글 거리면서 손님들에게 ‘어서오십시오, 안녕히 가세요.’라고 인사하던 그 여자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이 년, 사이코다!’
그런데 문득 뒤통수가 따가워지는 게 느껴졌다. 주변을 돌아보니 지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리 곱지가 않았다.
지왕은 분통이 터졌다.
‘아니, 왜 다들 날 쳐다보는 거야? 이건 누가 봐도 내가 억울한 상황이잖아? …… 좋아, 그럼 나도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많은 없지. 너 오늘 죽어 봐라!’
그러면서 지왕이 시전한 건, 상황을 단번에 역전 시킬 수 있는 기술 ‘점장 나와!’ 스킬이었다.
“점장 나오라고 해! 아니 하루 이틀 온 것도 아니고, 사흘이 멀다하고 오는 손님을 도둑 취급을 해? 점장 불러!”
그렇게 한 차례 소란을 피운 지왕은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여자쪽을 힐끔 쳐다봤다. 그러나 여자가 급 당혹감에 빠질 것이라는 지왕의 예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여자는 불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어디 한번 해보시지?’라고 도발하는 듯한 표정이었던 것이다.
‘응? 뭐야? 얘 뭘 믿고 이래? 점장이 지 아빠라도 되는 거야?’
그리고 5분도 안 돼 위에서 점장이 내려왔다. 지왕은 반색하며 점장에게 사정을 얘기했다.
“점장이세요?”
“예. 무슨 일이시죠, 손님?”
“아 글쎄, 이 사람이 절 사람들 다 보는데서 도둑취급을 하잖아요. 내가 협조 안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말예요.”
지왕의 말에 점장은 문제를 일으킨 보안직원에게 사정을 청취했다. 그런데 둘이서 속닥거리는 것을 본 지왕은 문득 뇌리에 불길한 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뭐야? 저 점장 새끼, 왜 실실 쪼개?’
아니나 다를까, 여자의 얘기를 들은 점장은 지왕에게 와서는 거의 빈정대는 투로 얘기했다.
“손님, 제가 직원에게 들으니 충분히 의심을 할 만한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요?”
“네?”
“출입구 검색대에서 경보가 울렸으니 추가로 확인해보는 것은 규정상 당연한 것이고요. 그렇다면 손님의 옷 속이나 들고 계시던 쇼핑백을 확인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왜 협조를 안 하신거죠?”
점장의 말에 지왕은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었던 나머지, 손마저 덜덜 떨릴 지경이었다.
“예? 아, 아니 이것 좀 보세요. 누가 협조 안한다고 했어요? 수색을 할 땐 상대방 기분 안 나쁘게 양해를 구하고 해야 할 거 아녜요? 그런데 저 여자가 느닷없이 제 짐을 뺐고, 사람들 다 보는데서 도둑놈 취급을 했다니까요?”
“손님, 저희 직원 말로는 ‘잠시 조사하겠으니 이쪽으로 와 달라’고 부탁했다는 데요?”
“아니, 그건 제 쇼핑백을 뺏어가기 전에 일이고요. 쇼핑백을 뺏을 땐 …….”
그런데 점장은 급기야 지왕의 말을 싹 잘라 먹기까지 했다.
“손님, 잘못이 없으시다면 그냥 협조해주시면 되는 일 아닙니까?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셔서 다른 손님들의 쇼핑까지 방해를 하시는 건가요?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뭐라고요? 아니 이것들이 …….”
울컥한 지왕은 곧장 주머니에 손을 넣어 스마트폰을 콱 쥐었다.
‘큭, 이 새끼들을 그냥 …….’
하지만 둘을 노려보며 이를 갈고 있으면서도 쉽사리 폰을 꺼내지는 못하였다. 보는 눈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갈등하던 지왕은 결국엔 폰을 꺼내 들어 보안여직원과 점장의 전신사진을 찍었다.
이를 본 점장은 당연히 지왕에게로 다가와 따졌다.
“아니 손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맘대로 저희를 이렇게 촬영하면 곤란합니다! 당장 지워주세요. 안 그러면 저희도 경찰에 협조를 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지왕은 희심의 미소를 지으며 반박했다.
“지랄하네! 니 사진 마트 홈피에도 다 나와 있거든? 그리고 이거 본사에 정식으로 민원 넣기 위해서 찍은 거야! 소비자가 민원 증거 자료로 쓰기 위해 촬영한 건 외부에 퍼트리지 않는 한 죄가 안 돼! 판례도 있다고! 알아? 어디서 협박질이야? 뭐, 정 그렇게 자신 있으면 여기 CCTV에 내 얼굴 찍혔을 거고, 여기서 내가 카드 긁은 것도 다 남아 있을 테니까 경찰에 신고해봐! 대신 그 이후에 무고죄로 독박 쓸 각오는 해야 될 거다, 알겠냐?”
그러고는 홱 돌아서서 마트를 나가버렸다. 당황한 점장은 지왕을 불러 세우려 했다.
“아, 아니 이보세요, 손님! 잠깐만요!”
그러나 지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가버렸다. 결국은 점장도 따라오는 것을 포기했다.
지왕은 집에 가는 내내 이를 빠득빠득 갈며 분을 삭였다.
‘두고봐! 오늘 내일 중으로 니들 인생을 아주 쫑 내버릴테니까!’
그날 저녁, 지왕은 일전에 ‘겨자女’를 혼내줬었던 ‘SM 모텔’ 근처에서 망을 보며 벼르고 있었다.
‘그 마트년, 그간 여러 번 이 길에서 마주친 걸 보면 여기가 퇴근길 루트인건 분명해. 내 오늘 니년한테 손님을 친절히 모시는 게 어떤 건지 온몸으로 가르쳐 주마!’
잠시 후 지왕의 예상대로 낮의 그 ‘마트女’가 저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여자는 누가 보안 직원 아니랄까봐, 한 여름인데도 긴 바지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다.
지왕은 폰질을 하는 척 하면서, 폰 화면에 낮에 찍어뒀던 여자의 사진을 띄워놓고 작업을 시작했다.
‘어디 그럼, 아직 거리가 좀 남아 있으니 가벼운 것부터 시작해볼까?’
지왕은 우선 폰 사진 속 여자의 목덜미를 스윽 스치듯 문질렀다. 그러자 여자는 목덜미에 모기라도 스쳐지나간 것 마냥 흠칫 놀라며 멈춰 섰다.
‘우흣! …… 뭐, 뭐지?’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목덜미 부근을 살피는 여자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모습을 본 지왕은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여자를 비아냥거렸다.
‘흥, 황당하지? 나도 아까 그랬거든?’
그러고는 곧장 폰 사진 속 여자의 허리를 스윽 문질렀다. 그러자 여자는 이번엔 어깨까지 움찔 움츠리며 휘청거렸다.
“아흣!”
그러다 스텝이 꼬여 하마터면 넘어질 뻔까지 했다. 지왕은 피식 했다.
‘뭐야? 존나 민감하잖아? 어디 그럼 여긴 어떻게 반응하나 볼까?’
지왕은 그러면서 폰 사진 속 여자의 젖꼭지를 살살살 얼렀다.
여자는 찌릿찌릿한 느낌에 파르르 떨며 저도 모르게 손을 젖가슴으로 가져갔다.
“아흑!”
이때 지왕과 여자의 거리는 대략 50미터까지 좁혀져 있었다. 여자를 순조롭게 굴복시켜 모텔로 데리고 들어가려면 슬슬 굳히기에 들어갈 필요가 있었다.
‘뭣 같은 싸가지 만큼 몸도 민감한가 본데? 은근히 약을 올려서 달아오르게 해볼까?’
지왕은 마치 여자를 바로 앞에서 안고 애무하듯, 폰 사진 속 여자의 전신을 손끝으로 쓰다듬듯이 골고루 문질러갔다.
그러자 여자는 매 발걸음마다 멈칫거리는 가운데 온몸이 서서히 달아올라갔다.
“하으으…… 하아 …… 아흐응 …….”
그러다 둘 사이의 거리가 10여 미터로 좁혀졌을 때였다.
여자는 그제야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지왕이라는 걸 깨닫고는 흠칫 놀라며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 당신은 …….”
그러나 여자가 발그레하게 상기된 얼굴로 숨차하고 있는 걸 캐치한 지왕은 히죽 웃으며 폰 사진 속 여자의 조개 부위를 스스스슥 문질렀다. 조개를 자극한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순간 여자는 두 눈이 핑돌아버릴 것만 같은 찌릿찌릿한 느낌에 순간적으로 다리가 휘청거렸다.
“히익!”
지왕은 멈추지 않고 폰 사진 속 여자의 조개 부위를 사정없이 문질러댔다.
결국 여자는 채 3초도 더 견디지 못하고 몸을 파르르 떠는가 싶더니, 무너져 내리듯 바닥에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흐으응~, 하읏! …….”
지왕은 여자 앞에 다가섰다. 그러고는 여자의 턱을 확 잡아채 자신을 올려다보게 만들고는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훗, 어때? 내 앞에 무릎을 꿇은 기분이?”
그러나 여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지왕은 다시 빈정거리며 말했다.
“진심으로 용서를 빈다면, 지금 한창 달아올라 있는 니 몸의 불을 내가 꺼줄 수도 있는데 말이야. 어때?”
지왕을 올려다보던 여자의 두 눈이 대번에 휘둥그레졌다. 지왕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폰 사진 속 여자의 조개를 문질렀다.
여자는 움찔하며 양손을 조개로 가져갔다.
“힉! …….”
그러나 그러고 있는 상태에서도 찌릿찌릿한 자극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자, 이를 더는 버텨낼 수가 없게 된 여자는 결국 경련하는 몸을 따라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 흐으응 …… 요, 용서해 …… 주세요 …… 하흐읏, 아항~!”
여자가 완전히 굴복된 것에 기분이 흡족해진 지왕은 입을 히죽거리며, 따귀를 때리듯 여자의 양쪽 뺨을 손바닥과 손등으로 연거푸 툭툭 건드렸다.
“훗, 그러게 왜 괜히 싸가지 없게 굴어서 이 꼴을 당하냐고. 이 멍청한 것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