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갤넉시 Sex 노트-41화 (4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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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女

41. 엘리베이터女 (1)

지왕은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여자를 침대에 남겨둔 채 일찌감치 모텔을 나섰다. 그리고 집에 돌아갔다가, 개점 시간에 맞춰서 다시 마트로 향했다.

뒤늦게 잠에서 깬 여자도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은 뒤, 다시 마트로 출근했다.

개점 10분 전, 아직 열리지 않은 매장 문 안쪽에선 어제 지왕에게 면박을 준 점장과 마트女를 비롯한 십여 명의 직원들이 개점 준비에 한창이었다.

마트에선 매일 오전 개점 시간에 맞춰 점장 이하 주요 직원이 나와 30분가량 동안 환영인사를 하며 손님들을 맞이하는데, 지금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게 바로 그것이었다.

지왕은 매장 문 밖 손님들 줄 뒤 쪽에 서서, 점장과 마트녀를 벼르며 어서 개점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10시. 마침내 매장 문이 열리고 점장 이하 주요 직원들이 열을 맞춰 서서, 매장 안으로 들어서는 손님들에게 환영 인사를 했다.

“오늘도 저의 매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친절히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매장 입구가 손님과 직원들로 북적이게 되자, 지왕은 기다렸다는 듯이 폰을 꺼내 화면에 마트女의 사진을 띄웠다. 그리고 사진 속 여자의 조개 부위를 살살살 문질렀다.

그러자 점장 옆에 서서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던 마트녀가 어깨를 움찔 움츠리며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아흣!”

그 소리가 얼마나 높고 가늘었는지 주변에 있던 직원들과 손님들의 이목이 여자 쪽으로 일시에 쏠려버렸을 정도였다.

그러나 여자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계속 몸을 비비 꼬며 신음을 했다.

“아흐읏, 아항~ …… 하으응~ …….”

당황한 점장은 여자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이봐, 이진희 씨! 갑자기 왜 그래? 어디 잘못됐어?”

그러나 이미 눈의 초점이 흐려진 채 입가엔 침까지 그득 고여 있는 상태였던 여자는 점장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곧바로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으며 계속해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

“흐으응~, 점장님…….”

“응, 그래! 말해봐! 갑자기 왜 이러는데?”

“제 여기가 화끈거려요. 제발 불 좀 꺼주세요.”

여자는 그러면서 손을 가랑이 사이에다 끼워 넣고 조개 위를 스스슥 문질렀다. 점장은 흠칫 놀라며 여자를 뒤로 밀쳐 냈다.

“뭐, 뭐야? 미쳤어?”

중심을 잃은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다.

“꺅!”

난데없는 여자의 비명에 두 사람의 주위엔 이전 보다 더 많은 구경꾼들이 웅성거리며 몰려들었다.

한편 바닥에 나뒹군 여자는 마치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며 일어나더니, 다시 곧장 점장에게 다가가 그의 다리를 확 끌어안았다.

“저, 점장님, 제발 ……. 저도 점장님 껄 빨아드릴 테니…… 하으흣~ …….”

순간 사람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특히 점장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야, 이진희! 너 미쳤어? 우린 그냥 엔조이만 하는 사이라고 약속했었잖아! 너 나 이혼하라 협박하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지?”

점장의 말에 사람들은 이전보다 더욱 웅성거렸다.

“둘이 불륜인가봐.”

“그러게. 남자가 마누라랑 이혼안하니까 여자가 협박하는 건가봐.”

“그치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러면 자기도 망신이잖아?”

그런데 지왕은 점장과 여자가 내연 관계라는 것을 진즉에 알고 있었다. 어제 밤 조교를 마친 뒤 여자를 품고 있으면서, 여자에게서 여자와 점장이 내연 관계라는 것, 그래서 지왕과 여자가 다툼이 생겼을 때 점장이 손님인 지왕 편을 안 들고 여자 편을 들었다는 것을 들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여자에게 다리를 붙들린 채 뒷걸음질을 치던 점장이 그만 중심을 잃고 뒤로 벌러덩 넘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여자는 그 기회를 놓칠세라 허겁지겁 점장의 바지단추를 끌렀다. 점장은 기겁하며 발버둥을 쳐댔다.

“야, 이진희! 너 미쳤어? 이거 안 놔!”

그러나 점장의 바지를 벗기는 여자의 손놀림은 집요하고도 능숙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점장의 똘똘이가 만천하에 드러나자, 구경하던 손님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폰을 꺼내들었다.

이를 본 점장은 이성을 잃은 나머지 그들이 손님이라는 것도 잊은 채 발악을 해댔다.

“야 이 새끼들아! 찍지 마! 그거 당장 안 치워?”

그러나 이미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에 완전히 꽂혀 있던 구경꾼들에겐 점장이 욕지거리를 하는 그 모습조차 구경거리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때,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대던 점장의 목소리가 갑자기 자라목처럼 확 움츠러들다.

“치우라고, 이 새끼! …… 들아……아흑! …….”

여자에게 똘똘이를 물리고 만 것이었다.

그러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 그 놀라운 광경에 이젠 아예 여기저기서 플래시까지 터트리며 촬영 경쟁을 해대는 이들마저 생겨났다.

그제야 속이 후련해진 지왕은 자리를 훌훌 털며 돌아섰다.

‘훗, 니들은 이제 끝이야. 어디 회사에서 짤리고 나서도 잘 먹고 잘 사나 두고 보자! 흥!’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그 하룻밤이 뭐라고 여자한테만은 정이 들어서인지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기도 하는 지왕이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던 지왕은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허름한 건물 하나가 문득 눈에 들어왔다.

그 건물은 지은 지 30년은 넘어 보이는 7층짜리 상가 건물이었는데, 너무 허름한 데다 주변 유동인구도 굉장히 적은 길목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입주한 점포나 사무실도 거의 없이 휑했다.

그래서 그 앞을 매번 지나치면서도 눈길 한번 준 적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유달리 지왕의 눈길을 끄는 간판이 하나 있었다.

‘응? 요가 학원? 여기 이런 게 있었나?’

위를 올려다보니 요가 학원은 건물 최고 꼭대기인 7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어제 마트녀가 자기 몸매가 요가 덕분이라고 했지……?”

‘그렇다는 건 요가 학원엔 한 몸매 하는 여자들의 비율이 높을 거란 뜻? 오호~!’

지왕은 미녀가 많은 요가 학원을 다니다 보면 므흣한 기회가 훨씬 자주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불쑥 들떴다.

‘오옷! 게다가 지금 강습료가 50% 할인이라고? 그럼 수질 검사도 한 번 해볼 겸 올라가 볼까?’

그렇게 해서 건물로 들어선 지왕은 위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잡아탔다. 허름한 건물의 시설답게 엘리베이터도 아주 후졌다.

“아, 더워. 요샌 엘리베이터에도 에어컨 나오던데, 이건 아주 찌네, 쪄. 엥? 뭐야, 그 흔한 CCTV도 하나 없잖아? 하긴 CCTV 감시할 관리인도 없는 것 같던데, 뭐.”

흔들흔들 덜컹덜컹 아주 느린 속도로 위로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마침내 7층에서 멈췄다. 그러나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지왕은 곧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굳게 닫힌 학원 현관문엔 ‘1주일간 여름 휴가’라는 글자가 대문짝하게 써 붙여져 있었던 것이다.

“에이씨, 그럼 1층에다가도 써 붙였어야 될 거 아냐! 빌어먹을.”

신경질을 내던 지왕은, 그러나 후지고 느린 엘리베이터가 다시 1층으로 내려가기라도 할까 싶어 얼른 돌아서서 엘리베이터에 다시 올라탔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문 안쪽 면에 요가 학원 전화번호와 수강 프로그램이 안내된 포스터가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를 본 지왕은 나중에 혹시나 필요할까 싶어 그것을 폰으로 촬영해 저장해놓을 생각으로 뒤로 한 발짝 물러나 거기다 카메라의 초점을 맞췄다.

그때 잘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3층에서 돌연 멈춰서더니 문이 열렸다. 하지만 타이밍을 놓친 지왕은 얼떨결에 촬영 버튼을 그대로 꾹 눌러버리고 말았다. 지왕은 울컥 짜증이 올라왔다.

‘앗! 에이씨, 하필이면 그때 열리고 지랄이야!’

그런데 지왕은 찍힌 사진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이건 …….’

사진 속에는 웬 여자가 서 있었다.

그렇게 지왕이 어리벙벙해 하고 있는 사이, 밖에서 통화를 하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던 여자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여자는 친구와 통화중인 듯했는데, 표정이며 목소리가 아주 짜증이 난 상태였다.

“아이씨, 그렇다니까? 유망한 벤쳐회사라고 해서 면접 보러 왔더니만 무슨 철물점보다 못한 거 있지? 지들 말로는 월급 많이 줄 거라고 하는데, 과연 그런 곳에서 경리한테 주면 얼마나 주겠어? 여긴 엘리베이터도 꼭 귀신 나올 것처럼 꾸졌다니까?”

본의 아니게 통화를 엿들은 지왕은 어이가 없었다.

‘엥? 면접? 아무리 한여름이지만 면접을 저런 복장으로 보러 오는 게 말이 돼? 나 원 참, 그 회사도 설마 얼굴만 보고 뽑으려고 했던 건가?’

지왕이 그렇게 황당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여자가 무슨 바닷가에 놀러가는 애 마냥 가슴골과 엉밑살이 다 드러나 보이는 빨간 나시티와 청핫팬츠 차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왕은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며 여자를 아래위로 힐끔거리다, 그만 저도 모르게 너무 므흣해하는 티를 내며 그녀의 매끈한 다리에 시선이 꽂혀 있는 바람에 여자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지왕과 눈이 마주친 여자는 곧바로 갈퀴눈을 하며 째려봤다. 흠칫한 지왕은 얼른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고개를 돌렸다.

여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끊기자, 전화 건너편에서는 여자를 막 찾아댔다.

- 야, 무슨 일이야? 왜 말이 없어?

여자는 그제야 있는 대로 짜증을 부리며 대꾸했다.

“아이씨, 몰라! 어떤 변태 새끼가 막 훔쳐보잖아! 이따 다시 걸게! 일단 끊어봐!”

그러면서 여자가 전화를 끊고 지왕에게 막 따지려 들려던 순간,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덜컹!’하며 요동을 쳤다. 화들짝 놀란 여자는 대번에 까무러치기라도 할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휘청거렸다.

“꺅!”

엘리베이터는 곧이어 불도 꺼져 안이 칠흑같이 깜깜해졌다. 당황한 지왕은 일단 폰의 플래시를 켜서 비상벨을 찾으려 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여자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흐으으으, 으스스스스 …… 사, 살려줘 …… 으하으으으 …….”

얼떨떨해진 지왕은 여자가 있는 쪽에 플래시를 비췄다. 여자는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완전히 겁을 집어먹은 표정으로 마치 오한이라도 든 듯 몸서리를 쳐대고 있었다.

“으흐으스스스, 으흐으스스스 …….”

그러다 플래시를 비추고 있는 지왕을 올려다보고는 곧바로 애걸복걸했다.

“사, 살려주세요 …….”

순간 지왕의 머릿속엔 한 생각이 번뜩 스치고 지나갔다.

‘혹시 폐쇄공포증? …… 나 참, 폐쇄공포증 있는 애가 엘리베이터는 왜 탔대? 그것도 3층에서. 설마 자기도 그런 게 있는 줄 몰랐나?’

그때 엘리베이터의 불이 다시 켜졌다.

“어? 다시 작동되나?”

여자도 몸서리를 멈추고 어리둥절해하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끝내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단순히 불만 다시 들어온 것이었다.

“에이씨, 좋다 말았네.”

지왕은 그러면서 짜증을 냈지만, 여자는 도로 공황상태로 빠져들면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흐으윽…… 으아아 …….”

그러고는 그냥 두면 곧 숨이라도 넘어갈 것처럼 할딱거리며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당황한 지왕은 비상벨을 누르려다 말고 문득 깜박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아 참, 이 건물엔 관리인이 없지. 그럼 119에다가 …….”

그런데 119에 전화를 걸기 위해 폰을 다시 켜던 지왕의 머릿속에 불쑥 생뚱맞은 호기심이 생겨났다.

‘혹시 저 여자를 이걸로 흥분시켜주면 …… 공포를 잊게 만들 수가 있을까?’

그러면서 어느 새 손가락으로 ‘앨범 앱’을 터치하고 있는 지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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