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갤넉시 Sex 노트-59화 (59/234)

0059 / 0234 ----------------------------------------------

간첩女 - 부제: 김정은 개돼지女

※. 본 챕터에서는 북한 어휘가 등장하는데, 제가 북한말을 그닥 잘 아는 것이 아니기에 북한말 사정에 밝은(?) 분들 눈엔 군데군데(어쩌면 많이) 어색한 부분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이 철저한 연구와 고증을 해야 할 만큼의 수준 높은 콘텐츠는 ‘명백히(!)’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여 그냥 스리슬쩍 넘어가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답니다;;;;;.

59. 간첩女 - 부제: 김정은 개돼지女 (1)

개강일 오전, 학교로 향하는 지왕의 발걸음이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를 오락가락했다. 방학 동안은 잠시 잊고 지낼 수가 있었지만, 학교 입학 이후 지난 1학기가 다 끝나가도록 ‘왕따 & 호구’였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곧 여름 방학 초기에 ‘자신을 호구로 부렸던 세나’에게 복수한 일(7~8화 ‘로션월드女’ 참고)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이번 학기부턴 다를 거야! 그래, 자신 있어!’

그런데 오전 강의도 끝마치고 학생 식당에서 점심까지 다 먹도록 지왕은 입 한번 뻥긋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오전 강의가 교양 과목이었던 데다가 수강 신청도 홀로 하는 바람에 같은 과 애들 그 누구와도 수업이 겹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왕은 심경이 살짝 복잡해졌다.

‘뭐 아무도 안 마주친 게 오히려 다행이려나 ……?’

학교에 들어서면서 ‘이번 학기부턴 절대 기죽지 않겠다’며 잔뜩 기합을 불어넣었었기에, 지난 학기와 달라진 자신을 시험해볼 기회가 없어서 아쉬운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어쨌든 시험에 든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받는 일인 것은 분명한 것이었기 때문에,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을 걸 다행스럽게 여기는 마음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아무튼 그닥 할 것도 없는 공강 시간, 지왕이 학교 안에서 갈만한 곳은 역시나 도서관이 만만했다.

그리하여 도서관 출입구 단말기 센서에 학생증을 대서 인증 절차를 거치고 막 통과하던 지왕은 그만 바닥에 떨어져 있던 종이 쪼가리를 밟고서 뒤로 벌러덩 자빠져버리고 말았다.

“으헉!”

그런데 그 순간 지왕의 뒤통수에 뭔가 ‘물컹’ 하고 닿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웬 여자가 비명을 내지르며 지왕의 머리를 앞으로 다시 확 밀쳐냈다.

“꺅!”

“엇!”

지왕은 순간 크게 휘청거렸지만 다행히 곧 중심을 잡은 덕택에 넘어지기까지 하진 않았다.

대신 ‘뒤에서 느닷없이 지왕의 뒤통수에 젖가슴을 들이받힌 여자’가 출입구 단말기에 센싱하려던 학생증을 손에서 놓치고 말았다.

지왕은 미안한 마음에 얼른 그 학생증을 주워 여자에게 건네며 사과의 말을 했다.

“미, 미안해요. 발이 갑자기 미끄러지는 바람에 …….”

그러다 얼핏 학생증에 인쇄된 내용을 보고는 반가운 마음이 들어 아는 척을 했다.

“어? 저랑 같은 과 동기시네요? 근데 지난 학기엔 못 보던 얼굴인데, 편입생이세요?”

그런데 여자는 대뜸 얼굴을 팍 일그러트리며 지왕의 손에서 학생증을 확 낚아챘다.

“이리 내라!”

여자의 예쁘장한 얼굴에 넋 놓고 있던 지왕은 갑작스레 180도 바뀐 엄청난 기세에 그만 얼결에 식겁하고 말았다.

“어?! …….”

그러나 곧 다시 정신을 번쩍 차리며 여자를 의심의 눈초리를 쳐다봤다.

‘이 여자가 말투가 ……?’

보통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이리 주세요!”라고 하든가 “이리 내놔!” 등으로 이야기 하는 게 보통이었을 텐데, 여자는 “이리 내라!”라고 말하는 것도 모자라 말끝이 살짝 올라가기까지 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 마저도 억지로 억양을 감추려 한 티가 확연히 나는 것이 의심스럽기 짝이 없었다.

‘탈북자 출신 학생인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난 학기 사회학 교양 강의에서 같이 수업을 듣고 있던 탈북자 학생이 1시간 동안 자신의 북한 생활을 이야기하는 특별 수업을 한 적이 있었던 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 후에 알게 된 일이지만, 자기 학교에 탈북자 출신 학생들이 의외로 많이 다니고 있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어제 자기 전에 봤던 뉴스도 뇌리에 스쳤다.

- 북한 테러 임박, 주요 대학 캠퍼스 목표 …….

지왕은 저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여자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생김새도 왠지 예전 우리나라에 왔었던 북한 응원단 여자들과 비슷하게 생긴 듯도 했다.

그러는 사이 여자는 거듭 성질을 버럭 내며 지왕을 확 밀치고 가버렸다.

“저리 비키라!”

지왕은 비로소 확신이 들었다.

‘저, 저거 분명 북한 사람이다! …… 그럼 설마 저 등에 매고 있는 저 가방 속엔 …… 폭탄?’

그러나 학교에 탈북자 출신 학생이 워낙 많기 때문에 섣부르게 간첩으로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에 결국 여자의 뒤를 밟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지왕은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는, 간간히 증거 사진을 남기기 위해 폰으로 촬영도 해가면서 여자의 행적을 감시했다.

그러나 ‘이거다!’ 싶을 정도의 확실한 증거가 잡히진 않았다. 다만 어디 한 곳에 자리를 잡지 않고 마치 뭔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도서관 구석구석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이 의심을 더할 뿐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뒤를 따라가던 지왕은 자신이 모퉁이를 돌아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여자가 마치 나쁜 짓을 하다 들킨 것 마냥 화들짝 놀라는 것을 느꼈다.

‘핫! 드, 들켰나?’

이후 지왕의 염려대로 여자의 행동은 이전보다 확연히 부자연스러워졌다.

‘지, 진짜 들켰나본데? 어떡하지? 계속 따라다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당하는 거 아냐? …… 그냥 이대로 111이나 113에 신고해? 그치만 그랬다가 아니면? …… 하지만 행동이 영 수상쩍긴 한데 …….’

한편 여자도 여자 쪽대로 죽을 맛인 것은 매한가지였다.

‘아이씨, 저 애미나이래 왜 자꾸 쫓아오는기야? Kanna Saeki!’

그렇게 서로 쫓고 쫓기기를 계속 하며 도서관을 몇 바퀴를 돈 끝에, 결국 여자는 계획을 다음으로 미루기로 하고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지왕은 오히려 이때부터 더 곤란해졌다.

‘어라? 그냥 가네? 역시나 아무것도 안하고 돌아다니기만 하다가 나온 거 보면 정말 수상해. 근데 이제 어쩐다……. 하루 종일 계속 쫓아다닐 수도 없고 일단 신고를 할까?’

그러면서 111에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하며 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이런 아뿔싸! 다시 고개를 드니 여자가 어느 새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앗! 얘 어디 갔어?’

지왕은 당혹감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여자를 찾았다. 그러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찾아 봐도 여자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 있질 않았다.

‘제길, 눈치 채고 튄 거 아냐?’

그러나 그렇게 아까워하던 지왕은 곧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말았다.

‘서, 설마 그런 거면 역으로 내 뒤를 밟아서 입막음용 보복을 하는 건 아냐?’

지왕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이 씨팔, 자칫하다간 좃 되겠네. 어떡하지? 이제라도 신고해서 신변 보호 요청해?’

그러나 지왕은 곧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행여나…… 걔들이 잘도 보호해주겠다. 으…… 씨팔.’

결국 지왕이 선택한 건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긴장 속에 오후 강의들까지 모두 끝나고 나자, 지왕의 얼굴은 순식간에 10년은 지나버린 것처럼 폭삭 늙어버렸다.

‘아~! 정말 뒤통수가 신경 쓰여서 못 살겠네. 가만, 이러다 혹시 미행이라도 당하면 집도 위험한 거 아냐? 으아~, 정말!’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지왕은 일단 머리를 굴려 방책을 하나 마련했다.

‘그래! 혹시 모르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미행을 따돌리자! 하루 종일 사람들 틈에서 막 돌아다니다보면 아무리 간첩이라도 끝까지 뒤쫓기는 무리일 거야.’

그렇게 해서 신촌 일대에 사람들 많은 곳을 골라 정신없이 돌아다닌 게 벌써 5시간 째였다.

게다가 혹여나 가만히 앉아 있다가 습격이라도 받으면 속수무책일까 두려워 제대로 끼니도 못 때웠다. 다만 길거리에서 닭꼬치 몇 개 사먹은 게 먹은 것의 전부였을 뿐이었다.

‘아 배고프고 다리 아프고, 정말 지친다 지쳐. 이게 웬 생고생이냐?’

그러면서 지왕은 다시 한 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자는 아까 전부터 줄곧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문제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 때문에 생기는 두려움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을 끓이던 지왕은 급기야 속에서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오르며 울컥했다.

‘에이씨! 몰라 몰라! 될 대로 되라 그래! 나도 이제 더 이상은 피곤해서 못해먹겠어!’

그러고는 결국 방황을 끝내버리고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인적이 드문 구간을 지나칠 무렵 갑자기 뒤에서 깡통 구르는 소리가 났다. 지왕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뒤로 홱 돌렸다. 그리고 곧장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으헉! 너는 ……?”

낮에 도서관에서 마주쳤던 바로 그 여자가 깡통이 걷어 채인 것에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가 지왕과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무섭게 째려봤던 것이다.

식겁한 지왕은 주춤주춤 뒷걸음을 치며 달아나려 했다.

“으어어어 …….”

그러나 워낙에 겁에 질려 있던 나머지 발걸음이 제대로 떼어지질 않았다.

반면 여자는 품속에 손을 집어넣은 채로 지왕을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왕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씨팔, 좃 됐다!’

이제 여자와 지왕 사이의 거리는 채 30미터도 남지 않았다. 지왕은 여자가 품속에 넣고 있는 손에 온 신경이 쏠렸다.

‘씨팔, 저기 든 게 도대체 뭐야? 칼? 총? 총이면 도망가도 소용없잖아! 으아아, 씨팔!’

그때 지왕의 뇌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아 맞다! 아까 증거로 남기려고 찍었었던 사진!’

지왕은 허겁지겁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곧바로 아까 찍었던 여자의 사진을 화면에 불러냈다. 마침 가장 먼저 로드된 사진은 계단을 오르고 있는 걸 아래 쪽에서 올려다보며 찍은 것이었다.

여자와 지왕 사이의 거리, 이제 10여 미터!

지왕은 이것저것 따질 새도 없이 냅다 폰 사진 속 여자의 똥꼬 부분을 필사적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걸려라, 걸려!’

그러자 여자는 갑자기 똥침을 맞은 것처럼 흠칫하며 엉덩이를 앞으로 쭉 빼더니, 갑자기 앞쪽으로 쏠려버린 무게 중심을 이기지 못하고 휘청대다 이내 앞으로 콰당 고꾸라지고 말았다.

“힉! …… 아흣! …… 흐으읏! 으읏! …… 흐아항~, 끼약! (콰당!) …….”

여자가 엎어진 곳은 바로 지왕의 발밑이였다. 지왕은 그제야 놀랐던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사, 살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 그때까지 워낙 긴장한 상태라 눈치 채지 못하고 있던 걸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어? 여긴 …… SM …… 모텔 ……?’

그랬다. 거긴 그간 마트女와 겨자女 등을 능욕할 때 이용했었던 바로 그 ‘SM 모텔’ 앞이었던 것이다.

지왕은 막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자마자, 저 자신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자지왕’다운 생각이 생겨나 버리고 말았다.

‘그, 그냥 내가 직접 얘가 진짜 테러범인지 아닌지를 밝혀내 볼……까?’

그러면서 지금껏 잔뜩 겁에 질려 있던 안색이 슬그머니 돌변하며, 입꼬리가 보일듯 말듯 ‘씨익’ 히죽거려지게 되는 지왕이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