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갤넉시 Sex 노트-79화 (79/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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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티女

79. 엠티女 (2)

지왕과 세나가 나란히 엠티 숙소에 들어서자, 이를 보고 어안이 벙벙해진 애들은 서로 수군거렸다.

“야, 소문이 사실인가봐?”

“정말인가 보네. 어머머.”

“에이 설마? 오는 중간에 우연히 같이 만났나보지.”

“아냐. 세나 쟤 오늘 오전 수업밖에 없었는데도 굳이 후발대로 왕자지랑 같이 온 거라니까? 그런거 보면 뭔가 있는 게 분명해.”

예전의 지왕이라면 자길 두고 수군거리는 애들 앞에서 주눅이 들었겠지만, 이젠 아니었다.

게다가 애들이 수군거리는 원인이 자신이 ‘과 최고, 아니 캠퍼스 전체를 통틀어서 Top 10 안에 드는 미인인 세나’랑 같이 다니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우쭐한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흥, 그래 니들 멋대로 떠들어라. 지금 난 옛날의 내가 아니라고, 훗.’

그러다 방 한쪽에서 인상을 팍 구긴 채 아주 못마땅한 눈초리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형식과 눈이 마주쳤다. 지왕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움찔했다.

‘허걱.’

그러나 곧 쫄았던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마음을 다잡았다.

‘아, 아니지. 겁먹지 말자, 자지왕! 이럴 때를 대비해서 비장의 무기도 갖춰뒀잖아? 그래, 언제든 덤벼 봐라, 최형식! 아주 개망신을 시켜줄 테니까!’

일단 그렇게 한차례 소란 아닌 소란을 겪은 뒤, 모두는 버너들을 중심으로 해서 끼리끼리 모여 삼겹살을 구워먹는 것으로 본격적인 엠티를 시작했다.

지왕은 아무도 자기를 부르는 팀이 없어 처음엔 살짝 뻘쭘했었다. 그러나 곧 세나가 알아서 애들 틈으로 비집고 들어간 다음 지왕을 부른 덕에 어찌어찌 겨우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다음부터는 오히려 지왕보다 지왕과 자리를 함께 하고 있는 다른 애들 쪽이 더 뻘쭘해 했다.

지왕은 애들의 따가운 시선을 애써 나몰라라 하며, 오로지 세나하고만 이야기하면서 고기를 주워 먹었다. 하지만 다른 애들은 유난히 다정한 세나와 지왕을 쳐다보며 서로들 눈치를 주고받느라 바쁜 나머지, 고기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고 있을 정도였다.

지왕은 세나가 싸서 입에 넣어준 쌈을 애써 태연한 척 우걱우걱 씹어 삼키며 속으로 킥킥댔다.

‘훗, 그래. 니들은 그렇게 넋 놓고 고기나 구워대고 있어라. 먹는 건 내가 다 해 줄 테니. 흐흐.’

그러고는 애들한테 한껏 능청을 떨었다.

“야, 뭐해? 고기 안 먹어? 이러다 나 혼자 다 먹겠다. 자, 술도 좀 마시고.”

그러면서 지왕이 소주병을 들자, 애들은 마치 사장과 회식 자리를 같이 한 말단 사원이라도 된 것처럼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일제히 앞의 소주잔을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어? 응.”

“그, 그래.”

지왕은 얼떨떨해 하는 애들의 반응에 흡족함을 감추지 못하면서, 각각의 잔에다가 차례대로 술을 따라줬다.

“자, 원샷인 거 알지?”

지왕의 따라준 술을 받아든 애들은 너나할 것 없이 뭐에 홀린 것 마냥 원샷으로 죽죽 들이켰다.

그걸 본 지왕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애들의 잔을 채워줬다.

“어우, 잘 마시네? 그런데 왜들 빼고 그랬어? 자, 자. 또 마시라구!”

그런데 애들의 잔을 다 채워주고 나니 갑자기 오줌이 마려웠다.

“웃, 나 잠깐 화장실 좀. 그럼 너희들끼리 먼저 마시고 있어.”

그러고는 후다닥 화장실로 향했다.

한편 그런 지왕에게서 아까부터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녀석이 있었다. 그는 바로 세나의 전 남친, 형식이었다.

지왕과 다른 그룹에 앉아 있던 형식은 세나와 지왕의 다정한 모습에 어찌나 속이 부글부글 끓었던지, 처음 나무젓가락으로 집어들었던 고깃점을 15분 째 계속 그대로 들고 있었을 정도였다.

형식은 지왕이 화장실에서 나올 때를 기다렸다가 슬그머니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야, 너 잠깐 나와 봐. 얘기 좀 하게.”

지왕은 살짝 쫄긴 했지만, 이미 각오한 바가 있었기 때문에 순순히 따라 나갔다.

건물 뒤편으로 돌아 들어간 형식은 대뜸 위협적인 태도로 다가서며 지왕을 쏘아붙였다.

“야, 너 누구 허락 받고 세나랑 사귀는 거야? 어?”

지왕은 순간 간담이 서늘했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고는 시치미를 잡아뗐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사귀는 사이라니?”

그러자 형식은 대번에 지왕의 멱살을 잡아채며 거듭 윽박질렀다.

“이 자식이, 지금 장난해? 니들 지금 하는 짓이 사귀는 게 아니면 뭔데?”

지왕은 멱살을 잡고 있는 형식의 손아귀를 단호하게 뿌리치며 반박했다.

“이거 놔! 그리고 니 멋대로 생각하지 마! 난 그저께 세나하고 마주친 게 근 3개월만에 만난 거라고. 그런데 사귀기는 무슨…….”

“그런데 세나가 왜 너한테 딱 붙어 다니는 거야? 어?”

“그야 나도 모르지. 안 본 사이에 뭔가 마음이 변한 게 있는 건지. 뭐 어쨌든 난 걔랑 사귈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니가 잘 해서 다시 데려가든지 그건 알아서 해. 세나가 날 따라다니거나 말거나 그건 어차피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

세나와 지왕이 사귀고 있다고만 생각했던 형식은 지왕이 대놓고 당당하게 ‘니가 다시 꼬실 수 있으면 꼬셔 봐’라는 식으로 나오자 얼떨떨해졌다.

“뭐? 그, 그건 …….”

지왕은 그런 형식에게 씨익 씨니컬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상황을 마무리 지었다.

“자, 이야기는 이걸로 끝난 거지? 그럼 나 먼저 들어간다.”

그러고는 홱 돌아서서 숙소로 다시 돌아갔다. 숙소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내내 지왕의 얼굴에선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큭큭, 멍청한 자식. 어디 이제부터 세나 앞에서 실컷 오버해봐라. 오늘이 니 제삿날이 될 테니. 훗.’

고기와 술로 배를 어느 정도 채우고 나자, 아직 신입생의 티를 벗지 못한 1학년 녀석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게임 Mode로 들어갔다. 대학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단체로 둘러앉아 벌칙을 주고받으며 하는 게임은 아직까진 그럭저럭 즐길만한 거리였기 때문이었다.

이런 저런 게임을 하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자, 형식이 대뜸 ‘이중 모션’ 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벌칙은 ‘소주 글라스로 한 잔 원 샷’.

그런데 게임이 본격화되어 몇 바퀴를 돌고 나자, 지왕은 그제야 왜 형식이 이중모션 게임을 하자고 했는지 짐작이 되기 시작했다. 애들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지왕을 집중 공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왕은 대학에 막 들어왔을 때부터 왕따처럼 지냈던 탓에 여럿이 어울려 게임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었다. 그래서 다른 애들에 비해 게임에 약할 수밖에 없었다. 지왕은 울컥했다.

‘이 자식들이 아주 작정을 하고 …….’

그리하여 필사적으로 방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안 가 딱 걸리고 말았다. 물론 벌칙은 ‘소주 글라스로 한 잔 원 샷’.

애들은 얼굴에서 ‘이 자식 드디어 걸려들었구나’라는 기색을 감추지 않은 채 아주 좋아라 하며 야단법석을 떨었다.

“원 샷! 원 샷!”

“원 샷을 못하면 장가를 못 간대요, 아~ 미운 사람~ …….”

지왕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주량이 소주 1병이 안 될 만큼 술이 약한 편이었는데, 소주를 글라스로 원샷을 한다면 필름이 끊기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애들은 물론 형식까지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일. 지왕 최대의 위기였다.

그런데 그때 옆에서 지왕의 긴장한 표정을 지켜보고 있던 세나가 구세주처럼 등장했다.

“내가 흑장미 할게.”

“뭐어?”

다른 모든 애들은 물론 지왕까지 깜짝 놀란 눈으로 세나를 쳐다봤다. 몇몇 여자애들은 세나를 뜯어 말리기까지 했다.

“야, 너 술 잘 못하잖아? 그러다 큰일 나!”

남자애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결국 마음이 급해진 한 녀석이 다시 흑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야, 차라리 내가 마실게! 흑장미의 흑기사다!”

그러나 세나의 태도는 단호했다.

“안 돼! 이거 내가 마실 거야!”

그러고는 다시 지왕을 은근히 쳐다보며 말했다.

“대신 지왕이 니가 내 소원 들어줘야 해. 알았지?”

하지만 지왕 또한 예상치 못한 상황 전개에 얼떨떨했던 나머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어? 그, 그게 그러니까 …… 아, 알았어.”

그러자 세나는 방긋 웃음을 지어보이며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그것을 보고 있던 지왕의 심경은 복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어, 어떡하지? 아무리 능욕하기로 마음먹었어도, 술도 못하는 여자애가 저걸 원샷하면 큰일 날 지도 모르는데. 그냥 내가 마셔야 하나? 그치만 그랬다간 애들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할지 …… 으으으으아악! 어떡해, 어떡해!’

그런데 이때 또 대뜸 끼어드는 녀석이 하나 있었다. 바로 형식이었다.

“잠깐!”

느닷없는 형식의 제지에 막 글라스에 입술을 댔던 세나는 멈칫하며 형식을 쳐다봤다. 형식은 곧바로 세나의 잔을 낚아채며 말했다.

“야, 너 죽으려고 그래? 소주 반병만 마셔도 해롱거리는 놈이.”

그러나 세나는 오히려 버럭했다.

“신경쓰지 마! 어차피 우린 이제 사귀는 사이도 아니잖아?”

형식도 발끈해서 받아쳤다.

“그래서? 그럼 왕자지 저 새끼랑 사귀는 사이라도 된다는 거야?”

세나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러면서 지왕의 눈치를 살피며 우물쭈물했다.

“그, 그게 그러니까 …….”

그걸 본 형식은 대번에 기세등등해했다.

“흥.”

그러나 그때 지왕이 바로 카운터펀치를 먹였다.

“야, 최형식. 세나가 나랑 사귀는 사이가 아니면 니 맘대로 해도 되는 거냐? 세상에 임자 없는 여자는 모두 니 여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가보지?”

방심하고 있다가 불의의 일격을 당한 형식은 금세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거렸다.

“뭐야? 이 자식이 돌았나?”

그러더니 돌연 싸늘한 표정으로 손에 든 글라스잔을 바닥에 툭 떨어트리며 빈정거렸다.

“아, 그럼 넌 세상에 임자 없는 여자는 모두 자기가 지켜주겠다고 다짐이라도 했나 보지? 흥, 정의의 사도 나셨구만?”

지왕은 순간 오금이 저려왔다. 하지만 어차피 이리 될 줄 알고 벌인 일, 지왕은 마음을 다잡으며 다시 또박또박 반박했다.

“나야말로 흥이다! 세나가 널 버리고 날 따라다니니까 괜히 시비거나 본데, 그럼 못난 자신이나 돌아볼 일이지 이렇게 더 못난 짓 하고 다닌다고 세나의 마음이 돌아설 것 같애?”

“뭐야? 너 이 자식, 오늘 죽었어!”

형식은 그러면서 곧바로 눈에 불을 켜고 지왕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런데 그때 세나가 그 앞을 막아섰다.

“그만해!”

그러나 이미 열이 뻗칠 대로 뻗친 상태였던 형식은 그에 아랑곳 않고 세나를 옆으로 확 밀쳤다.

“저리 비켜!”

세나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꺅!”

이럴 땐 팔을 허우적거리며 중심을 잡고 또 넘어질 때도 바닥에 손을 짚어서 충격을 완화시켜야 하는 게 정석이었지만, 세나는 미니스커트 자락이 흩날려 노팬티인 게 들켜버릴까 겁을 집어 먹은 나머지 기겁하며 두 손으로 황급히 치마를 붙잡았다. 그탓에 그야말로 바닥에 ‘콰당’ 하고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윽! …… 아야야 …….”

그런데 세나가 바닥에 주저앉기 직전 세나의 미니스커트 속에서 바닥으로 ‘똑’ 하고 떨어지는 것이 있었다. 빨간색의 동그란 그것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데구루루 굴러가 ‘바닥에 주저앉아버린 세나’의 바로 옆에서 멈춰 섰다.

그걸 본 세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동시에 항문이 움찔 했다.

‘핫! 저것은……!’

그랬다. 그건 바로 지왕이 열차 안에서 항문에 넣어줬던 바로 그 ‘딸기 맛 알사탕’이었다. 노팬티인 것에만 온신경을 집중하다 그만 ‘괄약근의 조이는 힘이 스륵 풀려버리면서 동시에 밀어내는 힘이 작용하는 바람에’ 사탕이 똥꼬 밖으로 툭 빠져나온 것이었다.

순간 모두의 이목이 그 알사탕으로 쏠렸다. 바야흐로 세나 일생일대의 위기의 순간이었다.

세나는 순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그 자리에서 얼음이 돼버렸다.

‘으핫! 어떡해! 설마 애들이 본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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