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갤넉시 Sex 노트-93화 (9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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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 레포트女

93. 조별 레포트女 (1)

지왕은 최근 한 ‘무개념女’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는 중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얼마 전 수강 주인 한 교양 과목에서 중간시험에 반영되는 ‘레포트’ 과제가 부여됐는데, 그것은 3~4명이서 조를 짜서 하는 ‘조별 레포트’였다.

애초에 조별 레포트는 사람이 많아봤자 서로 시간 맞춰 모이기도 힘들고, 과제 자체가 그렇게 어렵고 방대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지왕은 ‘조 구성 최소 조건’인 딱 3명 규모의 팀을 남자들로만 짜려고 했고 또 그렇게 했다.

그런데 그 첫 모임 날, 학생 회관에서 향후 계획을 짤 회의를 하고 있을 때 지왕이 평소 눈여겨 봐왔던 여자애가 불쑥 나타나 말을 걸었었다.

“어? ○○ 강의 듣는 분들 맞으시죠? 혹시 ‘조 레포트’ 때문에 모이신 건가요? 어머, 잘 됐다. 세 분 밖에 안 되시는 거라면 저도 좀 끼워주시면 안될까요? 실은 제가 아직 조를 못 짰거든요…….”

지왕은 평소부터 걔한테 눈길이 가 있었던 데다, 이렇듯 눈앞에서 애교와 난처한 표정을 오가며 ‘천의 연기’를 보여주는 그 ‘요망함(?)’에 금방 홀딱 넘어가버렸다. 그래서 괜히 먼저 다른 조원들에게 설레발을 떨었다.

“어떻게 하죠? 역시 3명은 좀 부족한 감이 있죠? 전 두 분만 찬성하시면 별 상관은 없는데 …….”

그런데 뜻밖에도 나머지 두 명은 바로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머뭇거렸다.

“저 …… 그게 …….”

“글쎄요…….”

지왕은 그 상황이 자못 당황스러웠다.

‘응? 얘네들 뭐야? 저 정도 마스크면 거의 퀸카급인데 이걸 튕겨? 이 자식들 혹시 게이 아냐?’

그러면서 방금 전 보다 더욱 설레발을 떨며 분위기를 몰아갔다.

“아, 마침 △△부분을 누가 맡을까 얘기 중이었잖아요? 그걸 이 분에게 맡기면 어떨까요?”

그러나 나머지 두 녀석들의 반응은 영 신통치가 않았다. 둘은 계속 서로의 눈치만 살피고 있을 뿐이었다.

이에 조바심이 난 지왕은 아예 옆의 의자를 직접 빼서 여자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며 말했다.

“뭐 딱히 반대는 안 하시는 것 같으니 …… 자, 이리 와서 앉으세요. 안 그래도 지금 역할 분배 중이었거든요.”

여자는 방긋 웃으며 자리에 쪼르르 와서 앉았다.

“아, 감사합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일이 지난 지금 일요일 오전. 지왕은 아침부터 왕창 짜증이 나 있었다.

그 여자는 열심히 할 것 같은 처음의 인상과는 달리, 그 이후 모임에도 한 번도 안 나오고 당연히 자기가 맡은 분량도 거의 해 오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지왕은 ‘다른 애들이 망설였음에도 그것을 무시하고 선뜻 그 애를 받아들여 일을 복잡하게 만든 원죄’로 그 여자애를 내치지도 못한 채, 그 여자애가 맡은 부분까지 스스로 다 덤터기를 뒤집어 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었다.

게다가 그 여자애를 영입하여 기분이 업된 나머지, 자료를 최종적으로 취합해서 정리하는 것도 자기가 하겠다고 설레발을 떨었었기 때문에, 사실상 레포트의 2/3는 자기가 맡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으이구, 내가 미쳤지 미쳤어. 괜히 그 뇬한테 혹 가가지고는 …….”

실은 여자가 무개념이라는 사실은 첫날 회의를 파하고 헤어질 때 이미 알게 되었었다. 여자가 먼저 자리를 뜨자,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두 녀석들이 그제야 지왕에게 여자의 실체를 얘기해줬었기 때문이었다.

“실은 제가 지난 학기에 저 여자애랑 다른 수업에서 같은 조원이 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아무것도 안하고 숟가락만 얹으려고 해서 말이 많았었거든요.”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이상한 게, 다른 조원들은 다 저 앨 싫어했는데 딱 한명만 막판에 저 여자애 편을 들면서 자기가 레포트 마무리까지 다 해오더라고요.”

“아, 그쪽도 그랬어요? 저희 쪽도 그랬는데. 저희 조원 중에서도 남자애 한명이 막판에 쟤한테 뻑 가서 쟤가 할 분량까지 자기가 뒤집어쓰더라고요.”

그 때의 대화 장면이 떠오른 지왕은 머리를 마구 쥐어뜯었다.

“으으으, 씨팔! 그래도 이건 너무 억울해! 안 되겠어. 교수한테 얘기하고 얜 조에서 빼버려야지!”

그러고는 대뜸 여자에게 톡을 보내 통보했다.

- 저, ○○수업 레포트 조장인데요. 아무래도 님을 조에서 빼야할 것 같아서요. 좀 있다 교수님한테도 그렇게 말씀드릴 예정이니, 그리 알고 계세요.

그러자 역시나 여자에게서 바로 답톡이 왔다.

- 네? 왜요? 내일이 마감인데 지금 와서 이러는 게 어딨어요?

지왕은 울컥했다.

“이런 싸가지……!”

- 그 쪽은 지금까지 모임에 한 번도 안나왔잖아요. 그리고 맡은 부분도 하나도 안해서 결국엔 내가 다하고. 양심이 있다면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그런데 여자의 다음 반응은 좀 뜻밖이었다.

- 우리 이러지 말고 만나서 얘기해요. 학교 앞 ‘섹파벅스’ 어때요? 거기서 12시에 봐요. 알았죠?

지왕은 순간 지난 번 다른 조원들이 해준 얘기가 떠올랐다.

‘응? 막판에 남자애 하나가 돌변해서 얘 편을 들어준다고 했던 게 혹시 이것 때문인건가? …… 이 요망한 년. 이렇게 따로 만나서 마치 사귈 것처럼 친하게 군 다음에 레포트 끝나면 배신 때리는 거겠군.’

지왕은 거의 일평생을 왕따로 살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이용당하고 버림받는 것에는 ‘촉’이 남달랐다.

발끈한 지왕은 재빨리 머리를 굴려 여자에게 톡을 보냈다.

- 나 그 쪽 때문에 밀린 레포트 써야 돼서 바빠서 못나가요. 정 만나서 할 말 있으면 우리 집으로 오던가요. 주소는 ○○동 ○○번지 2층이고요, 학교 후문 근처 자취집이니까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못 찾겠으면 근처 와서 다시 연락 주고요. 그럼.

그러자 여자로부터 미친 듯이 톡 러시가 날아들었다.

- 네? 이봐요? 아니 학교 근처 산다면서 학교 앞 까페에 나올 시간도 없어요? 그러지 말고 12시에 아까 말한 까페에서 봐요.

하지만 지왕은 수신확인만 해줄 뿐, 정작 여자의 톡은 씹었다.

그러자 이후에도 계속 지왕을 찾으며 발광하던 여자는 결국엔 포기하고 두 손을 들었다.

- 알았어요. 내가 님 집으로 갈게요. 12시 쯤에 봐요.

지왕은 그제야 씨익 웃으며 여자에게 답을 했다.

“큭큭. 빙고~!”

- 그러시든가요.

그리고 여자가 오기로 한 12시. 지왕은 십여분 전부터 창밖으로 골목을 살피고 있었다. 여자가 오는 것을 먼저 발견하기 위해서였다.

이윽고 저 앞에서 여자가 두리번 거리며 지왕의 자취집을 찾는 것이 보였다. 여자는 전에 봤을 때보다 ‘더욱 여백의 미를 자랑하는 차림새’로, 화장과 머리에서도 공들인 티가 팍팍 났다.

“가증스러운 것. 아주 날 홀리겠다고 단단히 준비를 하고 왔구만?”

지왕은 그러면서 여자가 이 쪽을 눈치채기 전에 얼른 폰으로 정면 사진을 찍었다.

“훗, 아주 잘 나왔네. 그럼 슬슬 정신 교육 시킬 준비를 해볼까나? 물론 겸사겸사 몸 쪽도 교육시키고 말이야. 큭큭.”

잠시 후 여자는 용케 지왕의 집을 찾아 현관문을 두드렸다.

“안에 있어요? 저 12시에 오기로 했던 ○○예요.”

지왕은 폰을 꺼내 화면에 여자의 사진을 띄웠다.

‘어디 그럼 …….’

그런데 폰 사진 속 여자의 성감대를 터치하려다 말고 다시 폰 화면을 껐다.

‘아니야. 일단 저것이 날 어떻게 유혹하려 하는지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 작업은 그 이후에 걸어도 늦지 않아.’

그러고는 바로 여자에게 대답하며 문을 열었다.

“네, 어서와요. 시간 맞춰 오셨네요.”

여자는 지왕과 얼굴이 마주치자마자, 언제 짜증을 냈냐는 듯이 함박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손에 든 봉지를 내밀었다.

“이제 10월인데도 아직 많이 덥네요. 우리 우선 아이스크림이나 같이 먹을래요?”

여자가 내민 봉지 겉면엔 ‘배드씬라섹스 31’라는 글씨가 박혀 있었다.

게다가 복장도 가까이서 보니 더욱 가관(?)이었다. 솔직히 가을 햇살이 강하긴 했지만 공기도 건조하고 선선했기 때문에, 신체 구조상 추위를 잘 타는 여자애들이 여백이 많은 옷을 입고 다니기에는 무리인 날씨였다.

하지만 여자는 9월초에 어디 나들이라도 나가는 복장으로 가슴골이 훤히 다 보일 정도로 남방 단추도 3개나 풀고 있었다.

그걸 본 지왕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흥, 아까 내가 사진 찍었을 땐 분명 단추도 1개만 끌르고 있었는데. 아주 노리고 왔구만?’

실제로 아까는 남방 위에 가디건도 걸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것을 벗어 손에 들고 있었다.

한편 여자는 지왕이 바로 대꾸를 하지 않고 멍하니 있자, 속으로 히죽 비웃었다.

‘멍청한 자식, 벌써 걸려들었군. 하긴 내 가슴에 안 넘어오고 배기는 사내 녀석은 없지. 훗.’

그러면서 시치미를 떼며 다시 말했다.

“뭐해요? 계속 이렇게 문 앞에 세워 둘 거예요?”

지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네? 아, 미안해요. 들어오세요.”

그렇게 여자는 제가 판 함정에 자기가 걸려든 것인 줄도 모르고 순순히 안으로 들어왔다.

지왕은 여자가 가지고 온 아이스크림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배드씬라섹스 31? 흥 발랄한 년 같으니라고. 그래 너 오늘 31가지 방법으로 조교나 골라 당해 봐라.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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