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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넉시 Sex 노트-128화 (128/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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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TV女

128. 아메리카TV女 (2)

“여러분 안녕하세요. 그저께 예고했던 대로 오늘은 시청자 중에서 당첨된 한 분을 모시고 같이 방송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소개하겠습니다. 두두두두둥, ‘똘똘이왕’님이십니다~!”

순진녀의 닭살 돋는 소개에 지왕은 멋쩍어하며 쭈뼛쭈뼛 옆자리에 와서 앉았다.

“아, 안녕하세요?”

그러나 그렇게 인사만 한마디 하고 그만 뻣뻣하게 얼음이 돼버리고 말았다.

‘후아, 1인 방송이라고 우습게 봤더니만 긴장감 장난 아니네. 정말 얘 말대로 진짜 방송국 무대에 선 거랑 똑같은 기분이잖아? 이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군…….’

어느 새 손발은 물론 이마, 심지어 엉덩이와 겨드랑이까지 식은땀으로 축축해졌을 정도였다.

그러나 순진녀는 프로답게 그 어색한 분위기를 능숙하게 해소해나갔다.

“똘똘이왕 님이 방송이 처음이라 많이 긴장하셨나보네요. 여러분들, 똘똘이왕 님에게 긴장 푸시라고 모두들 격려의 말 한마디씩 부탁드려요~.”

지왕은 불쑥 순진녀가 천사처럼 보였다.

‘우와~, 너 역시 본성은 착한 애였구나? 그렇다는 건 역시 아까 성질냈던 것도 그냥 프로로서 엄격함을 추구하다보니 그랬던 것뿐? 내가 오해했나 보군. 미안하다. 괜히 내 생각만 해서 너한테 최면까지 걸구. 대신 기왕 이렇게 된 거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해볼게!’

그리면서 마음 속에 기합을 단단히 불어넣고 방송에 임하기 시작했다.

“아 예, 죄송합니다. 순진녀님 말씀대로 제가 이런 건 처음이라 잠깐 좀 긴장했었습니다. 하지만 빨리 적응할 테니 여러분들도 많이 응원해 주세요.”

그러나 채팅창에 이어진 시청자들의 반응은 아주 얄짤없었다.

- 뭐야? 아무리 그래도 가면을 쓰고 나오는 건 좀 아니지.

- 무슨 고동넷 야동 찍냐? 얼굴 가리고 나오게.

- 얼굴에 자신 없는 것 보니 분명 씹덕 새끼네.

- 아이씨, 저런 새끼도 당첨 되는데 난 왜 안 되냐? 순진녀님, 이벤트 다시 하면 안 돼요?

- 순진녀 님이 불쌍해. 영업상 웃고는 있지만 속으론 졸라 욕하고 있을 듯.

- 순진녀님, 옆에서 더러운 오덕 냄새 안나요?

- 순진녀님 아마 지금 숨 참고 있을 듯. 코에 냄새 들어올까 봐. ㅋㅋ

- 지 이름이 똘똘이왕이란다. 정말 왕자지 맞는지 고추 까봐라, 이 고자 새꺄!

지왕은 다시 머리가 어질어질해지고 눈앞이 핑핑 돌았다. 평생 먹을 욕을 한 순간에 다 얻어먹은 기분이었다.

‘윽! 씨팔, 자기들이야말로 이런 거 쳐보면서 돈지랄하고 자위하는 왕따새끼들인 주제에 …….

물론 안 그런 시청자들도 있었겠지만, 이미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버린 지왕은 단번에 모든 시청자들을 자신의 적으로 규정해버렸다.

꾹 쥐어진 두 주먹은 어느 새 무릎 위에서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분노에 이를 갈면서도 순진녀를 봐서 애써 분을 삭였다.

‘개새끼들, 내가 순진녀한테 미안한 것만 없었으면 이거 당장에 확 엎어버리고 나갔다! 씨팔!’

그러는 사이 채팅창의 상황을 기민하게 관찰하고 있던 순진녀는 다시 능숙하게 분위기를 치고 나갔다.

“자자, 여러분. 제 방송에서 그런 심한 말들 하시면 순진녀의 이 C컵 가슴이 너무너무 아파져요~. 제 가슴은 여러분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데. 아, 여러분 그거 아세요? 제 가슴은 싫은 소리 들을 때마다 조금씩 작아지고, 이쁜 말을 들으면 조금씩 자라난다는 거? 히힛.”

그러자 분위기는 단번에 반전되었다. 채팅창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순진녀를 찬양하는 글들로 도배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 역시 순진녀는 마음도 예뻐. 그러니까 가슴도 예뻐진 건가봐.

- 이쁘고 마음도 착한 순진녀님 최고!

- 내가 순진녀님 봐서 오늘은 그냥 참는다.

갑작스런 분위기 반전에 지왕은 어안이 다 벙벙할 정도였다.

‘우와, 역시 억대 수입을 버는 BJ는 다르구나? 정말 TV에 나오는 프로진행자 뺨치는데?’

그런데 그렇게 입을 떡 벌린 채 순진녀의 천의 얼굴을 보며 감탄하고 있다 문득 눈길이 그 아래로 향하게 됐는데, 그러자 입이 더 크게 벌어져버리고 말았다.

‘옷! 저 가슴골은?! 정말 C컵은 되고도 남을 만한 풍만함! 그러고 보니 이때까진 긴장해서 미처 몰라봤는데, 이렇게 보니 몸매도 정말 장난 아니잖아?’

순진녀는 키가 평균보다 약간 작은 듯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아담함과 귀여움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게다가 오늘은 ‘가슴골과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레이스가 화려한 몸에 딱 달라붙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던 탓에 언뜻 ‘로리타 분위기’까지 물씬 풍겨나오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하얀 얼굴에 길게 늘어트려진 까맣고 긴 생머리는 얼굴을 더욱 작고 갸름하게 보이게 만들어 그야말로 ‘로리타 여신’ 급의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탄력을 받은 순진녀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건 그렇고 똘똘이왕 님은 대학 전공이 정치 쪽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럼 우리 간만에 수준 높게 정치 얘기 좀 해볼까요?”

넋을 놓고 있던 지왕은 그제야 맞장구를 치며 정신을 차렸다.

“아, 예. 그, 그럴까요?”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서 한중일 정상 회담이 있었잖아요?”

“예, 그렇죠.”

“저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뉴스를 보니 이번 정상회담은 완전 실패다, 알맹이다 없다 이런 식의 평가가 대부분이던데, 돌똘이왕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뭐 많이 아쉽긴 하죠. 무엇보다도 그간 외교 전문가들이 ‘역사와 현안은 분리해서 접근하는 투트랙 전략을 사용해야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일본을 더욱 압박할 수 있다’고 조언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이를 무시한 채 과거사 문제 해결 없인 대화고 뭐고 없다고 강조하면서 외교적 고립을 자초한 측면이 크거든요. 게다가 그러면서 일본을 견제한답시고 중국과 너무 친한 척을 하는 바람에, 그 반작용으로 미국과 일본이 서로 더욱 결속하게 만들어 버렸고요. 그래서 결국엔 지난번 미국을 방문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한테 일본하고 당장 관계 개선하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고 된통 등이 떠밀린 나머지, 귀국하자마자 부랴부랴 거의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일본과 정상회담을 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일본은 이미 미국을 등에 업고 기고만장한 상태였으니 우리의 말 빨이 하나도 안 먹혔던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죠.”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그치만 과거사 사과 없이는 대화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 자체는 잘한 것 아닌가요?”

“당연히 그렇기야 하죠. 그렇지만 외교적 명분으로 볼 때 우리가 과거사 사과를 끈질기고 집요하게 요구하면서도 다른 분야의 협력은 지속하는 노력을 보였다면 한일 갈등의 책임이 오로지 일본에게만 있다고 몰아세울 수가 있었겠지만, 아예 아무 대화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계속 튕겨내 버리기만 하면 결과적으로 미국 입장에서 볼 땐 아무리 잘 해봐야 쌍방 책임의 모양새가 돼버리거든요. 그럼 이번처럼 ‘우리는 일본에 받을 게 있지만 일본은 우리에게서 별로 받아갈 게 없는 상황’에선 우리 측이 쓸 수 있는 외교적 카드가 사라져 버리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지요.”

“음,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겠네요. 그럼 위안부 문제도 너무 부각시키는 건 안 좋다고 할 수 있겠네요?”

지왕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순진녀를 쳐다봤다.

“네? 그게 무슨 …… ?”

그러나 순진녀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솔직히 말해서 일제시대 때 고생한 사람이 꼭 위안부 할머니들 뿐만도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피해자 중의 극히 일부라고 할 수 있는데, 일본이 위안부에 대해서 사과를 했냐 안했냐만 가지고 일본이 과거사를 사과했냐 안했냐 여부를 따지는 것은 좀 과한 게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똘똘이왕 님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그게 맞는 것 같네요.”

“예에?!”

지왕은 황당함을 넘어 식겁했다.

‘아니 이게 머리는 장식으로 달렸나? 이거 잘못하다 나까지 얘랑 똑같은 놈으로 몰리는 거 아냐?’

그래서 전전긍긍해하며 부가 설명을 하려 했다.

“아니 제가 한 말을 좀 오해하셨나본데요 …….”

그러나 순진녀는 오히려 황당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네? 오해라뇨? 어차피 위안부 할머니들은 좀 있으면 다 죽을 거고, 또 여러 증언에 따르면 모든 위안부가 다 강제로 끌려간 건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그리고 분명 일본 쪽에서 돈도 준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곧 생존자도 남지 않게 될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 몇 명 때문에 이번처럼 우리나라 외교가 자꾸 발목이 잡히는 것은 안 좋은 것 아닌가요? 국익을 위해선 그 정도 희생쯤은 눈감고 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지왕은 돌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멍해졌다.

“어떻게 그걸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 외교에는 목적과 수단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그런데 위안부 할머니와 과거사에 대한 사과는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잖아요? 그런데 순진녀님의 논리대로라면 수단을 위해 목적을 희생하라는 뜻이잖아요?”

하지만 순진녀의 대답은 갈수록 가관이었다.

“네? 그럼 똘똘이왕 님의 말씀은 국익이라는 게 외교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건가요?”

지왕은 이제 당혹감을 넘어 슬슬 화가 나려고 했다.

‘시팔! 이건 그냥 무식해서 그런 게 아니잖아?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최소한의 공감 능력만 있다면 저런 사고방식을 가질 리가 없지!’

그러다 문득 시청자들의 반응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설마 지금 나 완전 매국노로 몰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채팅창의 상황은 지왕의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일치단결하여 순진녀의 발언을 맹비난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어이없게도 채팅창에선 찬반이 팽팽하게 엇갈려 서로 맹렬히 물어뜯고 있었던 것이다.

지왕은 뒷골이 땡겼다.

‘씨발, 이거 뭐야? 이거 보는 애들의 반이 정신 나간 놈들이었어? 아니, 그나마 절반 정도는 정상이라는 데에 위안을 삼아야 하나? 거참 …….’

그런데 그때 순진녀로부터 최후의 일격이 날아왔다.

“위안부 할머니들도 그래요. 강제로 끌려갔다는 걸 증명하려면 최소한 그때 받았던 돈들은 일본한테 뱉어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에?!”

“딴은 그렇잖아요. 돈을 다 받아놓고 나중에 와서 ‘난 당한거니 사과하고 배상금 내놔라’고 하는 건, 같이 잔 다음에 ‘난 강제로 당한 거다. 이게 문제가 되는 걸 원치 않으면 합의금 내놔라’고 하는 꽃뱀하고 뭐가 달라요? 그러니 결백하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그때 위안부 대가로 받았던 돈을 다 내놔야죠. 안 그래요? 주장에 따르면 돈도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니 별 부담도 안 될 텐데…….”

결국 울컥한 지왕은 벌떡 일어나 순진녀에게 고함을 쳤다.

“뭐 이 자식아? 너 말 다했어?”

어찌나 열이 받았는지 하마터면 가면까지 다 벗어던져버릴 뻔 했다.

그러나 순진녀는 오히려 더 황당하다는 듯이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지왕을 쳐다봤다.

“네에? 아니 갑자기 왜 열을 내고 그래요? 내가 못할 말이라도 했어요?”

지왕은 이제 눈에 뵈는 게 없었다.

“그래, 니가 못할 말을 했는지 할 만한 말을 했는지 어디 두고 보자고!”

그러더니 최면녀에게 잠시 맡겨놨던 폰을 낚아채서는 화면에다 아까 순진녀와 기념으로 찍었던 사진을 불러내 조개, 젖꼭지, 목, 귀, 허리, 겨드랑이 등 사진에 드러난 모든 성감대에다 ‘원격 자동 애무’를, 그것도 ‘Max’로 걸어버렸다.

그러자 순진녀는 대번에 양팔로 온몸을 감싸며 몸서리를 쳤다.

“아흣! …… 모, 몸이! …… 하으읏! …… 이, 이상해져버렷! …… 하앙~! …….”

난데없는 순진녀의 교성과 야릇한 몸짓에, 순진녀의 의견에 대해 찬반으로 나뉘어 열나게 치고 받고 있던 채팅창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이를 본 지왕은 PC캠을 똑바로 쳐다보며 마치 선전포고라도 하듯이 이렇게 외쳤다.

“내가 오늘 뭐 눈에 뭐밖에 안 보인다는 것을, 순진녀가 얼마나 음탕한 애인지를 다 까발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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