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7 / 0234 ----------------------------------------------
불닭볶음면女
137. 불닭볶음면女 (2)
결국 지왕은 우물쭈물하다가 이도저도 못한 채 시뻘건 불닭볶음면이 담긴 그릇을 앞에 받고 말았다.
“자, 드세요.”
붉닭면을 내려다보는 지왕의 눈빛이 흔들렸다.
‘으으으, 이게 이렇게 두렵게 느껴지기는 또 처음이네. 킁킁, 응? 근데 어쩐지 매운 내가 확 올라오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그러자 회장녀는 대뜸 마치 지왕의 속내를 알아채기나 한 것처럼 말했다.
“더 맛있으라고 멕시코에서 직접 공수한 고추 엑기스를 듬뿍 넣었어요.”
지왕은 경악했다.
“네에? 서, 설마 청량고추보다 몇 십 배 더 맵다는 그 고추?”
회장녀는 빙긋 웃었다.
“네. 그냥 불닭볶음면만 먹으면 뭔가 밍밍하잖아요.”
지왕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컥! 뭐? 밍밍? 돌았나? 난 그거 먹고도 며칠 똥꼬가 아리는데 ……. 씨팔, 이거 먹으면 십중팔구 죽는다. 그치만 만약 안 먹으면 섹스가 …… 크흑…….’
그러다 안 그래도 매운 속에 뜨겁고 매운 게 들어가는 것보단 식은 게 그나마 낫겠다 싶어, 시간을 끌 요량으로 잔머리를 굴렸다.
“저, 회장님이 저 초등학교 때 첫사랑하고 정말 똑같이 닮았거든요.”
난데없는 첫사랑 타령에 회장녀는 뜬금없어 할 법도 했지만, 오히려 오버스럽게 호들갑까지 떨며 반응을 해줬다.
“어머, 정말요? 와아, 영광이네요.”
솔직히 이 정도 반응까지 나올 줄은 몰랐던 지왕은 내심 놀랐다.
“네? 아, 뭐 영광일 것까지야. 아무튼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맙네요.”
“고맙긴요. 좋아서 좋다고 하는 건데.”
“저, 그래서 말인데요 …….”
“네?”
“괜찮으시다면 저랑 사진 한 번 찍어주시면 안 될까요?”
“아, 난 또 뭐라고. 물론 되죠. 그치만 저도 조건이 있어요.”
“네? 그게 어떤 …….”
“제가 끓여준 붉닭면을 맛나게 다 먹으면 찍어드릴게요.”
“네?”
지왕은 혀를 내둘렀다.
‘크윽, 역시 지가 예쁜 걸 아는 애들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네. 생글생글 웃으면서도 자기가 원하는 걸 다 관철하고야 마는 …….’
그리고 별수 없이 그에 굴복하고 말았다.
“무, 물론 그래야죠. 그럼 ……. 아, 맛있겠다.”
지왕은 회장녀보고 들으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표정은 그야말로 복잡했다.
‘그래, 눈 딱 감고 그냥 후루룩 흡입해 버리자. 아직까지 속이 그닥 부대끼지 않는 걸 보면 미리 먹어둔 껠포스랑 쓰멕타가 효과가 있나 봐. 이따 화장실가서 몰래 한 개 씩 더 챙겨먹지 뭐.’
그러더니 눈 딱 감고 면을 막 퍼먹었다.
“(후르릅 후릅) 어~, 역시 맛있네요 …… (후르릅 후릅 꿀꺽꿀꺽 꾸역꾸역).”
그치만 눈앞엔 마치 자신에게 손짓하는 저승사자가 보이는 듯 했다.
‘크흑, 내일 아침 해가 뜨는 게 두려워진다. 이러다 똥꼬에서 피나는 거 아냐? 얜 정말 이런 걸 맨날 먹나? 이러면 혈변은 둘째 치고 치질 같은 거에 안 걸리고 배겨?’
그치만 첫사랑 닮은 애가 치질녀라니, 그건 왠지 상상하기 싫은 생각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지금은 먹는 데에만 집중하자. 그나저나 배까지 부른데 이렇게 매운 걸 먹자니 정말 죽을 맛이네.’
하지만 회장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초고속으로 뚝딱 해치워버리는 기염을 토한 지왕이었다.
지왕이 마지막 면발까지 다 삼키자, 회장녀는 아주 물개박수까지 쳐대며 좋아라 했다.
“우와, 정말 잘 드시네요! 이렇게 잘 드시는 분은 처음이에요! 우와~! 그럼 약속대로 …….”
그러더니 바로 지왕의 옆으로 와서 바짝 달라붙었다.
“어떻게 할까요? 셔터 제가 누를까요?”
그러나 아직까진 자가 최면 상태의 최면녀 외엔 다른 누구에게도 폰을 넘긴 적이 없는 지왕이었다.
“아, 아니요. 제가 할게요 ……. 자 그럼 찍을게요. 하나, 둘, 셋 …… (찰칵!)”
그런데 사진이 찍히던 그 순간, 회장녀가 지왕의 뺨에다가 불쑥 입을 맞췄다. 지왕은 화들짝 놀라며 회장녀를 쳐다봤다.
“어? 그 …….”
그러나 회장녀는 마냥 좋다는 듯 생글생글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지왕은 확신했다.
‘이, 이건 100% 그린 라이트다!’
그러고는 회장녀를 덥석 끌어안으며 입을 맞추려 했다.
‘이대로 단번에 침대까지 …….’
그러나 회장녀는 자신에게 덮쳐오는 지왕의 입술에다 마치 ‘쉿, 조용’하는 것처럼 검지를 가져다 대며 막았다.
“잠깐만요 …….”
지왕은 멈칫했다. 너무 성급하게 군 것이 아닌가 살짝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네? 왜 ……?”
“우리 지금 이것저것 먹고 술도 먹고 해서 입도 벌겋고 몸도 지저분하잖아요. 그러니 먼저 씻는 것이 …….”
지왕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 그렇군요. 미안해요. 내가 매너도 없이 …….”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럼 실례지만 제가 먼저 씻어도 되겠죠?”
“아, 네. 물론이죠. 남자는 후딱 끝나지만, 여자는 씻은 다음에도 이런 저런 준비가 필요하잖아요. 먼저 하세요.”
“네, 고마워요.”
회장녀는 마치 남자 앞에서 샤워하러 들어가는 게 부끄럽다는 듯이 귀엽게 얼굴을 살짝 붉히며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의 문이 닫히자마자 지왕은 너무도 신이나 발까지 동동 굴러댔다.
‘오오! 내게도 이런 일이! 비록 첫사랑은 이뤄지지 못했지만, 첫사랑의 로망은 이뤄지는 구나! 오오!’
잠시 후 욕실에서 샤워타올을 몸에 두르고 나온 회장녀를 본 지왕은 대번에 똘똘이가 벌떡 기립해버렸다.
‘우왓! 타올로 몸을 가리고 있어도 마치 S라인이 드러나보이는 듯한 저 자태! 저 맛있어 보이는 몸을 좀 있다 내가 ……, 오오오!’
지왕이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걸 눈치 챈 회장녀는 수줍어하며 화장대 쪽으로 쪼르르 도망쳤다.
“전 끝났으니까 얼른 들어가 씻으세요.”
지왕은 그제야 정신을 번쩍 차렸다.
“아, 예. 그럼 …….”
그런데 욕실에 들어가고 나서야 칫솔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저, 여기요. 저 칫솔을 뭐 써야할지 모르겠는데요.”
그러자 회장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거기 제 꺼 쓰세요.”
지왕은 화들짝 놀랐다.
“네? 지, 진짜 그래도 돼요?”
“그럼요. 어차피 치약 묻혀서 쓰는 거니 깨끗한데요. 뭐.”
지왕은 심장이 쿵쾅거렸다.
‘오오! 첫날부터 칫솔을 같이 쓰는 사이가 되다니. 그 정도로 나한테 빠진 건가? 뭐 어쨌든 사양할 필욘 없겠지. 흠흠.’
그러면서 아주 신이 나서 칫솔을 집어 들고 양치질을 시작했다. 칫솔질 중간에 저도 모르게 콧노래가 흥얼거려졌다.
‘그러고 보니 여자 칫솔로 양치질 해보기는 이게 첨이네. 이게 바로 칫솔까지 같이 쓰는 사이라는 건가? 훗.’
그러고 나서 똘똘이까지 구석구석 깨끗이 씻었다.
불닭면을 먹은 직후까지만 해도 속이 부대끼고 설사가 날 것 같아 불안불안했지만, 지금은 그런 걱정 따윈 전혀 없었다. 물론 양치질 전에 껠포스와 쓰멕타를 먹긴 했지만, 그것보다는 마음이 흥분한 탓에 그 쪽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게 된 이유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마침내 샤워를 끝낸 지왕은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한 뒤, 나체 상태 그대로 침대를 향해 섰다.
그러자 이미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던 회장녀가 얼굴을 붉히며 눈을 가렸다.
“어멋!”
그러고는 손가락 틈 사이로 기립해 있던 지왕의 물건을 훔쳐보며 감탄하듯이 말했다.
“이름대로 정말 늠름한 …… 저게 내 몸에 …….”
지왕은 어깨가 우쭐했다.
“제가 이름값 좀 하죠. 하하.”
그러더니 침대로 후다닥 몸을 날렸다.
“그럼 이 자지 왕, 무한 기쁨을 드리러 갑니다! 우와앗!”
그리고 곧장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회장녀의 맨몸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러자 맨 먼저 발딱 선 똘똘이가 회장녀의 허벅지에 가서 닿았다. 그런데 그 살결의 느낌이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었다. 이에 감탄한 지왕은 저도 모르게 회장녀의 눈을 바라보며 어쭙잖은 멘트를 날렸다.
“오, 역시 매맛자 회장답게 몸 전체에서 아주 매콤한 기운이 물씬 풍겨나오는군요.”
자못 썰렁한 멘트였지만, 그러나 회장녀는 아주 좋다고 지왕의 품에서 꺄르륵 거렸다.
“정말요? 훗.”
그리고 지왕은 미소짓는 회장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는 걸로 마침내 섬세한 작업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