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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넉시 Sex 노트-151화 (15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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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이드女

151. 여행가이드女 (1)

여기는 싱가포르.

지왕은 싱가포르에 와 있었다.

몇 달 전 우연히 보게 된 여행사 광고 배너를 통해 ‘효도 관광 이벤트’에 응모를 했었는데, 그게 떡 하니 당첨돼 부모님과 함께 오게 된 것이었다.

물론 자유 여행은 아니고, 다른 단체 여행객들과 함께 스케쥴에 따라 정해진 코스를 관광하는 것이었다.

지왕은 물론 지왕의 부모도 해외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번 싱가포르 여행에 거는 기대가 굉장히 컸다.

싱가포르에 도착하고 나서 현지 가이드와 대면했을 때에도 그런 기대엔 변함이 없었다.

‘오! 가이드 겁나게 예쁜데?’

30세 전후로 보이는 가이드는 화장이 좀 진하긴 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약간 쉬운 여자처럼 보여서인지 더욱 섹시하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싱가포르는 중동 못지않게 꽤나 보수적인 나라라고 들었는데, 저렇게 야하게 입고 다녀도 괜찮나? 치마도 거의 똥꼬 치마 수준이잖아? 뭐, 아무렴 어떠냐! 저런 애랑 같이 다니다 보면 잘하면 팬티 구경도 할 수 있고, 좋지 뭐. 히히.’

그런데 숙소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지왕은 왠지 모르게 불길한 기운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여행사 홈페이지에선 분명 싱가포르 시내 중심의 5성급 호텔에 숙박하게 될 거라고 나와 있었는데……. 이거 왠지 계속 도심 외곽으로 빠지고 있는 것 같은 …… 헉! 설마 이거 말로만 듣던 바가지 여행인건가?’

그리고 그로부터 10여분 후 지왕의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도착한 숙소는 아무리 봐도 호텔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이게 뭐야? 5성급 호텔이라며? 이건 모텔도 아니고, 거의 시골 여관에 침대만 같다 놓은 수준이잖아?’

지왕의 부모도 드러내놓고 말을 하진 않았지만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뭐 깨끗은 하네.”

“숙소야 잠만 편하게 잘 수 있으면 되지. 안 그래?”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지왕은 오히려 더 눈치가 보여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아 씨, 오기 전에 효도한다고 그렇게 큰 소리를 쳐놨는데 이게 뭐야? 으으, 씨팔!’

그런데 이어진 상황은 지왕을 더욱 열 받게 만들었다.

원래 첫날은 숙소에 짐을 푼 뒤 바로 관광에 나서야 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여행사 측에서 마련한 도시락을 각자의 숙소에서 먹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여행사 홈페이지에선 ‘현지 특산물로 만들어진 고급 도시락을 제공한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그러나 ‘여관급 모텔을 5성급 호텔로 둔갑’시킨 여행사가 도시락에서도 장난질을 치지 않았을 리 만무했다. 도시락은 김밥 한 줄이었다.

지왕은 결국 울컥하고 말았다.

“아이 씨! 이게 뭐야? 이게 무슨 현지 특산물로 만든 도시락이란 거야? 잠깐만 계셔 보세요. 제가 가서 좀 따지고 올게요.”

그러나 지왕의 부모는 그런 지왕을 뜯어 말렸다.

“아냐, 됐다. 그냥 있거라. 어차피 공짜로 온 건데 이 정도는 감수 해야지.”

하지만 부모가 말릴수록 지왕은 더욱 면목이 없어져서 막 분통이 터졌다.

“그치만! …….”

“먹는 거야 나중에 우리끼리 나가서 좋은 거 사먹어도 되잖니. 이거나 어여 먹고 관광이나 나가자.”

결국 지왕은 죄송스런 마음에 괜히 저 혼자 막 짜증을 부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에이!”

김밥은 흔한 기본 김밥이었는데 꾸역꾸역 먹다 보니 뭔가 독특한 향이 났다. 자세히 보니 시금치인 줄 알았던 김밥 속 재료가 뭔가 처음 보는 나물이었다.

지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씨팔, 이거 뭐야? 설마 이 풀떼기가 여기 특산물인 거야?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김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지왕 가족은 시내 관광을 가기 위해 준비된 버스에 올랐다.

숙소와 도시락에 실망해서인지 다른 여행객들의 얼굴도 불만으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가이드가 마이크를 잡고 앞으로의 일정과 관광지에 대한 설명을 했다.

“여러분, 식사 맛있게 하셨나요?”

그 말을 들은 지왕은 바로 열이 확 뻗쳤다.

‘뭐가 어쩌구 어째? 우와! 어떻게 그 따위 걸 도시락이라고 주고서 뻔뻔하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지? 나 같으면 사람들이 항의할까 두려워서라도 아예 언급을 안 할 텐데. 이야, 진짜 얼굴 철판이네.’

아까는 그렇게 섹시해 보이기만 하던 가이드였지만,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해버린 지금에 와선 완전 왕재수 사기꾼으로만 보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가이드는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능청을 떨었다.

“여러분들께서 처음 관광할 곳은 △△△인데요. 여기는 싱가포르에서도 가장 멋진 관광지로 유명한 곳으로서 …….”

그런데 인상을 팍 구긴 채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던 지왕은 또 불쑥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 그런데 마침 그곳으로 가는 중간 지점에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기념품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시간이 좀 있고 하니 그곳에 잠깐 들러 가족과 지인 분들께 드릴 선물을 사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지왕은 저도 모르게 시선이 부모에게 향했다. 지왕의 부모도 뭔가 불길한 기운을 직감한 듯 지왕을 쳐다보고 있었다. 당연 그러는 건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버스에 타고 있던 다른 관광객들의 얼굴 또한 죄다 잔뜩 굳어져 있었다.

오직 가이드의 얼굴만 싱글벙글하고 있을 뿐이었다.

지왕은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었다. 바로 폰을 꺼내 뭔가 검색을 하는 척 하면서 가이드의 정면 사진을 찍었다.

가이드는 사진 속에서도 좋아 죽겠다고 아주 능글능글하게 웃고 있었다. 지왕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일단은 분을 삭였다.

‘흥, 언제까지 그렇게 웃고 있을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마침내 버스가 기념품점에 도착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그곳에 있는 제품들은 딱히 싱가포르만의 특산품이라고 할만한 것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가격 또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것을 뿐이었다. 그러니 물건을 사는 사람들도 당연 거의 없었다.

그러자 처음엔 방긋방긋 잘 웃고 다니던 가이드의 얼굴이 점차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괜히 여기저기 어슬렁거리면서 사람들에게 눈치를 줬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좀처럼 물건을 살 생각을 않자, 나중에 가서는 아예 사람들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막 짜증을 부려댔다.

“도대체 요즘 사람들은 정이 없어, 정이. 몇 십만 원 몇 백만 원을 들여 해외여행을 와놓고도 정작 선물 몇 만원 치 사는 건 그렇게 아까워한단 말이야? 옛날엔 안 그랬는데. 한국인이 정이 많다는 것도 이젠 옛말인가봐. 쯧쯧.”

그리고 그것은 효과를 발휘했다. 마음 약한 사람들 몇몇이 가이드의 눈치를 보며 하나 둘 물건들을 집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를 본 가이드는 그들이 다시 마음을 바꿀세라 잔뜩 조바심이 난 나머지, 바로 찰싹 달라붙어 계속 부추겨댔다.

“어머, 이거 사시게요? 정말 탁월한 선택이세요. 이게 싱가포르에서 젤 유명한 특산품이거든요.”

“아, 그, 그래요?”

그렇게 가이드의 마수에 걸려든 사람들은 죄다 꼼짝없이 계산대까지 끌려가 결제를 하고 말았다.

그러나 아직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가이드는 여전히 물건을 사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을 다시금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급기야는 지왕의 가족에게도 달라붙었다.

“어머, 어머님 아버님께선 아직 뭐 살지 못 고르셨어요? 제가 도와 드릴까요?”

이에 도저히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지왕은 마침내 주머니에 손을 넣어 폰을 조작해, 가이드의 사진을 화면에 불러냈다.

‘너 지금 실수한 거다, 이 뇬아!’

그리고 바로 사진 속 가이드의 조개 부위를 슥 터치했다.

가이드는 화들짝 놀라며 엉덩이를 움찔했다.

“아흣! …….”

지왕은 얼른 가이드에게로 다가가 능청을 떨었다.

“아닛, 갑자기 왜 그러세요? 어디 불편하세요?”

가이드는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요. 괜찮아요.”

지왕은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흥! 그래? 그럼 안 괜찮을 때까지 해주지!’

그러면서 다시 주머니에 손을 넣어 폰 사진 속 가이드의 조개를 다시금 터치했다.

가이드는 결국 흥분을 참지 못하고 손을 사타구니로 가져갔다.

“하으읏! …… 하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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