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갤넉시 Sex 노트-158화 (158/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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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보살女

158. 처녀보살女 (1)

내일은 크리스마스 이브. 지난주부터 지왕의 스마트폰은 24일에 뭐하냐고 묻는 여자들의 톡으로 북새통이었다. 당연 그 여자들은 지금까지 지왕에게 조교를 당한 애들이었다.

‘거 참. 크리스마스는 맨날 방콕만하다가 갑자기 연락이 빗발치니 좀 얼떨떨하네. 근데 누구랑 보내지? 조교를 시킨 애들이 하도 많다보니 누구 하날 딱 고르기가 참 ……. 아니지. 꼭 한명만 고를 필요 있나? 아예 여러 명 불러서 하렘으로 즐길까? 오~! 그거 딱이네!’

지왕은 그러면서 바로 스마트폰의 연락처를 뒤지며 크리스마스 때 부를 애들을 추리는 작업에 돌입했다.

‘세나(7화 로션월드女 참고)는 당연히 집어넣고 …… 유나(최면녀)도 부를까? …… 근데 몇 명을 부르지? 오, 유나를 불러서 죄다 최면을 걸어버리면 마치 환각파티처럼 놀 수도 있겠는데? 흐음, 근데 너무 많아도 내가 감당을 못 하겠지?’

그렇게 한동안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갑자기 전화가 들어왔다.

“응? 엄마가 웬 일이지? …… 여보세요?”

“응, 지왕아 나다.”

“어. 갑자기 웬 일이야?”

“웬일은. 지난번에 엄마가 내일 좀 비워놓으라고 했었잖아.”

지왕은 그제야 깜빡했던 것이 생각낫다.

“어? …… 아차! 그랬었지?”

엄마는 혀를 끌끌 찼다.

“녀석. 잊고 있었구나.”

“아, 미안미안. 깜빡했네. 근데 그거 내가 꼭 가야 돼? 엄마만 가면 되잖아.”

“기왕이면 직접 가서 관상도 보는 게 좋지. 근데 좀 문제가 생겼네.”

“문제?”

“응. 엄마가 중요한 약속이 생겨서 못 가게 됐어.”

“그래? 그럼 다음에 가면 되겠네.”

그런데 지왕의 엄마는 펄쩍 뛰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거 다시 예약하려면 몇 달은 더 기다려야한단 말이야. 그럼 신년 운세를 보는 의미가 없잖아.”

지왕은 살짝 짜증이 났다.

“아 참, 그거 좀 안보면 어때서. 그런 거 다 사기라니까.”

그러자 도리어 엄마가 더 짜증을 내며 말했다.

“시끄러워! 잔소리 말고, 엄마가 나랑 니 아버지 사주 보내줄 테니까 니 꺼랑 같이 봐 가지고 와.”

“아 씨, 정말. 몇 시에 가면 되는데?”

“내일 저녁 8시.”

“뭐어? 무슨 점을 저녁에 봐?”

“그 처녀보살은 저녁에 신기가 제대로 돈다더라.”

지왕은 흥 콧방귀가 났다.

“뭐? 처녀보살? 도대체 몇 살인데 처녀보살이라는 거야?”

“이제 막 20살이래.”

“스무 살?”

“그래. ‘노량진 처녀보살’이라고 이제 막 귀신이 들어서 아주 용하다고 소문이 났어. 원래 처음 신이 들었을 때가 제일 용하거든.”

스무살 처녀라는 말에 귀가 솔깃한 지왕은 당장 컴퓨터 앞으로 가 검색을 해봤다. ‘처녀보살’이라는 이름을 쓰는 점쟁이나 무당이 아주 흔하기 때문에 찾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20살 쳐녀보살’로 검색해 나온 최근 자료에 엄마가 말한 무당일 법한 사진이 주르륵 떴다.

그런데 그 사진을 본 지왕의 두 눈이 바로 휘둥그레졌다.

“엄마. 엄마가 말한 처녀보살이 노량진 △△번지에 사는 애 맞아?”

“그래, 맞다. 아무튼 이거 석달 전에 예약한 거니까 빼먹지 말고 꼭 갖다와. 알았어?”

“응, 알았어. 끊어.”

지왕은 전화를 끊은 이후에도 인터넷 여기저기를 검색하며 처녀보살의 사진들을 계속 찾아 열람했다.

“오, 무당이 뭐 이렇게 예뻐? 이거 점을 잘 봐서 유명한 게 아니라 예뻐서 유명한 거 아냐? 얼굴에서도 별로 신기 같은 게 느껴지지도 않는데. 이거 왠지 컨셉 같은 느낌이 …….”

처녀보살은 복장도 살짝 특이했다. 보통의 무당들이 입는 헐렁한 전통 복장이 아니라, 얼핏 보면 전통 복장 같으면서도 자세히 보면 몸매의 굴곡이 은근히 드러나 보이는 맵시 있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어떤 사진에서는 가슴 부분이 브이넥으로 깊게 파여서 앙가슴이 다 드러나 보이는 사진까지 있었다.

“우와, 무당이 뭐 이래? 이거 브래지어도 안 찬 것 같은데? 흐음, 뭐 이 정도면 일단 구경한 번 가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군.”

그리하여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지왕은 결국 크리스마스 하렘을 포기하고 처녀보살을 만나러 와 있었다.

그런데 지왕보다 앞 시간대에 예약을 한 사람들은 다 와 있는 것 같았는데, 지왕보다 뒷 시간 대에 예약을 한 사람들이 한 사람도 보이질 않았다.

‘뭐지? 얜 주로 저녁에 점을 본다고 안했었나? 그런데 왜 아무도 안 와? 인기 많다며?’

그러다 예약 담당 직원이 처녀보살의 방을 들락거리면서 하는 소리를 듣고는 곧 그 까닭을 알게 되었다.

“보살님. 지금 지방 도로들이 폭설로 마비가 돼서 8시 이후에 예약한 사람들이 올 수가 없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전부 다?”

“네. 어쩌다보니.”

“흠, 뭐 어쩔 수 없지. 그럼 지금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예, 2명입니다.”

“알았어. 그럼 그 두 사람만 끝내고 오늘은 일찍 집에 돌아가.”

“예, 알겠습니다.”

지왕은 놀라 창밖을 쳐다봤다.

‘눈이 그렇게 많이 왔나? 서울은 멀쩡한데.’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니 지방은 난리도 아니었다.

‘와아, 서울 빼곤 장난이 아니네. 오늘 펜션이다 뭐다 여행가는 커플들은 죄다 도로 위에서 크리스마스를 맞겠군. 큭큭, 괜히 고소하네.’

그러는 사이 대략 15분 정도가 지나고 이윽고 지왕의 차례가 되었다. 지왕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처녀보살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자욱한 향내가 지왕의 코를 찔렀다.

‘윽, 향 냄새. 난 이 냄새가 왠지 싫더라.’

그렇게 방안 구석구석을 힐끔거리며 처녀보살의 앞에 가 앉은 지왕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서 대뜸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오오! 실물이 더 예쁜데? 혹시나 뽀샵이 아닐까 은근 걱정했었는데. 오오~!’

그런데 처녀보살은 자신의 얼굴에 정신이 팔려 있는 지왕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갑자기 들고 있던 부채로 앞에 있던 상을 탁 내려치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 이놈! 어딜 똑바로 쳐다보느냐!”

지왕은 얼척이 없었다.

‘에?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나 처녀보살은 계속 호통을 쳤다.

“어허, 그래도! 어서 고개를 숙이지 못할까?”

지왕은 짜증이 팍 났다.

‘뭐야? 이게 진짜 미쳤나? 그리고 왜 계속 반말이야? 아무리 무당이라지만 이제 겨우 20살 밖에 안 된 애가.’

그리고 울컥하여 반사적으로 주머니 속에 있는 폰으로 손이 갔다.

‘이걸 그냥 …….’

하지만 곧 신신당부하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일단은 참아 넘기기로 하고, 분을 삭이며 눈을 내리 깔았다.

‘일단 점괘는 받아본 다음에 다시 생각해보자. 그래도 늦지 않아.’

처녀보살은 그제야 화를 누그러트리며 말했다.

“흐음, 고얀 놈. 그럼 어디 네 부모 사주나 내놔 보거라.”

지왕은 깜짝 놀랐다.

“네? 그걸 어떻게?”

그러나 처녀보살은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대꾸했다.

“뭘 그리 놀라나? 지금 신령님의 힘을 무시하는 것이냐?”

지왕은 얼떨떨했다.

‘얘 뭐야? 진짜 신통력이 있는 거야?’

하지만 겨우 그거 하나 알아맞힌 것 가지고는 의심이 쉽게 가지지 않았다.

‘아니지. 진짜 신통력이 있었으면 부모님 사주도 미리 다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암튼 더 두고 보자.’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부모님과 자신의 사주를 적은 종이를 꺼내 앞으로 내밀었다.

“저, 여기 …… 요.”

그런데 그걸 본 처녀보살은 다시 버럭 역정을 냈다.

“이런 고얀! 종이 꼬라지가 이게 무엇이냐? 신령님께 올리는 걸 이렇게 아무렇게나 구겨서 가져오는 건 도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냐? 네 정녕 신령님께 혼쭐이 나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지왕은 울컥했다.

“뭐라고요? 아니 이 사람이 정말 보자보자하니까 내가 무슨 보자기로 보이나?”

지왕이 갑자기 돌변하여 대들자, 처녀보살도 더욱 역정을 내며 고함을 쳤다.

“뭬야? 이 놈, 너 오늘 여기서 두발로는 못 걸어나갈 줄 알아라!‘

그러더니 갑자기 눈을 감고 방울을 흔들며 주문 비슷한 것을 읊어대기 시작했다.

기세등등하게 처녀보살에게 대들었던 지왕은 그 모습을 보고는 괜스레 살짝 쫄았다.

‘아 씨, 뭐야? 뭐 저주라도 거는 거야?’

의식적으로는 무당의 저주 따윈 말도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바로 눈앞에서 용하다고 소문난 무당이 분기탱천하여 방울을 흔들어대며 주문을 외고 있는 것을 보니 왠지 꺼림칙했다.

‘에이씨, 기분 더럽네. 안 되겠어. 내가 당하고만 있을 순 없지. 어디 니가 진짜 신통한 무당이라면 내 갤럭시 Sex 노트의 힘도 이겨내겠지? 한번 시험해보자고!’

그러고는 주머니 속에 손을 집어넣어 폰을 조작시켰다. 먼저 어제 인터넷으로 처녀보살을 검색하다가 마음에 들어서 찍어놨었던 사진을 화면으로 불러내, 양쪽 젖꼭지에다가 ‘원격 자동 애무’를 걸었다.

그러자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주문을 외던 처녀보살의 미간이 돌연 더욱 찡그러졌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주문을 외는 그녀의 목소리도 점점 흔들리며 흐트러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지왕은 씩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흥, 신령보단 내 폰의 힘이 더 센가 보군. 큭큭. 어디 그럼 …….’

지왕은 그러면서 처녀보살의 젖꼭지에 가해지고 있던 ‘원격 자동 애무’의 강도를 다시 ‘강’으로 올려버렸다.

순간 처녀보살이 흔들어대던 방울 소리가 멈칫하며 뚝 끊겼다. 그와 동시에 주문을 외고 있던 그녀의 입에서 묘한 신음 소리 같은 것이 짧게 툭 튀어나왔다.

“아항~!”

그 소리에 스스로도 놀란 처녀보살은 눈이 번쩍 떠졌다. 그러고는 이내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눈동자가 어지럽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방금 그건?’

그러다 자신을 비웃듯이 쳐다보고 있던 지왕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처녀보살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헉! 이 녀석 뭐야? 설마 …… 악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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