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갤넉시 Sex 노트-168화 (168/234)

0168 / 0234 ----------------------------------------------

도를 아십니까女

168. 도를 아십니까女 (1)

서울 반포 고속버스 터미널.

지왕은 신정 연휴에 집에 내려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간만에 부모님도 보고 집밥으로 영양 보충도 하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가장 큰 목적은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처녀보살’에게서 본 부모님의 운세를 육성으로 전해주기 위해서이도 했다.

물론 운세를 보기도 전에 처녀보살 능욕모드에 들어가 버렸던 탓에, 부모님에겐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거짓말로 적당히 지어서 말해 올렸다. 그러나 다행히도 부모님, 특히 지왕의 엄마는 지왕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고, 그 건은 그렇게 무사히 넘어갈 수가 있었다.

터미널을 나서던 지왕은 문득 저 앞에서 여자 둘이 딱 붙어가지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서성이는 것을 발견했다.

‘뭐 하는 거지? …… 응? 쟤, 꽤 예쁜데?’

두 여자 중 한명은 지극히 평범한 얼굴에 평범한 몸매였지만, 다른 한명은 둘이 친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예쁘고 늘씬했다. 다만 생긴 것에 비해서 옷도 그렇고 머리나 화장도 안 어울릴 정도로 수수해서, 아니 어찌 보면 후줄근해 보일 정도여서 얼핏 괴리감까지 느껴질 만큼이었다는 게 약간 기이했다.

‘근데 왜 생긴 것 답지 않게 저런 꼴을 하고 다니는 거야? 그 옆의 친구한테 물이 들어서 그런가? 아무튼 별일이네.’

그때 두 여자가 지왕 또래의 한 남자에게 접근해 말을 걸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좀 이상했다. 둘이 남자를 '학익진‘으로 포위하듯 에워싼 채 말을 걸고 있는 것이 얼핏 단순히 길을 묻거나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왕은 그들이 있는 방향으로 갈 일은 없었지만, 궁금한 마음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발걸음이 그리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옆을 스치고 지나갈 때, 그쪽을 힐끔 쳐다보며 여자들이 하는 이야기에 유심히 귀를 기울였다.

“관상이 굉장히 좋으세요. 얼굴에 복도 굉장히 많으시고요.”

“그러게요. 이런 데 계실 분이 아닌 것 같은데.”

지왕은 순간 딱 감이 왔다.

‘뭐야? 저것들 도를 아십니까 애들 아냐?’

그러고 보니 여자들에게 포위당한 채 당황스러워 하고 있는 남자애는 한눈에 봐도 꽤나 어리숙하게 보였다. 지왕은 마치 1년 전까지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하긴 저렇게 어리숙하게 생긴 녀석들이 저런 놈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지.’

실은 지왕도 대학에 입학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길거리에서 저런 ‘도를 아십니까’ 녀석들에게 걸려든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어리숙한 왕따 티가 팍팍 풍기는 애였기 때문에 녀석들에겐 딱 좋은 먹잇감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녀석들은 지왕이 마치 왕따라는 걸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처음부터 ‘사람들하고 어울리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진 않나요?’라고 하면서 들이댔기 때문에 지왕은 단번에 마음이 흔들리고 말았었다.

물론 그러고는 곧바로 녀석들의 아지트로 끌려가 이상한 한복 같은 것을 입고 제단에 절을 하고 제사를 지내는 듯하다가 치성을 드린 것이 효과를 보려면 신령님께 정성, 그러니까 돈을 바쳐야 한다면서 본색을 드러내자, 지왕은 그제야 자기가 마수에 걸렸음을 깨닫고 은행에 가서 돈 찾아온다는 핑계를 대고 겨우 도망쳐 나왔었다.

그때의 암울한 기억이 떠오른 지왕은 일종의 동병상련 같은 느낌 때문인지,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어리숙한 남학생을 구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생겨났다.

그래서 적당한 거리에서 두 여자의 사진을 폰으로 몰래 찍은 다음, 다시 그들 쪽으로 다가가 대화에 슬며시 끼어들었다.

“저, 지나가다 우연히 엿듣게 되었는데 혹시 하늘의 기운을 받게 해주시는 분들 아닌가요?”

그러자 남학생은 물론 여자들 또한 벙쪄서 쳐다봤다.

“에?”

그러나 지왕은 그에 아랑곳없이 더 호들갑을 떨었다.

“맞죠? 와아, 정만 만나 뵙고 싶었어요. 저한테도 좋은 말씀 해주실 수 없나요?”

얼떨떨해하던 여자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대답했다.

“아, 그러세요? 그러고 보니 머리에 기(氣)가 엄청나게 성한 게 보이시네요? 정말 반가워요.”

지왕은 속으로 픽 콧방귀를 뀌었다.

‘흥, 미친 뇬. 눈깔이 삐었냐?’

그러고는 슬쩍 남학생에게 눈짓을 했다.

‘야, 지금이야! 얼른 도망가! 너 오늘 구세주 만난 줄이나 알아라.’

어리벙벙해하고 있던 남학생은 그제야 지왕의 눈빛을 읽고서 정신을 번쩍 차리며,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쳐서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미 ‘대어’를 낚은 여자들은 그 남학생이 가든 말든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여자들 중 예쁘장하게 생긴 애가 지왕을 꼬드겼다.

“그럼 바로 저희 교주님을 만나보시겠어요?”

이에 지왕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마치 깜빡하고 있었다는 듯이 이마를 탁 치며 말했다.

“아 참, 제 친구 중에 저처럼 이런 데에 관심이 많은 애가 있는데 혹시 그곳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걔보고 찾아오라고 그러게.”

그러자 지왕의 예상대로 여자들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우물쭈물거렸다.

“저 그게 곤란한데 …….”

지왕은 여자들이 그러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사기꾼들이 자신들의 본거지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왕은 짐짓 이해가 안 간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예? 왜요?”

여자들은 버벅거리며 둘러댔다.

“그, 그게 신성한 장소를 그렇게 아무렇게나 노출해버리는 것은 좀 …….”

지왕은 속으로 씩 비웃었다.

‘신성은 개뿔. 찔리니까 그런 거겠지.’

그러고는 아주 흔쾌히 새로운 제안을 했다.

“그럼 제 친구를 만나서 같이 갈까요?”

여자들은 반색했다.

“예? 아, 그럼 저희들이야 좋죠. 그렇게 해요.”

“그럼 잠깐만요.”

지왕은 그러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하는 척을 했다.

“어, 내가 지금 전에 니가 만나고 싶다는 분들을 운 좋게 만났거든? 그래, 하늘의 기운을 받게 도와주시는 분들 말이야. 지금 여기 터미널인데 너 어디야? 뭐, 너도 이 근처라고? 잘됐네. 그래, 그럼 거기서 10분 있다가 보자. 어, 그래. 이따가 봐.”

전화를 끊는 척을 한 지왕은 여자들에게 말했다.

“마침 걔도 이 근처에 있다네요.”

여자들은 입이 아주 귀에 걸렸다.

“그래요? 그럼 어서 그곳으로 가죠.”

“예. 가까운 곳이니까 빠른 걸음으로 가면 5분이면 갈 거예요.”

지왕이 워낙에 적극적으로 나온 탓에 ‘완전 다 잡은 물고기’라고 생각했는지, 여자들은 지왕이 말한 장소로 가는 동안 그다지 설교에 열을 올리지 않았다. 오히려 별 말이 나란히 걷기만 하는 걸 어색하게 여긴 지왕이 불쑥 말을 건넬 정도였다.

지왕은 장난도 좀 칠 겸 뜬금없는 얘기를 했다.

“저, 그냥 평소에 살짝 궁금한 것이 있었는데요.”

“예? 뭔데요?”

“흔히 남녀의 결함을 ‘음양의 조화’라고 설명하잖아요?”

“네. 그렇죠.”

“그럼 소위 쓰리섬이라고 남자 1명과 여자 2명, 혹은 남자 2명과 여자 1명이 결합하는 것에 대해서는 ‘음양의 이치’에 비춰봤을 때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그러자 지왕이 속으로 ‘예쁜이’라고 애칭을 붙인 여자가 대뜸 분개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그런 건 절대 있을 수 없죠!”

지왕이 속으로 ‘못난이’라고 애칭을 붙인, 그러나 개관적으로 봤을 때 딱 중간의 외모인 여자애도 예쁜이를 거들고 나섰다.

“그건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아주 대역무도한 짓이에요! 그런 짓을 하면 바로 하늘의 노여움을 사게 돼요!”

지왕은 마치 자기도 같은 생각이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흐음, 역시 그렇겠죠.”

그러자 예쁜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그런 건 갑자기 왜 물으세요?”

“아니요, 별거 아니에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그냥 갑자기 궁금증이 생겨서요.”

지왕은 그러면서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니들이 얼마나 패닉 상태에 빠질지 가늠해보려고 그랬다, 이 뇬아. 큭큭.’

이윽고 지왕이 말한 장소에 도착했다.

“다 왔네요. 여기에요.”

그런데 예쁜이와 못난이는 그 장소가 영 맘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요? 하필이면 이런 곳에서 …….”

그러나 지왕은 일부러 모른 척을 한 채, 앞에 보이는 건물 입구 앞의 층계에 털썩 앉으며 여자들을 불렀다.

“아직 5분 정도 남았는데, 여기에라도 앉아서 기다리죠.”

하지만 여자들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요. 괜찮아요. 여기서 기다릴게요.”

그들이 그 장소를 그렇게 불편해하는 이유는 지왕이 앉아 있는 건물의 입구가 다름 아닌 ‘SM 모텔 서초점’의 현관이기 때문이었다.

실은 저번에 ‘파워블로거女’를 조교할 때 도심에 ‘SM 모텔의 체인점’이 있는 것을 알게 된 지왕은 또 다른 곳에 체인점이 있는지 검색을 했었는데, 그때 발견한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여기였다.

지왕은 씨익 웃으며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자,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간만의 쓰리섬을. 큭큭.’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