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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넉시 Sex 노트-181화 (18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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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女

181. 설女 (1)

마트에서 장을 가득 보고 나온 지왕은 밖을 나서자마자 망연자실해졌다.

“엑? 오늘 눈 온다는 얘기 없었는데 …….”

1시간도 안 되는 사이에 온 사방이 눈천지로 변해있었다. 게다가 아직도 눈이 소나기처럼 퍼붓고 있어, 벌써 발목 있는 데까지 쌓인 눈이 무릎까지 오는 것은 시간 문제처럼 보일 정도였다.

지왕은 우산도 모자도 없이 집까지 갈 엄두가 도저히 나질 않았다.

“씨뎅, 어쩌지? 그칠 때까지 기다려? 그치만 쉽게 그칠 것 같지가 않은데 …….”

하지만 급한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냅다 밖으로 나섰다.

“에이씨, 비도 아니고 눈인데 그냥 가자!”

그러나 채 30초도 안 돼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왔다. 수분을 가득 머금은 함박눈은 지왕을 순식간에 ‘물에 빠졌다가 나오자마자 눈폭탄을 얻어맞은 생쥐꼴’로 만들어 버렸다.

“으이씨, 이 정도 일 줄이야 …….”

눈밭에 발이 푹푹 빠지는 것은 둘째 치고, 기분 탓이겠지만 머리와 어깨에 쌓인 눈의 무게 때문에 발걸음까지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질 않았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무렵, 눈이 정말 거짓말처럼 한 순간에 딱 그쳐버렸던 것이다.

지왕은 절로 분통이 터졌다.

“엑? 이게 뭐야? 누굴 놀리는 것도 아니고. 거 참, 이게 뭐라고 사람 성질 돋구네? 으으 …….”

하지만 이 날 지왕과 눈의 악연은 정말 징했다. 눈이 그치자마자 어디에선가 눈덩이가 하나 날아들더니, 지왕의 얼굴을 정통으로 맞혔버렸던 것이다.

“억! …….”

그로인해 순간 중심을 잃은 지왕은 눈밭에 미끄러지면서 그대로 벌러덩 나자빠졌다.

“웃! …… 우와악! (콰당!) …… 웁푸풉! 퉤퉷! 아이고 팔아~, 엉덩이야~, 으으으 …….”

그러다 울컥하여 벌떡 일어나 고함을 쳤다.

“씨팔! 어떤 자식이야?”

범인은 저 앞에서 메롱을 시전하며 깔깔 거리는 한 10살 정도는 되어 보이는 사내 녀석이었다.

“우하하! 꼴 좋다~! 메롱~!”

순간 열이 확 뻗친 지왕은 대번에 녀석 쪽으로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이 자식이!”

그러자 녀석은 바로 자기 집 쯤으로 보이는 곳으로 후다닥 달아났다. 그러다 막 지왕의 손에 뒷덜미가 붙잡히려던 찰나, 간발의 차이로 지왕의 손아귀를 벗어나 집으로 도망쳐 들어가며 대문을 쾅 닫아버렸다.

그리고는 대문 틈 사이로 또 다시 메롱을 날리며 약을 올렸다.

“메롱~, 메롱~.”

분기탱천한 지왕은 대문을 발로 쾅 걷어찼다.

“야 이 새끼야! 너 당장 일루 안 나와!”

그러나 녀석은 겁을 집어먹기는커녕 어린 놈이 오히려 썩소까지 날리며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지왕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개자식! 너 밖에서 마주쳤단 봐! 그땐 아주 죽을 줄 알아!”

그러고는 씩씩거리며 막 돌아 서려는데, 그 집의 현관문이 열리며 웬 여자가 나왔다. 3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것이 그 애 엄마인 듯 보였다.

지왕은 잘됐다 싶어 그 여자에게 따졌다.

“저, 여기요. 문 좀 열어보세요. 그 집 아이가 저한테 눈을 던지고 버릇없이 굴었단 말입니다.”

그러나 그 여잔 역시 그 녀석의 엄마다웠다.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우리 앤 착해서 그런 짓 안 한다고요. 우리 애가 그랬다는 증거 있어요?”

“네에?”

지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애 엄마라도 무식하게 안 생기고 얼핏 세련된 이미지를 갖고 있어 교양이 있을 거라 믿었던 것은 지왕만의 큰 착각이었다.

‘뭐야, 이 무개념은? 전혀 안 그러게 생겨가지곤 …….’

그러나 이대로 입을 다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아니 그럼 지금 제가 생사람이라도 잡고 있단 얘기예요?”

여자는 시크했다.

“잘 아시네요. 잘 아시면서 왜 그러시죠?”

지왕은 너무 어이가 없어 말이 다 안 나왔다.

“엑?”

지왕이 말을 잇지 못하자 기세등등해진 여자는 한술 더 떠 오히려 지왕을 몰아세웠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 애가 그랬을 리가 없지만, 혹여 다른 집 아이가 그랬다고 쳐요. 그래봤자 애들 장난인데 어디 크게 다쳤을 것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집까지 쫓아와서 이게 뭐하는 짓이에요? 창피하지도 않아요?”

지왕은 입이 떡 벌어지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에? 아니 무슨 그런 개막장같은 소리를 ……. 이거 봐요! 이건 놀다가 실수로 맞은 것도 아니고, 일부러 길 가는 사람을 조준해서 맞춘 다음 조롱까지 하고 달아났단 말입니다! 그럼 최소한 부모된 사람으로써 대신 사과하고 애한테 주의를 줘야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요?”

하지만 여자는 오히려 지왕을 말이 안 통해 상대 못할 사람 취급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알았어요. 알았어. 그 애 부모 찾아서 사과를 받아내든 주의를 주든 그건 그 쪽 알아서 하시고요, 어쨌든 우리 애는 아니니까 남의 집 대문 앞에서 소란 피우지 말고 얼른 가세요. 자꾸 그러면 경찰을 부를 거예요.”

그러더니 홱 돌아서서 다시 집안으로 향했다.

지왕은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기분에 곧장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갤넉시 Sex 노트'를 움켜쥐었다.

‘씨팔, 이 뇬이 정말!’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애써 분을 삭였다.

‘아니지. 그래도 애 앞에서 엄마를 능욕시키는 건 ……. 일단 지금은 그냥 참고, 다음에 다른 기회 생기면 그때 본때를 보여주든지 하자.’

그러고는 넘어질 때 바닥에 떨어뜨렸던 물건들을 도로 주워 집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이틀 후, 지왕은 환기를 시키려 창문을 열다 저 아래에서 지난 번 그 여자가 걸어가는 것을 보고는 반사적으로 폰을 집어 들었다.

‘응? 잊고 있었는데 ……, 너 잘 걸렸다!’

그러고는 얼른 줌을 확대 해, ‘위에서 비스듬한 각도에서 내려도 본 정면 부위의 사진’을 찍는 데에 성공했다.

그런데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꽤나 미인이었다. 지난번엔 너무 열이 뻗치는 바람에 미처 느끼지 못했던 듯했나 싶었다.

‘흥, 1석2조군. 좋아!’

그러고는 막 원격 자동 애무를 걸려던 찰나였다. 난데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그러자 그 소리를 들은 여자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지왕의 창문 쪽을 쳐다봤다.

화들짝 놀란 지왕은 얼른 밑으로 숨으며 작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엄마? 왜?”

그렇게 엄마와 잠시 통화를 하다 끊은 지왕은 여전히 창 밑에 몸을 숨긴 채 바깥을 힐끔 쳐다봤다. 여자는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지왕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눈치 못 챘겠지? 하필이면 그때 전화가 와가지고는, 쯧 …….”

그렇게 첫 번째 능욕 시도가 실패하고 또 이틀 후. 하늘에 무슨 구멍이라도 뚫렸는지 아침부터 또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날 마침 판매하기로 되어 있던 중고 물품을 택배로 부치기로 했었기 때문에 지왕은 별 수 없이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

“아이 씨,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또 눈이 오냐. 뭐, 오늘은 우산을 챙겨갈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

그렇게 택배로 부칠 물건 박스를 한쪽 팔에 끼고, 다른 손으론 우산을 들고 막 집을 나서려던 지왕은, 하지만 채 몇 발자국도 가지 못하고 놀라 멈칫하고 말았다.

웬 여자가 우산을 앞으로 내리고 쓴 채 눈발을 헤치며 종종 걸음으로 지왕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기겁한 지왕은 옆으로 비켜서며 여자를 불러 세우려 했다.

“어 …… 어 …… 조, 조심해요!”

그러나 여자는 지왕의 목소리를 못 들었는지 앞쪽에서 계속 돌진하듯이 다가왔다. 설상가상으로 눈 때문에 땅이 미끄러워 지왕 또한 쉽게 방향을 틀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결국 지왕과 여자는 서로 부딪혀 같이 뒤엉키며 눈밭 위에 나뒹굴고 말았다.

“앗! …… 우와악!”

“꺅!”

그 순간 지왕은 무의식중에 여자를 팔로 감싸며 방향을 틀어, 자기가 밑에서 쿠션이 되어주는 ‘기사도’를 발휘했다.

덕분에 여자한테 깔리면서 바닥에 엎어진 충격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고 엉덩이와 등짝이 얼얼했지만, 뿌듯한 마음에 괜히 목소리를 깔며 여자에게 물었다.

“괜찮아요? 조심하셔야죠.”

그런데 자기와 얼굴을 맞대고 있는 여자의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안색이 굳어지고 말았다. 어처구니없게도 그녀는 4일전의 그 ‘무개념 애 엄마’였던 것이다.

지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에이, 시팔! 이게 뭐야? 괜히 감싸줬잖아?’

여자 또한 지왕의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화들짝 놀라며 신경질을 부렸다.

“앗! 뭐야? 당신 지금 혼란한 틈을 타서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거야? 이거 놔!”

그러더니 무슨 벌레라도 본 것 같은 얼굴을 해갖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왕은 완전 어이상실이었다.

“아니 수작이라니? 넘어질 때 다칠까봐 감싸줬더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러나 여자는 이미 악에 받쳐 있었다.

“아니, 누가 감싸 달랬어? 오호라, 너 이러려고 일부러 와서 부딪힌 거 아냐? 변태 새끼!”

지왕은 꼭지가 도는 기분이었다.

“뭐야? 아니 말은 똑바로 해야지. 우산을 앞을 가리고 무식하게 돌진해오던 게 누군데?”

“뭐야? 무식? 너 말 다 했어?”

“아니! 아직 다 안 했다! 이 무개념 아줌마야!”

그러다 불쑥 그저께 여자의 사진을 폰으로 찍었던 게 떠올랐다.

‘좋아, 너 잘 걸렸어!’

그러고는 바로 열 뻗쳐서 자리를 뜨는 척 돌아서서 가면서,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아니, 됐다. 당신 같은 사람 상대해봐야 내 입만 아프지.”

그런 다음 여자의 젖꼭지에다 원격 자동 애무를 걸었다.

그러자 곧바로 등 뒤에서 여자가 신음을 내뱉으며 풀썩 주저앉는 소리가 들렸다.

“아흣! …….”

지왕은 놀라 멈칫하는 척 하면서 뒤를 돌아봤다.

여자는 양손을 젖가슴 쪽으로 모은 채 눈밭위에 주저앉아 파르르 경련하고 있었다.

“흐으읏! …… 가, 가슴이 …… 하으흥~ …….”

지왕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척을 하며 중얼거렸다.

“뭐야? 왜 저래?”

그러면서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흥, 어디 그 쉽게 흥분하는 성깔만큼이나 몸의 흥분도 잘 되는지 두고 보자고.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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