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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女 (1월)
194. 승마女-(1월) (1)
요즘 지왕의 학교는 한 여자애 때문에 한창 시끄럽다. 아니 그 여자애는 단번에 전국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그 녀석의 이름은 ‘정유나’
지왕의 집 아래층 사는 최면녀, 즉 ‘이유나’와는 공교롭게도 이름 부분이 같았다.
지왕이 정유나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작년 9월 막 2학기가 시작할 때 쯤이었다. 그때 캠퍼스에선 법대에 한 오크女가 여름방학 사이에 엄청난 성형으로 인생역전을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었고, 그 주인공이 바로 정유나였다.
그 소문을 접하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왕은 정유나를 우연히 먼발치에서 볼 기회가 있었다. 유나는 그야말로 인터넷 같은 데서 봤던 ‘강남 성형 미인’의 전형적인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어찌나 성형이 잘 되어있었던지, 압도적인 미모에 ‘성괴’라고 부르기가 뭣할 정도였다.
게다가 원래 잘 빠진 건지 아니면 성형할 때 지방 흡입 같은 것도 같이 한 것인지 몸매도 아주 준수했다. 가슴도 뽕을 넣은 건지 아니면 수술을 한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 족히 C컵은 돼 보였다.
성형으로 이 정도로 변신을 하는 데에 성공했으면, 같은 여자들끼리 질투하고 시기할 순 있어도 최소한 성형 전 얼굴을 모르는 다른 학과 남자애들한텐 인기가 올라가야 정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유나는 성형 미인 등장이라는 소문이 퍼짐과 거의 동시에 ‘천하의 개싸가지女’라는 악명도 같이 퍼져서, 남녀 모두에게 그닥 인기가 없었다. 특히 원래부터 ‘엄청난 권력실세라는 자기 부모’의 위세와 재산을 믿고서 자칭 ‘공주’라고 하면서 돈지랄과 개지랄을 떨었던 것으로 유명했었다는 후문이었다.
그런 악명 때문인지 그녀를 잘 아는 애들은 그녀를 ‘애마 공주’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녀가 ‘승마 체육 특기생’으로 법대에 들어온 것에 빗대어 비꼬면서 만들어준 별명이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엄청난 돌대가리에 멍청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겨울 방학 중에 정유나와 관련해서 엄청난 스캔들이 터졌다.
정유나 스스로 권력 실세라고 떠벌리던 그녀의 엄마 아빠가 국정 농단과 뇌물 수수, 국가 예산 착복 사건 등에 나란히 쌍으로 휩쓸리면서 해외로 도피하는 사건이 터졌던 것이다.
게다가 정유나가 승마 특기생으로 입학하는 과정에도 부모의 부정한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급기야는 캠퍼스 곳곳에 학교 재단과 정유나를 비난하는 대자보까지 나붙는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정유나는 그 정도로는 전혀 쫄지 않는 대단한 녀석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비난하는 전국민들을 향해 되레 ‘돈도 실력이고, 권력도 실력이야. 탓하려면 나 말고 가진 거 없는 너네 부모들이나 탓해!’라고 SNS에서 일갈하며 초광역 어그로를 끌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원체 ‘자기한테 직접 피해가 생기지 않는 불의와 직면했을 때는 아주 잘 참는(!) 성격’이었던 지왕은 그 일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자기 할 일이나 하며 살고 있었다. 그 일이 생기기 전까진 …….
캠퍼스에 정유나와 관련한 대자보가 붙은 지 사흘이 지난 날의 어느 오후, 지왕은 폰팔이가 사장으로 있는 SM 모텔 바로 옆에 새로 생긴 PC방으로 가는 중이었다. 그 PC방에선 개업 기념으로 그날 하루 ‘1시간에 이용료 100원 이벤트’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행단보도를 건너던 바로 그때, 파란 불이 들어온 지 한참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웬 빨간 외제차가 되레 급가속으로 하며 행단보도로 돌진해오는 일이 일어났다.
지왕은 기겁하여 순간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우와악!”
뒤늦게 지왕을 발견한 차는 냅다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이익!
차는 기적적으로 지왕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정말 1센티만 더 갔어도 지왕을 들이받았을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지왕은 너무 놀란 나머지 한참을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로 부들부들 떨며 입만 뻐끔거리고 있었다.
너무 떨려서 말도 제대로 안 나왔다.
“으으으 …….”
그러다 문득 화들짝 놀라며 사타구니 쪽을 손으로 더듬더듬 확인했다. 다행히 지리진 않은 상태였다. 지왕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아, 씨바. 죽을 뻔 했네.”
그러고 나자 괜히 울컥 열이 뻗쳤다. 그래서 차의 운전석 쪽으로 달려가 다짜고짜 유리창을 두드려대며 소리쳤다.
“이봐요! 나와 봐요! 운전을 뭐 그 따위로 해요?”
이윽고 유리창이 스르륵 내려왔다. 그런데 운전석에 앉아 있던 여자는 되레 적반하장으로 버럭 짜증을 냈다.
“아, 씨팔! 짜증나게 ……. 야! 너 눈을 어따 두고 다니는 거야?”
그런데 여자의 얼굴을 본 지왕은 두 눈이 다시 휘둥그레졌다. 차에 타고 있던 건 악명 높은 ‘애마 공주’, 바로 정유나였던 것이다.
“어? 너 …….”
지왕이 유나를 알아보며 말을 잇지 못하자, 유나는 아주 잘났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아이씨, 이제 별 그지 같은 것들도 날 알아보네.”
그러더니 명함을 지왕의 품으로 툭 던지며 말했다.
“야, 솔직히 말해 봐. 안 부딪혔지? 뭐 어쨌든 명함 줬으니 뺑소닌 아니다? 뭐 정 돈이 필요하면 합의다 뭐다 거지같이 질척거리지 말고 거기다 전화하고. 알았냐?”
힐끔 보니 명함엔 웬 변호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뭐 자기 집의 전담 변호사 쯤 되는 것처럼 보였다.
자기 할 말을 다 한 유나는 다시 차문의 유리창을 올리고 자리를 뜨려 했다.
지왕은 어처구니없어 하며 허둥지둥 차를 붙들었다.
“야! 어딜 가?”
그 말에 유나 또한 어이없어하며 지왕을 쏘아붙였다.
“더럽게 어디다 손을 대는 거야? 손자국 남잖아. 저리 치워!”
지왕은 울컥했다.
“뭐? 아 씨바, 이 뇬이 완전 개념을 상실했네.”
그 말에 유나도 덩달아 울컥했다.
“뭐? 이 뇬? 야! 말 다 했어?”
지왕은 곧바로 버럭 받아쳤다.
“아니, 아직 다 못했다! 이 무개념 성괴야!”
그러더니 바로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폰 화면에 유나의 사진을 불러냈다. 그것은 지난 번에 캠퍼스에서 멀찍이 봤을 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찍어뒀었던 것이었다.
‘이걸 이렇게 쓸 줄이야. 어디 오늘 한 번 죽어 봐라!’
지왕은 그러고는 폰 사진 속 유나의 젖꼭지 부분을 슥 터치했다.
그러자 유나는 어깨를 흠칫 움츠리며 신음을 내뱉었다.
“아흣! …….”
그러고는 이내 화들짝 놀라며 휘둥그레진 눈으로 지왕을 쳐다봤다.
지왕은 시치미를 떼고 영문을 모르는 척을 했다.
“뭐야? 왜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고 날 쳐다 봐? 변태야?”
유나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횡설수설했다.
“아, 아니 …… 내, 내가 언제 …….”
그러자 지왕은 이번엔 폰을 이용해 유나의 조개와 젖꼭지에다가 ‘아주 강한 강도의 원격 자동 애무’를 걸었다.
유나는 흠칫 놀라며 젖가슴과 조개를 콱 움켜쥔 채 파르르 떨었다.
“아흐읏! 흐으읏! …….”
그러나 지왕은 계속 어리둥절한 척을 했다.
“뭐야? 갑자기 거기는 왜 움켜잡고 그래? 오줌 마려? 아님 가렵기라도 해?”
유나는 어느 새 뺨에 홍조까지 띈 채 파르르 떨며 겨우 입을 열었다.
“그, 그런 게 아니라 …… 하으읏! …….”
그때 어느 새 유나의 차 뒤로 줄지어 선 차들이 얼른 차를 빼라며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려댔다.
빵! 빵!
지왕은 당황한 척 유나에게 말했다.
“야! 차 빼라잖아?”
그러나 유나는 계속 젖가슴과 조개를 움켜쥔 채 파르르 경련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으읏! 그, 그치만 …… 하앙~! …….”
지왕은 짐짓 발까지 동동 구르는 척을 하며 말했다.
“내가 대신 빼 줘? 어?”
유나는 경련하며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으읏! …… 으, 으응 …… 아흐읏! …….”
이에 지왕은 곧바로 유나를 번쩍 들어 조수석 쪽으로 밀어 넣은 뒤, 대신 운전석에 앉아 운전대를 잡고 차를 출발시켰다.
지왕은 제법 능숙하게 차를 몰았다.
‘수능보고 빈둥거릴고 있을 때 엄마에게 떠밀리다시피 해서 딴 게 이렇게 유용하기 쓰일 줄이야. 엄마, 고마워. 후후.’
그러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바로 근처에 있던 SM 모텔 주차장 쪽으로 차를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