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갤넉시 Sex 노트-200화 (20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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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女 (1월)

200. 주먹女-(1월) (2)

여자가 한 이야기는 이랬다.

여자는 놀랍게도 수일 전 전국적으로 꽤나 세인의 시선을 끌었던 뉴스의 주인공이었다. 지왕의 바로 옆 대학에서 한 남자교수가 교수실에서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건이 뉴스에 보도된 적이 있었는데, 여자가 바로 그 피해자였던 것이다.

여자의 이야기를 들은 지왕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괜히 말이라도 잘못 꺼냈다가 여자의 마음에 2차 피해라도 입힐까 싶어 입을 조심했다. 그런데 여자가 이어서 한 말은 지왕을 순간 울컥하게 만들었다.

그런 사건이 일어나면 으레 그렇듯, 해당 뉴스가 피해자의 프로필을 가명으로 처리하여 보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학교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여자가 심각한 2차 피해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여자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일은 그간 자신이 베스트 프렌드라고 믿고 있었던 친구가 안 보이는 데서 여자의 험담을 하고, 심지어는 해당 뉴스에 악성 댓글까지 달았던 일이었다.

지왕은 여자의 도움을 받아서 해당 댓글을 찾아봤다. 그 댓글의 내용은 작성자가 마치 가해자와 공범은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수준이었다.

- 몸을 써서 학점 타내려고 했다가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니까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거 누가 모를 줄 알고? 몸 바칠 땐 분명 좋다고 질질 쌌을 텐데. 교수님도 불쌍하다. 걘 구멍이 늘어날 대로 늘어나서 하는 맛도 안 났을 텐데. 아니지, 이번 일로 구멍이 더 늘어났을라나? ㅋㅋ

지왕에게 그 댓글을 보여준 여자는 불쑥 다시 서러움에 북받쳐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지왕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쓰며 여자에게 물었다.

“근데 이게 정말 그 친구라는 애가 쓴 거 맞아요? 그냥 흔한 악플러가 쓴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나마 친구한테 뒤통수 맞은 것보단 얼굴을 모르는 정신병자가 쓴 글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의 상처가 조금은 적어질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한 말이었다. 그러나 여자는 댓글의 작성자가 자신의 친구라고 굳게 확신하고 있었다.

“진선이가 맞아요.”

“뭐 확신할 만한 근거라도 …….”

“댓글의 아이디를 누르면 지금까지 썼던 댓글 목록들이 쭉 나오잖아요?”

“아, 예. 그렇죠.”

“거기에 나오는 댓글 중에 예전에 진선이가 자기 쓴 게 베댓이 됐다면서 보여줬던 게 있었어요.”

“그래요?”

“여기, 이거예요.”

“아 …….”

지왕은 비로소 납득했다. 그러다 번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진선이란 그 친구 사는 곳을 아세요?”

“네. 학교 근처 원룸에서 살고 있어요.”

“그 친구한테 복수하고 싶으세요?”

그러나 여자는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게 …….”

이에 지왕은 한 발 물러섰다.

“그럼 마지막으로 자기 죄를 뉘우칠 기회를 한 번 더 주고 싶으세요?”

그러자 여자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왕은 속으로 혀를 쯧쯧 찼다.

‘이거 완전 착해빠진 여자네. 보통 사람 같았으면 배신감에 떨며 당장에 찢어 죽여버리고 싶다고 얘기했을 텐데. 뭐, 할 수 없지. 본인이 그렇다는 데 존중해줄 수밖에.’

그러고는 다시 여자에게 물었다.

“그럼 그 친구가 뒤에서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걸 안 뒤에 직접 그 친구한테 가서 진심이 뭔지 물어본 적은 있어요?”

여자는 금방 주눅이 들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

지왕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럼 그것도 확인 안 해보고 죽으려고 했던 거예요?”

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지왕은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또 물었다.

“그럼 만약 그 친구한테 잘못을 뉘우칠 기회를 줬는데도 그걸 끝내 거부하면 그땐 어떡할 거예요? 그럼 또 자살하겠다고 옥상에 올라갈 거예요?”

여자는 대답을 못했다. 지왕은 울컥 성질이 났다.

“그렇게 순둥이처럼 구니까 사람들한테 무시 받는 거잖아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억울한 거 있으면 따지고 해야 딴 놈들이 그쪽을 함부로 못하죠! 안 그래요?”

“그야 그렇지만 …….”

“안 되겠어요. 이렇게 해요.”

“어떻게요?”

“일단 그쪽 …… 아, 이름 뭐예요?”

“혜진 …… 이요. 심혜진 …….”

“아, 예. 혜진씨. 그러니까 …… 아 참 전 지왕이에요. 자지왕.”

그러자 여자는 갑자기 얼굴이 빨개져서는 풋 웃음을 터트렸다.

“예? 자 …… 왕이요?”

자기의 웃긴 이름 덕분이긴 했지만, 지왕은 그래도 여자가 그나마 웃는 걸 보니 괜히 저도 모르게 같이 웃음이 피식 터졌다.

“왜 웃어요? 내 이름이 웃겨요?”

그러자 여자는 화들짝 놀라며 막 손사래를 쳤다.

“아,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그게 …….”

지왕은 짐짓 화난 척 연기를 했다.

“아 됐어요. 저도 제 이름 웃긴 거 알아요. 이것 때문에 한때는 엄청 콤플렉스라서 친구도 잘 못 사귀고 했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그러니까 혜진 씨도 너무 그렇게 주눅 들어 있지 말고 좀 당당해져봐요.”

“알았어요 ……. 그리고 저 …… 고마워요.”

“예?”

지왕은 괜히 멋쩍어졌다. 그리고 얼굴도 살짝 빨개졌다.

“뭐 그렇다고 고마워할 것까지야 ……. 아, 그렇지. 아무튼 아까 하던 이야기 계속해서, 진선이란 그 친구한테 찾아가서 일단 해명할 기회를 주자고요. 그런 다음에 그 친구의 진심이 혜진 씨를 험담하는 것에 있는 걸로 확정되고 잘못을 뉘우칠 기색이 없으면 그땐 내가 시키는 대로 같이 복수를 해요. 어차피 그때부턴 친구는커녕 사람도 아니니까. 어때요?”

“하지만 복수는 ……. 그랬다가 감옥이라도 가게 되면 …….”

“그 점은 걱정 말아요. 뒤탈은 없을 거예요. 제가 보장해 드릴게요. 아까 제 능력 봤잖아요? 그럼 내 말대로 하는 겁니다. 아셨죠?”

여자는 마지못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

그렇게 지왕은 반 어거지로 혜진은 설득한 뒤 진선이 산다는 원룸으로 함께 향했다.

지왕은 혜진에게 주의할 점을 알려줬다.

“일단 친구를 밖으로 불러내세요. 꼭 밖으로 나오게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제가 좀 떨어져서 몰래 지켜볼 테니까, 가리지 않도록 옆으로 살짝 비켜서시고요. 그렇게 한 5초만 만들어주면, 진선이란 그 친구가 만약 잘못을 뉘우치지 않을 경우에 복수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할 수가 있어요. 아셨죠?”

혜진은 이해가 잘 안갔지만,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둘은 바로 진선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집 앞에 도착한 뒤 지왕은 진선의 집 맞은편에 서서 그냥 빈둥거리는 사람인 것처럼 연기를 하고 있고, 혜진은 벨을 눌러 진선을 불러냈다.

진선의 첫인상은 아까 전에 말자지 딜도를 똥꼬에 박아 준 ‘정유나’ 저리가라 할 정도로 드세 보였다. 지왕은 얼른 폰을 꺼내 진선의 사진을 찍었다.

“한눈에 봐도 딱 싸가지 없게 생겼네? 그런데 어떻게 저런 정 반대의 애랑 베프였던 거지? 분명 혜진이 쟤가 착해 빠져서 지 혼자 친구라고 생각했던 게 틀림없을 거야. 쯧쯧.”

진선은 혜진을 못마땅한 눈초리로, 아니 거의 창녀를 보는 듯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웬 일이야?”

혜진은 죄지은 사람 마냥 우물거렸다.

“그게 그러니까 …….”

진선은 버럭 짜증을 냈다.

“답답해 미치겠네 정말. 할 말 없으면 나 들어간다.”

그러자 혜진이 화들짝 놀라며 진선을 붙들었다.

“잠깐! 잠깐만 …….”

진선은 물끄러미 뒤를 돌아봤다. 헤진은 자신의 폰을 진선에게 보여주며 머뭇머뭇 말했다.

“이거 정말 니가 쓴 거 맞아?”

화면엔 진선이 쓴 악플이 띄워져 있었다. 진선은 피식 웃으며 아주 쿨하게 인정했다.

“아, 이거? 그래 맞아. 용케 잘 알아냈네?”

혜진은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새삼 표정이 굳어졌다. 게다가 당혹감에 손은 물론 입술까지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너 …….”

진선은 그런 혜진을 비아냥거렸다.

“왜? 내가 틀린 말 했어?”

혜진은 금세 눈물을 글썽였다.

“니가 어떻게 …… 우린 친구잖아 …….”

진선은 콧방귀를 뀌었다.

“친구?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야, 난 너처럼 몸 막 굴리는 창녀 따위하고 친구한 적 없거든?”

“뭐? 어떻게 그런 …….”

“아이씨 됐고, 불결해서 너랑 더 말 섞기 싫으니까 이제 찾아오지 마. 알았어?”

혜진은 울컥 치가 떨렸다.

“너 …….”

그러더니 가녀린 손으로 주먹을 꼭 쥔 채 부들거리며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

“…… 부숴버릴 거야 …….”

그러나 진선은 대놓고 코웃음을 쳤다.

“뭐? 니가? 깔깔!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깔깔깔!”

그 광경을 지켜보던 지왕은 폰 화면에 방금 전 찍은 진선의 사진을 띄웠다.

“내 그럴 줄 알았다. 너 오늘 한 번 제대로 부서져봐라.”

그러면서 손끝으로 사진 속 진선의 사타구니를 마구 자극했다.

그러자 진선은 곧바로 얼굴에 당혹감이 스치며 조갯살을 움켜쥔 채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아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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