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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넉시 Sex 노트-219화 (219/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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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女 (2월)

219. 재수女-(2월) (2)

그리하여 자신감을 얻은 지왕은 넌지시 여자애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통성명을 안 했네? 내 이름은 확실히 알고 있는 것 같고, 넌?”

“희진, 우희진이에요.”

“저, 근데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온 거야?”

“왜요? 나이 들어 보여요?”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화장이 굉장히 잘 된 것도 그렇고 옷 입은 것도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온 애로 보기엔 어딘지 센스 있는 것 같아서.”

“그래요? 하긴 ……. 뭐 제대로 봤어요. 실은 재수 했어요. 정확히 말하면 반수랄까?”

“반수? 그럼 그전에 어디 학교 다녔는데?”

“바로 옆 학교요.”

지왕은 귀가 번쩍 뜨였다.

“옆학교? E대? 설마 그럼 니가 그 유명한 ‘E대 설현’?!”

희진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입꼬리는 피식 올라갔다. 지왕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그랬구나. 그런데 왜 반수를 했어?”

“시험 성적이 딸려서 그랬던 건 아니고요, 보수적인 할머니가 여자는 무조건 E대에 가야한다고 해서 억지로 가긴 갔었는데, 한 학기 다니다 보니까 재미도 없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몰래 한 학기 휴학하고 공부해서 온 거예요.”

“아, 하긴. E대에 그런 식으로 반수해서 딴 학교로 옮기는 애들 꽤 된다고 들은 것 같긴 해. 아, 그럼 이제 서로 말 놓자. 나이도 같은데.”

“그래도 돼요?”

“당연하지. 무슨 쌍팔년도도 아니고 대학에서 학년이나 학번 따질 필요가 뭐 있어? 서로 편한 게 장땡이지.”

“하긴, 쓸데없이 그런 거에 집착하는 거 보면 꼴불견이더라. 그럼 이제부터 말 놓는 …… 다?”

“오키.”

그때 아까 화장실에서 지왕과 희진보고 둘이 벌써 눈 맞은 거 아니냐고 놀렸던 동기가 또 호프집 밖으로 나와서 둘을 발견하고는 놀라워했다.

“어? 뭐야 니들? 진짜 눈 맞은 거냐? 이러다 둘이 슬쩍 딴 데로 빠지는 거 아냐?”

그러나 지왕은 이번엔 아까와는 달리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받아쳤다.

“걱정 붙들어 매라. 들어갈 거다.”

희진과 이야기를 하면서 어색함이 사라졌기 때문인 듯했다.

지왕은 희진에게 말했다.

“들어갈까?”

희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동기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뭐냐? 이제 둘이 말까지 놓냐?”

지왕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꾸했다.

“얘 재수했다더라. 나이도 같은데 굳이 학번 따지면서 데면데면해 할 필요 있냐?”

“뭐 하긴 …….”

“근데 넌 왜 나왔어?”

“아, 담배나 한대 피려고. 너도 필래?”

“나 담배 안 피는 거 알잖아?”

“아, 그렇지. 그래 그럼 먼저 들어가. 난 한대 피우고 들어갈 테니.”

“그래.”

지왕은 그렇게 희진과 함께 다시 호프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로부터 1시간 후, 환영회의 분위기는 아주 한창 달아올랐다. 어색했던 처음과는 달리 지금은 어느 새 각자 마음 맞는 애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꽃도 피우고 게임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술에 취해 얼굴이 벌게져 있음은 물론이었다.

그때 마찬가지로 술에 진창 취해 한참 잘 놀던 희진이 지왕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귓속말을 했다.

“화장실 좀 같이 가줄래~?”

“어? 아, 응.”

지왕은 막상 그렇게 대답을 하고 희진과 같이 화장실로 향했지만, 속으로는 그런 희진이 좀 별나다고 생각했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남자한테 화장실을 같이 가자고 하다니. 원래 애인 사이 아니면 같이 가준다고 해도 되레 부담스러워 하지 않나? 하긴 아까 멀쩡할 때도 내 존슨보고 품평을 한 녀석이니, 지금처럼 술 취했을 때야 더 하겠지. 아니면 정말로 나한테 관심이 있어서 유혹하는 건가?’

하지만 지왕은 선뜻 그런 쪽으로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예전의 아픈 추억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왕따 시절 선의였던 악의였던 여자애들이 작은 친절을 베풀어주거나 친근하게 대해주었을 때 그걸 과잉해석해서 오버하다가 창피를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경험들이 바로 그것이었다. 비록 지금은 그런 아픔이 많이 치유되어 있는 상태이긴 했지만, 상대가 ‘E대 설현’이라고 불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유명인이다 보니 왠지 모르게 살짝 위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런 콧대 높은 애들은 마음만 먹으면 남자애들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건 예사니까 ……. 먼저 오버하지 말고 좀 더 지켜 봐보자.’

그때 화장실에 앞서 들어간 희진이 지왕을 불렀다.

“뭐 해? 안 들어오고?”

지왕은 화들짝 놀랐다.

“어? 들어오라고? 거길?”

“응.”

지왕은 처음엔 놀랐지만, 이내 희진이 취해서 그런 거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굳이 그럴 필요 있나? 그냥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얼른 일 보고 나와.”

물론 모르는 척 하고 얼렁뚱땅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자칫 그랬다가 나중에 희진이 술에서 깬 다음에 자신이 들어오라고 했다고 낼름 따라 들어온 자신을 별로 안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여자들이 소변이 분사될 때 나는 소리를 남에게 들려주는 걸 부끄러워한다는 것쯤은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희진은 집요했다.

“안 들어오면 나 안 싼다?”

지왕은 농담으로 알고 웃으며 받아쳤다.

“안 싸면 너만 힘들지, 내가 힘드냐?”

그런데 희진은 되레 더 세게 나왔다.

“좋아. 그럼 여기서 문 열고 쌀 거야. 선 채로.”

그러면서 정말로 당장이라도 오줌을 쌀 것처럼 주섬주섬 치마를 올리고 스타킹과 팬티를 내리려 했다. 그냥 두면 정말 그대로 팬티와 스타킹을 내리고 그 자리에 서서 오줌을 쌀 기세였다.

지왕은 기겁했다.

“엑?! 야, 야! 너 미쳤어?”

그러나 희진은 여전히 큰 소리였다.

“안 미쳤거든?”

결국 지왕은 꼬리를 내렸다.

“알았어. 들어갈 테니까 거기서 멈춰.”

그러고는 허겁지겁 화장실로 따라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 원 참. E대 설현이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술버릇은 존나 진상이네. 뭐, 그래도 이쁜 애가 그러니 귀엽긴 하네.’

왠지 모르게 희진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지왕은 희진을 부축해 좌변기 칸으로 넣어줬다. 좌변기는 가정집에 주로 있는 양변기가 아니라, 공중화장실 등에서 볼 수 있는 ‘쪼그려앉아서 일을 보는 화변기’였다.

지왕은 살짝 걱정이 됐다.

“야 너 똑바로 앉을 수 있겠어?”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는 희진이 혼자 쭈그려 앉았다간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지거나 뒤로 넘어가 엉덩이를 화변기 속에 빠트릴 것만 같아서였다.

걱정한 대로 희진은 취한 얼굴로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안 되겠는데? 헤헤 …….”

지왕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어떡하지? 그냥 내가 붙잡아 줘? 하지만 그랬다가 나중에 술이 깨서 이걸 기억해내면 날 이상하게 볼 텐데. 나가서 다른 여자애를 불러올까? 그래, 그러자!’

그러고는 희진에게 일렀다.

“잠깐만 기다려. 내가 다른 여자애 불러올 테니까.”

그런데 희진은 나가려는 지왕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싫어. 니가 붙잡아 줘.”

지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뭐?”

“니가 잡아줘야 해.”

“야, 너 취했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잠깐 기다려.”

그러자 희진은 되레 짜증을 부렸다.

“싫다니까? 지금 당장 쌀 것 같단 말이야. 얼른 붙잡아. 자~, 나 벗는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팬티와 스타킹을 한 번에 쭉 내리고서 그대로 변기에 쪼그려 앉았다. 하지만 역시나 이내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가려 했다.

지왕은 기겁하며 헐레벌떡 희진을 붙잡았다.

“야, 넘어져!”

다행히 희진은 변기 속으로 엉덩이가 빠지기 직전 지왕에게 구해졌다. 그러자 희진은 지왕을 쳐다보며 헬렐레 웃었다.

“헤헤, 안 넘어졌다.”

지왕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다 나왔다.

“나 참, 못 말린다, 못 말려. 너 나중에 술에서 깬 다음에 딴 소리 하기 없기다? 알았어?”

“걱정 마, 걱정 마. 자 그럼 우희진, 오줌 나갑니다~!”

“엑?!”

희진은 그러더니 그간 참고 있던 오줌을 바로 촤아악 쌌다. 오줌물줄기는 조갯살 틈새를 비집고 나오면서 쌔애액하는 소리를 냈다. 그리고 이내 변기와 변기물에 부딪히면서 촤아악, 쪼르륵하는 소리도 함께 냈다.

그 소리를 희진 바로 옆에서 그녀를 붙든 채 ‘풀 서라운드 스테레오’로 듣고 있던 지왕은 어색하고 멋쩍어서 죽을 맛이었다.

‘씨바, 이게 무슨 꼴이야?’

그치만 한편으론 므흣한 기분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로인해 저도 모르게 눈길이 자꾸만 희진의 가랑이 사이로 향하였다. 그러자 희진의 가랑이 사이에서 한 다섯 시간은 참은 것 같은 오줌빨이 힘차게 쭉 뻗어져 나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지왕은 똘똘이가 단숨에 벌떡 기립했다.

‘오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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