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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직속상관의 상태가 이상하다 (12) (12/83)



〈 12화 〉직속상관의 상태가 이상하다 (12)

“젠장, 아이셀! 겨우 이런 놈이랑 하려고 나를 그렇게 모욕하고 싫어했던 거냐?”
“흐응~ 하아, 보여져버리고 있어. 으읏….”

아이셀은 몸을 살짝 떨며 미소 지었다.

아이셀을 죽이려던 놈이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상황이  심각한 것 같아 허리를 멈추고 아이셀의 몸을 살짝 돌려 주었다.

“때려눕혀서라도 데리고 오려고 했건만… 죽여야 할 놈은 따로 있었구나.”
“제발… 꺼져 로베르으….”

아이셀은 나른한 목소리로 로베르에게 지난번과 비슷한 태도로 말했다.

“인정할  없다. 당장 멈춰! 정식으로 결투를 신청하겠다.”
“미친 새끼야!”

아이셀은 나를 밀어내고 검을 집어 로베르의 목에 겨누었다. 화가 엄청나게 난 것 같다.

나는 일단 그렇게 서 있는 아이셀의 속옷과 바지를 제대로 입혀주었다.

“적당히 해. 진짜 죽여 버리기 전에.”
“아, 아이셀.”
“내가 싫다고 이렇게 까지 방해하는 거야? 좋아, 아주 끝장을 보자.”

로베르는 전과 달리 싸우려는 의도가 전혀 없어 보였다. 그는 검을 뽑기는커녕 뒤로 물러나고만 있었다.

아이셀 쪽에서도 그를 대하는 것이 조금 달라진 것 같다.

그때 내가 말했던  때문인가, 가만 두면 정말로 로베르를 이 자리에서 죽일 것 같았다.

“이럴 수가… 결국 이렇게 돼버리다니.”

그는 진심으로 과거를 후회하는  절망하고 있었다.

“아이셀, 사실 너를 좋아했었다. 내게 함부로 하는 네게 차마 그런 마음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는데… 떠나기 전에 꼭 말 하고 싶었다.”
“어쩌라고. 꺼져버려.”

간신히 진심을 토해냈건만, 아이셀의 반응은 차가웠다. 만약 이 자리에서 나와의 밀회를 보인 게 아니라면 로베르의 상상 속에 있는 가장 아이셀 다운 반응이 아닐까 싶었다.

아이셀은 결국 침통해 하는 로베르의 등까지 떠밀어 보내버렸다. 그와는 이렇게 이상한 상황에만 마주쳐 버렸지만, 어쩐지 그 등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러게 아이셀 같은 여자한테 반하면 안 됐지.

그가 떠나고서 아이셀은 다시 가면이라도 바꿔 낀 것처럼 내게 밤을 맡기고 있던 얼굴로 돌아왔다.

“알프렌, 다시 하자.”

아이셀은 바닥에 칼을 떨어트려 놓고 바지를 내렸다.

나무를 붙잡은 채 내게 다시 엉덩이를 내밀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는 금방 다시 발기해버렸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간절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구멍 사이로 들어섰다.

“흐그읏!”

아이셀의 허리가 휘었다. 나는 젖혀진 그녀의 몸을 붙잡았다.

“하아, 하앙… 하읏, 흣….”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작게 교성을 뱉었다.

기분이 조금  뜨고 있었다. 살덩이를 통해 파고드는 자극적인 감각은 여전했지만, 마음이 어딘가 불편했다.

역시 방금  녀석이 초를 친 게 문제였다.

아이셀이싫어서 일부러 그런 거라면 반쯤은 성공한 셈이다.

나는 최대한 상황을 빨리 정리하고 싶어 허리를 빠르게 움직이며 아이셀의 가슴을 거칠게 주물렀다. 손에 힘이 꽤 많이 들어갔는지 그녀의 입에서 고통 섞인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 알프렌… 좋아.”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 대로 엉덩이를 차지게 때려주었다.

촤악-

“흐아아아!”

그것으로 조금 가버린 건지 아이셀은 나무쪽에 몸을 더 기댔다.

“부서질 것 같아. 알프레엔……!”

그렇지 않아도, 그래야만끝날 것 같다. 나는 그녀의 허리에 손을 감고 거의 서도록 몸을 끌어당기고, 땀 섞인 비누향이 나는 그녀의 등에 코를 박았다.

아이셀의 떨리는 손이 내 손을 잡았고, 나는 곧 이 긴 싸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갑니다.”
“으응…!”

그녀의  안에 정액이 튀어나왔다.

“흐어… 헉….”

아이셀의 몸속에서 내 자지는 꿈틀거리며 연거푸 정액을 토해냈다.

…괜찮은 걸까.

아이셀은 내가 몸을 놓아주자 그대로 무너져버렸다. 바닥에 뒹굴 뻔한 그녀를 붙잡아 세워주고, 나무에기대도록 만들었다.

“옷부터 입으세요.”
“입혀주세요오.”

그녀는 거의 잠들기 직전의 목소리로 말하고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그래, 하고 나면 바로 자버리는 거구나. 일종의 방어기재인 건가.

옷을 다시 입히고 등에 업었다.

 밖으로 나오자 로베르의 모습이 보였다.  녀석 아직도 포기를 못 한 건가.

“네놈, 아이셀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는 검을 뽑아 들고 당장이라도 나를 죽일 기세로 다가왔다.

“이해할 수가 없네요. 당신이 아이셀 씨에게 했던 말 기억 안 납니까?”
“나, 나는 받은 대로만돌려줬을 뿐이다.건방진 훈계는 집어치워라, 아이셀을 안았다고 세상의 모든 게 다 만만해 보이는 모양이지? 이 자리에서 네놈을 죽이고 아이셀을 데려가겠다.”

도망치는 선택은 없는 건가.

아이셀을 업고 뛰면 금방 다시 붙잡혀 버리겠지.

나는 아이셀을 나무 옆에 내려놓고 다시 로베르와 마주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뭔가 불길한녀석이었는데.

나는 고개를 저으며 검을 뽑았다.

그리고 놈의 약점을 보았다. 푸른빛이 도는 곳은 없었다. 그 보다 못한 연두색 빛이나, 내가 공격할 만한 주황색과 빨간색이 드문드문 보였다.

이 정도면 의외로  만한 상대다.

“정말로 맞설 생각이냐? 겁대가리를 상실했군.”
“어쩔 수 없잖아.”

그러나 검을맞부딪힌다면 힘의 차이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녀석은 조금의 방심도 없이 싸울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피하며 일격을 노려야 한다.

아이셀은 절대로 보낼 수 없다. 나와의 관계를 떠나서, 황실 기사단으로 가는 놈한테 끌려가면 우리 전투대도 와해 돼버릴지 모른다.

“먼저 와라. 네 녀석도 아이셀을 빼앗기기는 싫겠지. 첫 합 정도는 받아주마.”

빨간빛이 도는 곳은 너무 작아 노리기 어렵다. 더구나 녀석이 팔의 위치만 바꿔도 바로 색깔이 바뀔  있는 정도였다.

어디를 노려야 할까.  첫 번째 공격 기회에 최대한의 공격을 뽑아내야 한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호수의 모습이었다.

방심한다면, 정말로 내게  방 정도를 내어준다면, 가능한 방법이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목표는 놈을 쓰러트리는 것, 그리고 호수에 빠트려 그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간다!”

검을 들고 돌진하기 시작했다. 역시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검을 휘두르는 척하다가 그대로 뛰어올라 발로 로베르의 몸통을 차버렸다. 예상을 못 했는지 운 좋게 공격이 먹혀들어 갔다.

로베르는 많이 밀려나지 않았지만, 발을 헛디뎌 결국 호수에 빠져버렸다.

지금 도망쳐야 한다.

“이 자식! 도망칠 생각이냐!”
“당연하지!”

나는 아이셀을 둘러매고 있는 힘껏 뛰었다. 물에서 나오는 시간과 몸이 젖어 무거워지는 것을 고려하면 막사까지는 충분히 뛰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오늘은 아무것도 못 건지고 고생만 하다 돌아가게 생겼네.

“거기 서라! 아이셀 까지 들고서 내게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니겠지?”

생각보다 금방 따라붙었다. 역시 황실 기사로 뽑힐만한 녀석은 다르다.

이대로 뛴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붙잡히고 말 것이다. 호수를 둘러싼 숲도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라 속도를 더 내서 한 걸음이라도 더 벗어나 보려는 노력은 무의미했다.

결국 다시 멈춰 섰다. 로베르는 나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숨을 헐떡이며 다시 싸울 태세를 취했다.

나는 바로 아이셀을 내려놓았다. 차라리 아이셀이 깨어났으면 하는 심경으로 거의 던지듯 놓았지만, 효과는 없었다.

“아, 아이셀을 함부로 던지지 마!”

저 녀석 아무것도 모르는군.

“참견하지 마라. 어차피 다시는 못 보게 될 테니까.”

일단 센 척하면서 시간을 조금 벌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역시 뾰족한 수가….

그때 하늘이 어둡게 물들었다. 너무 말도 안 되는 어둠에 로베르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하늘에 시선이 꽂혔다.

“무, 무슨 일이지?”

로베르는 일단 나부터 의심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도 전혀 모르는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그때 번개 같은 것이 쳤다. 햇빛을 가린 구름에서 미르티스의 문양이 아주 잠깐 붉은색으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뭐야….’

분위기상으로는 미르티스라도 나타날 것 같은 상황이다. 만약 그렇다면 황실 기사고 뭐고 죽은 목숨이다.

“이, 일단 도망쳐야 하지 않겠어?”

로베르에게 먼저 휴전을 제안했다. 그도 역시 정체를 모를 위압감을 느꼈던 모양인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돌아가서 정식으로 붙자.”

그때 우리들의 생각을 꾸짖기라도 하듯 하늘에서 굉음이 들렸다.

찰나의 섬광과 함께 로베르와 내 사이에 이상한 것이 나타났다. 말도 안 되는 크기의 마족….검은 날개로 날갯짓하며 공중에 살짝  있었다.

“죽었다….”

나는 나지막이 말하고 아이셀을 안았다. 아이셀을 안고 살짝 물러나는데도  마족은 내 쪽은 전혀 보지 않고 로베르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도망칠 기회다.

미안하게 됐다!

마음속으로만 로베르에게 사과하며 막사까지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다가 어느 순간 어둠이 걷혀있음을 알고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마치 백일몽이라도 꾼  돌아본 곳에는 평화로운 숲의 모습뿐이었다.

그렇다면 로베르 또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을 터, 나는 급히 다시 몸을 움직였다.

이윽고 도착한 막사, 처음 지나갔던 의무실 창문 앞을 지나며 다시 아스틴과 마주하게 되었다.

“금방 오네.”

내가 느끼던 공포심과는 대조적으로 아스틴은 평화로운 미소를 보여주었다.

문득 내가 마주했던 그 마족과 어둠이 진실이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아, 아스틴 씨. 계속 여기서 보고 계셨어요?”
“응? 뭐 할 일도 없으니까.”
“혹시 하늘이 어둡게 물들었던 건  보셨어요?”

아스틴은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소리야? 하늘은 계속 맑았는데.”

착각은 아니었을 것이고,  공간에만 생겨난 이상한 이변이었던  같다. 그보다 그때 그건 미르티스의 문양이었지 분명.

나는 잠시 눈을 감고서 그때 본 마족의 모습을 떠올렸다.

거대한 몸, 휘날리는 머리, 탁한 피부와 비슷한 회색의 복장과 커다란 검은 날개.

그 모습들을 종합해 봤을 때,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마족들의 정보를 담은교범에서도 본 적이 있던  같은 모습이었다.

“뭐 하고 있어?”
“아, 아닙니다.”
“아이셀 씨는 자는 거지?”
“…네.”

아스틴은 피식 웃고서 가라고 손짓하고 창문을 닫았다.

 마족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할 것 같다. 세른에게 가서 물어봐야지.

그렇게마음먹고 우선 아이셀을 방으로 데려다주려 했다.

그러나 막사에 들어서자 의무관과 마주쳤다.

“아이셀은  부상이야?”
“아, 그게….”

그냥 잠들었다고 하기는 이상한  같아 그렇다고대답했다.

“다친 건 아니고 잠시 기절한 것 같습니다.”
“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저도 잘…. 우선 방에서 쉬게 하겠습니다.”

대충 얼버무리며 오늘 있었던 일을 드러내야 할 상황은 벗어났다. 아이셀을 방 침대에 눕혀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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