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가면 놀이 (7)
“난 이제 힘드니까….”
아이셀은 내 팔을 잡아 일으키고서 침대에 누웠다.
나는 그런 그녀의 다리를 벌리고 허벅지를 더듬었다. 내가 신중하게 만지는 것만으로 그녀는 찌릿하게 반응해왔다.
다른 때 보다 심장이 뛰었다. 나는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내 물건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바로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비교적 평범한 느낌으로 그녀는 내 손을 잡은 채 작게 신음을 뱉었다.
“하아, 하앗.”
“아, 아이셀 씨 죄송해요.”
“어?”
아이셀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보았다. 나는 얼마 가지 않아 그녀의 배 위에 정액을 쏟아냈다.
“……벌써?”
그녀는 잠깐 놀랐다가 이내 웃으며몸을 일으켜 내 뺨을 꼬집었다. 오늘따라 몇 배는 기분이 좋다.
“왠지… 아이셀 씨 몸이 너무 좋네요.”
“계속해 줘.”
그러나 나는 살짝 풀이죽어버렸다.
“다시 준비가 필요하구나.”
아이셀은 엎드려 내 물건을 입에 넣었다. 혀를 둥글게 굴려 내 귀두를 감싸주니 금방 다시 힘이 차올랐다.
그것을 확인한 아이셀은 내 성기 끝에 입을 맞추고 다시 누워 다리를 벌렸다.
그리고 나는 거침없이 그녀를 범했다.
조금 더 세게, 힘차게….
내 움직임에 과도하게 느끼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벽이 지나 서서히 해가 뜨고 그녀의 얼굴이 더 잘 보였을 때, 나는 몸을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아이셀의 몸을 거칠게 몰아붙이다가, 나는 잠시 멈췄다.
“위로 올라오실래요?”
“응…?”
나는 누웠고, 아이셀은 고개를 갸웃하다 내 몸 위로 올라왔다. 삽입한 채로 그녀의 몸을 돌려 내 몸에 등을 기대고 눕게 만들었다. 그 상태로 그녀의 몸을 붙잡고 살살 움직였다.
가슴과 다리를 더듬자 아이셀은 작게신음하며 고개를 더 젖혔다. 나는 다리를 만지던 손을 그녀의 음핵으로 옮겼다.
내가 손가락을 놀리자 아이셀은 스스로 허리를 흔들며 답해왔다.
“이대로 하다가 잠들면 어쩌죠?”
아이셀은 내 어깨에 기대고 있는 고개를 돌려 뜨거운 숨을 뱉었다.
“내일, 흐… 이어서 하는 거지….”
“좋습니다.”
-
다음날이었다. 다행히 그대로 잠들었다 깨어난 건 아니었다.
나는 하루 종일이라도 잘 것 같았는데 늦은 오후에 깨어났다. 아이셀은 여전히 곤히 잠들어 있었다.
아침이 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아이셀의 신음이 들리고 있던 것이 잠들기 전 마지막 기억이었다.
“후우….”
나는 방에서 나왔다. 잠시 바람이라도 쐬고 먹을 만한 게 있나 찾아볼 생각이었다.
로비로 나오자 누군가 나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알프렌 씨죠?”
복장을 보아하니 황실 기사인 것 같다. 그러나 나에게 아는 척을 하는데 누구인지 전혀 모르겠다.
“저를 어떻게 아시는 거죠?”
그는 내게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황녀님께서 찾으셨습니다.”
“네?”
황녀…?
“어제 황자님 저택에서 있었던 일은 들었습니다. 그 일을 치하해 주시려는 것 같습니다.”
황녀가 나를? 어제 일 그새 다 알게 된 건가. 그 보다 치하라니… 내가 뭘 했다고.
“황녀님께서 직접 찾으시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어서 가시죠.”
다소 황당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 뻔한 것도 있으니 칭찬 정도는 받아도 되겠지.
그는 나를 데리고 황성으로 들어갔다.
그가 앞서가 성문을 지키고 있는 기사들에게 무언가 이야기하자, 낯선 나를 조금의 의심 없이 들여보내 주었다.
“이쪽입니다.”
커다란 성을 지나 그 안쪽에 있는 황궁까지 들어갔다.
조용한 황궁의 모습은 생전 처음 느끼는 웅장한 자태를 보이고 있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정원을 지나, 금칠이라도 해놓은 것 같이 반짝거리는 황궁 안으로 들어섰다.
안쪽의 모습은 더했다.
“와 씨….”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번쩍거리는 내부는 꼭 다른 세계에 온 것만 같았다.
기사는 익숙한 걸음으로 앞장서 나를 안내했다.
그가 데려다 준 방은 작았다. 들어오자마자 든 느낌은 여기서 황녀를 만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작은 방에 나와 단둘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기다리시죠.”
“…네.”
나는 의자에 앉아 가만히 벽을 보았다. 벽에는 작은 베일이 처져 있었다. 걷어보자 그 안에는 작은 유리창이 있었다. 옆방과 연결된 것 같다. 그때 누군가 옆방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황녀님, 이제 그만 바꾸시죠. …저도 불편해서 못 하겠습니다.”
“왜요. 내가 죽으면 림피아르가 나 대신 해야 하는데. 연습이에요 다.”
가면을쓴 사람과 성녀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가면을 쓴 쪽은 황녀다. 황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대외적으로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가면을 쓴 모습조차도 볼 기회는 지극히 적지만 말이다.
그런데 대화가 조금 이상하다.
“아무튼 이제 그만 하죠.”
성녀는 황녀의 가면을 벗겼다.
어…….
얼굴이 똑같잖아?!
성녀는 싱긋 미소 지으며 침대에 앉아 내 쪽을 빤히 보았다.
“아….”
나는 바로 숨어버렸다.
“거울은 왜 보고 계세요?”
“내 얼굴 보고 있을 일이 별로 없으니까.”
거울이라고?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보았다. 창 너머의 황녀는 이쪽을 보고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면을 벗고 머리를 풀었다.
아무래도 거울로 위장한 창문이었던 것 같다.
두 사람은 옷까지 벗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 있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황녀 옷을 입고 있던 쪽에서 장갑을 벗자 베오타르에게 입었던 상처가드러났다.
그러니까… 내가 아는 림피아르는 가면을 쓰고 있는 쪽인 것 같다. 그럼 내가 어제 만났던 사람은 황녀라는 건가. 언제부터였을까…. 내게 축복을 내려주던 그때부터였나?
“손에 상처는 괜찮아?”
“네. 이제 아무렇지 않아요.”
“에켈이 뭐라고 했지?”
림피아르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힘들어 죽겠어요.”
황녀는 림피아르의 코르셋 끈을 풀어주었다.
“나는 더 힘들었어. 축복은 그렇다 쳐도 나한테 그런 귀찮은 일까지 시키다니.”
둘 다 나체가 되었다.
황녀는 옷을 다 벗은 채로 림피아르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신전에서부터 림피아르는 황녀로, 황녀는 성녀로 역할을 바꾸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 나를 여기로 부른 이유가….
“헤헤….”
“몸으로 때워.”
황녀는 림피아르를 침대에 눕혀놓고, 그 위에 올라가 입을 맞추었다. 그와 동시에 내 물건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뭐 하는 거야? 내, 내가 여기 있다는 거 알고 있을 텐데.
“아흑…. 죄송해요.”
림피아르는 황녀의 몸 아래에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움찔거리기만 했다.
황녀는 그녀의 가슴을 깨물며 가랑이 사이에 손가락을 넣었다. 림피아르는 움직이면 죽기라도 하는 듯 떨고 있었다. 손은 이불을 꽉 쥐고 있었다.
그걸 보고 있는 나의 숨마저 긴장감에 거칠어지고 있었다.
이윽고 황녀는 림피아르의 이마에 키스하고 미소 지으며 그녀를 일으켜 앉혔다.
“해줘.”
황녀는 림피아르의 앞에 다리를 벌려놓고, 그녀의 머리를 하체 쪽으로 눌렀다. 림피아르는 내 쪽으로 엉덩이와 젖은 하체를 내밀어 보이고 있었다.
“후웃, 역시 잘한다니까.”
황녀는 발그레해진 얼굴로 웃고 있다.
나와 했을 때는 조금도 보여주지 않았던 빈틈 많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 손은 자연스럽게 내 물건으로 향했다.
저 모습을 보고 자위라도 하지 않으면 아깝다.
그리고 저 모습은 확실히 저장해 두었다.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다.
“림피아르.”
“네.”
림피아르는 몸을 들어 황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네가 말한 그 남자 말이야.”
“네? 아….”
“역시 좀 이상했어.”
“그렇죠?”
“내 유혹에도 안 넘어오더라고. 네가 잘못 안 거 아니야?”
황녀는 내 쪽을 보았다. 나는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그녀의 눈을 마주 보았다.
“네? 유, 유혹이라뇨.황녀님! 그런 짓을 하시면 어떡해요!”
황녀는 당연히 안 되고, 성녀도 안 되는 거라고.
“뭐 어때, 재밌던걸. 그런 경험 쉽지 않잖아.”
“그, 그래도 혹시라도무슨 일이라도 있었으면어쩌려고 그러셨어요.”
“네가 대신 하면 되잖아.”
황녀는 림피아르의 뺨을 어루만지며 웃었다.
림피아르는 말문이 막혀버린 듯 가만히 있었다.
“그만하고 이제 머리 묶어줘.”
“…네.”
림피아르는 뚱한 표정으로 황녀의 머리를 묶어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먼저 옷을 입었다.
“에켈 불러올게요.”
“네가 입혀줘.”
림피아르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황녀에게 드레스를입혀주었다. 마지막으로 황녀는 가면을 쓰고 림피아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생했어. 내 역할 하느라고.”
“고생은요. …언니가 더 고생이었죠.”
림피아르의 입에서 언니라는 말이 나오니 나도 흠칫 놀라버렸다.
그래 정말… 저렇게 두 명이 쌍둥이였구나.성녀와 황녀가 쌍둥이라니…. 새삼 놀라운 일이다.
“그래.”
황녀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오늘 만날 손님이 있어서.”
“손님이요?”
“가볼게. 천천히 들어가.”
황녀는 방에서 나갔다. 나는 다급히 바지를 올리고 거울을 가려놓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앉자마자 문이 열렸다.
곧바로 황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순간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이, 이렇게 좁은 곳에서 만나는구나.
“오래 기다렸죠?”
“아, 아닙니다.”
“얘기는 들었어요.황자에게 큰일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어제 나랑 마족을 잡았다는 거잖아. 그런데 모른 척이라니… 이 컨셉에 나도 맞춰줘야 하는 건가?
“네… 그랬었죠.”
“성녀를 도와서 큰일을 해냈다고 들었어요.”
“저는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성녀님이 다 하신일이죠.”
황녀는 미소 지었다. 이런 뻔한 대답에 만족한 건가.
“저도 그날 있었던 일은다 들어서 알고 있어요. 알프렌이라고 했었죠? 그대의 용맹… 잊지 않겠습니다.”
입에 발린 말이라는 걸 알아서 그런지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러나 나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황녀님께서 그렇게 칭찬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후훗, 그래요. 오늘은 이 이야기 하려고 불렀어요. 이제 다시 근무지로 돌아가는 거죠?”
“네, 맞습니다.”
“그렇군요.조심히 가세요.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또 보자고요.”
황녀는 바로 일어나 나가버렸다.
나는 황녀가 나를 부른 이유를 생각했다. 성녀와 자신이 쌍둥이고, 어제 내가 함께 싸우고 섹스할 뻔했던 상대가 황녀였다는 사실을 꼭 알려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성녀도 성녀였지만, 황녀라니… 다 지난 일이고 별일도 없었지만 뒤늦게 또다시 살이 떨린다.
왜 나한테 이런 걸 알려주는 걸까.
잠시 기분을 가라앉히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가다 림피아르와 마주쳐버렸다.
“너….”
“또 뵙습니다.”
림피아르는 고개를 끄덕이고 미간을 찡그렸다.
“어쩐 일이죠?”
“황녀님을 잠시 뵙고 가는 길입니다. 어제 일 때문에.”
“아, 어제 일….”
림피아르는 어제 자신이 가 있었던 것처럼 보이려는 건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씀드렸어요.”
“아, 감사합니다.”
평소대로 웃으며 인사하자 림피아르의 얼굴이 굳었다.
그녀는 내게 가라고 손짓하고는 바로 어딘가로 가버렸다. 조금 화가 난 듯한 걸음걸이였다.
나는 천천히 황성 밖으로 나와 아이셀에게 돌아갔다. 그녀의 옆에 누웠을 때 하늘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아이셀은 내 어깨를 건드리며 속삭였다.
“어디 갔다 왔어?”
“황녀님께 다녀왔습니다. 지난번 일을 성녀님께 듣고 저를 치하해주시더군요.”
“대단하네.”
그녀는 히죽 웃으며 내 양 뺨을 잡았다.
“오늘까지는 자고 내일 출발하자. 돈도 많으니까.”
“네, 오늘은 좀 쉬죠.”
“나는 하루 종일자서 괜찮은데.”
아이셀은 다시 나 물건을 만졌다. 나도 아까의 일 때문에 약간 욕심은 있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제 생각도 좀 해주세요.”
“알았어.”
아이셀은 쉽게 포기하고 내게 달라붙어 누웠다.
“잠이나 자자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