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3화 〉외전. 나흘전 (83/83)



〈 83화 〉외전. 나흘전

“메이아르님…….”

그녀를 아는 수녀 하나가 갓 태어난 아기를 깨끗한 천에 감싸 안고 있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텅 빈 방을 채우고 있었다.

땀에 흠뻑 젖은 메이아르는 멍한 눈으로 아기를 보았다.

수녀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가 메이아르를 향해 어렵게 말을 꺼냈다.

“아기가… 성녀님을 많이 닮았네요.”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아기를 안고 있는 팔을 뻗으려 했다.

그러나 메이아르는 고개를 돌렸다.

“그 아이는 바로 고아원으로 데리고 가세요.”
“네?”

수녀는 메이아르의 싸늘한 반응에 당황했다.

그러나 그녀도 메이아르가 어떤 사람이고, 지금 낳은 아기가 어떻게생기게 된 아기인지를 어렴풋이 들어 알고는 있었기에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아이에게는 안타까운 일이겠지만, 메이아르의 결정에 토를 다는 것이 또한 얼마나 주제넘은 일인지를 알기에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름은….”

수녀가 아기의 이름을 묻자 메이아르는 손을 뻗어 그녀가 안고 있는 아기를 받았다. 수녀는 멋쩍게 미소 지으며 한참 동안 말이 없는 메이아르를 기다렸다.

“알아서 정하세요. 그리고… 따로 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메이아르는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다. 수녀는 그녀로부터 아기를 받아 안고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괜찮으신 건가요? 하루라도 쉬었다 가시는 게…….”
“사울리안까지  길이 멀어요. 여기서만 나흘은 가야 하니까… 성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늦으면  되죠. 어차피 걸어서 가는 것도 아니니 가면서 쉬면 돼요.”
“그래도….”

수녀는 무언가 말하려다 혼자 고개를흔들고서,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메이아르는 미소 지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차 한 잔 주겠어요?”
“네.”

수녀는 빙그레 미소 짓고서 차를 내왔다.

“유스티아.”
“네.”

수녀 유스티아는 아기를 안고 다소 위태롭게 차를 따르려 했다. 메이아르는 찻주전자를 받아 대신 따라주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의 장례를 치렀던 게 유스티아였죠?”
“아, 네. 그랬었죠.”

유스티아는 조금 울적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님을 계속 모셨던 사람으로서, 어떻게 생각해요? 당신도 내가 틀렸다고 생각했나요?”

유스티아는 입술을 꾹 다문 채 메이아르를 보았다.

메이아르는 솔직하게 말하라는 듯 미소 지었다.

“……네.”
“당신 말이면 그게 맞는 거겠네요.”
“메이아르님의 마음도 이해는… 합니다.”

메이아르는 고개를 저으며 차를 마셨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메이아르는 일어났고, 유스티아도 바로 따라 일어났다. 그녀는 아기를 요람에 놓고 밖으로 나가는 메이아르를 따라 나갔다.

성당 밖에서 메이아르는 유스티아를 향해 손을 살짝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유스티아는 메이아르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서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성당 앞에는 메이아르를 사울리안으로 데리고 갈 마차와 기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메이아르는 그들에게로 가려다 멈추고 유스티아를 보았다.

“참.”

유스티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시 돌아오는 메이아르를 보았다.

메이아르는유스티아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였다.

“그 아이는 기사로 만들면 어떨까요.”
“네? 아….”
“뭐, 아무래도 좋겠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니까. 유스티아, 그럼 나중에 꼭 편지 보내세요.”

유스티아는 다시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조심히 가십시오. 성녀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