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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추적 (9) (14/65)



〈 14화 〉추적 (9)

장 선생이 내 앞에 내민 그건, 분명....주소였다.

쿵쾅대는 내 심장 소리가 고스란히 느껴져, 몸이 조금씩 떨릴 지경이었다.

“장...장 선생님...이게 뭐예요?”

내 물음에도 그는 말없이 빙그레 웃고만 있었다.


“오타와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몽뜨벨로라는 작은 도시입니다.

퀘벡주에 속해 있고, 오타와하고 몬트리올 거의 중간쯤에 있어요.”

“이거....그분들 주소입니까?”

“하하....맞습니다.
저한테 소식이 없어서, 많이 기다렸죠?

오늘 제가 직접 이민국 찾아가서 담당자 만나서, 담판을 지었어요.

안 그래도 그 사람하고지금 저녁 먹고, 바로 오는 길입니다.

강루아씨가 기다릴 거 같아서...”

“4413 Rue Notre Dame, Montebello, QC....”

나는 다시 그가 전해준 그 메모를 들여다봤다.

“루아씨, 여기  지 지금 벌써 일주일이 코앞이고, 시간도 별로 없는데,

마냥 기다리기가 저도 좀 그래서 제가 직접 찾아갔어요.

아이고....그 자식,
흑인 놈인데 얼마나 깐깐하던지.....고생 좀 했어요.”

“장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하....저도 일을 한 건데요 뭐...
 몰고 가면 여기서 한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어떻게? 내일 바로 가보실 겁니까?”

“네!!!”


“음.....어떡하나....
내일 오후에 저희 와이프하고 애들 오늘날이라서요...아니면 모레 오전에 같이 갈까요?”

“아닙니다. 제가 찾아갈 수 있습니다.”

“하긴 뭐.....나영씨 있으니까....”


지금  앞에 앉아,
환하게 웃으며 나를 보고 있는,
장 선생의 얼굴이, 내겐 무슨 위대한 성인처럼 화려하게 빛이 났다.



“장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참! 그리고 약속한 잔금은 지금 바로 송금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송금하면,
은행에서 환전 거치고, 내일 오전에는 장 선생님 계좌로 입금될 겁니다.”

서둘러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은행 어플을 열었다.

스마트폰 액정을 빠르게 두드리는 내 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루아씨....”

장 선생의 굵은 손이, 스마트폰을 터치하던  손을  감싸 안았다.


“그러지 마요. 괜찮아요.

루아씨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누굴 찾아왔는지, 내가 뻔히 다 아는데.

 그래도 돼요.
송금하지 마요.

루아씨가 한국에서 보낸 착수금 500만원으로 다 해결봤으니까. 됐어요.....”

“장 선생님.....
아닙니다. 그렇게 하면.....제가..”


“괜찮아요, 괜찮아.
대신 오늘 루아씨가  한잔사요.

오늘 술값  나올 겁니다.

오늘 나도 참 기분이 좋은데,
새벽까지 한번 마셔봅시다. 하하하!!”

손을 꼭 감싸고 있던 그의 손은 결국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 따뜻한 온기가 내 손으로 계속 전해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술자리가 조금씩 진해져 갔다.

어느새 Bar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독한 위스키의 술맛이 오늘따라 너무나 달게 느껴졌다.

선생은 이 Bar의 단골인지, 몇몇 백인과 한국사람들이 테이블로 와, 반갑게 그에게 인사를 했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작은 요정 같은 아름이의 얼굴이 계속 아른거렸다.

나도 오늘 밤.....오늘 밤만은 취하고 싶었다.







“루아씨! 내일 오전에 거기 가려면, 나영씨한테 미리 연락해야 되는  아닙니까?”

장 선생이 술을 마시다,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급하게 내게 물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벌써  10시가 지나 있었는데,
나영씨에게 연락을한다는 걸, 깜빡 잊고 있었다.



곧바로나영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영씨. 밤늦게 미안해요.
혹시 내일 오전에 시간  있어요?

급하게 몽뜨벨로라는 곳으로 가야 할 거 같아서요.

혹시 내일 바쁘시면, 제가 혼자 가도 되니까,
이 메시지 확인하시면, 답장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 놓고,  선생과  한잔을 마시자마자, 바로 스마트폰이 환하게 빛을 발했다.


[오빠! 혹시 그분들 어디 계신 지 찾았어요?]

[네.]

[와....너무 잘 됐다.
저는 내일 시간 괜찮아요.

10시쯤에 호텔로 갈게요.
너무 잘됐다.....]

그 짧은 메시지 속에,
나영씨의 속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 액정을 들여다보며 웃고 있었다.



“왜요? 왜 그렇게 웃고 있어요?
나영씨 뭐래요? 내일 시간 된대요?”

“네.”

“흐흐흐.......잘됐네.”

독한 위스키로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장 선생이 나지막이 웃고 있었다.

어쩌면 조금 능글맞아 보이기도 하는,
그런 그의 웃음소리에, 내가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는  같았다.


“루아씨. 나영씨 대단하죠?”

“네? 아....네......똑똑하고...착하고. 좋은 사람이죠....”

“에이~ 그런 거 말고요...”

웃음끼가 잔뜩 섞인 그의 얼굴이 더욱 진해졌다.

“다 알면서.....나한테는 안 그래도 돼요.”

그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남자끼리 어때요.
난 벌써 알고 있는데....하하하..

루아씨하고 나영씨하고....섹스도 하고 그러는 거...”

그때서야, 지금 장 선생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왜 그렇게 웃었는지 감이 왔다.


“유학생들 중에 통역이나 가이드 하면서 그러는 애들 좀 있어요.

걔들은 용돈도 벌고,여러 남자 만나서 돌아가며 즐기고....

참 희한해...
한국여자들 한국에선 그렇게 조신하게 지내다가 유학만 나오면 난리야 난리.

물론,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해외 유학 와서 혼자 사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거든요.

첨엔 영어 안돼서 고생고생하고, 외롭고....
그렇다 보면 주위에기댈 곳이 필요하고,

여기 보면, 한국 유학생들끼리 커플도 많지만,
현지 백인 남자들하고 동양인 여자 커플들 천지야 천지.

동거를 하는 거지 동거.
생활비 세이브도 되고, 첨엔 달콤하게 빠져서 그렇게 붙어살다가,

싸우고 쉽게 헤어지고,
또다른 파트너 만나고.....그렇게 닳고 닳는 거죠.


아!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젊어서 그렇게 사는 거지 뭐.
나도 여기 이민 와서 그랬고.....하하하....”


다소 진지한 그의 이야기에,

나영씨와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 하긴, 이미 그 타이밍이 지나 있었다.

“가끔 오타와에 한국 정부기관이나 공무원들, 그리고 방송국에서 촬영 오면, 통역이나 그런 거 해줄 현지 코디네이터를 섭외하는데, 대부분 여기 유학  애들이 해요.

페이도 괜찮고 그렇다 보니,
유학생들이 그런 서로 하려고 줄을 서요 줄을, 경쟁이 엄청 심하다니까.

두어명 공고 뜨면, 수십 명이 몰릴 정도니까....

이렇게 공급이 넘치다 보니까.

몸매 좋고, 예쁘장한 애들 섭외해 놓고, 낮엔 통역, 코디네이터일 시키고, 밤엔 근사한데서 같이 저녁 먹으면서 술도 한잔하고......그리고나서, 거의 대부분은 룸으로 데리고 올라가요.


물론, 요즘 애들 약아서개나 소나한테 그러진 않지만, 커리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 싶으면, 난리 난다니까요.

완전 몸을 던져 몸을....

솔직히 말해서, 서로 윈윈이지 뭐.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딸래미뻘인 어리고 싱싱한 20대 초반 애들하고 체류기간 내내 데리고 다니면서 재미 보고, 여자애들은 몸 받쳐 모셨던 그 사람들한테 References Letter를 받거나 아니면 바로 픽업돼서 아주 잘 풀리는 케이스가 많아요.”

“References Letter? 추천서요?”

“네. 추천서.
특히 외교부쪽에서 나온 References Letter 파워는 대단합니다.

채우식 의원 알죠? 국회의원.

그 양반 작년에 여기 왔었는데, 통역해주던 유학생 하나한테 완전 꽂혀서, 귀국하는 길에 바로 한국으로데리고 갔잖아요. 보좌관 자리 내주고.....

그 여자애 정말 예뻤는데.....몸매가 몸매가.......와......


남자들은 다 똑같다.
어리고 예쁜 여자들 보면, 자연스레 눈 돌아간다니까.

한술 더 떠서, 거기에다 속궁합까지 맞아 버리면, 완전히 게임 끝나는 거지 뭐.”

“하하......”

나는 웃어 버렸다.

사실 그의 말들은 어디선가에서 가십거리로 돌도 도는, 그런 흔하디흔한 스토리였다.



“완전 외모가 아니다 싶은 애들은 죽도록 공부만 하는 거고.

생긴 거 반반한 애들은 죽도록 공부만 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요.

주위에 백인이고 흑인이고 동양인이고, 관광 외지인들이고 간에, 남자들한테 완전히 둘러싸여 있으니까,  그러던 애들도 환경이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변하는 거죠.

여기 약하는 애들도 수두룩해요.
캐나다에서 대마초 같은 건, 장난이고......

그리고 보통 여기까지 유학 오는 애들 대부분은 한국에서 집도 어느정도 사는 애들이잖아요.

그런 애들도 그런다니까요.

나영씨 하고 다니는 거 봐요.
온통 명품에....팬티까지 그렇두만.....



그러니까.
나한테 숨길 필요 없다니까. 루아씨.

나영씨 대단하죠?
나도 깜짝 놀랐어.

첨에 나영씨 봤을때,
조그만해가지고, 예쁘장한 인형같이 생겨서 그냥 어리게만 봤는데.

와....벗겨 놓으니까, 장난이 아니야.

사실 그날.

루아씨 여기 도착한 첫날,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고기집에서 한잔하고,
우리집에서 셋이 술 마시다가 루아씨 갑자기 뻗어버렸잖아요.

루아씨 2층에 올려 두고.

거실에서나영씨하고 둘이 술 마시다가.

기지배가 술 마시면서 끼를 얼마나 부리던지....

2층에 루아씨도 있는데,
웬만하면 내가 안 그러려고 했는데.

완전 미치게 하더라니까요, 그 애가...

그때 나도  취하기도 했고....

 마시면서 좀 건드려보니까 가만히 있고,
돈 주니까 그걸  나영씨가 덥석 받아버려서,

그날 2층서 자다가 안 깼어요?
나영씨 그 소리 들었죠?”

“네?”

갑작스런그의 물음에, 뭔가를 들켜버린 것처럼, 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그대로 느껴졌다.

“거실에서 나영씨하고 하는데...
나영씨가 소리를.....소리를......하하하...


거실에서 한 번하고 나서,
룸으로 데리고 가서 아침까지 그랬다니까요.

술이 완전히   정도였으니까...

내가 그날 나영씨하고 몇 번 한지 알아요?

아침까지  번이야 네 번....
사정을 네 번이나 했어요.

 시간 동안 계속 섹스만 했어요.

우리 나이에   먹고는 절대 그렇게  해요.


근데.

루아씨도 알겠지만. 나영씨 몸이 완전히...
나 지금까지 그런 애 처음이었다니까....하하...

그리고 그걸 얼마나  받아 주는지....


루아씨 일어나면, 같이  먹고 가라고 했는데. 민망했는지 그 아침에 그냥 가더라고요.

루아씨 1층에 내려왔을 때, 불과 20~30분 전에 나영씨 갔어요.”



무슨 대단한 자신의 경험담이라도 들려주듯, 들뜬 목소리로 말하던 장 선생의 얼굴이 완전히 새빨갛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오늘 내가 이리로 루아씨데리고 온 이유가 있어요.

저기 봐요 저기!”

장 선생의 시선이 향한 곳을 그대로따라갔다.

 디딜틈 없는 사람들의 틈바구니를 헤치고, 그의 시선이 머문 곳에 두 동양인 여자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하고 다니는 것만 봐도 딱 봐도 한국 유학생인 같죠?

어떻게....오늘 쟤들하고, 술 한잔할래요?”

“네?”

“이 술집에 오는 여자애들 다 이유가 있어요
.
루아씨. 오늘 정말 제대로 한번 놀아봅시다.”


“저기, 장 선생님....”


하지만 이미 그는,

여자들이 있는 곳을 향해, 웃으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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