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화 〉Der Garten der Ruine (7)
[쿵!!!]
유리가 산산조각난 창틀 위에 올라서 있던 몸이 아래로 떨어지자, 운동화를 신은 둔탁한 발소리가 별장안에 크게 울렸다.
열기로 달아 올라있는 별장안의 공기가 내 얼굴을 따스하게 감싸왔다.
이젠 그 어떠한 후회도, 망설임도 내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유리 파편들과 함께 바닥에 떨어져 있던 커다란 삽을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7~8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소파 주위,
바짝 마른 몸으로아래엔 팬티만 입은 채, 그 남자가 위스키병을 위로 치켜들고 있었다.
남자의 몸은 소파에 엉켜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있었지만, 얼굴은 돌려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파 위, 서연씨 몸 위에 올라타 있던 쉐프 또한 모든 움직임을 멈춰놓고,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있었다.
서연씨는 그 쉐프의 두툼한 목을 두 팔로 바짝 끌어안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어어어......”
커다란 위스키 병으로 쉐프의 머리를 내리치려 하던남자의 몸이 갑자기 움츠러들었다.
동시에 천장으로 치켜올라 있던 위스키병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삽을 든 채로 소파로 달려갔다.
“어어! 씨발....뭐야!!!”
[퍽!!!!]
그 남자가 뒷걸음질치며 던진 위스키병이, 달려가던 내 발 앞에 떨어져 산산조각 부셔졌다.
“어어.....”
잠시 발길을 멈춘 사이, 갑자기 들이닥친 내가 누구인지 확인을 하는 것처럼 남자가 내 얼굴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잠시 얼어 있던 남자가 테이블 위에 있던 뭔가를 급하게 손으로 집어, 현관 쪽으로 달려나갔다.
나는 그를 쫓았다.
남자가 황급히 현관문을 열어 그곳을 빠져나가자마자, 자신을 쫓는 나를 막아 세우려 다시 현관문을 쌔게 닫았다.
문이 닫히는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마치 조용한 산속에 폭탄이 터지는 그런 소리 같았다.
닫혀진 현관문을 밀치고 달려나갔다.
불과 몇 미터 앞에 있던 그 남자와의 거리가 더욱 벌어져 있었다.
남자가 껌껌한 마당을 미친듯이 달려나가고 있었다.
나도 그를 따라 달렸다.
그가 날쌘 건지, 아니면 커다란 삽을 들고 뛰고 있는 나 때문인지 그와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가 않았다.
그 남자가 향한 곳은 새파란 SUV가 서 있는 차였다.
남자가 운전석에 올라타자마자, 칠흑 같은 어둠으로 덮여 있던 별장 위쪽이 헤드라이트로 환하게 밝혀졌다.
[퍽!!!!]
차가 후진을 하기 위해 뒤로 조금 물러섰을 때,
남자가 올라타 있는 운전석 차창을 삽으로 내리쳤다.
거미줄처럼 금이 갔지만 깨지지 않았다.
[퍽!!!]
굉음을 내며 후진을 하던 운전석창을 간신히한 번 더 삽으로 내리칠수 있었다.
조금전과는 소리가 조금 달랐다.
썬팅지 같은 것이 엉켜, 차 유리가 박살이 났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고 있는 남자에겐 아무런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웨에엥!!!!]
후진하던 차로부터 달아오른 엔진 굉음이 들리자, 눈부시게 밝은 헤드라이트가 내 얼굴을 정면으로 때렸다.
그 순간 덜컥 겁이 났다.
그 차가 곧장 나를 덮칠 것만 같았다.
한 손으로 밝은 헤드라이트를가려 놓고 차를 보니, 운전석에 앉아 있는 남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웨에에엥!!!!]
잠시 멈춰 있던 차가 방향을 틀어 별장 입구 쪽을 향했다.
별장 마당을 완전히 벗어난 차가 산길 아래로 조금씩 멀어져 갔다.
저 남자를 쫓아 별장을 빠져나온 지, 채 1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마당을 가로질러 활짝 열려 있는 현관으로 향했다.
별장안으로 들어서자, 방금 전 소파 위의 모습이 변해 있었다.
세프가 이제 막 바지를 입었는지 손이 허리춤에 올려져 있었다.
새빨갛게 변해 있는 쉐프의 얼굴엔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서연씨는 잔뜩 엉클어진 머리를 한 채, 금방이라도 다시 쓰러질 듯 위태롭게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직 완전히 여미지 못해, 벌어진 블랙 원피스 사이로 맨 가슴이 반 이상 드러나 있었다.
금방 잠에서 깬 듯 멍한 눈으로 서연씨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떨리는 눈으로 나를 보는 쉐프의 눈엔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개새끼.....”
“으으으....잠깐만.....잠깐만요....”
삽을 치켜들고 다가가자, 뒷걸음치던쉐프가 뭔가에 걸려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으으으....잠깐만요....아아악!!!”
“오빠!!!”
바닥에서 기다시피 급하게 뒤로 몸을 물리고 있는 쉐프의 머리를 삽으로 내리치려는 순간,
갑자기 서연씨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삽을 치켜들고 있는 내 손을 서연씨가 작은 두 손으로 꼭 움켜쥐고 있었다.
“안돼요!!! 안돼요!!! 오빠........”
서연씨가 울고 있었다.
삽을 들고 있는 내 손에서새빨간 피가 손목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눈을 떴을 땐, 모든 게 꿈인 것만 같았다.
나는 우리집 침실에 누워 있었다.
어디엔가 진한 통증이느껴져,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훑어보니 내 오른손이 응급처리라도 한 듯, 붕대 같은 걸로 칭칭 감겨 있었다.
거실로나갔다.
거실은 등도 켜져 있지 않은데, 햇볕이 들어와 대낮처럼 환했다.
소파에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서연씨가 누워 있었다.
햅번스타일의 블랙 원피스가 온통 구겨져, 원래 군데군데 스티치가 들어가 있는 그런 스타일처럼 변해 있었다.
서연씨의 눈가가 온통 빨갛게퉁퉁 부어 있었다.
웅크린 채 자고 있는 서연씨를 조심스레 안아 올렸지만, 여전히 눈을 뜨지 않았다.
수분이 모두 날아간 스펀지처럼 몸이 너무나 가벼웠다.
서연씨를 침실에 눕혀 놓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지난밤, 별장에서 있었던 그 모든 일들은,내 삶을 송두리째 수렁으로 몰아넣을 만한 그런 일들이었다.
나를 피해 차로 달아나던 그남자를 잡아, 내가 어떻게 해버렸다면,
그리고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쉐프의 머리를 삽으로 내리쳐버렸다면....
다시 생각해도 너무나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배부른 안도도 잠시였다.
새파란 SUV를 타고 도망간 그 남자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
나의 존재를 완전히 알아버린 그 남자가 이제 어떻게 나올까?
그 남자가 가지고 있는 그것들을 세상에 알려버리고 잠적이라도 해버리면, 아버지....그리고 어쩌면 서연씨도 모든 게 끝나버린다...
현관 입구에 놓여 있는 서연씨의 작은 캐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현관 입구에 쪼그려 앉아 그 캐리어를 열었다.
그 속엔 옷가지들이 깔끔하게 영역별로 정리되어 있었고, 노트북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다니는 증권회사 로고가 박힌 파일이 눈에 띄었다.
파일커버 안엔 붉은 대외비 직인이 찍혀 있는 기획안 같은 서류가 들어 있었다.
‘2/4분기 3본부 핵심 유관기관 협조 기획안’
첫 페이지엔 4월부터 6월까지 날짜별로 행사일정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기관단체명,
참석자 이름과 직위, 연락처,
정치성향,
타사접촉 현황.....
페이지를 하나씩 넘기자, 4월부터 시작된 일정이 차례대로 지나갔다.
그리고 이틀 전 행사 날짜에 멈춰 섰다.
참석자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다.
개인적인 취향들이 너무나도 자세하게 언급되어 있었다.
음식 취향,
좋아하는 주종과 주량,
선호하는 여성 스타일...
그 6명의 이름 중, 가장 위 첫 번째로 기재되어 있는 그 사람의 소속과 직위에 한동안 내 시선이 머물러 있었다.
서연씨의 캐리어를 다시 닫아 놓고, 주방 Bar 스툴의자에 걸려 있는 내가 어제 입고 나갔던 재킷 안 주머니를 뒤졌다.
어젯밤 내가 차 밑에 기어들어가 있을 때, 쉐프가 소각하려고 했던 A4 용지 몇 장이 들어 있었다.
별장으로 들이닥친 나를 피해 팬티 바람으로 황급히 도망치느라, 테이블에 그대로 두고 갔던 스마트폰을 꺼냈다.
스마트폰 전원을 켜자 배터리가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새벽까지는 멀쩡하던 스마트폰 액정에 유심을 인식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아마도 그 남자가 오늘 통신사에 분실 신고를 한 거 같았다.
책상으로가 유심 슬롯을 열었다.
슬롯엔 유심카드와 마이크로SD카드가 함께 꽂혀 있었다.
노트북을 켜고 스마트폰에 들어 있던 마이크로SD 카드를 노트북에 밀어 넣었다.
용량이 거의 가득 차 있었다.
파일 이름만으로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AV....야동 같은 파일이 가득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할 때, 자동으로 저장되는 폴더를 찾아 들어갔다.
수백개의 사진들과 영상 파일들이 한꺼번에 주르르 떠올랐다.
가장 마지막에 촬영된 파일은 이틀 전 오후 5시쯤이었다.
그 파일을 실행했다.
잔디를 밟고 있는 검은 구두가 보이던 화면이 갑자기 빠르게 흔들렸다.
빠르게 스쳐지나 가는 화면만으로도 그곳이 어디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플레이어를조정해 뒤집혀 있는 화면을 180도 돌려놓았다.
커다란 별장 앞에 하얀 천이 덮인 테이블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곳엔 편한 캐주얼 차림을 한 남자들이 여럿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들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여자들의 옷차림은 하나같이 맨다리를 모두 드러낸 짧은 미니스커트였다.
여자들의 몸매가 한결같이 너무나 늘씬해 보였다.
그리고 여자들이 입고 있는 몸에딱 붙는 아이보리컬러 재킷과 미니스커트가 마치 무슨 유니폼처럼 동일했다.
진한 화장을 하고 있지만, 여자들의 얼굴엔 아직 앳된 얼굴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당에 펼쳐진 테이블로 가까워지자, 남녀가 뒤섞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천 과장! 가지고 왔니?]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본부장님.]
[샴페인 몇 병은 저기 아이스버킷에 두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좀 넣어 놔라.
오늘 날이 좀 덥다.]
[네. 알겠습니다.]
[너는 저녁 먹었어?]
[아니요. 아직.....내려가서 먹으려고요.]
[그래그래. 니가 수고가 많다.]
[하하하....본부장님 별말씀을...]
화면이 움직여 테이블로 바짝 다가가자, 진한 화장을 한 여자가 옆에 앉아 있는 중년의 남자 팔짱을 깊게 끼고 생글거리며웃고있었다.
화면이 이동했다.
별장 1층이었다.
[어이! 천 과장 왔어?]
[네 쉐프님!]
[샴페인 가져왔어?]
[네.오늘 손님들 많아서 바쁘시죠?]
[오늘은 조금 빡세네....허허허...]
[쉐프님! 서연씨 어디 있어요?
확인 받을 게 있는데.....]
[서연씨? 좀 전에 2층에 올라가던데?]
[네!]
남자의 발이나무계단을 하나씩 빠르게 올라갔다.
화면에 들어온 2층의 모습은 분주하던 마당과 1층은 과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별장에서 나와 지민이가 머물었던 그 방이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서연씨!]
광택이나는 회색빛 투피스 정장을 입고 있는 서연씨가 화장대에 앉아 노트북을 들여다보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화면에 서연씨의 화사한 얼굴이 환하게 빛이 났다.
[뭐....뭐예요....]
[오늘 예쁘게 하고 왔네?]
서연씨 놀란 눈이 카메라가 아닌 위쪽을 향해 있었다.
[저녁에 빨리 내려와.
우리 간만에 몸 좀 풀어야지?]
[미친새끼....나가요!]
[하하하....아니면 여기서 잠깐 하고 갈까?]
남자의 웃음소리에 서연씨는 노트북을 덮어 놓고, 화면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파일이 너무나 많아, 지금은 일일이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
날짜별로 폴더에 나열되어 파일들 중, 3개월 정도 전인 중간에 있는 아무 파일을 실행했다.
화면이 붉은 벽을 타고 조금씩 위로 올라갔다.
하얀 창문틀을 지나, 조금 열려 있는 창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화면이 별장 안을 비추고 있었다.
별장안은 어젯밤 내가 몰래 들여다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소파 위에서 살색이 꿈틀대고 있었다.
잠시 초점이 맞지 않던 화면이 줌을 당기듯, 하얀 살색이 조금씩 커져갔다.
허리 바로 위까지 오는 갈색 긴 머리,
알몸의 여자가, 소파에 앉아 있는 누군가의 무릎 위에 올라타 있었다.
여자는 베이지색 하이힐을 그대로 신고 있었다.
여자의 허리가 뱀처럼 유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노트북 스피커에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노트북 볼륨을끝까지 높였다.
[아아!!!! 아아!!! 아아!!!!]
여자는 남자 위에 올라타, 춤을 추듯 허리를 부드럽게 돌려가며 그걸 하고 있었다.
여자의 등에 완전히 가려져,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의 얼굴이 보이지않았다.
남자의 손이 잘록한 여자의 허리 바로 아래를 꼭 감싸고 있었다.
[아아아.......오빠아아....아아앙......]
짙은 비음이 잔뜩 섞인, 뭔가에 취한 것 같은 여자의 소리만이 계속 들려왔다.
[아아....오빠....너무 좋아....쌀 거 같아요......이제 오빠가 해줄래?]
애교가 묻어 있는 떨리는 여자의 목소리가 그치자,
남자가 자신의 몸 위에 올라 타 있는 잘록한 허리를 한 손을 감아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곧장 여자를 소파위에 조심스레 뉘었다.
[끼아악!!!! 호호호....]
그 움직임에도 남자와 여자의 하체는 떨어지지 않고 삽입을 한 채 그대로 붙어 있었다.
화면에 드러나 여자의 얼굴,
키스를 하며 얼마나 빨렸는지, 새빨간 립스틱이 입술 주위에 번져 엉망이 되어 있었다.
어려 보였지만, 흐트러진그얼굴에 여자의 나이를 가늠한 수가 없었다.
[자기야? 나 잘해? 나 맛있어?]
[하하하.....]
여자의 물음에 남자는 기분 좋은 듯 웃고 있었다.
[아아아!!!]
남자가 움직이자 여자의 신음이 바로 흘러나왔다.
하이힐을 그대로 신고 있는 여자는 소파에 누워, 긴 다리로 남자의 허리를 완전히 감아 놓고 남자의 성기를 고스란히 받아 내고 있었다.
콘돔을 낀 남자의 발기된 성기가, 하얀 거품이 잔뜩 일어나 엉망이 되어있는 여자의 음부를 빠르게 쑤셔 대고 있었다.
그 장면이 너무나 적나라하게화면에 보였다.
[아아! 아아! 아아아아!!!!]
여자가 남자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하아! 하아! 하아!!!]
남자의 거친 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둘은 미친듯이 계속 그 짓을 하고 있었다.
[오...오빠......아아...오빠!!!!!]
[하아..하아....으으으윽!!!!]
[아아아아아앙........]
여자의 긴 비명과 함께,
빠르게 움직이던 남자의 하체가 멈춰 섰다.
서로 꼭 껴안고 있는 그 둘의 몸이 동시에 덜덜 떨렸다.
남자와 여자가 거의 동시에 사정을 하고 있는 거 같았다.
[아아...자기야......아아.....]
여자가 몸을 꿈틀대며 남자의 입술을 깊게 빨아댔다.
진한 키스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자에게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끝도 없는 진한 키스를 하고 있는 남자는 아버지였다.
노트북 화면을 보다, 이상한 기분에 뒤를 돌아봤다.
서연씨가 내 뒤에서서 멍한 눈으로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