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화 (3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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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락당하는 유방

하나 정옥련은 조금 특이한 점이 있었다.

그녀는 비밀을 알기 위해 아무에게나 몸을 제공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오로지 성교 전에 분위기 잡는 과정에서 사내의 정신을 몽롱하게 하여 기밀을 알아냈다.  

기밀을 안 후에는 상대가 희고 반질반질한 미남이면 몸을 완전히 주고 추남이면 혈도를 짚고 달아나 버렸다. 

정옥련이 보기에 고강덕은 미남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추남도 아니었다. 

그는 희고 반질반질한 것이 아니라 굵직굵직한 사나이다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해서 정옥련의 기호에서는 미추를 판단하기 어려운 어중간한 유형이었다.  

하지만 아랫도리에 달린 물건만큼은 어디다 내놓아도 꿀리지 않을 명품이 아닌가. 아니 꿀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천하의 모든 사내를 질겁하게 만들 정도라는 것이 정옥련의 판단이었다. 

그녀는 기회만 온다면 반드시 그와 성교를 나누리라는 결의를 새삼 굳히면서 일단은 알고 싶은 것을 묻기로 했다.

“저기요. 으흠! 어떤 조상님이기에 혼자서 찾아가 제사를 지내나요? 무슨 각별한 사연이라도 있는 모양이지요?”

“뭐 특별한 사정은 없소. 난 옛날 고구려 왕족의 마지막 후손이오. 그런데 저 숲 속에 고구려의 가장 위대한 호태왕 조상님의 묘비가 있단 말이오. 해서 그곳에 제사를 올리려는 거라오.”

정옥련은 그가 묻는 대로 답하기 시작하자 득의양양하여 질문의 수위를 높였다.

“호태왕 조상님께서 상공에게 뭔가 좋은 선물이라도 남기신 모양이지요? ”

고강덕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암, 남겼소. 아주 중요한 것을 남겼다오.”

정옥련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게 뭔가요? 정말 너무 궁금하네요.”

“호태왕 조상님은 고구려인의 웅혼한 기상과 패기를 남기셨소. 그 분의 비석에 쓰인 글을 읽으며 내 심장이 얼마나 힘차게 뛰었는지 말로는 설명할 수 없소.”

정옥련은 기대했던 답이 아니라서 실망을 느꼈다. 지금보다 더 유혹의 수위를 높여야 원하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보다 강도 높게 분위기를 잡으려고 복부를 긁는 시늉을 하다가 슬쩍 상의고름을 잡아 당겼다. 

그러자 반쯤 젖혀져 있던 옷자락이 좌측으로 더 벌어졌다. 

그 바람에 고강덕의 왼손은 그녀의 좌측 유방 전체를 덮은 형국이 되었다.

‘음! 이거 참!’

고강덕은 어색한 기분을 느꼈다. 

지금까지는 옷과 맨살이 반씩 만져졌지만 지금은 유두를 포함하여 맨 젖가슴 하나가 통째로 손안에 들어온 것이다. 

비록 그가 여자경험은 없지만 사부 나안서에게 들어서 초면의 여인 가슴을 함부로 만지는 것이 실례임은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생각에 지금 벌어지는 일은 부축하면서 있을 수 있는 일을 넘어선 차원이었다. 그러나 손바닥에 전해지는 삼삼한 감촉이 너무 좋았다. 이 상태가 해소되는 것은 별로 환영할만한 일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른척하면서 태연히 손바닥으로 젖가슴 전체를 감싸쥔 채 걷기는 어색했다. 여인이 은혜를 갚느라 싫은 것을 내색도 못하고 억지로 참고 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든 고강덕이 입을 열었다. 사실 정옥련이 다음 질문을 막 하려는 순간이었는데 그가 앞질러 버린 것이었다. 

“저기 말이오. 질문이 하나 있는데···.”

“뭔가요?”

“분명 내가 소저의 몸을 부축하고 가는데 현재 상태는 소저의 왼쪽 유방이 내 왼손을 부축한 형국이 되었소. 이 문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이 말을 할 때 고강덕의 표정은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정옥련은 실소가 치미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이런 야릇한 상황을 이렇게 예를 갖춘 말로 표현하는 것은 처음 들어보았다.  

그녀는 치미는 웃음기를 참으며 간드러진 목소리로 답했다.

“제 가슴은 그냥 달린 것이니 힘들이지 않고 손 하나 정도는 쉽게 부축할 수 있답니다. 또 상공께서 저의 몸을 부축해주시고 산삼을 캐도록 도와주실 것이니 설사 힘들어도 감수하는 게 도리겠지요.”

고강덕은 다시 물었다.

“그럼 계속 이렇게 가도 행복하다고 생각하시오?”

정옥련은 질문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별 신경 쓰지 않고 답했다.

“당연히 행복하지요.”

고강덕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여인의 행복은 내 삶에 있어서 중요한 명제라오. 만일 싫은 것을 억지로 참고 있다면 난 즉시 손을 내려야 하오. 하나 행복하다니 다행이구려.”

정옥련은 해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소녀는 제 가슴에 더 큰 하중이 가해져도 역시 행복하답니다.” 

그 말에 고강덕의 눈이 번쩍 커졌다. 

“더 큰 하중?”

정옥련은 수줍은 표정을 지으며 조그맣게 답했다.

“네에.”

“무슨 소린지 알겠소.”

고강덕은 신바람이라도 난 듯 그녀의 왼쪽 가슴을 떡 주무르듯 주물러대기 시작했다. 

“아학! 아아아!”

정옥련은 기다렸다는 듯 숨넘어가는 교성을 질러댔다. 

지금까지의 신음과는 달리 이번 교성은 소리가 높았고 고통과 쾌감이 절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그것은 사내의 하체를 뜨겁게 달구고도 남을 위력이 있었다.

정옥련의 경험 상 젖가슴에 강렬한 애무를 허용하고 이런 소리를 질러대면 일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목석이라도 그녀를 쓰러뜨리고 치마를 벗기려 들며, 성급한 사내는 치마는 그냥 걷어 올리고 치부를 가린 고의만 벗기려 드는 것이다. 그리고는 그녀의 다리를 벌리려고 애를 쓰면서 자신의 바지를 까 내리는 것이다. 

이때 두 다리를 딱 붙이고 몸을 이리저리 틀며 사내의 족소양담경(足少陽膽經)과 수궐음심포경(手厥陰心包經)을 따라 손가락으로 애무해주면 묻는 대로 술술 불게 된다.  

수궐음심포경은 기억과 관련된 경락이라 지압이나 마찰을 받으면 기억력이 갑자기 좋아지고, 족소양담경은 순간적인 용기를 북돋는 경락이다. 

따라서 두 경락에 적절한 마찰이 가해지면 흐릿했던 기억도 생생히 떠오르고 조직의 기밀도 가볍게 여기게 된다. 

또한 질문에 대한 답이 떠오르는 즉시 과감하게 나불거리며 오로지 여인의 육체에만 파고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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