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7화 (7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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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무림이 바치는 끝없는 성접대

잠시 후 제갈청아의 설명이 끝났다. 그러자 고강덕은 육합권 시범을 요구했다. 제갈청아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전 육합권은 할 줄 모릅니다. 몇 년 전에 배우긴 했으나 연습을 안 해서 잊어버렸고요. 대신 팔극권(八極拳)이 제 장기입니다. 예선에서도 비무시범을 할 때 팔극권을 했었지요.” 

고강덕은 육합권에 이어 팔극권이란 이름도 처음 듣는 것이라 커다란 호기심을 느꼈다.

“좋소. 어서 해 보시오.”

제갈청아는 보조개를 띄우며 곱게 웃었다.

“혹시 미숙한 점이 발견되어도 예쁘게 봐주세요.”

제갈청아는 고강덕이 팔극권을 구경조차 한 적 없음을 모르는지라 잔뜩 긴장한 채 대청 중앙으로 나갔다. 

그는 고구려신공을 익힌 절대고수로 소문 나 있어서 기본적인 무예는 당연히 아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제갈청아는 기마 자세를 취하더니 기합을 지르며 사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젖가리개와 고의만 걸친 반라의 미녀가 권법 시범을 보이는 장면은 실로 희한한 것이었다. 

팔극권은 일명 파자권(巴子拳)이라고도 하는 바 팔극이란 인체의 8부위를 말한다. 머리, 어깨, 팔꿈치, 주먹, 손바닥, 허리, 무릎, 발끝이 그것들이다.

상대와 겨룰 때 이 8가지 부위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며 연속공격을 하는 것이 바로 팔극권이다.  

팔극권이나 육합권은 내공을 강기로 뿜는 능력이 없는 단계에서 연습하는 기본적인 권법들이다. 오로지 가까운 거리에서 육박전을 벌일 때 유용한 것들이다. 

고강덕은 제갈청아의 시범이 끝나자 한 번 더 반복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는 육합권과 비교하며 정확하게 기억해 나갔다.  

그는 느껴지는 게 있었다. 

‘그렇구나. 육합권은 수비에 중점을 둔 권법이고 팔극권은 접근전에서 속공으로 상대를 박살내는 권법이구나. 허허! 박치기까지하며 여덟 부위로 맹렬히 연속공격을 하는 것이야!’

제갈청아는 그리 능숙치 않은 팔극권을 펼쳤지만 고강덕은 그 용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한구길보가 꾸민 작전은 고강덕으로 하여금 중원의 무공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었다.  

그가 팔극권 시범을 보는 사이에 그의 양물은 아주 천천히 눕고 있었다. 주인의 간택을 받을 상황이 아님을 깨달았던 것일까.

놈은 헛꼴림의 쓸쓸함을 뒤로 한 채 조용히 고개를 떨어뜨렸다. 

기울었던 탁자도 차츰 지면과의 평행을 찾아갔다. 

제갈청아는 두 번째의 시범을 마치고 호흡을 가쁘게 몰아쉬며 말했다.

“너무 미숙해서 죄송합니다.”

고강덕은 부드럽게 웃어주었다.

“아니오. 아주 잘 했소. 혹시 그거 말고 또 할 줄 아는 거 있소?”

제갈청아는 더욱 많은 것을 할 줄 알아야 점수를 딴다고 믿고 있기에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권법 중에는 아는 것이 팔극권뿐이지만 신법(身法) 중에는 아는 게 많습니다.”

‘신법? 그냥 몸을 쓰는 술법이란 말인가?’

고강덕은 부쩍 호기심이 이는 것을 느끼며 재촉했다.

“어서 해보시오.”

“그럼 먼저 뇌려타곤(牢驢打棍)을 해 보이겠습니다.”

제갈청아는 공손히 말하더니 돌연 대청 바닥에 넙죽 드러누웠다. 이어 옆으로 몸을 굴리기 시작했다. 

고강덕의 눈이 번쩍 커졌다.

‘으잉! 뭘 하는 거야?’

제갈청아는 이리저리 정신없이 마구 떼굴떼굴 굴러다녔다. 그러다 숨을 몰아쉬며 일어났다. 

고강덕은 시험하듯이 물었다.

“뇌려타곤이 어떤 용도에 쓰이는 지 아시오?”

“뇌려타곤은 지랄병 든 당나귀가 정신을 잃고 땅바닥을 마구 뒹군다는 뜻입니다. 쓰러진 상태에서 상대방의 공격을 피할 방법이 없을 때 땅바닥을 마구 뒹굴어서 간신히 피하는 신법이지요. 모양이 너무 참담하여 고수들이 이 신법으로 위기를 벗어나면 커다란 수치를 느낍니다.”

그녀는 점수를 따기 위해 자신이 아는 내용을 남김없이 읊었다. 고강덕은 웃음기를 느꼈다.

‘허허! 그것 참! 궁하면 절로 그렇게 피하는 것이지 무슨 이름까지 붙여 가며 신법 운운할까?’

제갈청아는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철판교(鐵板橋)를 해 보이겠습니다.”

그녀는 이어 고강덕에게 옆을 보이고 서더니 뒤로 몸이 살짝 쓰러질 듯 하다가 바로 섰다. 고강덕은 다시 문제를 내듯이 물었다.

“철판교의 용도는?”

“철판교는 상체에 급박한 공격이 왔고 반격할 여유가 없을 때 쓰는 신법입니다. 온 몸을 꼿꼿이 한 채 뒤로 넘어진 다음 등이 땅에 닿지 않고 즉시 몸을 옆으로 돌리거나 발로 땅을 차 뒤로 날아가던지 합니다. 상대의 공세가 옆으로 지나갔을 때는 방금 저처럼 다시 상체를 원 위치로 세우기도 합니다.”

그녀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 덧붙였다.

“전 재주가 부족해 뒤로 쓰러지는 각도가 얼마 되지 않았나이다. 너그럽게 봐주세요.”

“허허! 그렇게 보고 있소.”

고강덕은 미소지었으나 속으로는 혀를 차고 있었다. 

‘그게 급박할 때의 동작이란 말이냐? 내가 보기에는 서로 각본을 짜고서 치고 피할 때나 할 수 있는 한가한 동작 같다. 뭘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찌 그렇게 피한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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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 김에 추천 한 방 때려주시고 가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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