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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외침에 와이번은 울음 소리를 내며 내게로 하강한다.
나는 내려오는 방향을 확인하며 입 꼬리를 올렸다.
‘공격 방식이 단순해졌네.’
알을 지키려고 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
나는 일부러 알 근처에서 서성거리며 기회를 엿봤다.
‘지금!’
와이번이 내려왔을 때, 신성력을 가득 집어넣어 재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분명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휘둘렀으나, 와이번은 가볍게 피해내며 다시금 상공으로 올라갔다.
‘아니 왜 이렇게 빨라!’
덩치는 산만한 게 속도는 더럽게 빠르다.
나는 알 쪽으로 몸을 옮기며 와이번이 섣불리 공격할 수 없는 위치로 다가섰다.
‘어떻게 하지?’
당장 생각나는 건 함정을 이용하는 것.
일단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 사용해보기로 하며 앞에 함정을 깔았다.
‘신성력만 사용하기엔 위력이 현저히 떨어질테니, 일단은 번개 속성을 담아보자.’
저 와이번은 어느 정도의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러니 확인해보기로 한 뒤, 다시금 알을 이용해 어그로를 끌었다.
“키에에에엑!”
와이번은 다시금 울음소리를 내더니, 발톱을 들이밀며 다시금 공격해온다.
과연 어떻게 될지.
나는 몸을 회피하며 결과물을 확인했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애초에 함정이 터지지도 않았다.
워낙 빨라서 발동조차 안 된 모양.
나는 욕을 내뱉으며 함정의 속성을 번개로 다시 바꿔서 시험해봤으나.
‘이번에도 실패.’
결과는 같았다.
‘함정이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속도의 몬스터라니 이게 말이 돼?’
난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머리를 굴렸다.
‘방법이 없나.’
딱히 생각나는 게 없 …… 잠시만.
나는 앞에 설치되어 있는 두 함정을 보며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압축하기. 이거 다른 방식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려나?’
함정뿐만이 아니라, 신체 강화에 쓰거나 검을 휘두를 때 쓴다거나.
설마하는 생각이 들어 압축된 신성력을 발에 담고 위로 뛰어올랐다.
퍼엉!
그러자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높이 뛰는 게 가능해진다.
다만 문제라면, 지나친 충격으로 인해 발목에 무리가 간다는 점과 신성력 소모가 막대하단 점?
그것 말고는 위력자체는 굉장히 강해졌다.
‘이거라면 가능할지도.’
나는 다시금 바닥에 착지한 뒤 와이번이 공격해오길 기다렸다.
‘지금!’
신성력을 두 번으로 나뉘어 압축시켜, 하나는 발에 하나는 검에다 담는다.
확실히 신성력 소모가 지나치게 크다.
난 몇 번 시도하지 못하겠다고 판단하며 심호흡을 했다.
‘진정해.’
중요한 순간일수록 느긋해지는 것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니 괜히 다급해지지 말자고 생각한 뒤, 와이번의 위치를 파악한다.
“키에에에엑!”
알을 지키기 위해 가파르게 내려오는 와이번.
계속 공격했음에도 공격이 먹히지 않았기 때문인지 분노에 가득 차 보인다.
‘그리고 분노에 가득 차있단 건.’
공격이 더더욱 단순해진단 이야기.
난 앞서 와이번이 공격했던 방식을 떠올린 뒤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오길 기다리며 검을 꽉 쥐었다.
휘익!
와이번이 빠르게 다가왔다.
나는 눈을 번뜩 뜨며 지면을 박차고 와이번에게 검을 휘둘렀다.
콰직!
단단한 피부가 뭉개지는 특유의 소리가 들려오며, 속이 꽉 찬 고기를 베는 듯한 촉감이 느껴진다.
확실하게 유효타가 들어간 모양.
난 그 감각에 입꼬리를 올리며 그대로 검에 담은 신성력을 그대로 터트렸다.
콰아아아앙!
살이 부셔져 튀어 오르는 검은색 피와 살 조각들.
나는 그걸 뒤집어쓰며 와이번의 상태를 파악했다.
‘아직 살아있네.’
역시 괜히 B급 몬스터가 아니다.
‘어차피 이제 날지도 못할 것 같긴한데.’
방심은 금물이기에, 나는 빠르게 와이번의 등에 올라타 목덜미를 칼로 쑤셨다.
“뒤져 이새끼야!”
남아 있는 신성력을 다 때려 박아 넣은 뒤 다시금 와이번의 몸 안에서 신성력을 터트렸다.
콰드득, 콰앙!
단면이 울퉁불퉁하게 잘리며 그대로 와이번의 대가리가 반쯤 꺾인다.
나는 그걸 보고선 몇 번 가량의 확인사살을 한 뒤에야 밑으로 내려왔다.
‘시바 겁나 힘드네.’
단순히 상성이 겹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데미지가 안 박히는데.
만약 반대 되는 상성이라면 어느 정도일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괜히 플레임가가 터진 게 아니구나.’
말로만 듣다가 직접 경험해보니 느낌이 또 다르다.
난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세아 누나?”
혹시나 해서 불러보니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서 세아 누나가 튀어 나오며 배시시 웃는다.
“응? 울 동생 누나 불렀어?”
뭐야 왜 저기서 튀어나와.
놀란 눈으로 쳐다보자 세아 누나는 내 뺨을 콕 찌르며 이야기했다.
“이건 은신이라고 하는 건데. 신성력을 몸에 뒤덮고 주변에 동화하면 쓸 수 있어. 음, 아직 사용하긴 어려울 테니까. 나중에 알려줄게.”
신성력을 뒤덮는 건 그렇다고 쳐도 동화는 어떻게 하는 거지?
역시 크루세이더는 클래스가 다르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암튼 보상이나 확인해볼까.’
전용 무기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 보이질 않는다.
‘설마 이 알 부셔야 하나?’
아무리 그래도 어미까지 죽였는데 그 아이까지 죽이긴 양심상 그런데.
난 고민하다가 검을 뽑아들고선 신성력을 담았다.
‘동정 할 필요는 없어. 만약 와이번이었다면 인간의 아이를 고민조차 안하고 죽였을 테니.’
그러니 동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망설임 없이 바로 알을 베어버렸다.
그와 함께 튀어오르는 액체 ……는 없고. 의외로 알 안은 텅텅 비어있었다.
‘뭐시여?’
의아한 얼굴로 그 안을 들여다보니 상자 하나가 놓여있다.
‘엥?’
아무래도 상황을 보니 저게 보상인 것 같은데.
왜 와이번 알에 보상이 들어가 있는 건지 난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하며 상자를 꺼내왔다.
세아 누나는 그걸 보더니 장난스레 웃으며 팔짱을 낀다.
“흐음. 뭐가 들어있으려나? 궁금해라.”
난 알았단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곤 바로 상자를 열었다.
[축하드립니다! 천둥이 머무는 곳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 보상으로 천둥을 머금은 장갑을 획득 하셨습니다!
천둥을 머금은 장갑. 줄여서 천머장.
‘머장?’
이름이 대장 같다고 생각하며 장갑을 착용해본다.
‘흐음.’
딱히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아무래도 능력을 사용해봐야 직접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모양.
나는 아이템 능력치를 볼 수 없는 게 아쉽다고 생각하며 세아 누나에게 이야기했다.
“그럼 슬슬 돌아가 볼까요?”
“그럴까? 근데 가기 전에 누나 잠시 구경해보고 싶은 거 있는데 …… 누나랑 놀러 갈래?”
데이트 신청이라, 그거 좋지.
난 시간을 확인하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어디가고 싶으신데요?”
“음 일단 카페란 걸 가보고 싶어. 서연이 말로는 엄청 달콤한 음식이 있다고 하더라고.”
“아.”
딱히 내가 카페를 자주 가는 건 아니라 어딜 추천해줘야 될지 모르겠네.
하는 수 없이 최대한 고급스러워 보이고 사람들이 많아 보이는 곳 위주로 가기로 하며 세아 누나를 이끌었다.
*-*-*-*-*
“버, 벌써 다 끝나셨습니까?”
한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클리어하고 나오니 두 헌터가 놀란 얼굴로 날 맞이해준다.
“네. 뭐. 그럭저럭 쉽더라고요.”
“네? 쉽다고요? B급 헌터 5명이 들어가서 3시간 내내 클리어 해야 되는 게 평균인데 ……”
“이 던전이 쉬웠나보죠. 암튼 잘 클리어 했다고 보고해주세요. 그럼 이만.”
“앗 넵! 고생하셨습니다.”
나는 고개를 까딱이곤 밖으로 나왔다.
서연이한테 연락할까 싶다가, 그냥 앞에 버스가 다가오는 걸 보고선 오랜만에 버스나 타보기로 결정했다.
‘세아 누나한테 지구에 대한 걸 좀 더 알려줄 겸, 돌아다니면 되겠지.’
저번에 설명해준 걸론 부족할 테니 이것저것 알려주기로 결정하며 버스에 탔다.
“성인 2명이요.”
“흐음 이건 여러 명이서 타는 건가 보네.”
난 고개를 끄덕이고선 세아 누나에게 작게 이야기해주었다.
“맞아요. 그래서 여기선 조용히 해야 해요.”
그 말에 세아 누나는 눈을 깜빡이더니 배시시 웃곤 소곤소곤 말한다.
“응 …… 이러면 되는 거지?”
“네.”
서로 귀에 대고 속삭이니 왠지 귀가 간질거리면서 느낌이 묘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풋풋함이라고 생각하고 있자니, 세아 누나가 슬쩍 내 손을 꽉 붙잡아주며 이야기한다.
“…… 이러고 있어도 되지? 누나는 울 동생 손 붙잡고 있지 않으면 안심이 안 될 것 같아서 말이야.”
아니 세상에 이런 요망함은 어디서 배워온 거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세아 누나는 배시시 웃더니 내 어깨에 머리를 댄다.
“흐음 …… 뭔가 이런 것도 좋네.”
난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묘하게 두근거리는 이 순간을 즐겼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나자 슬슬 목표로 했던 지역에 도착했다.
나는 졸고 있던 세아 누나를 깨운 뒤 밖으로 내렸다.
“벌써 도착했어? 은근 빠르네.”
“그러게요.”
세아 누나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내게 팔짱을 낀다.
“으음. 아는 사람이 없다는 건 좋네. 괜히 눈치 볼 필요도 없으니까.”
“그런가요?”
“응응. 맨날 뭐만 하면 크루세이더님 혼자 다니시면 안 돼요. 그거 하시면 안 돼요. 이래가지고 넘 힘들었거든.”
하긴 처음 만났을 때도 대충 비슷했었지.
난 이해가 간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근처에 있던 카페로 향했다.
“따뜻해라. 그래서 이제 뭘 하면 되는 거야?”
“음료를 시켜야 되는 데 …… 제가 대충 시켜올 테니까 아무데나 앉아계세요.
“응 부탁할게.”
나는 세아 누나를 내버려둔 채 주문을 접수하러갔다.
‘카라멜 마끼야또에 허니 브레드 정도면 되겠지.’
달달한 걸 먹고 싶어 한 것 같으니, 달달한 것 위주로 시켜주기로 결정했다.
짧게 주문을 하고 세아 누나에게 돌아오니 세아 누나는 앞에 쌓인 명함들을 보며 곤란하단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누나?”
내가 부르자 세아 누나는 날 쳐다보며 반겨준다.
“아 울 동생 왔어?”
그러자 난 그 명함들이 뭐냐는 의미로 물어보니 세아 누나는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했다.
“이야기 좀 하고 싶다고 자꾸만 주지 뭐니? 귀찮다고 해도 올려놓고 가더라고 …… 몇 번 반복되니까 이렇게 많아졌지 뭐니.”
“……”
하기야 세아 누나의 외모는 보면 그저 감탄사만 나올 정도로 예쁘긴 하지.
나는 세아 누나가 웃고 있는 걸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겁나 예쁘네.’
난 납득을 하며 난 명함들을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어머 설마 울 동생 …… 질투해주는 거야? 아 귀여워라. 울 동생 누나한테 안길래?”
당연히 압도적 감사죠.
내가 옆자리에 앉자 세아 누나는 내게 들러붙으며 은근슬쩍 엉덩이를 만지려고 한다.
나는 그런 세아 누나의 손을 잡아내며 혼냈다.
“누나 밖인데요?”
“으응? 누나는 그런 거 잘 몰라.”
“누나 혼날래요?”
“하아. 울 동생 너무 까다로운 것 같아.”
세아 누나는 시무룩해하더니 이내 내게서 떨어진다.
그러곤 입술을 쭉 내밀며 궁시렁 거린다.
“아아. 전에 좋아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벌써 질린 모양이야. 누나는 서러워서 살수가 없어.”
아니 이 누나가 갑자기 가불기를 꽂아 버린다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작게 속삭여주었다.
“집에서 마음껏 만지게 해줄테니까 조금만 참아요.”
그 말에, 세아 누나는 노렸다는 듯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울 동생이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어쩔 수 없지 ……그럼 약속한 거야?”
“네네.”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진동이 울린다.
나는 잠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음료와 디저트를 가져왔고.
또 어느새 명함이 쌓여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아니 1분도 안 지났는데 뭔데.’
이 정도면 사실 세아 누나가 내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명함을 가져와 쌓아놨다고 밖에 말 못하겠다.
난 하여간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다시금 명함을 버린 뒤 이야기했다.
“자. 누나가 그렇게 먹고 싶어 했던 카페 음료랑 카페 음식이에요.”
“응 고마워.”
왠지 그 고맙단 말이 귀여워서 세아 누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려는 찰나,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 오랜만이네요.”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익숙한 목소리.
누군가 해서 쳐다보니 초록 머리카락의 엘프인 바리가 서있었다.
바리는 입술을 한참 깨물더니 ‘읏’ 하는 소리와 함께 중얼거린다.
“…… 그새 여자가 또 바뀌셨네요. 누나한텐 연락 한 번 안 했으면서 ……”
나는 왠지 모르게 익숙한 상황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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