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속 히로인들을 구매하시겠습니까-171화 (171/241)

=============================

서연이에게 청소펠라까지 받고 난 뒤.

나는 이제 그만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

그러자 서연이는 웬일로 여기서 끝내냐는 눈빛을 보내며 나를 쳐다본다.

아무래도 기절할 때까지 안 하고 적정선에서 멈춰서 이상한 모양이었다.

난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이야기한다.

“왜. 기절할 때까지 해줄까?”

그 말에 서연이는 움찔 거리더니 고개를 젓는다.

난 그 모습을 보고 곳곳에 클린 마법을 사용한다.

‘가뜩이나 일 하냐고 체력 떨어질 텐데, 나 때문에 무리하게 만들 수는 없지.’

아까 들어보니 최수종이 중요한 일이 있다고 서연이한테 전해달라고 한 걸로 봐선 또 다시 뭔가 일이 터진 모양.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체력적 소모가 클 텐데.

기절할 때까지 해버리면 이를 감당하는 것이 힘들 테니 내 나름대로 배려해주기 위해 적정선에서 멈춘 것이었다.

“아, 아냐.”

서연이는 내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옷을 입는다.

나는 그걸 쳐다보다가, 머리에 씌워진 고양이 귀를 벗겨주며 이야기했다.

“그건 그렇고 고양이 귀 잘 어울리더라.”

내 칭찬에 서연이는 새침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내가 예뻐서 그래.”

도도하게 말한 주제에, 자화자찬한 것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점차 붉혀간다.

하여간 귀엽다니깐.

맞다고 하기엔 장난기가 돌아 짧게 답해준다.

“그걸 자기 입으로 말한다고?”

“뭐, 뭐. 그러면 안 돼?”

서연이의 대답을 들은 난 큭큭 웃으며 된다고 답해주었다.

“아 그건 그렇고 릴리아랑 서먹서먹해?”

저번에 릴리아랑 했을 때, 서연이와 그리 친하지 않다고 했었던 것을 떠올리며 물어보자.

서연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어깨를 으쓱인다.

“원랜 그랬었는데. 최근에 무슨 심정의 변화가 있었는지 먼저 다가와주더라. 뭐 내 성격이 이래서 잘 받아줬는진 모르겠지만. 전보단 친해졌어.”

아 그렇구나.

나는 이 사건의 진실은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하며 마음 속에 묻어두는데 서연이가 문뜩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그러고 보니 릴리아가 핸드폰에 관한 이야기를 물어보더라고, 그리고 사진에 대해서도 물어봐서 그냥 핸드폰 하나 사줬어.”

서연이는 칭찬을 바라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이런 이야기를 한다.

센스 좋다고 칭찬 해달라는 의미겠지.

그렇지만 나는 왜 릴리아가 핸드폰과 핸드폰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고 있는 터라 마냥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 잘했네.”

“그, 그래? 내가 원래 이런 부분은 잘 처리하거든.”

그러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뒷정리를 마친다.

난 그런 서연이를 보며 복잡 미묘하게 쳐다보았다.

*-**-*-*-*-*---*-*-*-*

다음날이 되자 바리 누나가 나를 부른다.

“울 꼬맹이, 오늘도 누나랑 데이트 하러갈까요?”

데이트라곤 말 했으나, 실제로는 벨 하운드의 길드 마스터를 처치한 것 때문에 부른 거겠지.

나는 당장 할 일이라곤 왕의 자격을 확인하러 가는 일 뿐인지라.

일단 바리누나를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헌터 협회.

전에는 별 관심 없어 하는 이들도 대다수였으나.

이번엔 아예 대놓고 관심을 줄줄 흘리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울 꼬맹이가 이해해주세요. 벨 하운드가 가지는 파급력이 굉장히 컸으니까요.”

하기야 그렇겠지.

벨 하운드는 양지의 세계 최고의 무력집단인 이끄는 자들과 맞먹었던 집단이었으니.

“게다가 길드마스터는 조금의 정보도 없었는데, 그 녀석을 잡아버렸다고 하니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답니다. 그러니 부담 되어도 그냥 무시해주세요.”

바리 누나는 헌터 협회 출신이라 그런지 적당히 커버를 쳐준다.

나는 어차피 진상 짓을 할 생각은 없었기에 그저 고개만 끄덕여대며 바리 누나를 따라갔다.

“어쨌건 오늘 할 일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음, 단순하게 벨 하운드를 처치한 보상을 받는 거긴 한데 …… 조금 복잡한 일이 껴들었어요.”

“복잡한 일이요?”

“네. 정말로 벨 하운드의 길마를 잡은 것이 맞냐고, 대형 길드들이 의심을 자꾸만 던져서요.”

증거까지 확실히 보여주었건만 이제와서 그런다고?

뭐 조금 이해는 가는게 벨 하운드의 길마에 관한 정보는 전혀 없는데.

대뜸 0년차 신인이 잡아왔다고 하면 부정부터 할 수 없겠지, 애초에 말이 안 되니까.

‘그렇다고 해도 조금 귀찮고 빡치네.’

가만히 있는 사람은 왜 건드리는 건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제가 뭘 해야되나요?”

내 물음에 바리 누나는 웃으며 이야기한다.

“간단해요. 힘으로 찍어누르면 된답니다.”

“아.”

맞네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나는 바리 누나의 웃음을 따라하며 대형 길드 녀석들을 밟아주러 향했다.

*-*-*-*-*--*-*-**-*-*-

회의실로 향하자 서연이가 냉기 풀풀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명확한 증거가 있는데도 연우씨를 의심하는 건가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하시는 건지 …… 감당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싸늘하게 이야기하며 분위기를 찍어눌렀으나.

그 반대편에 있는 이들도 꽤나 성질이 드센지 이에 질세라 대답한다.

“증거가 있다고 한들, 벨 하운드의 길드마스터에 대한 정보는 없었기에 그것이 진실인진 아무도 모르지 않나. 그러니 얼마나 많은 증거를 가져온다고 해도, 우리는 믿기가 어려울 수밖에.”

그 말에 서연이는 코웃음을 치며 답한다.

“단순한 말장난을 하는 건 무슨 심보인지 …… 아예 자기가 직접 본 것 말곤 못 믿겠다고 말 하지 그래요?”

크 역시 우리 서연이.

난 말 한마디도 안 진다고 생각하며 뿌듯해했다.

‘그럼 그럼 누가 키웠는데 저정도는 해야지.’

당장이라도 머리를 쓰다듬고 싶다는 욕구를 참으며 빈자리에 앉았다.

그와 함께 쏟아지는 시선들.

나는 이를 느끼며 팔짱을 꼈다.

“꽤나 기세 등등하구먼.”

“저게 허세인지 진짜인지는 오늘 밝혀지겠지.”

“그렇게 마력이 강해보이진 않는데. 진짜로 잡은 게 맞나?”

시기와 질투, 탐욕같은 부정적인 시선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 중에는 호감섞인 시선들도 간혹 있었지만 그 수는 극소수였다.

내가 가만히 있자니 옆에 앉아 있던 바리 누나가 속삭인다.

“정치적으로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이들은 보통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조심하는 편이랍니다. 그런데 이들이 어찌하여 이렇게 경솔한 발언을 하시는지 아시나요?”

그 말에 난 당장 떠오르는 생각을 이야기해주었다.

“입장 표명 하는 거 아닐까요? 정말로 안 믿어서 저런 말을 한다기 보단, 자신이 찬성인지 중립인지 반대인지 알려주는 이야기.”

이 말을 들은 바리 누나는 뿌듯하단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답니다. 물론 좀 더 정확히 들어가자면 적당히 간을 보고 있다고 하는게 더 옳아요. 저들은 아직 어떤 태도를 취할지 정하지 않았으니까요.”

“아.”

확실히 이런 사람들은 말을 손쉽게 바꾸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고개를 끄덕이자니, 바리 누나는 눈빛으로 몇 명을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대부분은 그러하지만, 아까 제가 가리킨 사람들은 간을 보는 게 아닌 게 아닌 분위기를 주도하는 이들이에요.”

바리 누나는 앞에 놓여 있는 볼펜을 딸깍거리며 이야기했다.

“다른 이들과 달리 저들은 꽤나 명확한 경우가 많답니다. 울 꼬맹이가 급 성장하게 되면 이득을 보는 파와 손해를 보는 파. 그 중 저들은 손해를 보는 파겠지요.”

그러곤 웃음을 지었는데.

정말로 웃음을 지었다기 보단, 정말로 화났을 때 짓는 웃음이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이러하답니다. 세상은 진실로 판단하지 않고, 손익으로 판단하기 마련이라는 걸요.”

그러니 내가 정말로 벨 하운드를 잡았든, 잡지 않았든.

자기한테 손해 되는 쪽은 막기 위해 진실을 왜곡하려 든다는 것이 바리 누나의 이야기였다.

“이게 제가 저 새끼들을 싫어하는 이유에요. 마음 같아선 싹다 죽여버리고 싶은데, 다들 너무 커져버려서 잡을 수가 없어요. 하아. 옛날이 좋았지요.”

도대체 옛날에 뭘 하고 다닌 거야?

간부진 보면 아예 무서워서 덜덜 덜던데.

난 간간히 튀어나오던 바리 누나의 성격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되었건, 저들이 나서서 저렇게나 울 꼬맹이를 반대하는 이유는 하나겠지요.”

그 말에 내가 역으로 답했다.

“플레임가와 이끄는 자 압박.”

내 대답을 들은 바리 누나는 뿌듯하게 웃으며 날 칭찬해주었다.

“정답이랍니다. 그래서 아까 제가 가리킨 녀석들도 보면, 우리와는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길드들이 많답니다.”

나는 블리자드의 길마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만약 저런 녀석들이 덤빈다면.”

바리 누나는 볼펜을 꺾어버리며 이야기했다.

“되살아날 수 없을 정도로 밟아버리세요. 그게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그러죠 뭐. 그게 전문 분야니.”

호구처럼 당하는 것만큼은 안 할 자신이 있었기에 나는 가뿐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식으로 조질까 고민하고 있는데 회의 진행자가 들어온다.

회의 진행자라고 불렀으나, ‘허수아비’라고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주변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연우에게 보상을 수여하기 전, 어떤 보상을 나눌지에 대한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무덤덤한 목소리.

최대한 나서지 않기 위해 웅크린 듯한 느낌이었다.

‘하기야 진행자는 진행자일 뿐, 권력이 있거나 힘이 강한 건 아니니까.’

특히나 헌터는 폭력집단.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게 만드는 이들인 만큼 최대한 나서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는 게 좋겠지.

나는 약자의 좋은 선택방법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생각보다 말 잘듣네?’

이유는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폭력집단이다 보니, 이런 규율 같은 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명예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하여간 여러 가지로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며 회의를 들었다.

“앞서 이번 회의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 드리자면 ……”

지루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설명이 잔뜩 들어간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까딱하다간 잠이 들 정도.

나는 적당히 눈치 못 챌 정도로만 졸고 있는데, 슬슬 본론으로 들어갔는지 다른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쪽에서 가져온 증거물을 보면, 본체는 이미 사라지고 이미 능력을 잃은 아이템만이 대부분입니다. 그러한데, 이걸 가지고 믿으라고 해도 믿겠습니까?”

누가보면 상주려고 부른게 아니라 심문회 하려고 부른 것 같네.

점점 분노게이지가 차오르는 걸 느끼며 일단 계속 들었다.

“게다가 이연우가 발견한 벨 하운드의 본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이 본부일지 아니면 예비용 장소일진 밝혀진 게 없으며 ……”

논리를 바탕으로 말한다기 보다는 그냥 꼬투리 잡으려고 말 한다는 느낌이 강한다.

그건 그렇고 일부러 바리 누나는 싹 제외하고선 이야기하네.

아무래도 바리 누나는 건드리기 무서운 반면, 나는 만만하다는 증거겠지.

‘기강 한 번 잡아야 될 때가 왔나 보구나.’

난 슬그머니 손목을 풀어주며 내가 발언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확실히 이연우가 굉장한 업적을 달성한 건 맞지만, 정말로 벨 하운드를 격파했는지에 대해선 검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아직 이연우는 0년차 헌터. 제대로 헌터 활동을 할 수 없는 시기인데 이러한 업적을 달성했다는 것이 말이 안 됩니다.”

“물론, 이연우가 굉장한 업적을 달성한 것은 알지만 그건 시험일 뿐. B급 헌터들만 되어도 압도적인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습니다.”

진짜인가와 0년차 헌터 마지막으로 좋은 성적.

일부러 부정적인 이야기만 흘리며 내가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특히 마지막은.’

만점도 아니고 좋은 성적이다.

그렇게 말하면 D급 헌터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습니다라고 말 하면 되겠지.

나는 그렇게 듣다, 듣다가 더 이상은 참기 싫어져서 입을 열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그럼 걍 간단히 말하겠습니다. 꼬우시면 덤비세요. 존나 입 나불거리지 마시고.”

그 한 마디에 주변이 모두 얼어붙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후기는 다음 편에!

헌터 회의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