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1화 (1/154)

* * *

〈 1화 〉 프롤로그 ­ 마법사를 동경하는 소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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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돈 없으면 빨리 자퇴하라고 거지새끼야.”

사람들이 잘 돌아다니지 않는 학교 뒤편. 얼마나 맞고 있었을까.

퉤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몸에 침이 튀겨진 후, 양아치 새끼들이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떠나갔다.

“크윽···.”

웅크린 몸을 조금 펴고 손발에 힘을 주어봤지만,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고통 때문에 떨림도 멈추질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잘 웅크린 덕분에 뼈가 부서지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맞는 것도 횟수가 증가하면서 요령을 익히게 되다니.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황당한 것은 맞은 이유였는데.

‘야, 네가 배고플까 봐 준비한 건데 왜 안 처먹었냐?’

내 서랍에 있던 비커.죽은 지렁이와 악취나는 소변이 담겨있던 그걸 마시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이유.

폭력의 정당화.

‘미친 새끼들.’

내가 이 학교에 온 이유는 너희같이 운 좋게 태어난 새끼들에게 아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법을 배우기 위해서란 말이다.

‘아들···. 엄마는 아들이 마법 학교에 들어가서도 열심히 할 거라 믿어.“

”흑···.“

걱정 마 엄마.

아직 포기할 생각 없으니까···.

언제나 힘이 들 때면 고향에서 하나뿐인 티비로 보았던 영상을 떠올렸다.

멋진 마법사가 망토를 휘날리며 거대한 불길로 괴물들을 불태우는 장면들.

CG가 조금 섞여있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가슴은 계속 두근거렸다. 추후에 나도 마법을 배우면 저렇게 될 것 같았다.

국가에서 가장 큰 마법 학교에 다니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래, 열심히 공부하면···티비에서 본 것처럼 끝내주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수 년간 노력하고 준비한 다음, 이상을 품으며 마법 학교에 들어왔더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기다리고 있던 것은 귀족 학생들의 비위를 맞추는 일과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많은 추가 수업료 뿐이었다.

“후···.”

만약 마법에 재능이 아예 없었다면, 깔끔하게 포기했을 터였다. 하지만 독학으로 입학시험에 붙으면서 희망이 생겨나 포기할 수 없었다.

재능은 압도적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

계속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하면 졸업은 할 수 있겠지. 곧바로 마법사의 탑에 들어갈 수도 있겠고.

그래, 노력만 하면 희망은 반드시.

삐익!! 삐익!! 삐익!!

“깜짝이야!!”

갑자기 귀에 꽂히는 비상음. 너무 놀란 나머지 고개를 허둥지둥 돌렸다. 그리고 소리의 원흉은 내 허벅지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주머니에는 휴대폰밖에 없었으니. 급하게 꺼내서 잠금을 풀었다. 화면에서는 알 수 없는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보이십니까! 지금 로이랜드 시에 거대한 폭풍이 들이닥치고 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계속 꺄아아아앗!!]

기자로 보이는 듯한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엉망진창 송출되는 화면과 함께 말이다.

잠시 보였던 그 화면에 대해 생각할 때, 갑자기 카메라가 허공에서 아래로 도시의 상황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나는 경악했다.

수많은 건물들이 부서져 있었다. 그 사이에서 새까만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운석이 떨어진 듯 움푹 꺼진 땅도 보였다.

사람들은 무엇인가 보고 겁먹은 듯 도망치고 있었지만, 보고 가장 놀란 것은 쓰러져 있는 마법사의 탑 들이었다.

방금까지 저 도시로 가서 마법을 연구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무슨 일이란 말인가.

대체 누가.

픽!

갑자기 화면이 꺼진 듯 채널은 검은색 화면으로 바뀌었다. 그에 내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강렬한 호기심에 의해.

이렇게까지 재빠르게 움직인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휴대폰을 만졌다. 지금 당장 로이랜드 시의 상황을 보기 위해서.

이윽고 음성은 없었지만 다각도로 로이랜드 시를 보여주는 채널을 찾아냈다.

그리고 내 눈에 마녀와 같은 여성이 보였다.

새까만 머리카락.마녀들이 쓰고다니는 모자. 그리고 화려한 드레스.

누가봐도 그녀가 이 일의 원흉이었다. 사람들이 그녀에게서 멀리 도망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그녀는 진짜 마녀가 맞을까?

내가 아는 마녀는 저런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그 생각과 동시에 그녀가 하품을 하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그곳에서는 분명 쾅 하는 폭발음이 들렸을 것이다. 그녀의 핑거 스냅과 동시에 커다란 구덩이가 만들어졌으니까.

이어서 그녀가 박수를 치니, 모든 것을 얼려버릴 것 같은 눈의 폭풍이 일어났다. 그녀가 손을 뻗으니 강렬한 번개가 일어나 땅을 갈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메라를 향해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을 때는, 픽 하는 소리와 함께 또 화면이 꺼졋다.

“아···.”

무슨 말로도 표현 할 수 있을까.

신. 아니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마법사일까.

방송에서 보았던 용사 파티의 마법사님도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녀는 대체···.

“...”

방금 보았던 마법들에 의해 머리는 망치를 세게 맞은 것 같은 충격이 들었다. 심장은 미친 듯이 크게 뛰었다. 첫사랑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

그녀가 보여준 것이 내가 어렸을 때부터 꿈을 꾸었던 마법이었다. 그녀야말로 내가 생각했던 진짜 마법사였다.

순식간에 그녀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이 샘솟았다.

곧 용사 파티, 그리고 인류와 동맹을 맺은 마왕이 그녀를 쓰러트리려고 출발할 터. 그녀는 과연 세계를 지키는 자들과 싸워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이미 내 머릿속에서는 단 하나의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녀와 같이 되고 싶다고.

그녀와 같은 마법사가 되고 싶다고.

물론 격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나는 평범한 과수원 집 아들이고 학교에서는 무시당하는 병신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미 불이 지펴졌다. 영원히 이 마음은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몇 분이 지나도 가슴이 계속 뛴다. 흥분을 주체할 수 없어서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악!!”

씨발 빌어 처먹을 비싼 돈 처받으면서 하품이나 처하고 어깨 꼿꼿이 세우는 병신들하고, 싸구려 그래픽으로 합성이나 하는 엔터테인먼트 짓거리는 진짜 마법사가 아니란 말이다.

만약 내가 학교를 끝까지 다닌다고 해도. 마법사의 탑 정상에 오른다고 해도.

그녀와 같은 현상을 내 손으로 일으킬 수 있을까?

아니.

전혀.

장담할 수 있었다. 잘해봤자 그녀를 피해 도망가던 엑스트라로 끝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무리 운이 좋고, 줄을 잘 서고, 최대한 노력해봤자, 저 부서지고 불타오르는 마법사의 탑에서 도망치는 병신이란 말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기껏 주신 돈으로 다니는 학교를 그만두다니. 곧바로 절대로 저렇게 될 수 없다는 생각과, 빈곤한 현실이 내 발목에 족쇄를 채우기 시작했다.

“...”

마법.

마법이 뭐냐.

지금은 변질됐지만 언어의 기원은 이루지 못하는 일을 이루어내는 힘 아니었던가?

글도 읽을 수 없는 과수원 집 자식으로 태어나 모두가 통과할 수 없을 거라고 비웃던 마법학교에 합격했다.

내가 이 마법 학교에 입학한 사실 자체도 씨발 마법이라면 마법이었다.

처음부터 이뤄낼 수 없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집에서 뛰쳐나온 것은 변함 없었으니. 이제 와서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체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었다.

그래.

어차피 내 인생에서 언제나 결정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었으니.

“판단 마법.”

모두에게 비웃음 당하는 내 유일한 고유 마법.

그저 동전에 의지와 마력을 집어넣고 튕기는 것뿐지만, 지금까지 이 방법은 나를 좋은 선택으로 이끌어 주었다.

제발!! 이번에도 제대로 된 선택을!!

팅!

동전을 튕기는 소리와 함께 진심을 담아 외쳤다.

“그녀가 나를 제자로 받아줄까!!”

툭.

떨어지는 동전이 정확히 손등에 안착했다.

그리고 결과를 보았을 때.

나는 학교를 자퇴했다.

* * *

결정한 직후 곧바로 그녀를 찾아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나설 수 없는 노릇.

부모님께서 주신 학비와 내가 모아둔 돈을 여비로 사용하고, 언어는 몸짓으로 대충 한다 쳐도, 문제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내 몸을 지킬 능력 개발.

서바이벌 지식 습득.

여권발급 등 해야 할 것은 수두룩했다.

학교를 그만두었으니 기숙사에 있을 수도 없는 일. 곧바로 3개월 정도 지낼 수 있는 작은방도 구했다.

그리고 계획을 어느정도 짜고 자신감이 생겼을 때, 나는 이 도시를 벗어났다.

* * *

그녀를 찾는 방식으로는 판단 마법을 사용했다. 동전을 마력과 의지를 집어넣어서 튕기는 마법 말이다.

일정한 확률은커녕 사기꾼 점쟁이와 같은 엉터리 마법이었지만, 그녀에 대한 질문을 할 때면 다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신기하게 ‘그녀가 나를 제자로 받아줄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는, 항상 앞면만 나왔으니까.

과연···우연의 일치일까.

그에 그녀에 관한 판단마법의 결과는 다 맞을거라는 자기최면을 걸었다. 어차피 정보 센터나 탐색 마법사들에게 질문해도 아는사람은 전혀 없었으니.

막무가내인 여행.

팅!

하지만 낭만은 있었다.

“그녀가 텔로스 지방에 있을까.”

탁!

손등에 올려진 결과는 뒷면이었다.

팅!

“그녀가 엘리아스 지방에 있을까.”

탁!

또 뒷면이 나왔다.

동전의 결과에 따라 그녀가 있다고 판단되었던 도시에 왔을 때는, 이미 도시를 벗어났는지 뒷면만 나왔다.

마력은 무한하지 않았기에, 될 수 있는 대로 간절하게 의지를 담아 동전을 튕겼지만 결과는 꽝이었다.

“후···.”

결국 한숨을 내쉰 다음, 침낭을 깔고 산에서 야영을 하며 그날을 보냈다.

* * *

팅!

“이 사막에 그녀가 있을까.”

앞면.

“아!!”

처음이다.

처음으로 그녀와 같은 지역에 도착했다.

미친 듯이 기뻐서 광대가 치솟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심장이 뛰면서 곧 그녀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떤 마법을 배우지?

무엇을 물어보지?

나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을까?

그녀는 내 판단 마법을 보고 무슨 말을 해줄까?

그녀에게 배우면 나도 나중에 손으로 자연재해급의 마법을 일으킬 수 있을까?

내가.

내가 대마법사가 된 다음에 가족들에게 찾아가면 얼마나 기뻐할까!!

햇볕이 내리쬐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황색의 모래가 흩날렸다. 목과 몸이 타들어가는듯 했지만, 이 기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팅!

“아직 이 사막에 그녀가 있을까.”

뒷면.

다음날.

그녀가 사막을 떠나기 전까지.

* * *

“끄아아악!!”

뜨거웠다. 씨발 머릿속이 새하얀 백지로 뒤덮이고 눈알이 뒤집힐 정도로 아팠다.

몇 번.

아니 몇 분 동안 굴렀는데도 고통은 지속되었다.

다행히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고통은 점차 익숙해져갔다.

“흐, 흐윽···어, 엄마···.”

용암지대에서 발을 헛디뎌서 뜨거운 돌에 부딪혀 화상을 입고 말았던 것이다.

“끄, 끄흑···.”

가지고 있는 물을 전부 어깨에 붓고 나서 확인해보니, 다행히 물집이 생기는 정도로 끝날 것 같았다. 지금 바로 도시로 치료받으면 괜찮겠지.

하지만···그러면 탐사는 어쩌고.

기껏 같은 지역에 왔는데···.

“...”

아니, 역시 도시로 가는 게 맞겠지.

숯가마보다 더 뜨거운 이곳에 그녀가 더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녀도 분명 이곳에서 떠났을 것이다.

그래···분명히.

* * *

“우욱··· 우웨웩”

어떻게 하지?

주, 죽여버렸다.

사람을 말이다!!

나, 나는 그저 스스로를 지키려고 했던 것뿐인데.

총을 들고 위협을 했음에도 달려든 그의 잘못이다. 뒷골목에서 자고 있다가 약에 취한 노숙자를 죽여버렸다.

오지 말라고.

제발 붙지 말라고 내가 크게 소리 질렀음에도, 그는 무섭지 않다면서 씩씩거렸다. 그리고 병을 깨트려 날카롭게 만든 후, 나에게 다가온 것이었다.

“나··· 나, 나는 아무 잘못 없어. 흐, 흐윽···.”

그래, 나는 분명 잘못이 없을 것이었다.

경고했음에도 죽음을 자초한건 그였으니까.

그날 처음으로 살인을 경험한 나는, 밤을 새운 채로 그 도시를 벗어났다.

* * *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밀림 속.

야만인들에게 화살을 맞아 눈알 하나를 잃었다.

돈을 벌기 위해 악인을 죽이는 살인청부업을 하다, 그 지역 헌터들에게 발견되고 도망치는 과정에서 팔을 잃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 흉터들이 늘어났고 마음은 더럽혀져갔다.

이제 내 모습으로는 세상 어디를 가도 호의적인 시선을 받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쥐나 벌레, 독초는 물론 음식물 쓰레기까지 입에 넣어서 생명을 유지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돈도 떨어졌다.

여권은 언제 잊어버렸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돈을 얻기 위해 민간인을 협박해서 뜯어보려 했지만, 손발을 벌벌 떠는 상대를 보고 마음이 약해져 도망쳐버렸다.

물론···악인이라고 생각되는 자는 죽여도 괜찮았다.

하지만 그들도 계속 죽이다 보니 어느샌가 이름 모를 조직들이 나를 쫓아왔다. 도망치는 것도 쉽지 않았고.

팔 한 짝, 눈 한 짝 없이 살아가는 것도 점차 익숙해졌다. 수많은 악의와 더러운 것을 보는 것 또한 익숙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걱정되는 것은, 더 험난한 일을 겪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같은 게 아니었다.

만약.

만약 이렇게 더러워진 나를 보고 그녀가 만나기를 거부하지 않을까.

이게 가장 중요했다.

그 생각은 점차 공포로 물들어져 강박증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으니.

팅!

“···그녀가 나를 제자로 받아줄까.”

앞면.

그래. 아직은 괜찮았다. 그녀가 아직 나를 제자로 받아줄 것이니까.

그 후 나는 정신을 잃듯 잠에 빠졌다.

* * *

동전을 튕긴다.

‘그녀가 나를 아직도 제자로 받아줄까.’

동전을 튕긴다.

‘내가 죽기 전에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동전을 튕긴다.

‘그녀가 나를 아직도 제자를 받아줄까.’

동전을 튕긴다.

‘그녀는 나를 보고 더럽다고 느끼지 않을까?’

동전을 튕긴다.

‘1년 내로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동전을 튕긴다.

‘그녀가 아직 나를 제자로 받아줄까?’

동전을 튕긴다.

.

동전을 튕긴다.

동전을 튕긴다.

.

동전을 튕긴다.

동전을 튕긴다.

동전을 튕긴다.

.

.

.

* * *

사람들이 모여있는 시장가.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모두 나를 향하는 것 같았다. 무서웠다. 모두 나를 멸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에.

판단 마법은 분명 그들이 나를 신경도 쓰지도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결국 이건 내가 가진 피해 망상이겠지.

“...”

하지만 그럼에도 심장이 조여왔다. 온갖 불안함에 몸이 떨렸다.

“아···아···.”

다행이다.

동전을 튕길 시간이 왔다. 이때 만큼은 불안함을 멈출 수 있었다.

팅!

“그, 그녀가 나, 나를 제자로 받아줄까?”

앞면.

“헤헤···.”

팔 한 짝, 눈 한 짝 없어도 돼.

다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돼.

수많은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아도 돼.

마법.

그래, 그녀에게 마법을 배울 수 있다면 뭐든지 괜찮아질 거야.

분명해.

그런데··· 그런데···.

‘내가 왜 마법을 배우려고 했더라?’

“...”

아···.

.

..

...

......

‘아니, 그런 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그녀가 아직도 나를 제자로 삼아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그것 이외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

그래.

그렇게 나는 보이지 않는 눈을 겨우 치켜뜨고 몸을 비틀거리며 움직였다.

그 순간.

갑자기 정신이 망가진 것일까. 주변의 배경이 일그러졌다. 나는 분명 똑바로 걷고 있었는데.

야옹

“...”

그리고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래. 저것은 고양이의 울음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왜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고 저 고양이 울음소리만이 내 귀에 들릴까.

기묘함을 느낀 나는 고개를 천천히 들어 그곳을 쳐다보았다.

“...”

분명 색적 마법하고 탐색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을 터인데, 담벼락 위에 저 고양이 말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체 이 상황을 뭐라고 해야할까.

야옹

고양이는 내가 가까이 다가갔음에도 도망치지 않고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내 눈을 꿰뚫듯이 쳐다보았다.

···뭔가 이상한 일이었다.

설마.

아니, 설마.

혹시나 하는 마음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판단마법은 오늘은 분명히 만나지 못한다고 나왔는데도.

“...”

나는 급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언제나 마법을 사용할 때 쓰던 동전을 꺼내들었다.

침착하자.

내가 찾고 있던 것은 검은 머리를 가진 마녀다.

고양이가 아니야.

기대하지 마. 제발.

제발.

생각과는 다르게 내 오른손은 저절로 동전을 튕겼다. 그리고 의지를 담아서 입을 열었다.

팅!

판단 마법.

“이 고양이가 내가 찾던 사람이 맞을까.”

동전이 날아오른다.

새파란 하늘이 닿을 정도로 높게.

도대체 내가 뭐 하는 건지 이제 나도 모르겠다.

어느 정도 병신이 되어버렸다고 생각은 많이 했지만.

그때.

고양이와 눈을 마주쳤다.

“...”

아니.

고양이는 나를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쳐다보고 있는 것은 튕겨져 오른 동전이었다.

그 고양이는 마치 아무도 봐주지 않았던 내 마법을, 내가 일으키는 현상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

결과를 보지 않아도 알겠어.

저 고양이야.

그래···.

저 고양이가 맞아.

저 고양이가 내가 찾던 마법사라고.

얼마만일까.

몸이 번개에 맞은 듯 짜릿짜릿해졌다.

심장이 불타면서 동전이 떨어지는 것을 같이 기다리니 확신이 생겨났다.

그렇게 동전을 낚아채서 확인하려 했을 때.

탁!

고양이가 떨어지는 동전을 쳐냈다.

야옹.

웃으면서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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