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1화 커피의 첫 맛은 언제나 쓰게 느껴졌다. (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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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기준 하에 상대가 악인이라면, 범죄자로지목되지는않았어도 곧바로찾아가무자비하게엄벌을선사한다고한다.
커피의첫맛은언제나쓰게느껴졌다.
이야기의시작과같이.
*
차라락.
어두컴컴한방안이열어젖혀지는커튼에의해따스한햇살을맞이했다.낮인지도밤인지도몰랐었던방안은덕분에생기가돌아왔다.
밖을쳐다보니새하얀설산은이제드문드문보였다.끊임없이몰아치던눈보라도그쳐가니,목적지까지얼마남지않았구나,하는생각이들었다.
“스승님.아침입니다.”
나는최대한목소리를낮춘후에스승님을불렀다.아침에민감한그녀가자극되지않도록.
“...”
예상은했지만스승님은대답조차하지않으셨다.규칙적이었던숨소리가불규칙적으로바뀌는것을보아정신이든것은확실했지만.
애써무시하시는건더자고싶다는무언의의사표현이었다.
“흠.”
이상태면계속불러봐야의미가없을터.
스승님은꽤나고집이있으셨다.지금도내가포기하기를기다리고있을정도로.
평소같았으면그냥내버려두어도괜찮았다.그러나오늘은기차여행의마지막날이었다.목적지에도착하는날인만큼뭉그적거릴시간은없었다.
“스승님.”
몇번더불러보아도대답하지않으셔서어쩔수없이침대로다가가이불을확열어젖혔다.
펄썩거리는이불.반쯤접히는것과동시에웅크리고있는스승님이고개를들어나를째려보았다.
캬!
내스승님프리실라.그녀는새까만털을가진고양이다.
눈에는호박석이박혀있는듯한황금빛을뗬고,울음소리는사람을매료시키는힘이있었다.
스승님께서스스로말씀하시길.자신의가장멋들어진부분은잘다듬어진우아한꼬리라고했다.
그런스승님께서는지금자신에게손대지말라는듯손을휘적거리셨다.우아함과는거리가먼맞아도안아픈고양이펀치를 날리며.
“후.”
하지만오늘만큼은그럴시간이없었다.그래서나는단호한마음으로그녀를들어올렸다.나의커다란손이닿자그녀는결국한숨을내쉬며저항을포기했다.
아,참고로스승님을드는행위는굉장히신경써서해야하는일이다.
그녀는고양이이기는하지만나름숙녀이기도했으니.실수로민감한부분을건드리게된다면그날은히스테리수치가하늘을뚫는날이었다.
조심스럽게.또조심스럽게스승님이부담을느끼지않도록배부분을안아서···.
캬르릉.
화를내시는스승님.들키고싶지않았던것을결국들켜버렸다.그녀가살쪘다고느끼고있던걸표정으로드러내버린것이다.
기차에처음탑승했을때와는전혀다른무게감.내색하지않으려고입까지꾹다물었는데.역시들통나고야만것인가.
“...”
테이블에스승님을올려놓자마자눈이짧게마주쳤다.그녀는화가났다는듯이콧방귀를뀌며뾰로통한표정을지었다.
어차피숨기려고해봤자숨길수없는일이다.스승님은타인의감정을쉽게읽어낼수있었으니.
오히려긍정적으로생각하며스승님이내마음을알게되었다는점이다.뚱뚱한고양이를들고다니면얼마나이목이집중되었는지.스스로부끄러움을느끼시고다시살을빼려고노력할터다.
“스승님.지금이아니면좋아하시는온도에서커피를드실수없게됩니다.그만화푸세요.”
내가차분하게말하자스승님은내눈을지그시쳐다보았다.하고싶은말은수도없이많지만,내가참아주마같은표정이었다.
이내좋아하시는커피에혀를내미는스승님.
핥짝.
냐아.
다행히커피맛은합격이라고말씀하셨다.이어서더할나위없이기분이좋다는듯꼬리를살랑살랑흔드셨다.
스승님의기분은아침에마시는커피에의해좌우되기도했다.
보아라.
방금전까지‘저딴것도제자라고’하는표정에서‘역시내제자구나’라는표정으로순식간에바뀌지않았는가.
“...”
잠시만.
이러면마치스승님의제자는커피를얼마나잘타는가,로결정되는듯한느낌이었다.더중요한것은스승님이먹을수있는온도에스승님을부르는것인데.
스승님은고양이였다.당연히뜨거운것을마시지못하셨다.그럼에도커피는굉장히좋아하시는데,커피란차갑게식으면향이잘느껴지지않는음료였다.
즉,커피의향이잘느껴지는것과동시에스승님이드실수있는온도에부르는것이관건이다.
그래,그녀의제자는그걸로결정되어야함이옳다.
냐아
스승님의제자에대해정의하고있을때,스승님은벌써잦은할짝임으로커피한컵을다마셨다.언짢은기분도가셨는지엉덩이를뒤로쭉빼며기지개를켰다.
‘아.그러고보니질문할게있었는데.’
질문하려면지금타이밍이다.기분이좋은지금물어보아야대답을잘해줄확률이높아졌다.
“흠흠.”
목을가다듬은뒤나는스승님에게질문했다.
“스승님.오늘은양복과로브중무엇을입는게더좋겠습니까?”
“...”
나의질문에스승님은어이없다는표정을지었다.이어서뭘그런거까지물어보냐는듯이내팔을툭쳤다.
결국대답을들을수없었지만어쩔수없는일이었다.스승님은변덕쟁이고양이였으니까.대답해주는것도마음이내킬때만이었다.
이에나는오늘도동전을튕겼다.
***
‘슬슬도착할시간인가.’
아침부터사람이많이오고가는열차역.가장붐비는열차들은이미지나간만큼어느정도여유가있었다.
엘레나는주차장에차를주차하자마자손목시계를쳐다보았다.시침은9시를가리키고있었다.
‘오늘은중요한사람이찾아올예정이니마중좀나가주시겠습니까?’
아침부터자신을보자마자이사장님께서하신말씀이었다.
엘레나는비서로취업된지3개월이되었지만,지금까지이사장님께서누군가를마중나가달라고부탁을하신걸본적이없었다.
도대체얼마나대단한사람이기에이사장님께서직접마중나가달라고부탁하시는걸까.
엘레나는‘알겠습니다.’하고대답한다음,마중나가야하는분의사진과정보를받았다.
‘이름은아서.단죄자라고불리는친구입니다.아,하지만중요한건옆에있는고양이입니다.부디행동에주의해주시길.’
‘단죄자말씀이신가요?’
‘네,단죄자입니다.’
‘진짜단죄자라고요?’
‘그렇습니다.’
‘고양이는요···?’
‘Cat입니다.’
이사장님은서류를체크하며건성건성대답하셨다.그이상질문해도제대로된대답을들을수는없을터였다.
엘레나는얌전히이사장실밖으로걸어나오며생각했다.
단죄자에대해.
명칭은몇번들어본적이있었다.
세계 최악의 범죄자 중 한 명이자, 상대가 악인이라면각종고문이나살인,강간도 서슴없이 하는사람이라고말이다.
자신의 기준 하에 상대가 악인이라면, 범죄자로지목되지는않았어도 곧바로찾아가무자비하게엄벌을선사한다고한다.
하지만소문만무성할뿐이다. 들어오는 제보는 굉장히적었고.그적은제보또한대부분사실이아니라고판명났다.
쉽사리 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사장님이 사진을 가지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대체어떤사람일까.’
엘레나는사진을꺼내유심히쳐다보았다.
“흐음.”
곰과같이커다란덩치.아니,그냥곰이라고해도믿을정도였다.살면서볼수있었던전사들보다더커다랗고흉악한근육을가지고있었기때문이다.
그리고얼굴곳곳에는흉터가있었고,열개의손가락에는특이한문양의검은반지가끼어져있었다.
‘분명마법사라고들었는데.’
사진을뚫어지게쳐보는도중,엘레나의눈에문득단죄자가들고있는새장에시선이갔다.그새장속에는고양이가들어가있었다.
‘동물학대?!’
덩치가곰인만큼비상식량이필요했고,그비상식량으로는벌꿀대신고양이를쓰는건가?
다양한잡념이엘레나의머릿속을휘저었다.
‘이사장님께서고양이가중요하다고말씀하신건그가고양이애호가여서그런건가?’
엘레나는턱에손을올리고생각했다.하지만그생각이전에이사장님이어떻게그런범죄자를알고있었는지부터,또왜이곳에초대했는지알수없었다.
그리고흉악한단죄자의모습을보고있자니더더욱긴장을풀어서는안된다는생각이들었고.
칙칙폭폭.
때마침흉악한손님이타고있을기차가오고있었다.조그맣게보였던기차는점차크게보이기시작했다.
엘레나는마음을다잡고검문소를향해걸어갔다.
*
“안녕하세요엘레나씨!”
검문소의자동문이열리며누군가가엘레나에게인사했다.
“아,그···.”
“올리비아예요.올리비아링크!”
“아!그래요올리비아.”
주근깨가있는갈색머리의소녀.올리비아는열차검문소에서보안요원으로일하고있는학생이다.
깔끔하게다린새하얀제복과혹시모를일을대비해입은방탄조끼.허리에는롱소드가,오른쪽다리홀스터에는리볼버가꽂혀있었다.
검문소는다른사람에게계속보여야하는장소이기에,부담스럽지않은무기를사용하는학생들을주로채용했다.
자동소총이나전기톱같은것을들고있으면테러현장같지않은가.
엘레나는올리비아를어렴풋이기억하고있었다.올리비아가새로운직장에서일하기시작한지얼마되지않았기때문이었다.
자신과같이.그래서같은신입으로서엘레나는올리비아에게동질감을느꼈다.
“요즘에힘든일은없으신가요?”
엘레나는방긋방긋웃고있는올리비아에게혹시나해서질문했다.표정을보니별일없겠지만아무래도무력을필요로하는일이니거친 선배가있을수도있기때문이었다.
“네!괜찮아요!선배님들이.”
“올리비아!문열리기1분전이야!”
“곧갈게요!”
멀리서다급한목소리가들렸다.목소리의주인은올리비아의선배인듯했다.
신경질적인톤이섞이지않은것을보니,엘레나는걱정하지않아도되겠거니싶었다.
“어서가봐요.선배님들에게혼나기전에.”
“네그럼가보겠습니다!다음에또봐요엘레나씨!”
올리비아는활기차게웃으며손을흔들면서달려나갔다.올리비아를기다리고있던선배는올리비아의머리를마구쓰다듬은다음,엘레나를향해가볍게고개를끄덕였다.
이어서둘은기차출구쪽으로같이달려나갔다.
엘레나는올리비아와헤어지고검문소마지막통과지점에서기다렸다.이곳에서기다리면기차에서내리는모든사람을확인할수있었기때문이다.
그렇게5분정도지났을까.
웅성거리는소리와함께사람들의주의가한곳으로집중되는것같았다.
‘무슨일이지?’
엘레나는호기심을가지고다른사람들처럼그곳으로시선을돌렸다.
터벅터벅.
“손똑바로들어주세요.”
“...”
검문소직원으로일하는학생두명과덩치큰남성한명이어딘가를향해같이걷고있었다.
한명은올리비아의선배였고,뒤에는올리비아가있었다.그들은묵묵히남자를포위한채이동시켰다.
‘대체누가···단죄자?’
곰과같은덩치,얼굴에잔뜩있는흉터,새장속고양이.
엘레나는심장이쿵떨어졌다.이어서별일없겠지생각했다.분명이사장님이검문소에통보했을터다.
안했을리가없다.이사장님은이런분야에집착을보일정도로꼼꼼했으니까.
‘1분···2분···.’
검문소사무실로들어간단죄자가나오지않자,엘레나는조바심이생기기시작했다.
‘어째서!’
세계에서범죄자로등록되었다고할지언정,이사장님의손님이다.이사장님은학원도시의절대권력이었고.
더이상참을수없게된엘레나는사무실로다가가서문을열었다.
덜컥!
“!!!”
엘레나는문을열자마자깜짝놀랐다.눈으로보고도믿을수없는광경이보였기때문이다.
각종가구들이엎어져있고사무용품들이어질러져있었다.이어서수많은사람들이쓰러져있었다.
‘분명히밖에서는아무소리도들리지않았는데.’
검문소는학생들만으로운영하는건위험하다고판단해현역헌터분들을고용하기도했다.
‘그분들은도대체어디에갔길래.’
엘레나는그점을확인하기위해허둥지둥고개를돌렸다.
그런데.
‘같이쓰러져있네···?’
그고용한헌터뿐만이아니었다.아까까지대화를나눈올리비아도,그녀의선배도눈에들어왔다.
‘학생들마저···.’
터벅터벅.
어둠속에서깜빡이는전등.스파크가한번튈때마다무거운발걸음소리가들렸다.다시전등이안정적으로재작동했을때는커다란덩치의사내가묵묵히서있었다.
엘레나는고개를들고그사내를째려보았다.그가단죄자였으니까.단죄자또한엘레나를마주보았다.
“...”
정적속에서엘레나는빨리이상황을밖으로전달해야한다고생각했다.
꿀꺽.
이어서조심히자신의눈에마력을불어넣었다.이눈은자신이이사장님의비서로서채용된이유였다.일반사람들은전혀알수없는것을볼수있는눈이었으니말이다.
조심히,또조심히단죄자에게들키지않도록눈에마력을넣어서그를쳐다보았을때.
“그오해가있는것같습니다만,폭력을행사하지는않았습니다.그저조용히재운것뿐이니일단이야기를들어주시겠습니까?”
단죄자가입가를올리며웃음지었다.안그래도사나웠던얼굴이한층더흉악해졌다.그리고엘레나를향해서서히걸음을옮겼다.
“히끅.”
엘레나는딸꾹질이나왔다.단죄자의마음속에수많은악의가들이차있었으니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