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3화 (3/154)

〈 3화 〉 2화 ­ 커피의 첫 맛은 언제나 쓰게 느껴졌다. (2)

* * *

“혹시화나셨나요···?”

엘레나는살짝떨리는목소리로질문했다.그에아서는시큰둥하게대답했다.

“언제나화나있으니걱정하지않으셔도됩니다.”

영문모를대답!

엘레나는잠시정신이멍해졌다.언제나화가나있으니걱정하지말라니.저게도대체무슨대답이란말인가!

엘레나는운전을계속하면서아서가볼수없을정도로고개를살짝돌렸다.이어서짧게한숨을내쉬었다.

‘으···이사장님께서직접부탁하실정도로중요한손님이벌써부터기분이좋지않다니.’

선배비서한테좋은소리를듣지못하게되는건확정사항이되었다.

게다가아서는세계에서주목받는범죄자였다.조금만수틀리면무엇을할지모르는인물이란말이다.

‘이사장님은어째서그런범죄자를학원도시내로들인건지.’

엘레나는이사장님을이해할수없었다.평소에도이해할수없었지만,이번안건일경우더더욱.

“...”

그래도엘레나는아서가화난이유에대해서는조금이해할수있었다.

그가말하길,이사장님께서전화로검문소에어떤문제가있든그냥통과시키라는말을전달했음에도불구하고실랑이가났다고했다.

문제의원인은고양이였다.원래학원도시내로들어오는생명체가인간과이종족이아닐경우,하루동안보호소에서검사받게되어있었으니말이다.

이를꼭지켜야한다면서검문소의직원들이이사장님의말씀을무시한채.

‘고양이는무조건보호소에서검사받게해야합니다.’

라고계속말했다한다.그것이자신들이 해야할일이라고.

‘어차피이사장님께서알아서하시겠지만.’

“...”

이분위기는어쩔거냐고!

문제를일으킨건개들인데왜내가피해를봐야하는거냐고!

엘레나는울고싶었다.범죄자와단둘이오붓한데이트를하는자신의처지가너무나도애처로웠으니까.

그래도이사장실로안내하기만하면역할은끝이났으니.조심히,그래,조심히핵탄두를옮기듯조심히···.

“저기.”

“네,넷!”

정적이감돌고있는차안에서아서가입을열었다.갑작스러운소리에엘레나는화들짝어깨를들썩였다.

“주말도아닌데찬송가가들리네요.혹시이근처에성당이라도생겼습니까?”

“···네?”

엘레나는침착하게운전을하는것과동시에차밖에서들리는소리에귀를기울였다.그러니아서의말대로찬송가소리가들려왔다.굉장히차분하고아름다운곡조였다.

[TeDeumlaudámus:teDominumconfitémur.]

하나님이신당신을찬양하나이다:당신께서주님되심을고백하나이다.

오르간과다양한금관악기가하나의조화를이루고있었다.마음에울려퍼지는듯한심벌즈의소리와신을찬미하는여러목소리가천상의감미로움을연주하는것같았다.

“네···그3년전신성학원학생회쪽에서도시정중앙에있는땅을낙찰받아가지고요.혹시찬송가를별로좋아하지않으신가요오?”

엘레나는혹시나하는생각에마음을졸이며질문했다.마족들은찬송가를굉장히싫어한다고들었는데,아서의얼굴은그마족들의얼굴보다더험악했으니.

‘만약찬송가가문제가되면어떻게해야하지.바로연락해서찬양을중단시켜야하나···?’

“아닙니다.몸과마음이경건해지는게계속듣기좋네요.”

아서가옅게웃으며대답하자엘레나는긴장이풀렸다.이내한숨을내쉬었는데오늘따라유독한숨을많이쉬는기분이었다.

아서는창틀에턱을괴고스쳐지나가는풍경을바라보며생각했다.

신을믿는건좋은일이라고.

신을믿지는않지만.

냐­옹

그때였다.

새장속깔려있는푹신한방석위에서조용히누워있던고양이프리실라가아서에게말을걸었다.

“저번에허탕쳤던카페에들리고싶다는말씀이십니까?”

아서는프리실라의말을복창하듯말했다.프리실라는긍정하듯고개를살짝끄덕였다.

그광경을백미러로보고있던엘레나는아서가괜히세계급범죄자가아니구나싶었다.수인도아니면서고양이와대화하고있는게정말미친사람으로보였으니까.

“근처에차좀잠시세워주실수있으십니까?”

“네?아그,그게.잠시만기다려주시겠어요오?이사장님에게한번여쭤볼게요.”

예상치못한변수가생겨버렸다.엘레나는당황을감추지못하고이빨을딱딱부딪혔다.

‘조용히떠넘기고도망치려했는데!’

만약안된다고말하면무슨일을저지를까.마력을폭발시키며난동을부리기시작하면.

‘으으.치,침착하자.’

엘레나는크게심호흡하며주변에차를세웠다.그리고재빨리이사장님에게전화를걸었다.

몇번의알림음이울렸다.엘레나는‘제발빨리받아라!’라고간절히기도했다.이어서딸칵하는소리와함께이사장의목소리가흘러나왔다.

[혹시문제가생겼습니까?]

‘네!’

문제가생겼을거라고확신하는뉘앙스.엘레나는분통이터져곧장대답할뻔했다.

허나그럴수는없었기에침착하자고계속자기암시를걸어분노가가라앉혔다.그리고차분해진상태가되었을때입을열었다.

“아서님께서잠시카페에들리기를희망하셔서연락드렸습니다.”

[그친구가요?]

이사장님은믿기지않는다는듯이물었다.이어서재차말을이었다.

[제가아는아서군은카페를좋아하지않는데요?아,설마그옆에있던고양이가그리말하던가요?]

"고양이요?"

[네,Cat이요.]

이사장의말에엘레나는미간을살짝찡그렸다.고양이가말을한다니.지금상황에무슨엉뚱한소리를.

그러나엘레나의머릿속에순간방금전있었던일이떠올랐다.아서가혼잣말하듯이중얼거렸던것을말이다.

“확실히···고양이의울음소리를듣고카페에들리고말씀하셨습니다.”

[그럴줄알았습니다.그분들의견대로카페에같이동행해주세요.저도곧가겠습니다.]

“이사장님은···.오전에참여해야할회의가있으시지않으신가요?”

[그녀를만나는게더중요하니빠져도괜찮습니다.하하!여하튼있다가만나죠.]

“네,알겠.”

뚜­뚜­

전화도중에연락을끊으시는이사장님.이런일은난생처음이었다.이사장님은예의를중시하는사람이었으니말이다.오늘같이이사장님의다양한모습을본적이없었다.

그런데···.

‘그녀?’

‘마지막에분명그녀를만나는게중요하다고했지?’

엘레나는차에서내리는아서를쳐다보았다.얼굴은흉터가가득했고,덩치는곰과친구를먹고어깨를나란히할정도였다.목소리도완전히묵직한저음이었다.

그런데그녀라니.

‘역시잘못말씀하신건가?’

뭐,그러거나말거나다.

엘레나는아서가조심히고양이가들어있는새장을들고,차문을닫는것을보았다.

아직도풀리지않은분노를가진채로.

***

학원도시‘성역’의리트리스사거리.

2층으로된카페‘다비도브’는바다와같은상큼한블루레모네이드와바닷물고기가있는커다란수족관으로유명했다.

새하얀건물간판에는하늘을나는갈매기떼가그려져있었다.그리고수족관에있는물고기들은실제로바다에서잡아왔다고하였으니,손님들은점장의바다에대한애착을느낄수있었다.

성역에서바다로이동하려면최소4시간이상이걸렸다.여유가나지않는학생들이바다를보러가기에는부담스러울정도의거리였다.

여름의무더위를날려버리는데는바다를즐기는것만한게없는데,다비도브가생긴이후로는바다에가지못하더라도상쾌한기분을조금이나마즐길수있게되었다고학생들이말했다.

여기서일하는남학생,한스또한마찬가지였다.

그는어렸을때부터바다에서자랐을뿐만아니라,바다가너무좋아서아침마다바다에서잠수를하고있을정도였다.

해상헌터가되기를희망했던그는,자신이다니는학원에서운영하는수영장에만족하지못하던차였다.훈련만을위해만들어진시설은너무삭막했으니까.

하지만다비도브에서알바를한이후,자신과같은처지인물고기들에게밥을주기도하고같이수영도할수있었으니,향수병이조금이나마나아진듯한느낌을받았다.

그리고현재2월말.

아르바이트를하던한스는오늘도물고기들에게밥을주고있었다.어느때와같이뻐끔뻐끔거리면서자유롭게헤엄치는물고기들을보고만족하고있었을터였는데.

“없다는말씀이십니까?”

“네.그···단체주문이들어와서···요.저,정말죄송합니다!”

카운터를보던여후배의덜덜떨리는목소리가들렸다.한스는곧바로고개를돌려그곳을바라보았다.

“흠···스승님,어떻게하시겠습니까?”

캬아!

“없다고말하지않습니까.다른가게를가든지다른케이크를주문하든지결정해주세요.”

덩치큰사내의말에카운터위에서요란을피우던고양이가,갑자기주인의굵은팔에무차별펀치를날리기시작했다.

한스는무엇인가떠오를것같아잠깐인상을찡그렸다.

새장을들고다니는덩치손님과검은고양이.분명과거에도본것같은데.몇년전이었더라···.

한스는기억을되짚었다.

‘아,그래.3년전쯤이었던가···?’

힘을키우기위해눈코뜰새도없이바빴던중등부때와다르게,어느정도여유가생겨향수병이도지며,다비도브에서아르바이트로일하기시작했을때였다.

예전에도분명덩치큰손님이딸기요구르트케이크를시켰다가매진되었던기억.옆에있던고양이가굉장히화났다는듯이날뛰어서기억에크게남았었다.

그리고무려고양이가허공에손을마구흔들었더니,폴터가이스트현상이일어났었다.저고양이는영물인걸까?

그때는저손님이손해배상을해서겨우마무리되었었는데,과거와달라진게있다면고양이가예전에보았을때보다훨씬뚱뚱해졌다는거정도였다.

임신이라도한건가···.

찌릿.

고양이가생각을읽었다는듯이갑자기이쪽에눈을마주쳐왔다.그리고위협하듯낮게그르렁거렸다.

“...”

여하튼정확한그들의사정은모르겠지만,3년동안고양이와대화하는컨셉을유지하다니,한스는아서를꽤나별나면서도대단한사람이라고생각했다.

고양이의주인은카운터에있어봤자원하는것을얻을수없다고판단하자,카운터에서떨어지려고하지않는고양이를강제로들어올렸다.그리고비어있는테이블로가서앉았다.

결국케이크는따로주문하지않았다.홍차한잔과블루레모네이드한잔을시켰을뿐.

한스는이대로가다가그들이또딸기요구르트케이크를먹지도못하고도시를떠날것만같았다.그에곰곰이생각하다가발걸음을옮겼다.

‘저번에왔을때는어려서누구에게부탁할형편은되지않았지만···.’

“돌로레스.”

“네~.”

이대로가다가그들이또학원도시에서좋지않은추억이생길터,주방쪽으로걸어가친한후배를불렀다.

메인파티시에는새벽에일어나지금까지디저트를만드느라쉴시간이었다.하지만수습으로온후배는아직쌩쌩해보였다.

“돌로레스.혹시괜찮다면지금딸기요구르트케이크를하나만들어줄수있을까?”

"제,제가요?!"

"응,힘들면어쩔수없고."

갑작스러운한스의말에돌로레스가살짝눈빛을빛냈다.하지만이내무엇인가깨달은듯곤란하다는듯이입을열었다.

“하지만선배님···.제가잘할수있을까요?”

불안함에차있는말.한스는살짝고개를끄덕이며말했다.

“네가열심히연습해왔던사실은모두가다알고있어.저번에로웬도칭찬하더라.”

“지,진짜요?계속굼뜨다고꾸지람만늘어놓으셨는데···.”

“행동이느린건초보자니까어쩔수없지.그래도네가만든케이크가맛없다고는안했잖아.”

“네?!”

한스는돌로레스의말에무덤덤하게대답했다.그것을본돌로레스는의욕이걱정을이기기시작했다.그녀가보았던한스는거짓말을할사람이아니었기때문이다.

“그,그럼.저해볼게요!저번에사비로3번정도만들어봤으니레시피는알고있거든요!!”

대답을한돌로레스는곧바로몸을돌려후다닥냉장창고로들어갔다.한스는그녀가사라지는것을차분히바라본후홀로돌아갔다.

잔뜩화가나보이는고양이와그고양이를달래주는덩치큰사내.왼손으로는고양이를쓰다듬고,오른손으로는홍차를마시고있었다.

살짝오지랖일수있었다.

왜처음부터말하지않았냐고성질을낼수도있었다.하지만한스는숨을살짝들이쉬고말을내뱉었다.

“손님.괜찮으시다면15분정도기다려주실수수있으십니까?파티시에에게추가요청을넣었더니가능하다고답했습니다.”

한스는그가어떤반응을하든지대처할수있게자세를잡았다.그러나예상과는다르게덩치큰사내는겸손하게대답했다.

"아,감사합니다.3년전에못먹고가서굉장히아쉬웠었는데.정말감사합니다."

그리고어설프지만상냥한웃음을지어보였다.

한스는그의웃음에두려움을느낀나머지흠칫했다.그래도그게호의라는것을아는한스또한웃음으로보답했다.

인상으로보았을때,분명성격도험악하리라생각했었는데.역시사람은겉모습으로판단해서는안된다는생각이들었다.

갸르릉.

착각이겠지만옆에있는고양이까지행복하다는듯이웃음을짓는것처럼보였다.

"혹시더필요하신것은있으신가요?"

"음.그럼방금주문했던홍차를한잔을더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잠시만기다려주세요.”

한스는대답을듣고몸을돌렸다.누군가의오랜아쉬움을채워주었다는충족감을얻으면서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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