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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제자-4화 (4/154)

〈 4화 〉 3화 ­ 커피의 첫 맛은 언제나 쓰게 느껴졌다. (3)

* * *

새하얀구름이떠다니고햇빛은쨍쨍하다.

앞사거리서는아이들이웃음꽃을피며뛰어놀고있었는데걱정이나근심따위는없어보였다.

아아­이보다더좋은날씨가있을까.

“엘레나양.거기서뭐하세요···?”

“이사장님···!”

엘레나가인생은무엇인가생각하며하늘을쳐다보고있을때,이사장이다가와서그녀에게말을걸었다.

엘레나는기다리고있던구세주가등장하자,반즈음울먹이며,이사장을쳐다보았다.

“그,그게...”

“말씀하지않으셔도괜찮습니다.대충예상이가니까요.”

이사장은이해한다는듯이웃음을지어보였고,엘레나도마주보고헤헤거리며어설프게웃었다.

이사장의외견은스무살중반정도로훤칠한미남이었다.하지만무려백작작위까지있는마족.나이는꽤나많을것이다.

그는가슴에프릴이달린셔츠와검은색정장바지를입었는데,장미꽃을물고탭댄스를추면진짜잘어울릴것이다.

우스꽝스러워보이는게아니라진짜로.

금발을찬란하게흔들며붉은눈으로윙크를하면넘어오지않는여자가있을까?

“어디까지보였습니까?”

이사장은자신의모자를고쳐잡으며엘레나에게질문했다.

“굉장히많은마력을숨기는것과동시에악의나증오,분노같은감정들또한참고있는것으로보였습니다.”

“변함없네요.옆에있던고양이는요?”

“고양이요···?”

“네.Cat이요.”

이사장은엘레나를향해뒤돌면서빙그레웃음을지어보였다.

‘고양이는···.’

하지만엘레나는아무리인상을찡그리며기억을더듬어보아도고양이에대해서는특별한게떠오르지는않았다.

자신이보기에는그냥고양이일뿐이있으니까.

“···잘모르겠습니다.죄송합니다.”

엘레나는자신감이없는목소리로대답했다.

그녀는자신이고용된이유가눈때문이라는사실을잘알았기때문이다.

판별의눈.

삼라만상을조금이나마읽어낼수있는그녀의눈은,힘을제한하고있는이사장을대신해여러현상이나생명을봐야했기에채용되었다.

그런데만약···.

그눈으로볼수없는것이있다고하면바로잘리는게아닐까?

불안이엘레나의마음속에찾아왔다.

이사장이바로말을이었다.

“역시그런가요.”

이사장은별로신경쓰지않는다는듯어깨를으쓱이며,다시가게쪽으로걸어가다입을열었다.

“아,맞다!이번에딸기요거트케이크를잔뜩샀는데조금드셔주시겠어요?”

“네?”

이사장은갑자기딸기요거트케이크를언급했다.

‘딸기요거트케이크요?’라고엘레나가질문하려고생각했을때는이미먼저가게안으로들어가버렸다.

딸그랑.

촵촵.

“스승님.그렇게급하게먹으면저번처럼체할겁니다.조금천천히드세요.”

촵촵.

“하아···.천천히드시지않아도되니까.레몬에이드를마시면서드세요.”

가게안으로들어오면서그들의눈에보인것은,케이크에얼굴을처박고있는고양이프리실라와말을걸고있는덩치큰사내아서였다.

‘고양이가케이크를먹어도되는건가?’

그런생각이엘레나의머릿속을가득채웠지만,더신기한것은둘다카페의문이열리며종소리가들렸음에도눈길한 번주지도않는다는것이었다.

마치세상에자신들만있는것마냥.

“저,저기아서씨···?”

이사장은방긋방긋웃으면서처다만보고있었기에엘레나는먼저다가가다급하게말을걸었다.

그제서야아서는고개를들어둘을바라본다.

곧이어아서는홍차로살짝목을축인다음인사하려고일어섰다.하지만프리실라는여전히얼굴을처박고케이크를먹는데집중할뿐이었다.

“...”

이런일은흔한일이었다.

아서는별말없이이사장에게먼저말을걸었다.

“오랜만입니다.이사장님.잘지내셨습니까.”

“네,3년만이군요?그때와는또다른사람처럼바뀌었네요.성장기소년과같이빠르게변화하니보기좋습니다.깜짝놀라다름사람인줄알았습니다.뭐,인터넷에서소식은가끔들리지만,현실에서만나는거랑은다른일이니까요.”

이사장은손을내밀어악수를청했고아서는담담히손을마주잡았다.

“그리고미스프리실라?당신이너무좋아하는제가왔는데얼굴좀돌려주시면안될까요?”

촵촵.

“3년만이지요?저를보고싶지않으셨나요?”

촵촵.

“프리실라는여전하네요.변함없는그모습.매력적이어서보기좋지만말이에요.하하.”

이사장은무안 함을감추기위해서일까.말을속사포처럼내뱉은다음자연스럽게건너편에앉았다.

아서또한별로신경쓰지않고같이맞은편에앉았는데···.

“...”

“...”

“...”

촵촵.

그이후로서로아무도말을하지않았다.

엘레나는이사장님이누군가와대화할때녹취록을남기기위해녹음기를켰는데,아무도입을열지않는경우는처음보았다.

‘뭐야이거.무서워···.’

분위기가차갑거나딱히팽팽한긴장감이겉도는것은아니었다.

이사장님은어느때보다기분이좋은듯방긋방긋웃고계셨고,아서씨는여전히분노상태였지만그것을드러내지않았으니까.

‘잠시만!왜아직도화나있는건데!!’

저프리실라라는고양이는전생에돼지였던것일까아니면 며칠 동안굶겨놓은것일까?

케이크를먹기만할뿐다른반응은일절하지않았다.

‘그런데진짜저렇게많이먹어도탈안나는것맞지···?’

엘레나는핸드폰을꺼내서‘고양이가케이크를먹어도괜찮은가요?’라고검색해보고싶었다.

하지만지금이상황에서자신이조금만움직이더라도모두의이목이쏠릴것이다.

‘제발아무나움직여줘!!’

결국그녀의바람은이루어지지않았다.

고양이한마리가케이크를다먹어치울때까지.

냐­아

프리실라는만족했다는표정을지으며기지개를쭉폈다.옆에있던아서는기다렸다는듯이조용히손수건을꺼내얼굴에덕지덕지묻어있던크림을닦아주었다.

“프리실라.간식은맛있게즐겼나요?”

그제서야이사장도슬슬말해도괜찮은타이밍인가싶어입을열었다.프리실라는아서와대화할때처럼냐옹하고울음소리를내었다.

“아서군.미스프리실라가어떠한말을했는지번역해주실수있으신가요?”

이사장은잔잔한웃음과함께정중한목소리로아서에게도움을요청했다.프리실라의말은번역마법같은걸로는번역되지않기때문이다.

“그냥고양이울음소리입니다.이사장님.”

“···푸훕.”

예상치못한아서의답변에.

이사장의눈썹이살짝꿈틀거렸다.엘레나는그모습에커다랗게웃음을터트릴뻔했지만,다행히입가를손으로막았는데···.

“푸..푸흡...크킄...”

“...”

그것만으로는역부족이었나보다.

비웃으려는것은아닌데,웃음이멈추질않는엘레나는곤혹스러웠다.

프리실라는그러거나말거나앞발을들어자신의볼을비비적거렸고아서는조용히홍차에손을올렸다.

“흠흠.뭐어쨌거나미스프리실라.오늘있을강의잘부탁드립니다.부담스럽지않게얌전한학생들로자리를채웠으니,큰문제는일어나지않을겁니다.”

냐옹

“알겠다고하십니다.”

“그런데프리실라.저도강의를같이들어도괜찮겠습니까?저도당신에게질문하고싶은게꽤많습니다.”

냐옹

“안된다고하십니다.”

“그러지말고프리실라.제가이렇게까지부탁하는데진짜안되겠습니까?”

이사장은말하는것과동시에의자에서일어나식탁위에있던프리실라에게손을뻗었다.

마치만지려는것처럼말이다.

빡!!

“크학!”

“이사장님!!”

“아.”

아서의입에서짧은탄식이흘러나왔다.

프리실라의발바닥 싸대기를맞은이사장은거품을물고바닥에쓰러졌고,엘레나는급하게병원에연락했다.

그리고프리실라는흥!하며콧방귀를뀌었다.

***

비상사태다.

아니.

딱히비상사태도아닌가?

스승님과같이있으면돌발상황같은건수시로일어났으니말이다.

스승님이누군가가건드는것을싫어하는건맞지만,이렇게까지강력하게대처하는경우는굉장히드물었다.

적당히상대에따라조절하는데···.

이사장님은봐주지않아도되는케이스였던걸까.

이사장님이응급실로실려가는것을본다음,스승님과나는엘레나양의안내를받으며강의실로이동했다.

스승님은내가들고있는새장속에서새근새근잠이들어있었지만,강의는스스로받아들인일인만큼단상에올려놓으면알아서일어나강의를시작하실것이다.

아,물론강의를한다고해서스승님이입을여는경우는없었다.

보통분필에다가마법을걸어자신의생각을쭉적고나가는일이다반사였다.방석위에나지막이누워서말이다.

이번에도그러시겠지.

강의실로들어갔더니마법사가되기를희망하는학생들이열몇명이보이기시작했다.

“아니,그래서내가그때파이어볼을날리니까오줌을질질싸더라니까?”

“푸하하!”

“윽,드러워서진짜.”

드르륵

“...”

“...”

“...”

분명 내가 교실밖에있을때만해도왁자지껄떠들고있었었으면서,내 얼굴을 보자 모두입을다물어버렸다.

‘···역시흉터는좀가리고올걸그랬나.’

아마도학원도시에오기전에있었던사건의흔적때문인듯싶었다.

원래듬직한동네형님같은이미지를추구하는데말이다.

‘강의시간까지10분인가···.’

얼마남지않았다.

내가하는강의는아니었지만,지금있는학생들만보더라도꽤나수준이높아보였기에나까지긴장되었다.

내얼굴때문에스승님의수업에집중못하는학생이있으면안 되는데···.

그때.

“어흠,거이사장님께서인정한마법사가왔다는데대체누가···.”

“이양반아···,좀비켜보게.앞길을막고뭐하는겐가···.”

방금들어온사람들하고눈이마주 쳤다.

“...”

“...”

“...”

우리세 명은서로의얼굴만보고그대로굳어버렸다.

그들이나의어디를보고굳어버렸는지는모르겠지만,나는그들의얼굴을알기에굳어버렸다.

한분은식량생산문제에크게기여한마법사였고,한분은로이랜드시가망하기전부터티비에자주나와서활약하던마법사였다.

‘왜교수분들이갑자기자리에앉기시작하는거지?분명강의라고···.’

그들은나에게딱히말을걸지않고험험하면서목을가다듬은다음,경건한마음을가진신자처럼자리에앉았다.

그들뿐만이아니었다.

다들티비에서한두번출현했던마법사는물론,한계통의거장들까지와서자리에앉았다.

신성마법사대표라면서학원도시를담당하는주교님께서도오셨고,드래곤도한명보인다.

특이한것은교실로들어오기전에는오랜만에만난마법사지인들하고서로대화를나눴으면서,교실로들어오고나서는약속이나한듯다조용해지는것이었다.

“...”

정신이어지러웠다.

내가강의하는입장이라면,말하는도중에‘그마법을발표한게저입니다만~’으로시작하는질문들에의해무자비하게폭행당할것같았다.

상상만해도등골이서늘하고몸이오싹오싹하다.

‘부담스럽지않게얌전한학생들로자리를채웠으니,큰문제는일어나지않을겁니다.’

대체뭐가부담스럽지않은얌전한학생들이라는건지···.

애초에학생도아니잖아.

“후우···.”

하지만괜찮다.

강의하는건내가아니니까.

무슨강의를해야하는지도,어떤질문을답변할지도이미스승님의머릿속에다있을것이다.나는그냥뒷짐지고서있으면될뿐이다.

그렇게시간이정각을알렸고,모두가나에게시선이꽂았다.

나는그들의시선을받으며스승님이분필을움직이실때까지가만히뒷짐지고서 있었다.

그렇게5분즈음지나서.

“스승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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