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5화 커피의 첫 맛은 언제나 쓰게 느껴졌다. (5)
* * *
이사장님이오는것과동시에나는스승님을데리고교실을나왔다.수습은이사장님이하실테니까말이다.
애초에이사장님은처음부터이렇게될것이라는것을알고있지않았을까?항상웃고있는것과는다르게꽤나머리좋으시고속은새까만사람이니까말이다.
건물밖으로나오자마자이제봄이온다는것을알리는듯,파릇파릇한새싹들이눈에들어오기시작했다.
수많은사람들이있는곳에서나오니,들이마시는공기의맛도더시원하게느껴졌다.
스승님은누워만있었던게뻐근하셨던듯,앞장서서걸으며밥이나먹으러가자고말씀하셨다.
그녀를따라주변을둘러보니,3년전의일이떠오른다.
그때의스승님은시간강사로서정령생태학에관해강의하셨다.물론종강때까지꾸준히출석하지는않으셨고,기분내키실때만나갔지만말이다.
식당에도착하여주문하고앉아있으니스승님이무엇인가보시고계셨다.게시판인가.
[특별강의!이사장님께서인정한마법사가왔다!]
일시:2월23일(월)11:00시작
장소:루미너스관3층대강의실
대상:마법에관심이있는모든사람.
(상급학교이상)
문의:이사장비서실(0122114523391)
내용:질문과답변위주로진행예정
“...”
스승님은이럴줄알았다는듯이인상을찡그리셨다.그녀가많은사람과대화하는것을굉장히싫어하는것은이사장님도알고있으셨기때문에.
하물며질문과답변이라니.고양이에게는너무나도가혹한일이었다.
하지만스승님.
스승님은이번에아무것도안하셨으니,딱히더화낼이유도없지않습니까?
라는말을입에담고싶었지만,나는애써입을열지않았다.
무엇보다저홍보용지에서가장중요한부분은
‘이사장님이인정한마법사’.
이부분이꽤나중요했다.
이사장님은백작작위를가진마족이었다.
다양한마법사를봐온것은물론,그가마법관련교수를심사할때기준높은거는다들알고있었다.
그런사람이인정한마법사?
평범할리가없다.
실제로스승님을보아라.
세상모두가로이랜드시의사건을알고있는데,그녀가그사건의당사자라고한다면누가무시할수있을까.
결국거기모여있던사람들이무엇을묻고싶어왔든간에,그것들은이루어지지않았다.
내가개판으로만들어버렸으니까.
냐옹.
“스승님···.”
내가물을한컵마신다음입을다물고있으니,스승님이별로신경쓰지말라는듯이울음소리를내었다.
“저,저기···손님?”
그때,웨이터로일하고있는학생이말을걸었다.몸을살짝떨고있는채로말이다.그는내가고개를돌리자곧바로침을삼킨다음말을이었다.
“고양이는그···식탁아래로내려놓아주시겠어요···?”
아.
아직인식저해마법을사용하지않은건가.
“죄송합니다.주의하도록하죠.”
아침에있던일에정신이팔려실수를하다니.
반성해야겠다.
나는웨이터에게미안하다는듯이웃어보였고,웨이터는답을듣자마자쏜살같이도망치듯사라졌다.
스승님은과거의일따위신경쓰지않는다는듯이,벌써웨이터가가져온포테이토샐러드를고개를처박고계셨다.
촵촵.
“스승님···.역시식사매너를배우시는게좋을것같습니다.”
나의말에스승님은고개를살짝들고눈을치켜뜨더니,언제나하시던말씀을반복하셨다.
매너란‘매’번‘너’만귀찮은행동이라고말이다.
“흠···.”
그후에는별일없었다.
오랜만에들린곳이니같이산책하자고말씀하시는스승님을따라이곳저곳돌아다녔을뿐이니까.
그녀는무엇인가떠올리는듯별말없이몸을움직였고,나또한입을다물고그녀의옆에서걸었다.
그렇게밤이되고,어느때처럼스승님의털을정리한다음같이잠들었다.
가끔다음목적지는어디일까생각하기도했지만,별로의미는없었다.대부분은그녀의변덕에따라정해지기때문에.
***
구름한점없는맑은밤하늘에보름달혼자서세상을비추고있었다.
달빛은장소를가리지않고이곳저곳을밝게비쳐주었으며,아서가자고있는객실에도바람과함께흘러들어왔다.
양쪽으로펼쳐져있는커튼이살랑살랑흔들리는것과동시에,은은하게흘러내리는달빛이침대에걸터앉은여성의머리카락부터누워있는아서의얼굴까지비쳐주었다.
그어스름한달빛은그녀의검은머리카락을더욱윤기나게보이게하기도,누워있는아서의얼굴을뚜렷하게보여주기에도충분했다.
검은머리의여성은손을뻗어아서의머리카락을몇번쓸어넘겼다.
그후머리카락은만족했는지가느다란손가락을눈밑에올렸다.그리고점차물이흐르는것과같이코와뺨그리고목과어깨를지나가슴까지순서대로손가락을이동시켰다.
그행위는아서를굉장히아끼는듯이보였지만,조금야릇해보이기도했다.
몇분이지났을까.
그녀는다양한방식으로아서의몸을만진다음에야만족스러운듯입가에요염한미소를띄웠다.
하지만그녀의눈은기뻐보이기만은하지않았다.
애처로운것을보는듯한눈빛을띄고있었으니까.
그러던그녀가갑자기표정을지우고고개를획돌렸다.
“그아이가그렇게사랑스러우신가요?”
아무것도없던어둠속에서번쩍이는붉은색안광이드러났다.
몇번의구두발걸음소리와함께안광의주인은어둠속에서걸어나왔는데,그는프릴셔츠를입고찬란한금발을가진이사장이였다.
그녀는이사장과눈이마주치자마자못볼것을봤다는듯이인상을확찡그렸다.
그리고곧바로침대위에서일어나하이힐을두번바닥에딱딱부딪혔다.
순식간에호텔의옥상으로이동된이사장과그녀.
이사장은예상을했었다는듯놀라지않고웃으며먼저입을열었다.
“오랜만이네요.그모습.”
이사장은검은머리의그녀를슥훑어보았다.
보기만해도새하얗고부드러운살결이느껴지는피부.몸의굴곡과얇은다리가드러나있는검은이브닝드레스덕분에그녀의모습은더자극적으로느껴졌다.
검은머리카락은비단결처럼흘러내려와쇄골에닿아있었고,호박색눈동자는어둠에의해서도빛을잃지않고있었다.
“내가도와준만큼갚을차례야.”
그녀는이사장의말에답변하지않고날카로운목소리로말했다.답할가치도없다는듯이.
“그렇게걱정되시면떠나시지않아도괜찮지않습니까?”
“기억해.이건갚아야할것의일부라는 걸.”
그녀는이번에도이사장의말에대답하지도않고,이사장옆을지나치며떠날준비를했다.
“그의상태가더호전될수있도록몇가지더얘기해주실수없는것입니까?”
그때.
아무미련도없어보이던발걸음소리가멈췄다.
아서에대한걱정이그녀를멈춰 세운것이다.
검은머리의여성은두주먹을움켜쥐었다편다음인상을쓰고고개를돌렸다.
“너는말이너무많아.”
“네,알고있습니다.”
“대부분쓸모없는내용이고.”
“세상에서로필요한얘기만할필요있을까요?삭막한세상에.”
딱!
“읍!!읍!!”
그녀의핑거스냅에의해서이사장의입에검은색그림자가물려졌다.범죄자가혀를못깨물게수건을입에두르듯이말이다.
이사장은한동안입에물린그림자를풀수없게된것을깨닫고잠자코있게되었을때,그녀는입을열어자신이하고싶은말만하기시작했다.
***
“스승님?”
일어나자마자알았다.
스승님이안계시다는것을말이다.
“...”
기척이느껴지지않는다.
잠시어디나가신건가?
나는그대로침대에서나와땅바닥을밟았다.
꽈당.
“큭...”
뭐지?
평소와같이움직여지지않다니몸이이상하다.
무엇보다성인이되고나서도넘어지다니.
“뭐야.”
몸을일으켜옆을돌려보았더니거울에비친내모습이들어왔다.
그래,분명히내모습이었다.
정확히는10년전의내모습이었지만말이다
자랑스럽게여기던근육은다사라져있고영양실조에걸린것마냥비쩍마른말라깽이기보인다.
조금충격적이었다.
아니,진심으로충격적인마음이들었다.
손에있던감정제어용반지들도다사라졌으니까.
나는급하게주머니에손을넣어서동전을꺼냈다.
그리고마력을불어넣어···.
불어넣어서···.
불어넣어서!!
“...”
동전에마력이불어넣어지지않는다.
마력이없는것은아니었다.무엇에의해내마력대부분이사라진지는몰라도조금,아주조금은남아있었으니까.
“윽···우욱···.”
피가역류하는것 만 같다.불안함에입술이바짝바짝타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감정제어반지가없어서감정이 제어 되지않는다.
내심장에서쿵쾅거리는소리가방전체에울려퍼지는것같고눈이점차흐려졌다또렷해졌다.
기억또한온전하지않았다.
아니,일부로내기억을잠가놓은것같았다.
기억을계속떠올리려고할때마다, 자물쇠로잠긴문을두들기는 느낌이다.
과거에는머릿속에서직접영사기를재생시키듯기억이떠올랐는데,지금은잊어버렸다는사실을알고있음에도떠올라지지않는다.
이정도로기억을조정하면보통며칠동안두통에시달리다정신이붕괴되기마련인데,내가조금이나마멀쩡한것을보면이일은스승님께서오랫동안계획하신것이분명했다.
하지만무엇보다불안했던것은스승님의쪽지나흔적이아무것도남아있지않았다는것이다.
보통이러한시련을주실때에는몇말씀하고가시거나,쪽지를남겨주셨는데말이다.
“후우···후우···.”
몇번의심호흡끝에점차안정이돌아왔다.
마음속이공허해지고판단마법까지사용하지못해온갖불안이다가왔지만,증오나분노심은느껴지지않았다.반지가없었음에도말이다.
그렇다면머릿속에잠겨져있는기억들은증오나분노같은부정적인감정이떠오를정도로좋지않은기억들이라는말인가.
쿵쿵쿵
갑자기밖에서호텔문을두들기는소리가들렸다.
“아서씨일어나셨나요?이사장님께서모셔오라고하셔서요!!”
이사장님의비서의목소리다.
그녀는내가이런몸이된사실을알까?
아니,걱정할필요는없었다.그녀의눈이특별하다는사실은알고있었으니까.
“금방나가겠습니다!”
목소리가이상했다.
아니,이상하다기보다너무오랜만에들어보는내목소리였다.
이사장님의비서또한내목소리를듣고무엇인가이상한것을눈치챈듯,더쿵쿵거리거나소리치지않고침묵했다.
일단그녀가부르니급하게옷을입으려했지만,지금의내몸에맞는옷은가지고있지않았다.결국급하게바지를끝까지올리고벨트를꽉매며,밑단을접어올렸다.
슈트를입어봤자몸에맞지도않을게분명하기에,셔츠를입은채로로브를위에입었다.
그리고옷을입을때마다내비참한몸뚱이에짜증과한숨이나왔다.
그렇게밖으로나가려고했을때.
“...”
문앞에아까까지끓고있었던것같은김이모락모락나는커피가있었다.
나는앞으로다가가고나서야커피잔아래에작은메모가남겨져있는것을발견했다.
역시스승님의쪽지인것인가.
조심스럽게오른손으로커피잔을잡아올리니,적혀있는글자가눈에들어왔다.
[사랑하는제자아서에게]
메모에는이한마디밖에적혀있지않았다.
아름다운필기체로말이다.
“스승님···.”
스승님이떠난방안의공기는너무나도차갑게느껴졌다.
갑작스러운추위에어디로가야할지방황할것만같았다.
하지만그녀가타준커피는따듯하게내몸을감싸안아주었다.
조금씁쓸하게느껴지기는했지만말이다.
이야기의시작을알리듯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