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 8화 전통방식 던전 탐사 동아리 (3)
* * *
에메랄드같이반짝이는해안을지나,점차청량한파란색으로변하는바다가보인다.
파도의물결이암초에부딪히고,갈매기들이사랑을나누니,도시국가렐튼에다왔다는것이느껴졌다.
창문을내리니바다내음이물씬풍겨져나온탓에네네는봄소풍을미리온것같은기분도 들었다.
뒤에아서만없었으면말이다.
“오빠,계속핸드폰만보고있으면눈아프지않아?”
“네.”
아서는눈길도돌리지않고 짧게대답했다. 마치 방해하지말라는듯이.
“나랑얘기하자!그게더재밌을거야···아마도···.”
네네는말하는도중사이드미러로핸드폰에푹빠져있는아서를보고점차자신감이떨어졌다.
아까까지는파이프를유심히바라보더니,지금은핸드폰을집중해서바라보고있다.무슨집중하지않으면죽는병이라도걸린것일까?
“저에게말씀하시고싶으신게있으시면하셔도좋습니다.대답해드릴수있는것은해드릴테니.”
“···정말?”
지금까지차가운모습만보여주던아서의대답은뜻밖이었다.네네는그대답에입가가올라갔다.
아서는한눈에봐도평범해보이지않았기에, 별거아닌 대답을 해도분명재미날 것 같았다.
“그럼그럼,오빠는몇살이야?”
“아마도20후반입니다.”
“에···처음부터거짓말하는거야?”
누가봐도10대후반의얼굴을하고있으면서뻔뻔하지않은가.
물론마족인이사장님과연관이있으니,같은마족일가능성도있기는했다.
하지만대체어떤마족이학원도시를무단탈주한학생을붙잡겠다고움직일까.
네네는짧게한숨을내쉬었다.
아직까지는예상했던일이었으니까.그녀는곧바로다음질문을이어갔다.
“그럼···이사장님과의어떤관계야?”
아서는이번에도눈길한번주지않고입만움직여대답했다.
“친구입니다.”
“진짜!제대로대답해줄거아니면질문받지를말라고!!”
네네는성이났다는듯크게소리치며볼을부풀렸다.하지만곧무엇인가꼬투리를잡았다는듯이킥킥웃기시작하는데···.
“오빠···방금말한이사장님의친구라는거이사장님에게말해도돼?차안에는무려녹음기까지달려있다고···?”
네네는듣는사람이은근히짜증이날것같은말투로아서를찔러보았다.하지만네네의예상과는달리아서는이번에도별다른반응을보이지않았다.
“네.말씀하셔도됩니다.”
“······못됐어.”
제대로된대답을안해줄거면,재미난반응이라도보여주어야하는거아닌가.
네네는아무리대화로아서를긁어봤자놀릴수없을것이라판단해입을다물었다.
***
도시국가렐튼,오후2시.
헌터협회근처멜리치사거리.
새하얀방탄세단한대가신호등에멈춰서있었다.
누가봐도높으신분이타있을것같은특이한차량에,사람들은신기하다는듯이그차를쳐다보았다.
거기다가학원도시의학생의회마크까지박혀있으니,마크를아는사람들은학원도시에서대체누가왔을까하는기대감까지가지게 되었다.
아서는선팅되어있는창문밖을바라보았다.그리고사람들의관심에인상을찡그렸다.
별대단한일하러가는것도아닌데,왜방탄세단을대여해 주었을까.
아서는곧바로파이프에불을붙이고싶었지만,애들도있고차량도더럽혀질까봐방탄세단을내어준이사장을욕하는것으로그만두었다.
피네는핸들을돌려헌터협회건물의지하주차장에다가차를주차했다.그것도VIP지하주차장에말이다.
헌터협회건물의VIP주차장은당연히높으신분만주차할수있었는데,방탄세단과피네의학생증을본검사관은바로통과시켜주었다.
“오빠, 바로 그 녀석들 잡으러갈거야?”
네네의질문에아서는고개를저으며말했다.
“그럴필요없습니다.어차피이근처에서서성이고있으니까요.”
“아까부터이상해서묻고싶었던건데···대체위치를어떻게알고우리에게계속말해주는거야?”
아서는대답하지않고말없이차에서내렸다.그녀들에게대답할수있는일이아니었기때문이다.
하지만네네는그가대답하지않는이유에대해몰랐으니,그냥싸가지없어보일뿐이었다.
네네는어이가없다는듯이입을벌렸고,피네는어깨를으쓱였다.
***
아서는학원도시에서핸드폰을사자마자,바로디텍토맨서(Detectomancer)에게의뢰를넣었다.
그들은CCTV에한번잡힌사람을지금어디의CCTV에잡혀있는지를찾아주기도하고,위치추적장치를심어둔것마냥대상의위치를핸드폰에그대로띄워주기도하는가상세계의탐색마법사였다.
의뢰하는데싼편이 아니기는하지만,직접탐색하기도귀찮을뿐더러,처음사귄친구의부탁인 만큼 일처리는깔끔하게 하고 싶었다.
아서는쌍둥이와협회근처의식당에서느긋하게 바다를보면서, 빠에야와카르토치오등해산물위주로식사를한이후계산했다.
이런자잘한경비는이사장이계산해줄것이기때문에신경도쓰지않았다.
하지만그것을모르는쌍둥이는카페에서비싼디저트까지사주는아서를보고,조금다르게생각했다.
달달한케이크가만들어 내는 환상처럼, 아서는사실괜찮은사람이아닐까생각이드는것이었다.
디저트의힘은역시대단했다.
그녀들은무알코올모히또까지마신다음에야진짜로여행온듯행복한표정을지었고,아서는담배한모금을빨아들이며얼마전에신문에서본내용을머릿속에떠올렸다.
그사건은 지금 있는 렐튼시에서일어난 실종사건이었다.
렐튼시근처검은수정던전에들어간6명의헌터들과의뢰인이,던전에서나오지않고사라진것이다.
하지만얼마지나지않아의뢰인을따라간헌터들은모두죽은채로발견되었다.아니,정확히는몸뚱어리는보이지않고목만 던전밖에서발견되었다고 한다.
이일이발생함에따라실종된의뢰인의신변조사가들어갔다.하지만별로특이한점은없었다고한다.오랫동안렐튼시에있었던마법부여가이자,액세서리장인이었다고 말이다.
기이하게도이일은여기서끝나지않았다.
사라진의뢰인을찾아내고상황을알아보기위해들어간C급베테랑파티또한실종된것이다.
사태가점차심각해지자,이일을두고볼수없는시장은긴급토벌요청을내렸다.
정작본인은A급헌터의호위를받으며시에있지도않았으면서.
렐튼시의A급헌터는2명밖에없었기에,남아있는A급헌터는도시에무슨일이생길까봐당연히나갈수없는상황이었다.
결국주력으로구성된것은B급헌터세 명과그들의파티.그리고추가로지원자들의모집중이었다.
아마도학원도시를뛰쳐나간학생들은여기에지원할것이다.세간의관심이여기에집중되어있으니까.
렐튼시의검은수정던전은난이도도높지않고,생태계상황도나쁘지않았다.
하지만 이변이생겨서 굉장히위험한것은누가봐도확실했고,어떠한상황이었는지 확인하는 것을 넘어 문제까지해결하면커다란보상은물론사람들의관심까지따라오겠지.
뭐, 대충어떠한일이발생했는지예상은 간다.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건 이임무모집은곧마감되고얼마 안 있으면그들이나타날 것이라는 점이었다.
"..."
아니.
생각하자마자바로나타났다.
핸드폰을놓고잠시잡생각을하고있었더니,탈주한학생들이협회에모습을들어낸것이다.
그것을본네네는곧바로입을열었다.
“오빠!지금싹다잡아버리자.”
“난동을피우자는말씀이십니까?”
네네는해맑게웃으며대답했다.
“응!”
아서는그녀의반응에혀를차고대답했다.
“여기서발생하는일의책임은누가지는겁니까?”
“당연히오빠지!”
“그럼 좀 조용히해주시길바랍니다.”
아서는그렇게말하고탈주한학생들의목소리가들릴정도로만다가갔다.이사장님에게받은정보와그들을대조해보면서말이다.
커다란로브를입고자신의몸과크기가비슷한스태프를들고있는하플링소녀.
눈매가살짝날카롭고냉철해보이지만,실제로는꽤나감정적으로보이는어려보이는엘프.
단검을차고날렵해보이면서도감이좋아 보이는늑대수인.
팀의두뇌를맡고있는것같은냉철해보이는사제하고리더로보이는붉은머리소녀까지.
옛날동화에서만볼것같은
전사,마법사,도적,사제,궁수조합.
‘말그대로전통방식이네.’
아서는그들의대화를들으며행동을주시했다.
그들과무난하게대화하기위해서는여러정보를알아야했으니까.
그들은서로몇분간대화를나누다가 곧바로 결정을내리고행동에옮겼다.
리더로보이는붉은머리소녀는카운터에다가간것이다.
물론그녀는딱히머리를잘쓰는타입으로는보이지는않았고, 시간이 지나자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어쩔줄몰라하는 그녀가 몸을오들오들떨고있을때,아서는파이프에불을붙이며 붉은머리소녀에게다가가머리에손을얹고입을열었다.
“여기있었구나메리.하여간···기다리라고했는데들떠가지고는···.”
그리고다음말을하기전에파이프를한 모금깊게빨아들이고내뱉었다.
“안녕하세요.제가이아이의보호자입니다.”
***
아서의말에옆에있던붉은머리소녀도놀라고 안내원도놀랐다.
하지만안내원은곧바로정신을되찾고인상을찡그렸다.
방금까지보호자얘기를할때,가만히입다물고있던소녀에게갑자기다가온남자는수상하게짝이없었던탓이었다.
더군다나그는, 렐튼지부안내원으로서일하는그녀가이근방에서보지못한사람이었다.
분명납치범이나다른도시에서유입된헌터일것이다.
안내원은베테랑답게얼굴에티를내지않고입을열었다.
“혹시가지고계신신분증을보여주실수있으신가요?”
주변에카메라하고헌터들은많았다.
그가아무리대단한범죄자라고해봐야,여기서소동을일으킬수는없을것이다.
아서는알겠다는듯고개를살짝끄덕인다음,자신의지갑에서헌터증명카드를꺼내건네주었다.
색깔은은색.
C등급과D등급사이의헌터라는것을의미했다.
헌터라는직종에서가장많은비중을차지하는것은물론,대부분은이등급에서은퇴했다.
당연히이것만으로는그녀의보호자임을증명할수없었다.헌터증명카드는말그대로어느등급의헌터냐는 것을 증명하는데불과했으니까말이다.
안내원은그렇게학원도시조교등록증까지보여달라고말하려할때였다.
삐빅!삐빅!
스캔되었던헌터증명카드파일에조그마한메시지까지같이뜬것이다.
갑작스러운알림음과처음보는화면.
안내원은눈을지그시뜨며화면에가져다대었다.
“...”
‘아니!! S급헌터가 왜 여기있는건데!!’
꿀꺽.
침을삼키는것과동시에그녀의동공에서지진이일어났다.
그것뿐만이아니었다.반응하고싶지않은데도몸이달달떨리고,겨울인데도손이땀으로끈적끈적해지기까지한것이다.
그조그마한메시지는그를S급헌터로서인정한다고적혀있는것과 동시에, 다른사람에게밝히면안된다는내용이담겨있었다.
그가 준 은색헌터증명카드는잠입수사나비밀특무에쓰이는헌터등록증이었던것이다.
그녀가놀란것을티내지않으려고최대한자신을억제할때,아서가얼굴을가까이대며입을열었다.
“혹시무슨문제라도있습니까?”
“아···.”
세계범죄자인아서는당당하게S급헌터라는것을세상에밝힐수없었다.이를 협회측에서는이런식으로증명카드를만들어준것이었다.
안내원은아서가얼굴을들이댄게협박처럼느껴졌다.조용히하지않으면조용히없애버릴거라고···.
“네,네···그···.화,확인되었고요.아까옆에있던···.”
안내원은 역시 별의별사건을다겪어본베테랑답게최대한티를내지않고,아서와옆에있던소녀가 바라는 대로일을진행시켜주었다.
모든일이끝났을때,안내원은제발빨리아무이상도없기를간절히기도했다.잘못하면은S급헌터의비밀을퍼트린죄로해고당할수도있으니까.
붉은머리소녀는안내원이왜갑자기저렇게바뀌었는지궁금했으나,자신의일이잘풀려서별다른관심을가지지않았다.
그저 아서가왜자신을도와주는지는모르겠지만,일단도와줬으니좋은사람은확실하지않을까생각했다.
그들은전부끝났다는답변을듣고함께발을돌렸다.
“고마워요!모르는···.오빠?”
도와준사람은말투와행동과는다르게, 얼굴을 보니까 나이가그렇게많아보이지않았다.
파이프를물고있고검은색양복을입었지만,덩치도생각했던것보다작았고얼굴은자신과나이차이가있어보이지 않는 것이다.
자신을쳐다보는그녀를향해아서는마주보며입을열었다.
“조교님이라고하면됩니다.실제로학원도시에서임시조교증을받고찾아왔으니까.아혹시라도도망칠생각은···”
“얘들아!!도망쳐!!”
“...”
붉은머리소녀의외침에잠잠히 지켜보고있던학생들이 순식간에곳곳으로뛰쳐나갔고,기다리고있던네네와피네는그들을붙잡기위해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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