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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제자-11화 (11/154)

〈 11화 〉 10화 ­ 학생의 책임 (1)

* * *

‘몇시간쯤잤을까.’

별다른생각은하지않고,몸에서필요하다고말한시간만큼잠에빠진것은오랜만이었다.

그저게까지정확하게5시30분에일어나서스승님의커피를타야했는데,몸이바뀌니신체습관또한사라진것인가.어떠한일이있든지간에정확하게일어났는데말이다.

“...”

스승님은이제없다.

그사실이머릿속에감돌자,순식간에불안함이마음을지배하기시작했다.

감정제어반지라도있으면좋으련만스승님은그것마저가져가셨다.

대체왜그런행동을하셨을까.

“아.”

일단중요한건그게아니다.

커피.그래커피를마시자.

어제와같이커피를마시면괜찮아질것이다분명.

그렇게아서가자신이마실커피를타고있을때였다.

똑똑.

누군가가문을두들기는소리가들린다.

아서는그소리에고개를살짝돌렸지만,이내다시커피를끓이는일에집중했다.

문을두드린게누구든지상관없었다.지금은커피를마시는일이제일중요했으니까.

“5분후에다시오시길바랍니다.”

“···응.오빠.”

그목소리의주인은네네였다.

어딘가기운이살짝빠진듯한목소리가들린후에,점점멀어저가는발자국소리가가들렸다.

‘대충예상했던대로이야기가흘러가는건가.’

어제있었던일을생각할여유도없다는듯이,아서는뜨거운물을필터에있는커피가루에올린다는느낌으로부었다.

조금씩추출되는커피를보는것만으로도침착함이돌아오는것만같았다.

추출이끝났을때는뜨거운물을조금더넣어희석시킨후향을맡았다.

역시몸이변한다하더라도십년간커피심부름을한실력은변하지않았다.정말다행이었다.

만족스럽게입에한모금을머금으니온몸에따스함이감돌았다.

“···스승님.”

그리고그커피의따스함이내몸을감싸안아주는듯했다.지금이순간만큼은스승님과함께있는것만같았다.그녀가내어깨에두손을올려놓고얼굴을맞대고있는듯한느낌이들었다.

그저께까지만해도당연하다고생각했던시간이지금은제일행복하게느껴졌다.

“오빠,5분지났어···.들어가도돼?”

“네,들어오셔도됩니다.”

커피의쓴맛을느꼈으니,이제하루를시작할시간이다.별다른일은없겠지만말이다.

덜컥.

네네는방에들어오자마자눈이휘둥그레졌다.

방안의상황은네네가예상했던것과는많이달랐던것이었다.

담배대신그윽하게커피의향이방안을맴돌고있었다.아서는어제독한술을마셨음에도정신이굉장히맑아보였다.

아니···.

심지어행복해보이는듯한표정까지짓고있었다.

어제내내한가지표정만보여주었던아서가말이다.

“오빠?”

“말씀하시길바랍니다.”

아서는순식간에표정을바꾸더니,커피잔을내려놓고파이프를잡아서입에물었다.

틱.틱.

그리고곧바로손가락을두번튕겨서파이프안에있는담뱃잎에불이붙인후,평소와같이연기를내뿜었다.

“그···그게···.”

네네는일부로우물쭈물하면서말하기곤란한것이있는것마냥행동했다.

“동아리학생들과피네씨가떠난것이겠지요.”

“······응?”

하지만아서는네네가말할얘기를이미알고있었고,네네는곧바로생각이굳어버렸다.

어?

뭐,뭐지?

내가···잘못들은건가···?

골탕먹이려고왔더니,이미다안다는듯한표정을 짓는다.그모습에여유로움까지묻어나왔다.

대답만듣고도놀랐는데, 아서의태도까지 눈에 들어오니혼란스러웠다.

아서는신경도쓰지않는다는듯이네네에게서고개를돌리고연기를내뿜었다.

후­하는소리와함께방안을가득채워가는연기.

“...”

네네는애써웃으며아서에게자신의감정이드러나지않도록두손을꽉쥐었다.이미다들킨지도모르고말이다.

‘대체···대체어떻게알고있는거냐고!!’

초바늘이한칸한칸이동할수록네네의머릿속에서는온갖생각들이생겨나기시작했다.

분명어제까지만해도분명그멍청이들이랑대화할때,그들이책임지겠다고말하며다짐할때, 덩달아서힘내라는듯이웃어보여주지않았는가.

분명말도.

말도···.

잠시만···말?

“...”

기억을자세히더듬어보니아서는그런종류의말을내뱉은적이없었다.

단한번도그들에게‘믿겠다’혹은‘기다리겠다’같은말을내뱉지않은것이다.

오직

‘스스로가하는일에대해책임을지겠다는데문제있습니까?’라는말을했을뿐이었다.

그들이어떠한일을저지르든지자신과는아무연관도없다는듯이말이다.

그럼술은왜마신거지?

그들이걱정돼서가아니라면.

···단순히기분이좋아서?

꼬리에꼬리를물고복잡해져가는네네의머릿속.

하지만아서는네네가생각을계속하도록내버려두지않았다.

다음에아서입에서나올한마디는 네네의머릿속에있던모든생각을날려버릴정도로충분했으니까말이다.

“미리애도의뜻을전하겠습니다.당신의언니,곧죽을테니까요.”

“···뭐?”

순간적으로연기할때내는목소리가아닌네네의본래목소리가입에서튀어나왔다.아차하는마음도들었지만,아서가내뱉은한마디는쉽게넘겨들을수없었다.

하지만정작말을내뱉은아서는더입을열지않았다.아서는자신의일이끝났다는듯이창문을열고구름이나쳐다보기시작한것이다.

그태도에네네는더초조해졌다.

갑작스러운말을내뱉고설명도해주지않았으니까.

“오빠···지금···무슨말을하는거야?”

“이사장님께서저희에게부탁하신일은여기서끝났습니다.당신도이만서류를가지고학원도시로···.”

“지금무슨말을한거냐고!!”

쾅!

네네는연기하기를그만두었다.

아무리농담이어도언니가곧죽는다는것은해서는안될말이기때문이었다.

네네는곧바로사납게눈썹을찡그렸고,다시한번발로바닥을쾅내려찍었다.

“말해!!”

네네가어떤표정을짓든,아서는돌아보지도않고구름을보며담배를피웠다.

네네는뭐든지알고있는듯이 행동을하는아서가짜증났다.

생긴거는마약하는양아치처럼생겨가지고행동은누구보다잘난엘리트처럼하는아서가너무나도싫었다.

말한마디한마디내뱉을때마다권위적이고,자신이랑은상관없다는듯이,아니,자신의생각이다맞는것마냥행동하는저남자가싫었다.

그래놓고뭐?

언니가죽을거라고?

말도안 되는소리다.

왜냐하면···.

왜냐하면······언니는나보다강하니까.

“끝났으면나가주시길바랍니다.”

아서는직접알아보라는듯이말했다.

느긋하게하늘을쳐다보는게답답해죽을것같은네네와대비될정도였다.

그모습이눈에들어오니네네는미쳐버릴것만같았다.

손이점차떨리기시작하고분노가머리를꽉채우며이도꽉깨물었지만,남아있는이성이겨우겨우네네를붙잡았다.

아서의지나칠정도로비인간적인태도를보니,아서가차에서말했던 이사장님의친구말이장난이아니라,진짜일수도있겠다고생각이조금씩들기시작했다.

그리고그것을점차믿어버리게되는그순간.

아서가말한언니가오늘죽는다라는말도맞지않을까하는생각또한네네의머릿속을가득채우기시작했다.

'당신의 언니는 곧 죽을테니까요.'

“...”

네네는언니가싫었다.

매일사사건건이득이되지않는일들에힘을쏟고,귀찮은일을도맡아하며,중요한일도잘말하지않는다.

잠도너무많이자서자신이아침마다깨워줘야하고,오늘아침에도자기멋대로행동했지만.

그래도···그래도없어서는안되는하나뿐인가족이었다. 지금 그녀를 도와줄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네네는언니를지금바로도와줘야한다고마음먹은순간,지금상황에서자신을도와줄수있는사람들을생각해나가기시작했다.

학원도시학생의회 임원인점을내새워서헌터를모집하느냐,렐튼시에있는성당에서도움을요청하느냐 같이 말이다.

하지만곧바로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온갖허가와절차와그리고책임이그녀를붙잡았다.의회에서도일개임원중한명일뿐,그들의불러모을직책은쉽게가질수없었다.

결국지금당장이도시에서언니를구하기위해도움을청할사람은아서밖에없었던것이다.

모든생각을마친네네가힘겹게입을열었다.

“도와줘···.”

머리로는이것저것꾸미는말과이유를구성하고있었는데,너무급한나머지생각을거치지않은말이튀어나왔다.

갑작스레나온자신의솔직한말에네네는표정이일그러졌다.

하지만아서는듣지못했다는듯이연기나뻐끔뻐끔피기시작했다.

분명못들었을리는없었음에도.

네네는아서에게한발자국더다가가서입을열었다.

“도와주세요···.하나뿐인언니에요···.”

절박한 그녀에게아서를움직일수단은동정심밖에생각나지않았다.곧눈물을조금씩흘리기시작하며아서를쳐다보았지만,아서는네네를지나쳐커피를남은마시면서,얼굴을마주보지도않고입을열었다.

“제가왜그래야합니까?”

“당신···아니아서님은이사장님의친구시니까요···.언니가···아니,동아리학생들과언니가죽으면이사장님은곤란하실거예요···."

“이사장님이지금상황도예상하지못한멍청한마족으로보입니까?”

아서의담담한한마디.

그한마디가네네의정곡을찔렀다.

“...”

“나가주시길바랍니다.”

아서는 조용하게 네네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네네는 고개를 숙인 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아서는 인상을 찡그렸다.

아서는의자에앉아신경질이난다는듯검지로테이블을두들기기시작했다.

똑.똑.똑.똑.

감정제어반지가있었으면이런행동도하지않았을텐데.아서는스스로의행동에한숨을내뱉은다음말을이었다.

“저는여러분에게두번의기회를주었습니다.모든것을포기하고돌아갈기회.들어가더라도저와같이들어가는기회.하지만여러분은어떻게행동하셨습니까?”

아서는네네를똑바로쳐다보고말을이어나갔다.

“그들은 스스로 책임지겠다고말한다음 계약서를작성했습니다.그 다음은 제가술을마셔서눈치못챌것같다고몰래나갔죠.당신의언니또한 어제 눈짓으로저한테그들을따라갈수도있을거라고전했습니다.책임도스스로지겠다고 말씀도 하셨고 말이죠.”

“당신들이어떤말을하든지,어떤속마음을숨기고있든지,책임을진다는말을할때만큼은진심이었습니다.그래서보내줬습니다.저는그들의보호자가아니니까.그럼이제더이상저와는상관없는것아닙니까?도와주겠다고손까지내밀었는데쳐냈으면끝아닙니까?”

“아,속마음을숨기고있다는거에서당신의연기도마찬가지였습니다.혹시스스로의연기가 지금까지 뛰어났다고생각했다면 이제부터라도 그만둬주시길 바랍니다.이사장님은그런거좋아하지만,저를비롯해다른사람들은그런거별로안좋아하니까요.네,이제나가주세요.”

아서가퉁명스럽게말을내뱉었음에도네네는물러서지않았다.

아니물러설수없었다.

여기서물러서면모든것이끝나니까.

살아있는언니를두번다시볼수없을것같으니까.

네네가생각하기에언니를구할수있는것은아서뿐이었다.그리고그아서를움직일수있는건지금 자신뿐이었다.

시간이지나도네네가움직이지않자,아서는의자에서일어서서네네에게성큼성큼다가가기시작했다.

네네는아서가한발자국씩움직일때마다,점점몸을떨림이심해지기시작했다.

이가서로부딪히기시작했으며,소변이나올것만같았다.

아서는몸이왜소해졌어도,마력을잃어도,말투와분위기.위엄은사라지지않았다.

그런건현재의능력으로결정되는게아니라,지금까지의살아온삶이보여주는것이니까.

아서가바로앞에서멈춰섰을때는,안그래도작은네네가더더욱작아보이게몸을웅크리고땀까지흘리며오들오들떨기시작했다.

가엽게어미를찾는사슴처럼커다란눈망울을꾹감고,앞으로당할일을상상하기시작하는듯했다.

“나가.”

아서는 아래를내려다보며 말을 내뱉었다.

아서의한마디에네네는다리가탁풀려서그대로자리에털썩주저앉아버렸다.

아무리훈련해서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어도,여러 험난한 임무를수행했어도,그것들은학교아래에서경험했던것일뿐, 세상을너무몰랐던 것이다.

그순간,네네는자신도결국다른학생들과다를바없는나약한학생일뿐이었다는것을깨달았다.

네네는양무릎과두손을모은채앞으로엎드려땅에고개를박았다.

“도···도와주세요···뭐든지할게요···.”

“...”

“하,하나뿐인언니에요.유일한···가족이에요.”

“......”

“부디자비를···.”

아서는다시의자에앉은다음파이프를입에물었다.몇분동안연기를내뱉으며방이부예졌을때.

문뜩 생각이 바뀌었다는 듯이 아서가입을열었다.

“시간상으로지금가봤자.모두를구할수는없을겁니다. 구할 사람은 당신의 언니 한 사람만 입니다."

“...”

“도와드리겠습니다.대신제가지금당신의도와주는것은단순한호의가아닙니다.제가하는도와준것에몇배로당신에게돌려받을겁니다.그래도저의도움이필요하십니까?”

“네···고맙습니다.”

“좋습니다. 멍청하게 짝이 없는 태도. 마음에 드니까 도와드리겠습니다.”

아서는 말과 함께 손을 툴툴 털고 문밖을 나섰다.

네네도 조금씩 일어서서 아서의 뒤를 쫓아갔다.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아서는 생각했다.

분명 지금 가봤자 이기는 것은커녕 붙잡고 있는 것도 힘들거라고.

생각대로라면 상대는 피를 흡수하면 할 수록 강해지는 뱀파이어였고, 포션들이 이미 줄지어서 갔으니까.

그녀를 도와주는 이유.

그것은 동정심이 아니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멍청해져서도 아니었다.

그저···.

엎드려서 부탁하는 그녀를 보니 머릿속에 있는 자물쇠가 계속 흔들려서 그랬던 것 같다.

풀어달라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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