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12화 학생의 책임 (3)
* * *
시간이지날수록상황은악화됐다.
"으아아아악!!"
“살려줘!!”
전날에같이술집에간친구가비명을지른다.
언제한번등을맞댄전우가죽어간다.
처음협회에같이들어온동기가고통을호소한다.
사방에서절규의목소리가울려퍼지고철냄새와같은피비린내가보스룸을꽉채웠다.
모두가살기위해발버둥치거나,이를악물고저항했지만소용없는일이었다.어느새한두명씩쓰러지기시작하더니,40명을넘던인원은이제절반도남지않았다.
피네는계속기척을숨겼다가뒤를노리기를반복했다.B급야만전사인쿠안은쉴새없이정면에서몰아쳤고,알렉스는조그마한빈틈을계속찾으며방아쇠를당겼다.
하지만흡혈귀는처음부터끝까지여유로운모습을잃지않았다.그녀는마법을사용하는데제한이없는것처럼계속피와관련된마법현상을일으켰다.
B급헌터인자들은지금누군가를지켜줄수있는힘이없었다.피네또한다른학생들보다잘났을뿐,수준은B급헌터와비슷했다.
그래서흡혈귀는죽은시체에게서계속피를흡수할수있었다.남의피를자신의몸으로끌어들여계속회복함으로써,그녀는지치지않았던것이다.
결국누군가가죽어갈수록이길가능성이점차사라져가는것만이아니라,토벌하러온대상이강해지는꼴만남기게되었다.
알렉스는생각했다.
지금이라도B급헌터두명과저여학생을제외하고전부퇴각시켜야하나하고말이다.
하지만그럴외침을내지를여유도,같이싸우는B급헌터두명과여학생이그걸받아들일수있을지도몰랐다.
총체적난국이다.
미리이사건의원인이흡혈귀였다는것을알았더라면.척후가죽었을때좀더의심하고빠졌더라면.
‘아니,내가좀더강했더라면···.’
알렉스가끊임없이후회하는와중에도싸움은지속되었다.야만전사쿠안은정면에서기술들을몸으로막아내느라,이제몸에성한곳이없었다.치고빠지기를반복하던피네도얼굴에땀이비오듯이흘렀다.
이대로가다가는희망이없다.
리더로서여기서결정을내려야.
팟!
“큭!”
그때였다.
계속마법을피하며방아쇠를당기던알렉스의눈알이,흡혈귀의마법에의해터져나간것이다.
그리고언제나그렇듯안좋은일은한번으로끝나지않았다.
“잡았다!이모기같은녀석!!”
알렉스가고통에비틀거리는것을놓치지않고,바닥에서피의가시가알렉스의다리를꿰뚫었다.
알렉스는곧바로균형을잃고앞으로고꾸라졌다.다음공격에맞으면자신은곧죽을거라고직감한채로말이다.
“!!”
피네는이대로가다가알렉스가죽을것을알았다.
그가죽지않더라도이미수색대는붕괴되었지만,그가죽으면모두가저항하기를 포기할 것이다.
제일좋은것은혼자도망가는것이었지만,결코피네는도망가지않았다.
아니,오히려더깊게파고들어단검을휘두르기시작했다.흡혈귀가넘어진알렉스에게신경을못쓰게만들려고말이다.
“역시저놈이우두머리였던것이로구나!”
흡혈귀는희열에가득찬표정을지었다.
알렉스를쓰러트렸더니모두행동에서급한마음이흘러나오기시작한것이다.침착하고냉정하게상황을풀어나가려던베테랑들마저말이다.
제일신경에거슬렸던어린계집에도무리하기시작했다.파리와같이주변을맴돌던게얼마나짜증났는지모른다.
흡혈귀는보스룸전체에피의비를뿌렸고,그것들은수많은가시가되어쏟아졌다.그마법은그들을죽음으로몰고갈정도는아니었지만,모두가시가뽑힌고슴도치가된것처럼온몸에구멍이숭숭뚫렸다.
그리고흡혈귀는자신을방해할인간들이전부자신들의몸을지키기거나,고통을호소할때,피네에게손을뻗어총알과같이빠른피의채찍을뿜어냈다.
“꺄흑!”
손끝에서뻗어나온채찍은피네의어깨를꿰뚫었다.피네는곧바로그것을잡아서몸밖으로밀어내려했지만,그피의채찍은왼쪽으로휘더니피네의몸을둘러감았다.
흡혈귀는피네를자신의몸쪽으로끌어당겼다.피네는저항하려고했지만,허공에서붙잡힌나머지그대로끌려가는수밖에없었다.
“케···켁!”
“과연···그몸놀림이나올정도로좋은육체로다.피의맛도최상의진미일터.지금먹기에안타까울정도다.”
흡혈귀는피네의목을한손으로붙잡았다.
피네는켁켁거리며아등바등몸을움직였지만,흡혈귀의손은꿈쩍도하지않았다.
현재피네를도와줄사람은단한명도남아있지않았다.살아있는사람은대여섯명있었지만,전부상태가좋지않았다.
알렉스에이어그녀까지쓰러지면상황은종료될것이다.
모두에게그녀의목숨은실낱과도같은희망과같았다.갑작스레등장해서계속흡혈귀의이목을끌어주지않았던가.
하지만모두지금그소녀를구해줄수없다는사실에좌절했다.이수색작전에참여했을때부터,살아돌아갈희망이없었다고자책한다.
피네또한호흡이되지않는나머지몸부림이 점차약해졌다.꺼져가는촛불과도같은상황에서죽기직전인그녀가생각했던것은주마등같은것이아니었다.
피네가 생각한 것은···.
그저···그저이지옥도에동생이오지않아서다행이라고.
“언니!!”
“!!!”
피네의귀에이순간누구보다보고싶은,하지만여기있어서는절대안된다고생각했던여동생의목소리가들렸다.
탕!탕!
곧이어2발의총성이울렸다.
모두가끝났다고절망할때,그총성은 아직 끝나지않았다는듯이 말하는듯했다.
흡혈귀는이번에날라오는총알도별거없을거라는듯이피로이루어진방어막을쳤으나.
철퍽!하는소리와함께탄환은방어막을뚫고흡혈귀의몸을스쳐지나갔다.
이것은기적도아니었으며흡혈귀가방심한탓도아니었다.
은으로이루어진탄환에언니를구하겠다는네네의정순한의지가담겨있는힘이었다.
한순간목숨을위협받아당황한흡혈귀는피네의목에서손을땠다.
피네는곧바닥으로떨어지기시작했으나,바로정신을차려서어설프게나마낙법을시전했다.
살아남은대여섯명은그광경을다같이보았다.
하얀섬광이흡혈귀의몸에타격을주는그장면말이다.
모두의눈에갑작스러운이채가어렸다.살아돌아갈수있다는희망과함께말이다.
곧이어서오토바이의엔진소리도들렸다.
뭐···?
오토바이?
그것은던전에서들릴리가없는소리였다.
몬스터들은자신들이여기오면서다죽였다고해도,울퉁불퉁거리고곳곳이절벽인이곳에누가오토바이를타고온다는말인가.
끼이익!
“...”
보스룸에서정확하게드리프트하며급정지한오토바이에서,방금까지자신들과함께싸운의문의학생과똑같이생긴소녀와비쩍마른양복신사가오토바이에서내렸다.
그도플갱어같은소녀는곧바로자신의언니에게다가갔고,양복을입은말라깽이는품에서파이프를꺼내서연기를피우기시작했다.
“후.”
“...”
내리자마자파이프를입에무는누가봐도평범하지않은사내.모두그에게서기묘한분위기를느꼈다.
그들은험난한던전지형에서오토바이를운전할정도의실력이면,분명미친놈인것과동시에굉장히강할것이라는생각이들었다.
하지만···던전에서오토바이를타는헌터를들어본적이있던가?
“언니도망치.”
“모두도망쳐요!!”
“언니···?”
네네는언니를보자마자아서와한약속답게둘이서오토바이를타고도망치려고했다.
하지만피네는기회가생기자마자,아직도죽지않은자들에게도망치자고소리친것이다.
예상치못한언니의반응.
네네는언니를쳐다보았다.그리고곧바로아서에게도눈을돌렸는데,아서는이미피네와눈을서로마주치고있었다.
둘은텔레파시라도하는것처럼아무말도하지않고서로를지켜보았다.그리고몇초후에아서가몇번고개를끄덕였고,피네는곧바로알렉스에게다가가어깨를부축하면서일으켰다.
“아가씨···.지금에서야물어보는데아가씨도학원도시의학생입니까?”
힘겹게말을내뱉는알렉스.
“네.그렇습니다.”
“그렇군요···.”
알렉스는피네의어깨에한팔을올리고절뚝절뚝거리며걸었다.구해줘서고맙다나살았다같은말은하지않았다.아직상황이끝나지않았으니까.
“오빠···그···.”
네네는피네의예상치못한행동에당황하며아서를지켜보았다.아서는별로상관없다는듯이연기를내뱉으며말했다.
“당신도다른사람들을도와서같이나가세요.”
“···나도같이싸우겠다.”
네네를쳐다보며말을건네는아서에게누군가가말을걸었다.그는이미온몸이뼈가보일정도로피를흘리고있는야만전사쿠안이었다.
아서는쿠안을쳐다보며인상을찡그리며말했다.
“방해됩니다.”
“···뭐?”
“방해돼.나가.”
“...”
쿠안은건방진아서의태도에기가찼다.
자신의덩치의반정도도안될것같은말라깽이가반말로자기가방해된다고한탓이었다.
평소와같으면크게소리치며몽둥이로으스러뜨리겠으나,아서에게는정체모를기운이느껴졌다.
무엇보다지금자신의상태가멀쩡하지않아도움이되지않는다는사실은스스로가제일잘알고있었다.
물론그가멀쩡한상태였다고하더라도별로도움은되지않았을것이다.아서는스승님을제외한누군가와협동해본적조차없었으니까.
분명서로방해만될것이다.
“흠···어쩔수없군.”
쿠안은순수히인정한다는듯이한마디를내뱉고아서에게서몸을돌렸다.그는쓰러져서움직이지못하는다른헌터두명을어깨에들쳐매고보스룸밖으로움직이기시작했다.
흡혈귀는이과정이재밌다는듯이지켜보기만할뿐공격하지않았다.
자신이절대적인우위에있다고생각하고있는자의여유일까.
네네가고맙다고아서에게고개를연신끄덕이면서마지막으로나갔고,모두가사라지자흡혈귀가입을열었다.
“네놈에게서꽤재미난기운이느껴지는구나.”
생긋생긋웃으면서입을여는흡혈귀를아서는가만히쳐다보며연기를뿜기시작했다.
“호오···.지금피우는것은담배가아닌연청초(?)구나.연기를다루는마법사인게냐?”
아서는양복상의를벗어던지고넥타이를풀어헤쳤다.이번에도흡혈귀에게대답도하지않은채말이다.
흡혈귀는아서가말을하지않을수록점차맘에들었다.인간주제에지금자신을보고도공포를느끼지않을뿐더러,싸움에서이길수있다는듯여유까지···한없이오만하지않은가?
“너의피맛이궁금하구나.내권속이된다고말하면살려주마.어찌하겠느냐?”
아서는그말을듣고처음으로입을열었다.
“옛날에친구가해준얘기가떠올랐습니다.들어보시겠습니까?”
무표정으로계속연기나뿜던그가입을여니흡혈귀는옳다고나하고아서에게말했다.
“말해보거라.”
“자신이키리아드백작을강간했는데반응이참재밌었다고말하더군요.”
“··· 뭐?”
“처음에는권속이니뭐니,도도하게입을열던그녀가,성수가몸에뿌려진채로강간당하니황홀한표정에서헤어나오지못했다고말입니다.”
“...”
“주인님!!좋아요!!흐윽!!더해주세요!!하면서암캐새끼처럼자신의몸을끌어안는데웬만한1급창녀를안는것보다더좋았다고말을.”
“이개잡놈이!!”
흡혈귀는아서의말을들으면서점차흉신악살(????)의표정으로바뀌었다.곧바로그녀는비명에가까운괴성을지르며아서에게마법을날렸다.
아서는더화나라는듯이킬킬거리며웃었다.상체만움직여서마법을피해내면서말이다.
방금아서가내뱉은말은거짓말이아니라진짜였다.조금의거짓말이있다면,친구가아니라자신이행한일이라는것뿐이다.
옛날에강간했던키리아드백작특유의비음을섞어서얘기를해주니흡혈귀는쉽게믿었다.
흡혈귀들은 자기들끼리의관계가두터운친목사회를 유지했다.존경하던귀족이강간당했다는사실을들으면화를내지않는종족이아니었다.
그렇게아서와사건의원흉인흡혈귀의싸움이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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