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15화 (15/154)

〈 15화 〉 14화 ­ 학생의 책임 (5)

* * *

“괴···괴물이온다!!”

“뭐?”

살아남은사람들이도망치고있을때,수색대원중한명인마법사가소리쳤다.

갑작스러운외침에모두마법사를쳐다보았다.

“오,오고있다고!!이쪽으로!!”

“...”

처음에는모두그게무슨헛소리를하는거지생각했으나,곧그말이무엇을뜻하는지알게되었다.

“결국져버린건가.”

야만전사쿠안은씁쓸하다는듯이입을열었다.

혼자막겠다고선언했던아서의패배.모두어느정도예상은했었던터라그리놀라지는않았다.동료들의시체가흡혈귀의제물이되었을테니,당연히이길수없었겠지.

한순간이었지만,쿠안은아서가꽤맘에들었었다.

작은육체로당당하게패기를내뿜을줄아는놈이었으니까.

“피네씨···.저좀놓아주세요.”

알렉스는피네에게결의를다진듯한목소리로입을열었다.

피네는알렉스의얼굴을쳐다보았다.

그리고그가무슨생각인지단번에깨달았다.

“하지만···.”

자신을버리고가라는도망치라는뜻말이다.

“하하,다리한짝이너덜너덜해도총몇발은쏠수있으니까요.”

알렉스는쓰게웃었다.그리고오른손을들어모두의이목을집중시킨후입을열었다.

“리더로서의견을내겠습니다.”

알렉스의말에모두진지하게쳐다보았다.

“저는이두학생을먼저보내주는게좋다고생각합니다.그녀들은우리같은헌터가아니니까요.”

“무···무슨소리야!!그렇게되면우리는진짜죽.”

“맞는말이다.지금까지도와줘서고맙다.우리를놓고가라꼬맹이들.”

알렉스의말에마법사가대답했지만,쿠안이그말을막듯이입을열었다.

"그렇지만···."

피네의눈동자가흔들렸다.

“가라.”

“가세요.”

이대로그냥가버리면그들의죽음은확정사실이었으니까.

네네는피네의손만붙잡고언니의선택을기다렸다.

“...”

피네는그들의눈빛을하나같이교환한뒤고개를잠깐숙이고네네와함께내달렸다.

그들이사라진이후마법사는허탈하게웃었지만,그도스스로자신은헌터라고되뇌며싸울준비를했다.

몇분후.

그들은모두비장한각오를다졌다.

죽음을각오하고맞서싸우면그녀들이도망갈시간정도는벌수있을것이라는마음을먹으며말이다.

침착해라.

지금까지살아온모든것을걸어라.

헌터로서의자긍심을보여라.

“···온다.”

마법사의말에각자가자신들의무기를꽉잡았다.

여기서그들의각오가.

결의가.

그녀들을살아서돌려보낼수있게될것이다.

모두가한마음한뜻으로침을꿀꺽삼켰을때.

흡혈귀가모습을드러냈다.

“쏴!!”

알렉스를포함한모두가자신이자신있어하는기술을날렸다.

쿠안은흡혈귀에게달려가서그녀를붙잡아놓으려했다.

“...”

하지만흡혈귀는곧바로쌩하는소리와함께무시한채날아갔다.

죽일가치도없다는듯이말이다.

“···씨발.”

모두그사실에다행이라고느끼지않았다.

그저.

자신들의마지막발악이통하지도않고소녀들을구하지못했다는사실에절망했다.

***

감정이요동친다.

머리에피가쏠린다.

마음속에수많은무언가가자신들을꺼내라고명령한다.

‘오빠!!’

‘아서씨!!‘

왜쌍둥이여동생이엎드렸을때기억의자물쇠가흔들렸는지깨달았다.

“쿨럭···쿨럭···.”

자물쇠가 걸려 있던 기억은 역시유쾌한내용이아니었다.

‘도와주세요!제발!!꺄아아악!!’

‘흑···흑흑···살려주세요···.’

이기억은스승님을만나기전의이야기중하나였다.

‘놓으라고개새끼들아!!’

“···개새끼···들아.”

‘우리도일이어서그런거알잖아?떠돌이면.’

“몰라···씨발···모른다고···.”

그리고.

잊어서는안되는이야기였다.

뒷골목에서다죽어가는자신을살려준여동생과,밖에서얼어죽지않게자신들의집에서재워준자매의이야기.

도시에서지갑을도둑맞고추위와배고픔에쓰러져있을때,여동생인릴리는내입에먹을것을넣어주었다.

자신이설거지로일하는식당에서얻은음식물쓰레기였지만말이다.

어떻게설득했는지는모르겠지만,릴리의부탁에언니인노라는나를하룻밤재워주었다.장작까지태운따듯한집에서.

받은만큼갚아야하는성격이었던나는,며칠간근처의마물을 사냥해서그녀들에게돈을벌어다주었다.

힘을써야하는일이있으면도와주었다.

그런데정작.

그지역을관리하는귀족의횡포에서노라와릴리를구하지못했다.

그녀들은나의목숨을구해주었지만,나는그녀들을구해주지못했다.

노라는마음에든다는이유로,릴리는처녀라는이유로어린애임에도납치당해끌려갔다.

그후,릴리는귀족한테강간당하는도중질식사했다고들었다.

노라는그자리에서목을매어자살했다고들었다.

밉다.

씨발세상이미웠다.

자신들이힘든상황임에도타인에게손을내밀줄아는사람들이죽는다.

내가목숨값을아직다갚지도못했는데그녀들이먼저죽었다.

피가끓는다.

눈물이멈추질않았다.

사람의악의에온몸이떨리고분노가머리를지배한다.

···그래서그일에가담했던자들을모두죽였다.

묶어서칼로찌르고그위에소금을뿌리고,사지를절단하고,목을떼어서창으로꿰뚫은다음그들의집앞에다가걸어놓았다.

하지만그럼에도분은풀리지않았다.

지금까지말이다.

“씨발···씨발···.”

매일같이생각했다.

그들의가족또한그렇게만들었어야했다고.

매일같이후회한다.

좀더고통스럽게,좀더잔인하게죽였어야했다고.

눈앞에떨어진동전이보였다.

동전은처음부터자신을이용해서이사건에개입하지말았어야했다는듯이비웃었다.

“닥쳐···제발!!”

지금은판단하지않아도알겠으니까.

피눈물이점차거세진다.

분노에목이막히고,증오가몸을가득채운다.

반갑지않았지만이감정들이지금내게필요했다.

“카···.”

이대로가면이번에도타인을위해손을내밀줄아는자매들이죽겠지.

“카···타르···.”

비극을느꼈으면감정을토해내라.

“카타르···시···스.”

나는예전과다르다.

그때는어리석은학생이었고,지금의나는마법사니까.

“카타르···쿨럭쿨럭···.”

마법사로서해야하는일은단한가지.

“카타르···시스···데우···테로스”

(κθαρσηδετερο)

마법을구현하는 것 뿐이다.

주문을입에담은순간.

몸에서모든감정이꺼내져나오는것이느껴졌다.

***

검은마녀가학원도시를떠나기전.

“아서는망가져있어.”

방금까지만해도차갑게만보이던마녀가우수에잠겨있는눈빛을보인다.

“정신적으로말이야.험난한여정속에서영혼이더럽혀져가는가운데, 나를찾겠다는마음하나로나에게찾아왔지.”

“내가계속곁에있으면아서는끝까지마법을배울생각밖에안할거야.”

“그래서결정하신게이런방식인가요?”

어느새인가입마개를푼이사장이웃으며대답했다.

“맞아.결국타인에의해서생긴상처는타인이치료해줄수밖에없거든.그리고난그런거잘못하는거알잖아.”

“그래도역시,혼자내버려두는건걱정되지않으신가요?

“괜찮아,아서는잘할거야.내제자니까.”

“지금까지알려주신건하나도없으시잖아요.”

그말에마녀는처음으로가볍게웃으면서말했다.

“그아이가나를스승이라고생각하고,내가그아이를제자라고생각하면충분해.”

“하지만만약.”

검은마녀가이사장을정면으로쳐다보았다.

“아서의영혼이사라져있거나,더더럽혀져있는순간.”

마녀의눈에빛이사라진다.

그리고메마른목소리로이사장에게말했다.

이사장이가장듣고싶지 않은 미래에대해서.

*

아서.

사랑하는내제자아서.

모든자물쇠를풀고성장했을때는너는어떤마법을보여줄까?

나는그것이너무기대돼서참을수가없어.

네가만약모든역경을헤쳐나가고성장했을때,내마법을배울수있게되겠지?

제발.

그때까지아서의앞에행복이가득하기를.

***

“네네!!”

“헤헤···.언니···나는···괜찮아.”

네네의몸이싸늘하게식어갔다.

피네는네네의손을잡고소리를질렀다.

상대가되질못했다.

이렇게금방따라잡힐줄몰랐다.

자신의약함을통감하게됐다.

“그만하고얌전히운명을받아들이거라.”

흡혈귀의상태는정상이아니었다.

온몸에상처가재생되지않았고,옷이잔뜩갈기갈기찢겨있었으니까.

분명임시조교님이처음부터같이들어왔으면이런상황은일어나지않았을것이다.

나라도처음부터그에게부탁해서같이들어왔어야했다.

흡혈귀가점점다가오는것에도불구하고,피네는네네만바라보며눈물을흘렸다.

마음속으로신을미친듯이불러보았지만,기적과같은상황은역시일어나지않았다.

피네는스스로를계속자책했다.

자신이오지않았으면,네네또한오지않았을테니까.

그래도···.

그래도혼자외롭게죽게하지않을게네네···.

우리는쌍둥이잖아···?

네가죽으면나도···.

“헤.”

갑자기어둠속에서들리는소리.

흡혈귀와네네는깜짝놀라서소리가들린쪽을쳐다보았다.지금여기에올사람은없었으니까.

“···뭐냐네놈이어떻게···?”

어둠속에서등장한그는흡혈귀의마법에의해몸곳곳이뚫려있었다.

하지만그것을매우듯이검은색으로이루어진끈적한액체가계속흘러나왔다.

눈구멍에서는모든피를쏟아내는듯폭포처럼피눈물이흘러내렸다.

한눈으로쌍둥이와흡혈귀를담은그는, 갑자기입꼬리를찢어질듯이올리기시작했다.

무엇보다기쁘다는듯이말이다.

“헤헤···.”

죽음의문턱에서마법을사용한다.

분노,증오,악의,살의,짜증,환멸,탐욕음욕,열등감,불쾌,한심함,억울함,걱정,불안,의심,우울,비통함,자괴감,죄책감,질투.

여과되지않고감정들이모두흘러나오도록.

그는마법사.

마법사아서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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