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양이의 제자-24화 (24/154)

〈 24화 〉 23화 ­ 드래곤 사무라이 미츠키씨 (7)

* * *

[아서군? 그··· 적당히 살살해주시면 안될까요···?]

휴대폰의 너머로 곤란한 듯이 말하는 이사장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사장님, 죄송합니다. 지금 제 실력으로는 누군가를 봐줄 수 가 없습니다.”

[그··· 그래도.]

말을 잊지 못하고 짧은 한숨을 내뱉는 이사장님.

아서가 조용히 기다리고 있으니, 곧 무엇인가 떠올랐다는 듯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 친구로서 부탁해도 안될까요?]

이제는 애원한다는 목소리로 아서에게 말을 건다.

그에 아서는.

“친구로서···, 말씀이십니까?”

[네··· 네! 친구로서 부탁할게요. 아서씨가 이와 같은 일을 반복하시면 프리실라도 슬퍼할 거에요. 잘 키워 놓고 친구 사귀라고 학원도시 보내놓았더니, 깽판이나 치고!! 하고 말이죠.]

“...”

호통치는 스승님의 모습.

반대되는 개념을 두 개 섞은 것마냥 대체 어떨지 상상되지도 않았다. 스승님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시면, 물리적으로 해결하거나 인상을 팍 쓰고 한숨이나 내뱉으셨으니 말이다.

[장난입니다, 장난. 프리실라가 아서군을 제일 사랑하는거 아시죠?]

“··· 그렇습니까?”

몇 백년 이상 산 것 같은 스승님에게 그럴일은 없겠지만, 그 말은 가슴을 살짝 간질이는게 듣기 좋았다.

[네네, 당연하죠. 여하튼 앞으로는 살살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바쁜 와중에 전화걸어서 죄송합니다.”

[아아­ . 아서씨는 언제걸어도 괜찮아요. 제 VIP손님일뿐더러 아서씨와 대화하는건 재밋으니까요, 하하! 그럼 다음에 직접 봬요!]

뚝.

“...”

전화가 끊기는 것과 동시에 나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전화내용은 오늘있었던 사건들에 대해서였다.

미츠키씨의 힘을 내가 개방시키게 한 것에 대해.

레드카우라는 집단의 학생들의 몰살시킨것에 대해.

그리고 성추행하던 웰시코기를 붙잡은 것에 대해.

이사장님께서는 화를 내시거나, 핀잔을 주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하는 말을 듣기만할뿐.

마지막에는 다음부터 살살 부탁한다는 말을 남겼지만 말이다.

예전에 감각으로느꼈을 때, 이사장님은 선인이 아니었는데···.

“흠.”

친구가 되어서, 혹은 스승님에게 무슨 말씀을 들어서 그냥 넘어가는 것일까.

“...”

전화가 끝났는데도 미츠키씨는 딱히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나 또한 말하고 싶은 내용은 있었으나, 굳이 먼저 입을 열지는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경찰서를 나와 끝이 보이지 않는 강변을 같이 걷기 시작했다.

늦은 저녁.

어슴프레한 달빛.

가로등이 깜빡깜빡거리고 어느정도 걷자 주변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옆에서 강에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와 우리의 발자국 소리만이 이곳을 차지 하고 있었다.

그때.

“아서.”

“미츠키씨.”

동시에 울리는 나와 그녀의 목소리.

우리는 놀라서 눈을 크게뜨며 서로를 처다보았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반응에 코웃음을 쳤다.

“먼저말씀하세요.”

웃음이 그쳤을 때, 나는 손바닥을 들어서 먼저 말하라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여보었다.

그러자 미츠키는 입을 열었다.

“아서. 아니, 단죄자라고 해야하나···.”

미츠키는 말하면서 살짝 머뭇거렸다.

“아서가 좋습니다.”

나는 가볍게 대답했다.

단죄자라는 호칭은 나를 모르는사람들에게 듣는걸로 충분했기에.

그녀는 아까 힘의 제한이 풀리면서 감이 훨씬 날카로워진 듯 했다. 느껴지는 분위기나 위압감은 스스로 억제하고 있는 듯 했으나, 감겨져있는 그녀의 왼쪽눈에서 정순한 힘이 흘러나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아서. 나는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고싶은지 알고 있다. 그러니까 아까있었던일은.”

“미츠키씨.”

나는 그녀의 말을 끊는 것과 동시에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

그녀는 자신의 말이 끊기자 묵묵히 내눈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감정의 기복도 없이.

그에따라 나는 말을 이어갔다.

“죄송합니다. 저는 당신을 시험하려 했습니다.”

짧고 진심이 담긴 사과.

다른 사족을 붙일 필요도 없었다.

거짓말을 해서는 더더욱 안되었고.

공장에서의 탄알이 몸에 박힌 일.

그것은 내가 만들어낸 상황이었다.

피할 수도 있었고, 마투술을 사용하여 튕겨낼 수도있었다.

하지만 나는 피하지않고 일부러 그것을 몸으로 받아들였다.

최대한 고통스럽고 피가 많이 흐르는 부위에 하나.

스스로의 기동성을 없애기 위한 부위에 하나.

미츠키씨가 혼자 도망친다고해서 꼴사납게 죽지 않을 정도의 피해였지만 말이다.

모든 것은 그녀를 시험하기 위한 일이었고.

나의 사과를 듣자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멍청한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거늘.”

“사과하는 것은 저를 위한 일입니다. 찝찝한 마음을 가슴에 남기고싶지 않거든요.”

나는 말을 끝으로 짧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내가 고개를 숙이고 있자 미츠키는 손으로 뒷머리를 몇 번 긁적이더니, 무엇인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아서, 나는 네가 감정과 연관된 마법에 대해 꽤나 뛰어난걸로 알고 있다.”

“맞습니다. 선생님중에 한분이 이쪽 분야에서 최고였거든요.”

대답을 들은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서서히 내게 다가왔다.

나는 뒷걸음질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서서, 그녀가 내 바로 앞까지 오는 것을 기다렸다.

그리고.

툭.

그녀는 내 손을 가볍게 잡은 다음.

“···뭐하시는겁니까.”

자신의 가슴위에 내 손을 얹었다.

물컹하게 흔들리는 가슴.

손가락 끝에서는 부드럽고 탱탱한 촉감과 함께, 따듯한 온기가 전해져왔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녀의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였다.

“감정을 공유하는 마법을 사용하려면, 상대와 신체를 접촉해야한다고 알고 있다. 가장 잘 느끼기 위해서는 가슴위에 손을 올려야 하는 것도 알고있고.”

그녀의 표정에서는 부끄러움 하나 없었다.

한없이 당당하여, 살짝 흥분한 나만 민망해질 뿐이었다.

“마법을 사용해라. 아서.”

그녀의 올곧은 시선이 내 눈과 마주쳐왔다.

나는 그녀의 눈을 마주보며, 기대에 답하기 위해 마법을 사용했다.

“마기아 시네스티마톤, 쉼파테이아”

(μαγεα συναισθημτων, συμπθεια)

짧게 주문을 읊조렸다.

한마디, 한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마법이 발동되어져 그녀의 열기가 나에게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 후에는.

“...”

“...”

그녀의 감정이.

그녀의 따듯한 마음이.

나에게 그대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아서.”

이미 손을 그녀의 가슴위에 얹은 나머지, 지금도 꽤 가까운 상태였지만, 그녀는 한발자국 더 앞으로 나서며 나와 얼굴이 부대낄 정도로 몸을 붙여왔다.

“나는 드래곤이다. 현 로드님의 말씀에 따라 질서를 유지해야한다. 때문에 네가 악인이기에, 나쁜일을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 나는 네 곁에 있을 예정이다.”

그녀는 눈썹하나 흔들리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심장의 고동이.

전해지는 열기가.

그녀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입을 열었다.

“···거짓말 이시네요.”

“그렇다.”

그녀는 나의 말에 수긍한다는 듯이 곧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말을 계속 이어갔다.

이번에 하는 말은 달랐으니.

“오늘부터 너와 나는 친구다. 어제까지의 일은 사과하겠다. 무례한 태도를 용서해다오.”

“...”

“앞으로 너에게 힘든일이 있거나, 곤란한일이있으면 내가 도와주겠다. 친구가 된 이상 너를 내버려둘수는 없으니까. 네가 나에게 말하든, 말하지 않든, 나는 너를 도울 것이다.”

“...”

···진심이었다.

그녀가 방금전에 말한 내용중, 거짓말은 단 한문장도 없었다.

내 마법이.

그녀의 심장이 그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연민.

걱정.

애처로움.

잔잔한 슬픔.

그녀는 나에게서 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무엇을 느꼈기에 그런 감정과 눈빛을 보여주는 것일까.

누군가에게 동정을 받은일은 많았다.

하지만 그들이 딱히 내 문제의 해결을 도와준 적은 거의 없었으니, 그들의 동정은 거북하기만했다.

위선자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감정은 다르게 느껴졌다.

내가 어떠한 힘든 일이 있든지, 그녀는 도와줄 것이라는 신뢰가 생겨난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녀는 도중에 도망치거나 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내 짐을 같이 들어줄 것이고, 마지막까지 내 곁에 있을 것만 같았다.

친구라는 이유만으로.

“...”

그리고 그녀의 감정을 직접 느꼈기에.

그녀에게 오늘 친구가 되었다는, 어떠한 계기로 친구가 되었다 같은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멍청하지도, 오만하지도 않은 것을 알게되었다. 또한 누구보다 당당하게 살려고 노력한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하지만.

의문을 가질만한 점이 있었으니.

나는 입을 열어 그녀에게 질문하였다.

“미츠키씨···. 힘의 제한이 풀리면 지능도 같이 상승합니까?”

빡!!

순간적으로 머리에서 느껴지는 고통.

마법에 의해 미츠키씨의 분노가 단번에 내게 전해졌다.

그래도 그녀가 힘의 조절했는지 그리 아프지는 않았으며, 서서히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느껴진 것은.

새침한 듯 하지만, 무엇보다 올곧고 따스한 눈빛과 그녀의 손길이었다.

* * *

오후 1시 알버트 공원.

저번 사건이 끝나고 3일 정도 지났다.

치한짓을 저지른 웰시코기는 막대한 돈으로 혐의를 최소화해서 도망갔다. 봉사활동 정도로 말이다.

게이창작물을 집필한 죄는 없는 것일까.

아니, 그것보다 그 웰시코기가 학생신분이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울 뿐이었다.

그리고 총기 무단사용과 함께 공무집행방해를 벌였던 레드카우는, 리더를 제외하고 꽤나 가볍게 처벌받은 듯했다.

실제 그 화물창고도 그들이 사들인 사유지였고, 나와 미츠키씨의 피해도 크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그들이 스스로 죽었다 살아나는데 필요한 비용은 그들이 내야했으니, 이번일 때문에 입은 피해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아서는 따스로운 햇살을 맞으며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다.

새롭게 사귄 친구에 대해.

또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에 대해.

타인에 대한 관찰이 어느정도 끝났겠다, 슬슬 움직여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그러던 그때.

누군가가 서서히 아서에게 다가왔으니.

“아서. 여기있었구나.”

아서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려서 자신을 부른 사람을 처다보았다.

연갈색 머리의 작은 체형. 그녀는 마법도구 관련 교수 엠마였다.

목소리는 여전히 나긋나긋했으며, 나를 보자마자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빵모자는 저번에 만났을 때와 같았지만 패션은 저번과는 매우 달랐다.

가슴에 프릴이 있는 블라우스와 허리부분이 코르셋처럼 되어잇는 하이 웨스트 스커트. 하얀색 양말이 종아리를 다 가릴 정도로 끌어올려져 있었다.

그 옷 디자인은 예전에 쾌락주의자 선생님에게 말씀하시길, 동정을 죽이는 옷이라고.

동정슬레이어.

무시무시한 이름이었다.

엠마는 아서의 옆으로 온 다음, 폴짝 뛰어서 같은 의자에 앉았다.

‘왜 그 아이가 여기있는지. 대답해, 광대.’

‘그게 그 분의 뜻이니까요.’

‘···지금은 위험하지 않은 상태일지 몰라도, 걸려있는 봉인이 하나하나 풀리기 시작하면.’

‘엠마. 그분의 뜻에 따라, 당신도 그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됩니다. 만약 당신이 아서군에게 손을 댈시···.’

“...”

엠마는 잠시 저번에 이사장과의 일을 떠올렸다.

아서는 엠마가 아주 잠깐 심각한 표정을 짓는것과, 무엇을 말해야 할지 머뭇거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엠마의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결정되었을 때.

그녀가 먼저 아서에게 입을 열었다.

“아서. 우리랑 같이 살래···?”

“···네?”

지금 대체 무슨말을···.

잘못들은건가?

뜻 밖의 제안.

엠마도 스스로 말하고도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확 붉혔다. 아서는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해서 입을 살짝 벌렸다.

“아, 그, 그 미, 미츠키랑 같이 세명이서 살면돼. 우리집이 방이 좀 넓기도하고···, 응. 남자가 없어서 좀 불안하기도 하고···.”

남자가 없어서 불안하다니.

드래곤이면서?

“그리고 친구 사귀고 있다고했지? 바로 옆에 교화부 건물도 있으니, 그 아이들과 친해져 보는 것은 어떨까?”

“...”

엠마는 말을 더듬거리기도 하고, 굉장히 횡설수설 하기도했다.

평소에도 굉장히 차분한 그녀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음역대가 왔다갔다 하니, 조금 귀여워 보이기까지했다.

드래곤인데도 불구하고.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아서는 슬며시 웃으면서 대답했다.

완고한 거절의 의사를 말이다.

타인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가장 편히 쉬어야하는 장소까지 타인과 접촉하는 것은, 불편하고 귀찮을게 분명했다.

스승님과의 삶이 편했던 이유는, 그녀와 오래 지내면서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그녀가 내게 무엇을 하든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였다.

“···으, 응. 그,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

엠마는 말하면서도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새빨개진채로 짧게 말하고, 곧바로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저번에 그녀에게 맡긴 파이프가, 새것처럼 깨끗한 상태로 그 자리에 놓여있었다.

*

다음날 아서는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미츠키와 만났다. 그녀는 아서와 만나자마자 자신의 집에서 같이 살아달라고 싹싹 빌었다.

아서는 그녀가 힘을 제한하면 역시 지능까지 제한된다는 것을 알았으며, 그녀의 부탁에 따라 엠마와 그녀가 사는 집으로 짐을 옮겼다.

친구로서 부탁한다는 말을 들었기에.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