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 25화 악당 영애는 패배하고 싶어 (1)
* * *
“그럼이상황에서해야할것쯤은알고있으시겠죠?”
하얀색 원피스를입고있던소녀가실눈을뜬채아래를내려다보았다.
“···학생오르시니.선을넘으려하지마세요.이런일을저지르고도 정녕무사할것같으신가요?”
내려다보는그녀의앞에는안경을쓴여성이보였으니.
그여성의손발이살짝떨려오는게눈에보였지만,애써당당하게입을여는듯했다.
그대답을들은실눈을뜬소녀.
화가난다기보다는재밌다는듯이싱긋웃으며대답했다.
“교수님.대답이틀렸어요.제대로대답하는법을알려드릴까요?”
그리고소녀는주머니에서휴대폰을꺼내기시작했다.그것을보고있던안경을쓴여성의동공이흔들렸다.
휴대폰을꺼낸소녀는안경을쓴여성의두눈앞에서그것을흔들었다.
“전화를한번.”
“···비겁한년.”
짝!!
그 순간.
귀싸대기를 때리는 소리가 방안을 꽉 채웠다.
안경을쓴여성의고개가 획돌아갔다.
그리고그녀는자신이대체무엇을당했는지도모른다는듯이입이살짝벌려졌다.
실눈을뜬소녀가눈동자가보일정도로눈을떴다.
그리고 얼굴을 가깝게 들이밀고, 기다려주지않겠다는듯이입으로숫자를세어가기시작한다.
“오.”
“리체르카오르시니,마지막기회에요.지금당신이선을넘어서면.”
“사.”
“그만해요오르시니···.당신은제수업을잘듣던모범생이었잖아요.지금부터라도그만두면없었던일로.”
“삼.”
“이런일을하고도무사할것같아요!!이사장님께이일을말씀드리면당신은퇴학이에요!!”
“이.”
“크윽···.”
카운트가거의다끝나가자,안경을쓴여성이이를악물고허리띠를풀었다.
슥.
점차밑으로쏠리는바지.
안경을쓴여성은얌전히두손으로그것을마저벗은다음옆에접어서놓았다.
그뿐만이아니었다.
블라우스와양말은물론,속옷까지벗어서옆에내려놓았으니.
실눈의소녀,리체르카오르시니는그것을미소지으며바라보았다.
교수가옷을다벗고무릎을꿇었을때,리체르카가입을열었다.
“안경도벗어주세요.별로좋아하지않거든요.”
“...”
교수는거절하지못한채입술을짓씹으며,안경또한벗어서가지런히접혀있는옷가지위에올려놓았다.
그리고바닥에엎드리며조그맣게입을열었다.
“부디···제남동생을퇴학시키지말아주세요.”
거부할 수 없어서 억울함이 담긴 목소리.
그말을들은실눈을뜬소녀는입가에잔잔한미소만띠는것은변함없었지만,볼에는홍조가조금씩생기기시작했다.
그리고그녀는생각했다.
이쾌감.
상대를굴복시킨후에위에서내려다보는이풍경.
그것이너무좋아서이행위를그만둘수가없다고.
리체르카는조용히발끝을내밀었고,교수는조심히그녀의발에입술을부딪혔다.
그리고그후.
리체르카는교수를침대위로끌고가,거칠게범하기시작했다.
그밤이끝날때까지.
***
리체르카오르시니.
그녀는오르시니후작가문의셋째자식이었다.
위에는오빠가두명있었는데,가문을이어받는것은첫째오빠로이미낙점된상태였고,둘째오빠는군인으로서활동하고있었으니,부모의애정을독차지하는것은그녀라고할수있었다.
오르시니가문은타국의침입을막은지몇백년.
황제의신임은두터울수밖에없었다.
그뿐만이아니라,영토의관리는물론새로운것에대한개발과발전을꾸준히해온오르시니후작은,제국에서제일가는권력자들중하나였다.
하지만그의정체는하나더있었으니.
바로제국의뒷세계를좌지우지할수있는마피아라는사실이었다.알만한사람들은전부다아는내용이었지만.
그런후작의딸로서태어난리체르카는오만할수밖에없었다.무엇을하든재능도있었고,외모도아름다웠으며,아들밖에없던집에서하나뿐인딸이었으니까.
게다가마피아의피를속이지는못하는것인가.
오만하기는했지만멍청하지는않았다.
언제나냉철했으며,품위를잃지않았고,악독하기그지없었다.
계획적으로상대를구렁텅이로몰아넣고,상대의약점을쥐고흔드는것을좋아했으며,마지막에는굴복시키고거칠게범하는것을선호했다.
물론남자는예외였다.
그들의몸은아무리봐도흥분되지않았을뿐더러,무식해보이고냄새나기까지했으니.
이쁘고정복하기어려운여성.
그래,그녀의취미는그런여성들을굴복시키고범하는것이었다.
***
3월하반기를결정하는학생의회진행중.
리체르카는턱을괸채따분한눈길로학생의회의장을쳐다보고있었다.
목소리가뚜렷하고의상은단정했으며,머리카락은정갈했다.
누구보다정직하고올바르게보일정도로.
저렇게살면인생이재밌을까하는생각밖에들지않았다.
분명신음소리도진부하겠지.
리체르카는의회의내용을적당히흘려들으면서,펜으로이것저것끄적이다가,최근의회에서가장재밌는대상,탄네르자매를향해고개를돌렸다.
책상밑에핸드폰을숨기고손가락을열심히움직이고있는네아탄네르.
꾸벅꾸벅졸면서도대부분의내용을기억하고있는필리아탄네르.
그녀들은저번연도에의회에들어온아이들이었다.
의회에들어오려면최소상급학교1학년이었지만,막상1학년부터의회에들어오는경우는거의없었다.
범인정도로는의회에들어올수없었으니말이다.
하지만그녀들은 전투능력으로 줄세우기를 좋아하는 아이기스 학원에서도특출난만큼,지금도분명자신들의실력에자부심이엄청날터였다.
언제꺾어야가장맛있을까.
리체르카는 항상 그런생각을하며 그녀들을 지켜보고만있었다.그리고그런생각을하면의회는금방끝이났다.
끝을알리는종소리가두번울리는동시에,모두작성하고있던문서를정리하거나,종이를다독였다.
리체르카는애초에이회의에별관심이없었으니,바로일어서서탄네르자매에게걸어가고있었다.
그녀들에게접근하는목적은단두개.
파벌이없는그녀들을자신의파벌에끌어들이기위해.그리고다른벌레가꼬이는것을방지하기위해.
하지만.
탄네르자매는재빨리일어서서의회실밖으로나가기시작했다.
“...”
귀족이된자로서품위없게뛰어다닐수는없는노릇.
리체르카의 마음은살짝급해졌지만,곧바로가라앉히고조용히사뿐사뿐발걸음을앞으로내디뎠다.
그리고그런리체르카 뒤로그녀의파벌들이모여들기시작했다.
의회가끝나면그들끼리모여서나가는것은하나의과시였다.
주변에서는그것을보고수군대지않았다.
아니,수군대지못했다.
걸리는순간,파벌에게짓밟힐테니까.
“오빠!!”
“···선생님.”
리체르카는의회건물밖으로나서자마자탄네르자매의목소리가들렸다.
일년전까지만해도모든것이시시하게느껴진다는목소리와는다르게,지금은굉장히생동감이있었다.
대체누가그녀들에게그런목소리를내게할수있을까.
리체르카는곧바로목소리가들리는곳으로고개를돌렸다.
“···끝나셨군요.회의는재미있으셨습니까?”
검은정장의사내.
그는의회밖에놓여있는기다란의자에앉아신문을보고있더니,탄네르자매의외침과함께신문을접었다.
양복은꽤나값나갈것같았으며,입에는파이프를물고있었다.
탄네르자매가다가가자,그는마법으로파이프의불씨를꺼버린다음,진공팩에재를툭툭털어서집어넣고일어섰다.
“...”
동작하나하나에서묻어져나오는기품.
걸음걸이에서드러나는예절.
그녀들이다가오자옅게웃는미소까지.
그는누가봐도귀족이었다.
하지만그에비해얼굴은형편없었으니.
지금상대를배려하는듯웃어보이려는듯했지만,악당같이음흉해보였고,키는어느정도컸으나단련을하지는않는지비실해보였다.
리체르카는눈썹을찡그렸다.
저런사람이이학교에있었던가?하고.
저렇게독특한사람이면자신이모를리가없었다.
하지만리체르카에머릿속에서는의문보다짜증이샘솟고있었으니.
자신이가지기위해서계속탐내고있던쌍둥이자매에게정체모를그가접근했다는것이다.
그것도이미그녀들의중요한사람이되어서그녀들을변화시켰고말이다.
물론변화된방향은나쁘지는않았다.
오만하고담담했던그녀들보다,생동감있게활짝웃고있는것이더탐났으니까.
아.
이기분오랜만이었다.
남의것이된것을빼앗고싶은기분.
아직서로성관계는맺지않았겠지만,그에게쌍둥이자매를뺏으면얼마나기분이좋을까?
“...”
정했다.
그에대해서알아보자.
쌍둥이를꽃피운그에대해서.
리체르카는탄네르자매에게다가갔다.
또각또각하는구두소리와뒤에있는무리의위압감이주변을가득채웠다.
쌍둥이와검은정장의사내는심상치않은기운에고개를그쪽으로돌렸다.
그리고서로가부담스럽지않은거리에리체르카가멈춰섰다.
딱처음만나는사이에예의가어긋나지않는그거리말이다.
“평안하신가요.네아탄네르,필리아탄네르씨.”
리체르키는웃으면서왼손을가슴에댄채고개를살짝숙여인사했다.
그에필리아탄네르는아무말도하지않고그자세를바라보았고,네아탄네르는손을꽉움켜쥐고인상을팍찡그렸다.
“···안녕하세요.오르시니선배님.”
하지만의회선배한테,그것도악질파벌의장의인사를무시할수는없는노릇.
어금니를꽉깨물고있던네아탄네르를대신하여,필리아탄네르가인사했다.
“언제나말하지만리체르카로괜찮습니다.”
인사를받은리체르카는후후웃으면서다시입을열었다.
“옆에계신분은처음보는분이어서그런데···혹시소개를좀해주실수있을까요?실례가되지않는다면말이죠.”
리체르카는피아에게서눈을때서검은양복의사내에게고개를돌렸다.
눈은분명조그마한실눈을유지하고있었지만,그의진가를보기위해무엇보다날카로웠으니.
그눈길을받은검은양복의사내는마찬가지로정중하게고개를살짝숙이며입을열었다.
“아서입니다.탄네르자매와는친구관계죠.”
“···네?”
친구관계라는말에리체르카는고개를갸웃거리며의문을가졌다.
친구관계란,보통같은또래의나이를말하는게아닌가하고.
“...”
아.
아서의얼굴을유심히바라보던리체르카는그제서야깨달았다.
그의행동과태도가너무정중하고어른스러워서그렇지,얼굴은확실히10대후반정도였다.
하지만어떻게그녀들과관계를맺었을까.
한달전까지만해도그녀들은날이서있었는데그사이일까.
그것보다그는스스로아서라고만말했다.
저렇게기품있는행동을보여줄수있으면서성을말하지않다니,귀족이아니었던건가?
당장집에돌아가면서조사해봐야할문제였다.
“오빠가자.굳이상대안해줘도돼.”
네네는아서의팔을끌어당기며리체르카에게서고개를돌렸다.그것을본리체르카에파벌들중한명이인상을확찡그린채나서려고했으나.
척!
누군가가팔을들어서나서지말라는듯막았다.
그는파벌들중가장오래된멤버였다.
리체르카는뒤에작은소란에기분이안좋아졌다.
하지만여기서인상을찡그리고타박할수는없는노릇.
조용히아서와피아가고개를숙이고떠나는것만을지켜보고있을뿐이었다.
***
학원도시내리체르카오르시니의저택.
복도위에놓여있는빨간카펫위를걸으며리체르카가입을열었다.
“로렌스.”
“네,아가씨.”
“아까나서려고했던학생이누구였죠?”
실눈이던그녀의눈이눈동자가보일정도로뜨여졌다.그눈동자는더할나위없는잔혹한냉기가머금어져있었다.
입가또한평소와는다르게미동도없었으니,누가봐도분명화난것이리라.
로렌스라고불린수행원.
그는조용히입을열었다.
"교육하겠습니다."
“교육만할건가요?”
“만족하실만한결과를가져오겠습니다.”
“···좋아요.내일그결과를듣기를기대하죠.”
리체르카는그대답과함께카펫의끝에있는자신의방문을열고들어갔다.
로렌스는리체르카가방문을닫을때까지,허리를직각으로숙이고있었다.
딸칵.
리체르카는방을들어오자마자방문을잠갔다.
그리고평소에는눈이보일듯말듯했던실눈도크게떴으니.
“...”
그표정은지극히무기질적이었다.
하지만그녀의주먹은꽉쥐고몸을부들부들떨고있었다.
오늘있었던일이너무나도화났으니까.
감히주제도모르고두보석을탐내는그검은양복양아치.아서라고했던가.남자주제에자신앞에서허리를뻣뻣하게펴고있던게마음에들지않았다.
“크윽···.”
리체르카는이를꽉깨물었다.
무엇보다반드시.
반드시그양아치가두보석에손을대기전에쳐내야했다.
계속되는그생각에리체르카에심장은쿵쾅거리기시작했다.어떠한상황에서도냉정할수있었던머리가,오랜만에끓기시작했으며분노의감정이점차차올랐다.
리체르카는몇번심호흡하더니,구석에있는책장으로다가가기시작했다.
책장에 있는책을한권뽑았을때.
덜컹.
끼이익
비밀의문이열렸다.
자신의마력에만반응하여,책을꺼냈을때열리는문.이보안장치를설치하기위해서많은돈이들었지만,그비밀의 방에 있는것에비하면아깝지않았다.
리체르카는문안에있는계단을한걸음한걸음밟으며내려가기시작했다.
그리고거기에는
전기에지져져서실금하는엘프.
성수가몸에뿌려진채강간당하는뱀파이어.
머리채를잡힌채두손을싹싹빌고있는마족.
그런그림들이한곳에몰려있었다.
“아아단죄자님.”
리체르카는흥분되어서참을수가없다는듯목소리를크게흘렸다.
굴복당하는그녀들의표정.
거기에는헤어나올수없는절망이보였다.
자신이도달할수도없을것같은경지.
대체얼마나화려하게상대를망가트릴수있기에저런표정을짓게만들수있는것일까.
무엇보다그의작품에등장하는두터운손.튼실한다리.
그의인생에패배란없어보였고,악인들만처벌한다고하니영웅처럼보이기도했다.
분명그리신그림은다자신이저지른일들일터니.
그림만봐도 현실에서보이는 남자들과는수준이다른게느껴졌다.
저런거친손으로붓을휘갈길때,그는대체어떤표정을지을까.
상대를굴복시킨후내려다볼때,그는대체어떤마음일까.
그에게멱살을붙잡히면어떨까.
그에게굴복당하면어떨까.
그에게.그에게.그에게.그에게.
상상을하면할수록,리체르카는가랑이사이가점차젖어가는것이느껴졌다.
그에따라오늘도그녀는 비밀의 방에배치되어있는작은침대로가서,하얀색레이스팬티를벗고자위하기시작했으니.
사방이막혀있어서침묵만이존재했던 비밀의 방은,달뜬신음소리와찔걱이는소리를가득채우기시작했다.
* * *